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딜러, 현행법 무시하며 고객개인정보 도용

고객 몰래 고객개인정보로 대출 한도조회

[일요시사 경제2팀] 강경식 기자 = 지난 7월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됐다. 강화된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하면 주민등록번호를 무단 수집하거나 제3자에게 넘기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개별 기업에서 적법하게 주민번호를 수집한 경우에도 관리부실로 주민번호를 유출하면 최대 5억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

강화된 법령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수입차를 판매하는 딜러가 자신에게 차량을 구입했던 고객의 주민등록번호와 사업자등록증, 신용조회의뢰서에 서명까지 대신해서 차량 리스구입에 대한 한도조회를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박씨는 자신의 차량 BMW X1을 코오롱모터스 강남대리점에서 딜러 김모씨를 통해 구입했다. 박씨는 자신과 동업을 하고 있던 지인의 소개로 딜러 김씨를 소개받았고, 당시 주민등록번호와 사업자등록증 등 김씨에게 제출했던 개인정보는 차량을 구입하기 위해서만 쓰이고 폐기 돼야 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 박씨에게 이해할 수 없는 문자메시지가 전송됐다. 박씨가 받은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신용정보회사에서 보내온 것으로 “산은캐피탈의 대출 한도 조회로 인해 본인의 신용정보가 제공됐다”라는 내용이었다. 박씨는 “나도 모르게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도 모자라 대출을 위해 한도조회까지 됐다는 문자를 보고 몹시 당황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씨는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대출 한도 조회까지 이어지자 직접 확인에 나섰다. “산은캐피탈에서 자신의 명의로 대출 한도를 조회했던 담당자를 통해 확인해 보니 개인정보는 제가 차량을 구입했던 딜러 김씨를 통해 유통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라며 “딜러 김씨가 BMW640d 모델에 대해 한도조회를 요청하면서 밴더사 직원 이모씨를 통해 나의 주민등록증, 사업자등록증, 인감증명서와 함께 개인신용정보조회 동의서에 본인인 것처럼 꾸며서 서명한 후 제출했다”라고 말했다. 김씨가 박씨의 개인정보로 대출한도를 조회했던 BMW640d의 가격은 1억5천만원 상당.


이에 대해 박씨는 김씨에게 “내가 한도조회를 요청했던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단순한 실수”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씨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제공해서 한도조회를 받은 것을 두고 ‘실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사실과 조금 다르다”라며 취재요청을 거부했다.

또한 서류에 박씨의 서명을 꾸며 넣은 것으로 밝혀진 밴더회사(주)엘리더의 직원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 말했다”라며 “더 이상 할말이 없다”라고 입을 다물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명의로 대출한도 조회?“
3개월 지난 서류, 대출 한도조회 가능?

박씨의 개인정보로 한도조회를 요청하고 개인정보자료를 보냈던 ‘딜러 김씨’와 이씨 이외에도, 한도조회를 했던 산은캐피탈 직원 역시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산은캐피탈이 한도조회를 위해 사용했던 박씨의 개인정보는 지난 2월 차량을 구입할 때 발급받은 것이었고, 개인정보를 입증하는 서류는 통상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박씨는 “산은캐피탈이 한도조회를 했던 5월 30일은 서류를 발급 받은지 3개월이 이미 지난 시점”이라고 말했다.

효력이 없는 서류를 사용하면서도 산은캐피탈은 박씨에게 확인절차도 없이 대출한도를 조회한 것이다. 박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산은캐피탈의 담당직원은 합의를 요청했다. 담당직원이 “조회기록을 삭제해주겠다”며 “200만원을 줄 테니 이번 일을 끝내자”라고 말했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취재결과 산은캐피탈의 배모 차장은 실제 200만원을 제시하며 합의하려 했으나 박씨의 거절로 무산됐다.
 

또한 코오롱모터스의 강남지점장과, CS팀장이 박씨의 남편을 찾아와 150만원 상당의 상품을 제공하겠다며 합의를 요청한바 있다. 그러나 박씨의 남편은 “아내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보관했던 이유와 아내의 명의로 한도조회를 받았던 목적에 대해서 잘못을 따져야 한다”라며 코오롱모터스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코오롱모터스는 “잘못을 인정 한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코오롱모터스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관하지 않는다”라며 “김씨가 보관했는지에 대해 경찰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고, 개인정보 도용은 김씨가 박씨의 동업자 이씨로부터 법인 리스를 알아보던 중 신용 문제로 인해 출고가 어려워지자 박씨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도용해 한도조회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BMW코리아 측을 통해 전했다.

오히려 김씨는 박씨가 차량을 구입했을 때 받았던 자료를 4개월간 보관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서 박씨와 대질하던 당시 김씨는 “박씨의 자료를 따로 폴더에 보관했다”라고 털어놓았고, 참관하던 경찰은 “로얄고객은 그렇게 따로 저장하나요?”라고 질문했다고 박씨는 말했다.


그러나 김씨가 박씨에게 차량을 판매하고 나서도 4개월 가까이 박씨의 개인정보를 김씨가 보관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박씨는 “김씨가 ‘이유는 없지만 개인정보를 보관했고, 실수로 한도조회를 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도용한 것’이라고 주장 한다”며 “고의로 저질렀다가 들키고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며 비난했다.

결국 박씨는 검찰에 사기미수, 개인정보보호법위반, 사문서위조, 동행사미수 등으로 김씨와, 박씨의 개인정보를 산은캐피탈에 넘겨준 밴더 (주)엘리더의 직원 이씨, 산은캐피탈의 담당직원 배씨를 고소했다.

개인정보보관 이유는 “묻지마”
“…정말 힘들다…”

박씨는 “법정 분쟁도 두렵지 않다”며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개인정보의 무단도용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코오롱모터스는 지난 2월 출고된 박씨의 차량이 전시차량으로 사용됐던 사실을 박씨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그 전까지 사용하던 차 열쇠를 병원에 두고 와서 어쩔 수 없이 보조열쇠를 사용하게 됐다. 보조열쇠에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박씨의 남편이 스티커를 뜯자, 전시차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나타나 알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시차의 경우 차량가격의 일정부분을 할인해서 판매한다. 그러나 박씨는 “구입한 차량이 전시차량인줄도 몰랐고, 그래서 제공하는 할인 역시 받은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전시된 기간 동안 많은 사람이 앉았었고 손때가 묻었을 전시차량을 판매 하면서도 코오롱모터스의 딜러 김씨는 박씨에게 아무런 고지도 없었던 것이다.

또한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도용된 것을 알게된 이후 계속해서 박씨를 대신해 나서던 박씨의 남편은 이유를 알 수 없는 화농성관절염으로 입원해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박씨의 사업 역시 이번일로 인해 동업자와의 관계가 틀어져 문을 닫은 상황이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박씨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라며 독자들에게 “BMW를 구입하려고 준비한다면, 코오롱모터스와 도산사거리에 위치한 강남전시장에서는 구입을 한번 더 고려해 볼 것”과 “출고에 관련된 개인정보가 들어있는 서류는 꼭 눈앞에서 파지할 것”을 당부했다.

 

<liebend@ilyosisa.ck.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