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딜러, 현행법 무시하며 고객개인정보 도용

고객 몰래 고객개인정보로 대출 한도조회

[일요시사 경제2팀] 강경식 기자 = 지난 7월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됐다. 강화된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하면 주민등록번호를 무단 수집하거나 제3자에게 넘기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개별 기업에서 적법하게 주민번호를 수집한 경우에도 관리부실로 주민번호를 유출하면 최대 5억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

강화된 법령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수입차를 판매하는 딜러가 자신에게 차량을 구입했던 고객의 주민등록번호와 사업자등록증, 신용조회의뢰서에 서명까지 대신해서 차량 리스구입에 대한 한도조회를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박씨는 자신의 차량 BMW X1을 코오롱모터스 강남대리점에서 딜러 김모씨를 통해 구입했다. 박씨는 자신과 동업을 하고 있던 지인의 소개로 딜러 김씨를 소개받았고, 당시 주민등록번호와 사업자등록증 등 김씨에게 제출했던 개인정보는 차량을 구입하기 위해서만 쓰이고 폐기 돼야 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 박씨에게 이해할 수 없는 문자메시지가 전송됐다. 박씨가 받은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신용정보회사에서 보내온 것으로 “산은캐피탈의 대출 한도 조회로 인해 본인의 신용정보가 제공됐다”라는 내용이었다. 박씨는 “나도 모르게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도 모자라 대출을 위해 한도조회까지 됐다는 문자를 보고 몹시 당황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씨는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대출 한도 조회까지 이어지자 직접 확인에 나섰다. “산은캐피탈에서 자신의 명의로 대출 한도를 조회했던 담당자를 통해 확인해 보니 개인정보는 제가 차량을 구입했던 딜러 김씨를 통해 유통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라며 “딜러 김씨가 BMW640d 모델에 대해 한도조회를 요청하면서 밴더사 직원 이모씨를 통해 나의 주민등록증, 사업자등록증, 인감증명서와 함께 개인신용정보조회 동의서에 본인인 것처럼 꾸며서 서명한 후 제출했다”라고 말했다. 김씨가 박씨의 개인정보로 대출한도를 조회했던 BMW640d의 가격은 1억5천만원 상당.


이에 대해 박씨는 김씨에게 “내가 한도조회를 요청했던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단순한 실수”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씨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제공해서 한도조회를 받은 것을 두고 ‘실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사실과 조금 다르다”라며 취재요청을 거부했다.

또한 서류에 박씨의 서명을 꾸며 넣은 것으로 밝혀진 밴더회사(주)엘리더의 직원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 말했다”라며 “더 이상 할말이 없다”라고 입을 다물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명의로 대출한도 조회?“
3개월 지난 서류, 대출 한도조회 가능?

박씨의 개인정보로 한도조회를 요청하고 개인정보자료를 보냈던 ‘딜러 김씨’와 이씨 이외에도, 한도조회를 했던 산은캐피탈 직원 역시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산은캐피탈이 한도조회를 위해 사용했던 박씨의 개인정보는 지난 2월 차량을 구입할 때 발급받은 것이었고, 개인정보를 입증하는 서류는 통상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박씨는 “산은캐피탈이 한도조회를 했던 5월 30일은 서류를 발급 받은지 3개월이 이미 지난 시점”이라고 말했다.

효력이 없는 서류를 사용하면서도 산은캐피탈은 박씨에게 확인절차도 없이 대출한도를 조회한 것이다. 박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산은캐피탈의 담당직원은 합의를 요청했다. 담당직원이 “조회기록을 삭제해주겠다”며 “200만원을 줄 테니 이번 일을 끝내자”라고 말했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취재결과 산은캐피탈의 배모 차장은 실제 200만원을 제시하며 합의하려 했으나 박씨의 거절로 무산됐다.
 

또한 코오롱모터스의 강남지점장과, CS팀장이 박씨의 남편을 찾아와 150만원 상당의 상품을 제공하겠다며 합의를 요청한바 있다. 그러나 박씨의 남편은 “아내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보관했던 이유와 아내의 명의로 한도조회를 받았던 목적에 대해서 잘못을 따져야 한다”라며 코오롱모터스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코오롱모터스는 “잘못을 인정 한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코오롱모터스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관하지 않는다”라며 “김씨가 보관했는지에 대해 경찰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고, 개인정보 도용은 김씨가 박씨의 동업자 이씨로부터 법인 리스를 알아보던 중 신용 문제로 인해 출고가 어려워지자 박씨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도용해 한도조회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BMW코리아 측을 통해 전했다.

오히려 김씨는 박씨가 차량을 구입했을 때 받았던 자료를 4개월간 보관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서 박씨와 대질하던 당시 김씨는 “박씨의 자료를 따로 폴더에 보관했다”라고 털어놓았고, 참관하던 경찰은 “로얄고객은 그렇게 따로 저장하나요?”라고 질문했다고 박씨는 말했다.


그러나 김씨가 박씨에게 차량을 판매하고 나서도 4개월 가까이 박씨의 개인정보를 김씨가 보관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박씨는 “김씨가 ‘이유는 없지만 개인정보를 보관했고, 실수로 한도조회를 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도용한 것’이라고 주장 한다”며 “고의로 저질렀다가 들키고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며 비난했다.

결국 박씨는 검찰에 사기미수, 개인정보보호법위반, 사문서위조, 동행사미수 등으로 김씨와, 박씨의 개인정보를 산은캐피탈에 넘겨준 밴더 (주)엘리더의 직원 이씨, 산은캐피탈의 담당직원 배씨를 고소했다.

개인정보보관 이유는 “묻지마”
“…정말 힘들다…”

박씨는 “법정 분쟁도 두렵지 않다”며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개인정보의 무단도용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코오롱모터스는 지난 2월 출고된 박씨의 차량이 전시차량으로 사용됐던 사실을 박씨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그 전까지 사용하던 차 열쇠를 병원에 두고 와서 어쩔 수 없이 보조열쇠를 사용하게 됐다. 보조열쇠에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박씨의 남편이 스티커를 뜯자, 전시차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나타나 알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시차의 경우 차량가격의 일정부분을 할인해서 판매한다. 그러나 박씨는 “구입한 차량이 전시차량인줄도 몰랐고, 그래서 제공하는 할인 역시 받은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전시된 기간 동안 많은 사람이 앉았었고 손때가 묻었을 전시차량을 판매 하면서도 코오롱모터스의 딜러 김씨는 박씨에게 아무런 고지도 없었던 것이다.

또한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도용된 것을 알게된 이후 계속해서 박씨를 대신해 나서던 박씨의 남편은 이유를 알 수 없는 화농성관절염으로 입원해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박씨의 사업 역시 이번일로 인해 동업자와의 관계가 틀어져 문을 닫은 상황이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박씨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라며 독자들에게 “BMW를 구입하려고 준비한다면, 코오롱모터스와 도산사거리에 위치한 강남전시장에서는 구입을 한번 더 고려해 볼 것”과 “출고에 관련된 개인정보가 들어있는 서류는 꼭 눈앞에서 파지할 것”을 당부했다.

 

<liebend@ilyosisa.c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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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