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드리운 박지만의 '수상한 그림자'

조응천은 왜 박지만에 줄 섰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난 연말 정국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파문’에 대해 검찰이 모두 허위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유독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민간인 신분인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그룹 회장이 청와대 문건을 지속적으로 전달받아왔다는 사실이다. 박 회장은 그동안 청와대 주변에서 어떤 일을 꾸몄던 것일까? 박 회장의 수상한 그림자를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박지만 EG회장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파문’에 대해 수사해온 검찰이 지난 5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이 내린 결론은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의혹이 ‘허위’라는 것이다. 검찰은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불리는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나 청와대 비서진을 지칭하는 ‘십상시’의 실체는 없다고 결론 냈다. 또 검찰은 박지만 EG 회장에 대한 미행설도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박지만 봐주기
검찰의 코미디

반면 검찰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박관천 경정과 공모해 정윤회 문건 등 청와대에서 생산·보관된 대통령기록물을 무단 유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경정을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공용서류은닉, 무고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조응천 전 비서관을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및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런데 검찰의 이번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선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박 경정이 조 전 비서관 등의 지시에 따라 민간인 신분인 박 회장에게 청와대 문건을 총 17건이나 넘긴 사실이다. 이 가운데 공무상비밀에 해당하는 문건은 모두 10건으로 여기에는 민간기업 3곳과 관련된 첩보문건 4건이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박 회장이 박 경정으로부터 지난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수시로 문건을 건네받거나 동향보고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민간인 신분인 박 회장이 현직 청와대 관계자들로부터 청와대 문건을 건네받아 보관해온 행위는 형법상 공용서류은닉죄에 해당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자신의 미행설을 지인으로부터 듣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화해 사실을 확인했던 것도 수사결과 드러났다.


관리자가 관리대상에게 비선 보고
청와대 내부 사정 밝은데 왜?

취임 초부터 친인척 비리근절에 강한 자신감을 보여왔던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동생인 박 회장에 대해 “청와대에 얼씬도 못 하게 하고 있다”고 말해왔지만 이번 검찰 수사결과를 보면 박 회장이 청와대 주변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특히 박 회장에게 문건을 건네라고 지시한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서 원래는 박 회장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어야 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런 조 전 비서관이 오히려 청와대 내부문건을 수차례 박 회장에게 보고 하는 등 비선역할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청와대의 친인척 관리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당시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박 회장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진 문건들은 내용이 심상치 않은 것들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피보다 진한 물
박지만 완패

문건에는 무역업체 대표인 기업인 P씨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약점을 잡은 뒤 청탁에 불응 시 녹음파일을 이용해 협박한다는 내용, L씨가 공천 및 공사수주 알선 명목으로 다수의 관계자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거나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기관 조사를 받은 사실이 있다는 내용, O씨가 부인 명의로 토지취득, 차명주식 취득 등 탈세의혹이 있고 공사수주 대가로 개발회사 회장에게 수억원을 건네거나 조세포탈로 수십억원을 추징당한 전력이 있다는 내용, 레저업체 모 대표가 다수의 여성과 사실혼 관계이고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과 동거하는 등 성생활이 문란하다는 내용, 모 호텔 회장이 환각제를 복용한 상태에서 집무실에서 여직원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이 밖에도 ‘정윤회를 만나려면 현금 7억원 정도 들고 가야 한다’ ‘중국인 재력가 S씨가 서향희 변호사와 친분을 과시하고 다닌다’ ‘누군가 서 변호사와 친분을 이용해 채용되려 한다’는 등 박지만 회장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와 관련된 보고도 담겨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해당 문건의 신빙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그저 정보보고 실적을 올리기 위해 풍설을 부풀려 꾸며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박 회장에게 보고된 청와대 문건에는 민간기업 관련 첩보와 불륜 등 사생활 관련 내용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청와대에 의한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까지 일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검찰은 박 회장이 유출을 직접 지시하지 않았고 소극적으로 보고를 받기만 했다는 박 회장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박 회장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한편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보고에 따르면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문고리 3인방을 견제하기 위해 박 회장을 끌어들여 자작극을 벌인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결국 박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청와대 내부의 권력암투에 개입한 것이 된다. 박 대통령이 물리적으로는 박 회장을 청와대에 얼씬도 못 하게 했었는지는 몰라도 사실 박 회장은 멀리서도 청와대에 ‘수상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박근혜정부는 동생들(박지만, 박근령)만 사고 안 치면 성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 대통령에 두 동생은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었다. 친박(친박근혜)계에서는 박 대통령의 임기 동안 동생들이 해외라도 나가주면 좋겠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왔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두 동생에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무척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두 동생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박지만 라인’ 인사들이 낙하산을 타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박 회장에게 문건을 전달했던 조 전 비서관 역시 정치권에서는 박지만 라인으로 분류한다. 두 사람 모두 개인적인 친분관계는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조 전 비서관은 검사시절 박 회장을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한 인연이 있다.

어찌 보면 악연임에도 박 회장은 당시 조 전 비서관의 강직한 성품에 반해 이후에도 계속 인연을 맺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박 회장과 육사 동기인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백기승 전 국정홍보비서관이 박지만 라인으로 분류되지만 박근혜정부가 출범한지 불과 1년여 만에 박지만 라인으로 분류된 인사들은 대거 옷을 벗거나 한직으로 물러났다. 따라서 실제로 정윤회씨와 박 회장이 청와대 주변에서 권력암투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박 회장은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한 측근에게 “피보다 진한 물도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인사 문제만 놓고 본다면 박 회장은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확실히 완패한 모양새다.

박지만 라인
정윤회 라인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사정에 밝은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수시로 정보를 넘기며 줄을 대려 했던 것만 봐도 박 회장이 그동안 청와대 안팎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대통령의 친인척이기 때문에 조 전 비서관이 그런 무모한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 동생들의 상황 인식 역시 박 대통령의 기대와는 매우 다르다. 박 대통령의 또 다른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박지만 회장이 국정개입을 했다고 해도) 개인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주변에서 걱정하는 것들을 대통령께 전달할 수도 있고 좋은 분이 있으면 천거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친누나가 대통령인데 ‘나는 사고 칠까 봐 아무 것도 안하고 내 사업만 할 거야’ 이런다면 오히려 그게 정상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박 회장의 생각 역시 박 이사장과 대동소이할 것이란 지적이다.

박지만 라인 수상한 퇴진 재조명
정말 청와대에 얼씬 못했을까?

일각에선 박 회장이 청와대와 거리를 두려 해도 박 회장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가 박 회장의 국정개입을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서 변호사는 법조계에 들어오자마자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대학시절부터 성공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것으로 동기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었다. 그런 서 변호사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박 회장의 국정개입을 적극 부추겼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서 변호사는 박 회장과 결혼 후 각종 기업의 감사, 사외이사, 고문 등을 맡으면서 ‘박근혜 후광’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인물이다.


친인척 비리
결국 재발?

정치권에서는 심지어 ‘만사올통(모든 일이 올케를 통하면 이루어진다)’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였다. 일부 친박계에서도 박 회장보다 서 변호사가 더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계했었다. 실제로 청와대에서 유출된 후 <세계일보>가 지난해 5월8일 입수한 총 128쪽 분량의 문건들에는 서 변호사와 관련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박 회장이 청와대 주변에 얼씬도 못 하게 했다고 자부하지만 결국 검찰 수사결과를 보면 박 회장이 대통령도 모르게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이라며 “역대 정부가 모두 친인척 비리로 레임덕을 겪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친인척 관리 방식을 크게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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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