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드리운 박지만의 '수상한 그림자'

조응천은 왜 박지만에 줄 섰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난 연말 정국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파문’에 대해 검찰이 모두 허위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유독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민간인 신분인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그룹 회장이 청와대 문건을 지속적으로 전달받아왔다는 사실이다. 박 회장은 그동안 청와대 주변에서 어떤 일을 꾸몄던 것일까? 박 회장의 수상한 그림자를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박지만 EG회장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파문’에 대해 수사해온 검찰이 지난 5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이 내린 결론은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의혹이 ‘허위’라는 것이다. 검찰은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불리는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나 청와대 비서진을 지칭하는 ‘십상시’의 실체는 없다고 결론 냈다. 또 검찰은 박지만 EG 회장에 대한 미행설도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박지만 봐주기
검찰의 코미디

반면 검찰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박관천 경정과 공모해 정윤회 문건 등 청와대에서 생산·보관된 대통령기록물을 무단 유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경정을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공용서류은닉, 무고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조응천 전 비서관을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및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런데 검찰의 이번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선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박 경정이 조 전 비서관 등의 지시에 따라 민간인 신분인 박 회장에게 청와대 문건을 총 17건이나 넘긴 사실이다. 이 가운데 공무상비밀에 해당하는 문건은 모두 10건으로 여기에는 민간기업 3곳과 관련된 첩보문건 4건이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박 회장이 박 경정으로부터 지난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수시로 문건을 건네받거나 동향보고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민간인 신분인 박 회장이 현직 청와대 관계자들로부터 청와대 문건을 건네받아 보관해온 행위는 형법상 공용서류은닉죄에 해당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자신의 미행설을 지인으로부터 듣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화해 사실을 확인했던 것도 수사결과 드러났다.


관리자가 관리대상에게 비선 보고
청와대 내부 사정 밝은데 왜?

취임 초부터 친인척 비리근절에 강한 자신감을 보여왔던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동생인 박 회장에 대해 “청와대에 얼씬도 못 하게 하고 있다”고 말해왔지만 이번 검찰 수사결과를 보면 박 회장이 청와대 주변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특히 박 회장에게 문건을 건네라고 지시한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서 원래는 박 회장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어야 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런 조 전 비서관이 오히려 청와대 내부문건을 수차례 박 회장에게 보고 하는 등 비선역할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청와대의 친인척 관리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당시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박 회장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진 문건들은 내용이 심상치 않은 것들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피보다 진한 물
박지만 완패

문건에는 무역업체 대표인 기업인 P씨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약점을 잡은 뒤 청탁에 불응 시 녹음파일을 이용해 협박한다는 내용, L씨가 공천 및 공사수주 알선 명목으로 다수의 관계자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거나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기관 조사를 받은 사실이 있다는 내용, O씨가 부인 명의로 토지취득, 차명주식 취득 등 탈세의혹이 있고 공사수주 대가로 개발회사 회장에게 수억원을 건네거나 조세포탈로 수십억원을 추징당한 전력이 있다는 내용, 레저업체 모 대표가 다수의 여성과 사실혼 관계이고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과 동거하는 등 성생활이 문란하다는 내용, 모 호텔 회장이 환각제를 복용한 상태에서 집무실에서 여직원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이 밖에도 ‘정윤회를 만나려면 현금 7억원 정도 들고 가야 한다’ ‘중국인 재력가 S씨가 서향희 변호사와 친분을 과시하고 다닌다’ ‘누군가 서 변호사와 친분을 이용해 채용되려 한다’는 등 박지만 회장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와 관련된 보고도 담겨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해당 문건의 신빙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그저 정보보고 실적을 올리기 위해 풍설을 부풀려 꾸며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박 회장에게 보고된 청와대 문건에는 민간기업 관련 첩보와 불륜 등 사생활 관련 내용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청와대에 의한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까지 일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검찰은 박 회장이 유출을 직접 지시하지 않았고 소극적으로 보고를 받기만 했다는 박 회장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박 회장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한편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보고에 따르면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문고리 3인방을 견제하기 위해 박 회장을 끌어들여 자작극을 벌인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결국 박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청와대 내부의 권력암투에 개입한 것이 된다. 박 대통령이 물리적으로는 박 회장을 청와대에 얼씬도 못 하게 했었는지는 몰라도 사실 박 회장은 멀리서도 청와대에 ‘수상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박근혜정부는 동생들(박지만, 박근령)만 사고 안 치면 성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 대통령에 두 동생은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었다. 친박(친박근혜)계에서는 박 대통령의 임기 동안 동생들이 해외라도 나가주면 좋겠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왔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두 동생에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무척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두 동생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박지만 라인’ 인사들이 낙하산을 타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박 회장에게 문건을 전달했던 조 전 비서관 역시 정치권에서는 박지만 라인으로 분류한다. 두 사람 모두 개인적인 친분관계는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조 전 비서관은 검사시절 박 회장을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한 인연이 있다.

어찌 보면 악연임에도 박 회장은 당시 조 전 비서관의 강직한 성품에 반해 이후에도 계속 인연을 맺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박 회장과 육사 동기인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백기승 전 국정홍보비서관이 박지만 라인으로 분류되지만 박근혜정부가 출범한지 불과 1년여 만에 박지만 라인으로 분류된 인사들은 대거 옷을 벗거나 한직으로 물러났다. 따라서 실제로 정윤회씨와 박 회장이 청와대 주변에서 권력암투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박 회장은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한 측근에게 “피보다 진한 물도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인사 문제만 놓고 본다면 박 회장은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확실히 완패한 모양새다.

박지만 라인
정윤회 라인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사정에 밝은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수시로 정보를 넘기며 줄을 대려 했던 것만 봐도 박 회장이 그동안 청와대 안팎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대통령의 친인척이기 때문에 조 전 비서관이 그런 무모한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 동생들의 상황 인식 역시 박 대통령의 기대와는 매우 다르다. 박 대통령의 또 다른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박지만 회장이 국정개입을 했다고 해도) 개인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주변에서 걱정하는 것들을 대통령께 전달할 수도 있고 좋은 분이 있으면 천거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친누나가 대통령인데 ‘나는 사고 칠까 봐 아무 것도 안하고 내 사업만 할 거야’ 이런다면 오히려 그게 정상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박 회장의 생각 역시 박 이사장과 대동소이할 것이란 지적이다.

박지만 라인 수상한 퇴진 재조명
정말 청와대에 얼씬 못했을까?

일각에선 박 회장이 청와대와 거리를 두려 해도 박 회장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가 박 회장의 국정개입을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서 변호사는 법조계에 들어오자마자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대학시절부터 성공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것으로 동기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었다. 그런 서 변호사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박 회장의 국정개입을 적극 부추겼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서 변호사는 박 회장과 결혼 후 각종 기업의 감사, 사외이사, 고문 등을 맡으면서 ‘박근혜 후광’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인물이다.


친인척 비리
결국 재발?

정치권에서는 심지어 ‘만사올통(모든 일이 올케를 통하면 이루어진다)’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였다. 일부 친박계에서도 박 회장보다 서 변호사가 더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계했었다. 실제로 청와대에서 유출된 후 <세계일보>가 지난해 5월8일 입수한 총 128쪽 분량의 문건들에는 서 변호사와 관련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박 회장이 청와대 주변에 얼씬도 못 하게 했다고 자부하지만 결국 검찰 수사결과를 보면 박 회장이 대통령도 모르게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이라며 “역대 정부가 모두 친인척 비리로 레임덕을 겪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친인척 관리 방식을 크게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