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계 '문재인 고사 연합작전' 막전막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독주 막아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내년 2월 치러질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유력 당권주자 중 친노계의 문재인 의원이 단연 선두로 치고나가면서 계파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노계 내부에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문 의원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비노계가 가동시킨 ‘문재인 죽이기 플랜’은 무엇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관심이 벌써부터 내년 2월 치러질 전당대회로 쏠리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의 승자는 차기 총선의 공천권을 쥐락펴락할 강력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차기 전당대회의 승패는 더 나아가 차기 대권경쟁과도 직결되어 있다. 새정치연합 내 모든 의원들의 시선이 차기 전당대회로 쏠리고 있는 이유다. 때문에 벌써부터 지역 조직에서는 차기 당 대표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눈치 보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후문이다.

계파 해체 가능?
믿을 사람 없다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는 계파갈등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당 내에서 치러지는 일체의 선거에서 국회의원이나 당직자들의 특정 후보 지지를 금지하는 혁신안을 의결했지만 과연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유력 당권주자 중 친노계의 문재인 의원이 단연 선두로 치고나가면서 계파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문 의원이 당권을 잡고나면 비노계에 대한 공천학살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문 의원이 계파해체 선언을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비노계에서 문 의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노계가 당권을 잡으면 기껏해야 (비노계에서)상징적인 인물을 몇 명 배려(공천)하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선거인단 데이터 분실 '의도적 삭제?'
김부겸, 당선보단 영남표 분산 포석?

실제로 그동안의 사례를 살펴보면 계파해체 약속이 제대로 지켜졌던 적은 없었다. 가장 최근에도 안철수 세력과 민주당이 합당하면서 5:5정신을 약속했지만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안철수 의원 측 인사는 철저히 배제됐다. 때문에 비노계 내부에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문 의원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선 지난 15일 새정치연합 경선참여선거인단 시민명부 자료가 분실된 것이 비노계의 작전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분실된 자료는 무려 36만명 분이다. 시민선거인단은 지난 2012년 전당대회와 지난 대선 경선과정에서 모집됐으며 친노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당 시민선거인단 명부가 사용된 선거에서 친노계는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비노계에게는 그야말로 눈엣가시 같은 명단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친노계에서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해당 명부를 폐기한 정황이 짙다며 검찰 수사까지 의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당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명부가 담긴 CD를 분실한 것 같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여전히 석연치가 않다. 아무리 당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당직자들이 정신이 없었다지만 무려 36만명 분의 개인정보가 담겨있는 경선참여인단 시민명부를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하고 분실했다는 사실은 쉽게 믿기지가 않는다.

문재인 막아라
뭉치는 비노


문 의원의 대항마로 거론되던 김부겸 전 의원의 당권 도전을 주변에서 부추긴 것도 비노의 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 의원과 함께 새정치연합 당권주자 빅3로 평가되는 박지원, 정세균 의원은 호남 출신이다. 문 의원은 유일한 영남 출신으로 전당대회에서 영남의 몰표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이 문 의원을 이기기 위해서는 영남표의 분산이 필요하다. 김 전 의원은 내리 3선을 했던 자신의 텃밭인 군포를 떠나 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다며 대구에서 출마해 새누리당 후보와 접전을 벌였던 인물이다.

김 전 의원이 당권에 도전한다면 영남표는 크게 분산될 것이 자명했다. 김 전 의원이 출마해 영남표를 분산시키고 박-정 연대가 성사되는 것은 비노계 최상의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사실 김 전 의원은 출마한다고 해도 승리가능성이 높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김 전 의원의 출마를 종용한 것은 처음부터 문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비노계의 계략은 아니었는지 친노계는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김 전 의원은 당권 도전을 사실상 포기했다. 김 전 의원은 이른바 빅3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현재로선 빅3의 전당대회 불출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남에서 문 의원을 견제할 카드는 아직 남아있다. 문 의원의 영원한 앙숙이자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한 조경태 의원이다. 조 의원은 지난 18일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주변에선 당선 가능성이 낮다며 최고위원 도전을 권유했지만 조 의원은 당권 도전 고집을 끝까지 꺾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조 의원이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당권 도전을 고집한 것은 영남에서 문 의원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의원과 조 의원의 특별한 관계 때문이다. 조 의원은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서도 ‘문재인 저격수’를 자처하며 출마했었다.

이후 당 최고위원이 된 이후에는 틈만 나면 친노세력과 문 의원을 비판하며 날을 세워왔다. 김 전 의원에 비해 조 의원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지만 새정치연합 소속으로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한 조 의원의 저력과 그동안 영남에서 닦아놓은 조직력을 무시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비노계 의원들이 우후죽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것도 궁극적으로 문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정치연합의 차기 당권 경쟁은 필연적으로 ‘친노 대 비노’ ‘문재인 대 반문재인’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후보 개개인의 인지도나 지지율 등을 따져보면 현재 새정치연합 당권주자 중에서 문 의원과 대등하게 경쟁할 만한 후보는 사실상 없다. 이에 따라 문 의원을 제외한 다른 주자들끼리 교통정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재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는 당 내에서 치러지는 일체의 선거에서 국회의원이 특정 후보 지지를 금지하는 혁신안을 의결했기 때문에 비노 유력인사들이 미리 출마선언을 한 후 사퇴하는 과정에서 다른 비노후보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는 편법적인 방식으로 문 의원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빅3 후보를 제외하고도 비노계에서 당권 도전이 유력시 되는 인사는 김영환, 박주선, 조경태, 김동철, 박영선, 추미애, 이인영 의원 등이 있다. 이중 박영선 의원은 최근 문 의원을 만나 전당대회 불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다.

진흙탕 싸움
다음 선거 어쩌나

반면 친노계는 교통정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정세균 의원은 범친노계로 분류되기 때문에 문 의원과의 단일화가 예상됐었다. 당권주자 빅3 중 2명이 힘을 합친다면 차기 전당대회는 해보나 마나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회동을 통해 교통정리를 시도했으나 불발된 상황이다. 두 사람의 입장차가 너무 컸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정 의원이 오히려 박지원 의원과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만약 정 의원과 박 의원이 연대한다면 당권 경쟁 과정에서 비노계는 이합집산을 하며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지만 문 의원 측은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별다른 이벤트가 없어 다소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비노계에서 분출되고 있는 분당론도 결과적으로는 문 의원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다. 새정치연합 내에서 분당 가능성을 처음 거론해 화제가 됐던 정대철 상임고문은 최근 “문 의원이 전대에 나오면 당 대표가 되는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정작 당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고문은 이 같은 발언을 하면서 “(문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며 또 한 번 분당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노계 우후죽순 전당대회 출마 선언
"대권후보가 당권 잡으면 당 망한다"

친노진영에선 이런 움직임이 협박정치의 일환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당 내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비노 중진들이 줄이어 전남 강진에서 칩거하고 있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찾아가는가 하면, 안철수·김한길 두 상임고문은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간곡한 요청에도 비대위 참여를 거절하고 외곽에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조경태 의원도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당대회 룰이 너무 일방적으로 문 의원에게 유리해지면) 전당대회 보이콧하고 신당창당에 더 신경을 써야 된다는 내부 의견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의원을 제외한 당권주자들이 끈질기게 주장해온 당권-대권 분리론도 비노계가 문 의원을 공략하는 주요 논리다. 박지원 의원은 당권-대권 분리론에 대해 “대권후보가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당권을 잡았을 때 다른 대권후보가 가만히 있겠는가? 여당에서도 집중 공격할 것”이라며 당권·대권 분리론을 거듭 주장했다.


고심하는 문
해결책 안보여

상황이 이쯤 되자 문 의원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가 점차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전당대회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당 쇄신은 물 건너가고 대권 또한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 의원이 당권 도전을 철회할 경우 친노계에서 문 의원을 대신할 인물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더욱 고심이 깊다. 친노 역시 당권을 비노에게 넘겨준다면 내후년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도 위태롭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가 친노 대 비노 구도로 굳어져 이미 지역 조직에서부터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그나마 약간 상승한 지지율을 다시 까먹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내년 전당대회는 큰 이변 없이 문 의원의 승리로 끝날 수 있을까? 아니면 비노계의 문재인 고사 연합작전이 효과를 발휘할까? 정치권의 이목이 벌써 내년 전당대회로 쏠리고 있다.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