'국정조사 카운트다운' 자원외교 비리 관전포인트

MB 측근들 다 털린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갔다. 지난 이명박정부 당시 천문학적인 국고를 투입한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여러 곳에서 부실이 확인되고 있다. 그간 추측에 그쳤던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관련한 증언까지 나오면서 분위기는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연초 정국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자원외교 국정조사. 최근 불거진 의혹과 드러난 사실을 토대로 자원외교의 이면을 해부했다.

"결국은 청문회장에 MB가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특위(이하 국조특위) 관계자는 지난 20일 국정조사의 '목표'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 출석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당장 2월 국정조사 정국이 본격화되면 이 전 대통령은 국조특위와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의 '형님'인 이상득 전 의원은 벌써부터 금품수수 의혹에 휩싸이는 등 출석을 예약한 상황이다.

이명박 증인 출석?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은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원외교' 명목으로 볼리비아를 방문 중이던 이상득 전 의원에게 국내 기업인들이 '뒷돈'을 챙겨줬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알렸다. 증언의 당사자는 ㈜캠볼 대표이사 정기태씨다. 정씨는 볼리비아 현지에서 자원개발 회사를 운영하는 기업인으로 알려졌다. 전 의원이 공개한 증언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0년 1월18일 이 전 의원은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축하 사절단을 이끌고 볼리비아를 방문했다.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이 전 의원과 동행했다. 당시 김 전 사장은 "이상득 의원에게 줘야하니 2000달러씩 마련하라"고 자원개발회사 기업인들에게 지시했다. 이들은 1000만원 안팎을 모아 이 전 의원 쪽에 건넸다.


<한겨레>는 전 의원의 협조를 받아 볼리비아 현지에서 정씨를 만났다. 정씨는 "취임식이 끝난 1월23일 오후 돈을 걷으라는 김신종 사장의 지시에 따라 켐볼과 고려아연 몫으로 4000달러를 마련했다"며 "볼리비아 라파스의 카미노레알 호텔 로비에서 광물자원공사 전임 본부장 이모씨를 만나 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이 자리엔 이 전 의원과 김 전 사장 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사장과 이씨는 나란히 의혹을 부인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정씨는 관련한 사실을 광물자원공사 감사실에 제보했으나 광물자원공사 측은 "증거가 없으니 덮고 가자"는 취지로 묵살했다. 또 이들은 "볼리비아 우유니 리튬사업에서 캠볼이 배제되자 정씨가 유언비어를 퍼뜨렸다"고 주장했다. 현재로서는 정씨와 함께 돈을 마련했던 기업인들의 추가 진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전 의원은 정씨의 증언에 힘을 실었다. "자원외교 특사를 자임하던 이 전 의원이 중남미를 무대로 24개국(12차례)을 찾아다녔다"며 "갈 때마다 기업인들을 대동하고 다녔는데 이 전 의원 측에 건네진 돈이 고작 1000만원뿐이었겠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지난달 한 국조특위 관계자는 "이 전 의원과 자원개발에 참여한 몇몇 민간기업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가 안팎에선 A그룹의 이름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A그룹은 광물자원공사, 석유공사 등과 함께 이 전 의원의 남미 순방을 수차례 수행했다.

페루·콜롬비아·에콰도르 등에 대규모 시설투자를 한 것으로도 확인된다. 이와 관련 또 다른 국조특위 관계자는 "몇몇 기업이 억울해하는 분위기"라며 "정부 등살에 못 이겨 예정에 없던 자원개발사업에 참여했던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앞서 전 의원은 이명박정부 자원개발 1호로 홍보된 '이라크 쿠르드 사업'에서도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2008년 1월16일 석유공사는 현지 자원개발의 대가로 이라크 쿠르드 천연자연부 장관 아슈티 하우라미에게 서명보너스를 지급했다. 지급된 보너스는 3000만달러(한화 약 323억원)로 아슈티가 지정한 계좌로 입금됐다.

'형님' 이상득 기업서 협찬금 수수 의혹
서명보너스 수백억 증발…유령회사 왜?


그런데 이 돈 가운데 일부가 증발했다. 전 의원이 석유공사로부터 확보한 서명보너스 지급내역에 따르면 이른바 '바지안 광구 보너스'는 중개은행인 영국 HSBC은행에서 자금흐름이 멈췄다. 반면 나머지 보너스(2건)는 이라크 쿠르드 정부로 정상 입금됐다.

석유공사 측은 "당시 이라크가 외환송금이 불가능한 까닭에 중개은행을 거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이라크에서 유전개발사업을 진행했던 가스공사는 서명보너스를 중개은행을 거쳐 이라크 연방은행에 정상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전 의원은 문제의 보너스가 아슈티 개인에게 준 뇌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또 이 돈이 이라크 고위관료뿐 아니라 이 전 대통령의 측근과 나눴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조만간 관련한 측근이 누구인지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라크 쿠르드 사업은 보너스를 포함해 8494억원이 투자됐지만 지난해 기준 3775억원의 손실이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쿠르드 사업을 계기로 이명박정부는 자원외교 실적 올리기에 박차를 가했다. 이 전 의원이 남미를 탐방하고 있을 당시 또 다른 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아프리카를 누볐다. 이 전 의원과 박 전 차관이 각 대륙에서 정부 고위관료들에게 약속했던 투자액은 4조3417억원(19건)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손실예상액은 지난해 기준 1500억원으로 추산된다.

같은 시기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현 부총리는 모두 21개 사업(투자액 약 14조원)을 명목상 총괄했다. 누적 당기순손실은 2조원을 넘는다. 최 부총리 재임 시기 캐나다 하베스트 정유공장(NARL)에 모두 2조원(인수대금·설비투자·운영자금)을 투자한 석유공사는 지난해 8월 미국 상업은행 실버레인지에 약 200억원을 주고 사업권을 매각했다. 원금의 99%를 날린 셈이다. 석유공사는 매각에 앞서 국내 민간 정유업체에 위탁운영 의사를 타진했지만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원외교 실패담은 또 있다. 19일 <한겨레>가 정의당 김제남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3급 비밀문서를 보면 알란 가르시아 전 페루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관료들은 2009년 1월 한국정부의 자원개발 투자를 만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투자를 강행해 현지 석유회사 사비아페루를 7161억원을 주고 사들였다. 불행히도 사비아페루는 단 1원의 수익도 내지 못한 채 매각절차가 진행 중이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지난해 10월 "광물자원공사가 멕시코 볼레오 광산사업에 1조원 넘게 투자했지만 회사가 부도났고 수익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고 폭로한 바 있다.

수조 허공에 날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직접 해외순방을 하거나 특사를 파견해 체결한 MOU, 이른바 'VIP 자원외교'가 45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수익성이 불투명한) 탐사개발은 35건이었다"고 밝혔다. 국내로 들어온 수익은 0원, 이 전 대통령의 해명이 불가피한 부분이다. 아울러 다수 현지 투자에는 페이퍼컴퍼니가 이용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발한 세금의 종착지는 '누구'였을까.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원외교 국정조사 '하긴 할까'

국조특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해외로 시찰을 떠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실에 따르면 권 의원은 14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해외시찰 일정을 잡았다. 국정조사 100일 가운데 남은 일수는 70여일에 불과하다.


또 최경환 부총리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번 자원개발자료 작성·제출 과정에서 관련 통계자료를 가공·왜곡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야당위원들은 최 부총리와 윤 장관의 공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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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