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호' 탈출 시나리오

난파 직전 새정치호…'하선' 명분 쌓기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측근들은 줄줄이 당직에서 물러났고 본인 또한 당과 거리를 두며 자꾸만 외곽에서 겉돌고 있다. 이를 두고 당 내부에서는 안 의원이 당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만약 안 의원이 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면 언제, 또 어떤 방식으로 떠나게 될까?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호 탈출’ 시나리오를 <일요시사>가 예측해봤다.

“안철수 의원의 마음은 이미 당을 떠난 것 같다. 안 의원이 당을 떠나면 후폭풍이 엄청날 텐데…. 그래서 요즘 당 지도부가 부쩍 안 의원을 주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안 의원은 최근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비대위 참여 요청을 또 한 번 거절했다. 문 위원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고집을 피워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마음 떠난 안철수
외곽에서 겉돌다

안 의원은 자신의 측근들도 당직에서 줄줄이 물러나게 했다. 최측근인 송호창 의원이 조강특위 위원직에서 물러났고, 강연재 부대변인도 석연찮은 이유로 부대변인 직에서 사퇴했다. 특히 송 의원의 조강특위 위원 사퇴 기자간담회 발표 초안에는 “밖에서 미래세력을 준비한다”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들어 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던 전국 지역위원장 공모에서도 이른바 친안(친안철수)계 인사들은 대부분 불참했다. 당초 친안계는 지역위원장 공모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지역위원장 공모 결과는 차기 당권은 물론이고 총선 공천과 대선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합당 이후 두 번의 선거를 치렀지만 당 내 경선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친안계로서는 지역위원장 공모가 마지막 기회였다. 친안계 내부에서는 “지역위원장 선정 과정에서도 친안계가 소외된다면 더 이상 당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는 과격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당에 남아 있어봤자 '식물인간'
합당 시 5:5정신 헛구호에 그쳐


그런데 막상 지역위원장 공모가 시작되자 친안계 인사 대부분이 공모에 불참하면서 지역위원장 공모 결과는 구민주당계의 손쉬운 승리로 끝났다. 이를 기점으로 당 내부에서는 안 의원이 곧 탈당할 것이라는 루머가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만약 안 의원이 정말 차기 대권에 욕심이 있다면 이번 지역위원장 공모는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안철수계 인사들이 너무 쉽게 포기해버리니까 안 의원이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치권 인사들은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에 남아 있는다고 해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민주당과 합당 후 약 10개월이 지났지만 지금 안 의원에게 남은 것이라곤 당명에 새겨진 ‘새정치’라는 세 글자뿐이다.

게다가 구민주계 인사들은 새정치라는 그 세 글자마저 떼어버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력 당권주자인 박지원 의원은 최근 “부르기 쉽고 당원과 국민이 원하는 ‘민주당’이라는 당명을 찾아와야 한다”며 당명 변경을 공식 제안했다.

당명 변경
마지막 자존심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합당 당시 민주당이 약속한) 5대5정신은커녕 100대1정신도 지켜지지 않았다. 민주당 인사들은 처음부터 친안계 인사들에게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며 “지금 안 의원을 보면 흡사 새정치연합에 인질로 잡혀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 의원이 결국 새정치연합을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을 떠나기로 결심한다면 언제, 또 어떤 방식으로 떠나게 될까? 안 의원의 새정치 탈출 시나리오 중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바로 탈당 후 신당창당 시나리오다. 사실 안 의원에게 ‘탈당’이란 선택지는 정치생명을 건 모험이다. 안 의원은 탈당설이 제기될 때마다 “내가 (새정치연합) 창업자 중 한 사람인데 어떻게 당을 떠날 수 있겠느냐”고 말해왔다.

안 의원의 말대로 새정치연합의 창업자 중 한 사람인 안 의원이 당을 떠난다면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안 의원은 정치권에 입문한 후 이미 대선출마 포기, 신당창당 포기, 무공천 포기 등 여러 차례 말을 바꾸며 신뢰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상태다. 그런데 이번에 또 한 번 탈당을 선택해 이른바 ‘철수 정치’를 한다면 정치 생명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안 의원이 탈당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먼저 명분이 있어야 한다. 정치전문가들은 “안 의원이 당내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해졌다고 해서 난데없이 당을 떠난다면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당을 떠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가장 좋은 명분은 새정치연합이 좀처럼 정상궤도를 찾지 못하고 지리멸렬해 오히려 국민들이 신당의 출현을 바라는 상황까지 가야한다”고 내다보고 있다.

두 번째는 지지세력이 있어야 한다. 명분이 생겼다고 해서 안 의원과 측근 몇 명이 무작정 탈당을 감행한다면 정치권에 아무런 바람도 일으킬 수 없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비노계의 움직임이다. 현재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비노계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비노계 인사들은 당 안팎에서 공공연히 분당, 신당론을 언급하며 친노계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안 의원이 이들을 하나로 뭉쳐 세력화할 수 있다면 안 의원의 새정치 탈출 시나리오는 한층 더 힘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21일 이른바 빅3(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한 의원 30명 명단에 비노계 의원들과 함께 친안계로 분류되는 송호창, 문병호 의원 등이 포함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들의 빅3 불출마 요구로 정세균 의원이 실제로 불출마를 선언하기는 했지만 이들의 진짜 목표는 문재인 의원”이라며 “결국 이번 요구는 비노계가 탈당을 위한 명분쌓기 차원에서 집단행동을 한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안 의원의 당 대표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맡았던 문병호 의원은 빅3 불출마 요구에 동참한데 이어 당 안팎에서 신당창당을 노골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구당구국모임에도 참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새정치 끝?
부활할까?

이 모임의 좌장격인 정대철 상임고문은 최근 “당을 끝까지 고치려고 노력하다가 안 되면 신당창당의 모습을 띤 개혁을 해야 한다”고 ‘신당 창당’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안 의원이 직접 창당에 나서기보단 외부 신생정당에 합류하는 방식으로 당을 떠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안 의원이 이런 방식을 택한다면 새정치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이 ‘키맨’이 될 수 있다. 정 고문은 최근 야권 인사들 중 가장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인사다. 정 고문은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이를 대체할 건전한 진보정당을 원하는 국민들의 요구가 분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 노선의 신당 창당에 동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노선 신당 참여설이 불거져 나온 이후에 정 고문은 “고민하고 있다”며 참여 가능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만약 정 고문이 주도하는 진보노선 신당에 안 의원까지 참여한다면 새정치연합 내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인사들과 정의당 등도 한데 뭉쳐 새로운 거대 진보정당이 탄생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야권 전체의 판도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새정치 당명도 떼어내기 일보 직전
새해 안철수발 야권 재개편 임박?


이외에도 중도노선 신당, 호남신당론이 거론되지만 영남신당론도 눈길을 끈다. 영남은 야권의 불모지다. 그래서 영남신당론은 가장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로 평가되지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야권의 신진세력들이 영남신당론을 내세워 여러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2월 열릴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이후 본격적인 분당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친노계 문재인 의원이 선출되고, 당이 별다른 혁신을 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한다면 그동안 불만이 쌓여있던 비노계에서 결국 당을 깨자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분출되기 시작할 것이란 예측이다.

일각에선 이번 전당대회가 유독 과열되어 있는 만큼 전당대회 과정에서 진행의 공정성 등을 이유로 갈등을 겪다 전당대회 중간에 일부 세력이 탈당을 선언하고 신당 창당에 나설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정동영이 키맨
선택만 남았다

물론 안 의원이 당내에서 지분 정리를 하고 당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탈당할 것이라고 몰고 가는 것은 다소 억측이라는 주장도 있다. 안 의원이 차기 대권에 대한 욕심은 일단 접어두고 내실 다지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안 의원은 최근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조직을 재편하고 정책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안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 후 4개월간 제1야당의 대표를 역임하며 정치적 역량의 부족함을 노출한 것이 사실이다. 당장 다음 대선에만 집착하며 허둥대다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안 의원이 정치에 입문한지 아직 2년이 채 안 된 정치초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새정치의 내용을 좀 더 구체성 있게 정립하고 자신과 정말 뜻이 맞는 사람들을 차근차근 모아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향후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안 의원이 선택에 따라 야권은 심한 부침을 겪게 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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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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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