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파동> 드러난 거짓말 총정리

궁지에 몰릴 때마다 거짓부렁으로 넘겼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정윤회 문건 파동’의 후폭풍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의혹의 당사자인 정윤회씨가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해 검찰조사까지 받았으나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일요시사>는 ‘정윤회 문건 파동’ 와중에 드러난 관련자들의 거짓말을 되짚어봤다. 그들의 거짓말을 좇다 보면 자연스럽게 진실에 다가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윤회씨가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로 군림해왔다는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의 후폭풍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8일 <세계일보>가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문건을 공개하고 정씨를 비롯해 청와대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 등 이른바 십상시가 정기적으로 만나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십상시
실체는?

하지만 검찰은 십상시로 지목된 인물들의 통화기록과 그들이 주로 모였다는 강남 J중식당의 CCTV, 카드결제 내역 등을 살펴본 결과 문건 자체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미 국정개입 의혹의 실체는 없다는 결론을 내부적으로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은 정씨가 검찰에 출두하며 한 말처럼 ‘누군가의 불장난’이었을 뿐일까? <일요시사>는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 정윤회 문건 파동 와중에 드러난 관련자들의 거짓말을 되짚어봤다.

우선 사건의 당사자인 정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그만 둔 뒤 야인으로 살고 있고. 그 후로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청와대 비서관들과 한 번도 연락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청와대 접촉 안 했다더니, 통화 시인
서면 보고 없었다더니, 보고 후 묵살


하지만 정씨가 이런 입장을 밝힌 뒤 이틀 만에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정씨와 이재만 비서관이 통화를 했었다는 사실을 폭로하자 정씨는 말을 바꿨다. 정씨는 자신을 음해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통화를 했을 뿐이고 사적인 모임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정씨가 정말 오래 전에 박 대통령의 곁을 떠난 사람이라면 이렇게 쉽게 청와대 비서관들과 통화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정씨가 여전히 대통령 주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씨가 박 대통령의 곁을 떠난 시점도 서로 엇갈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정씨에 대해 2004년 이후 전혀 교류가 없었다고 주장해왔지만, 정작 정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2007년 대선 때 정치인 박근혜의 10년 비서실장을 그만둔 이래 7년간 야인으로 살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과 정씨의 주장을 비교해보면 두 사람의 정치적 결별 시점이 무려 3년이나 차이가 난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때문에 2007년 대선경선 당시 정씨가 ‘삼성동팀’을 만들어 물밑에서 박 대통령을 도왔었다는 루머가 새삼 재조명을 받기도 했다.

삼성동팀
새삼 재조명

박 대통령과 정씨가 만났다는 시점도 두 사람 간 다소 차이가 있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998년 보궐선거 때 정씨가 돕겠다고 해서 그를 기용했다고 했고, 정씨는 지난 1997년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면서 자신을 도와달라고 해서 도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지난 2004년 이후 정씨와 교류가 없었다고 했는데 정씨는 대선이 끝나고 박 대통령이 감사 전화를 걸어왔다고 주장했다. 정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은 무려 10년 전 자신의 곁을 떠난 전직 비서실장에게 대선이 끝난 후 고맙다고 전화를 한 것이 된다.

정치권 인사들은 이 또한 일반적인 정치인과 보좌진의 관계로 볼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은 이에 대해 “(대선 끝나고) 감사 전화 받은 사람이 몇 명 안 된다”며 “(정씨가) 그 안에 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도 서로 엇갈리고 있다. 이번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박관천 경정은 검찰조사에서 ‘믿을만한 제보자’의 첩보를 바탕으로 문건을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 경정의 통화내역 등을 확인해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유력한 제보자로 파악하고 조사했다.

그런데 박 전 청장은 당초 자신이 박 경정에게 이러한 내용을 제보해줬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박 경정에게 그런 제보를 한 적이 없다며 말을 바꿨다. 이외에도 박 경정은 자신의 상사인 조 전 비서관에게 박 전 청장이 ‘십상시’ 모임에도 참석했던 인물이라고 보고했지만 박 전 청장은 “그 모임에 참석한 적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검찰에 따르면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은 검찰조사에서 ‘박 전 청장이 비밀회동의 스폰서처럼 식사비를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박 전 청장이 이번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키맨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박 전 청장은 검찰 조사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박 전 청장은 조사 때마다 진술을 매번 바꾸면서 그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당초 ‘정윤회 동향 문건’과 구두보고만 받았다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실제로는 문건도 함께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 전 비서관은 검찰수사에서 “홍경식 민정수석이 ‘김 실장과 관련된 얘기니 직접 보고하라’고 지시해 직접 보고도 하고 보고서도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조 전 비서관이 정윤회 문건을 직접 들고 대면보고를 했다는 뜻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이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찌라시 수준의 정보라서 묵살했다’는 청와대의 입장은 앞뒤가 맞지 않게 된다. 서면보고까지 받았다면 문건의 내용으로 볼 때 당연히 후속조사가 이뤄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 전 비서관은 검찰조사에서 “김기춘 실장이 수고했다면서 자신은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진술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김 실장이 정씨의 국정개입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방관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승마 국가대표 선발 논란’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와 뒤이은 담당공무원의 교체에 정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한 진실공방도 치열하다. 지난해 이 같은 논란이 벌어졌을 때 청와대와 정부는 전혀 사실무근의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지만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장관은 최근 언론을 통해 박 대통령이 당시 자신을 직접 불러 국·과장의 교체를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대통령과 유 전 장관 중 한 사람은 반드시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

유 전 장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청와대 집무실로 유 전 장관을 불러 문체부 노 아무개 국장과 진 아무개 과장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교체를 지시했다고 한다. 당시 교체된 두 사람은 승마선수인 정씨의 딸과 관련해 승마협회 비리 의혹 감사를 실시했던 인물들이다.

인사개입?
정당한 인사?

검찰의 거짓말도 눈에 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언론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이른바 십상시로 지목된 인물들의 통신기록을 최근 1년치밖에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법상 통신사업자들은 통상적으로 최근 1년치의 기록만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1월부터 청와대에서 정씨의 동향보고 문건이 보고 돼 문제가 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이후로 서로 통화를 하거나 만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기록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고작 지난해 12월 한 달치 기록뿐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역시 국회에서 새해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아 청와대와 정부에 비상이 걸렸던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중간에 모임을 가질 여유가 없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검찰이 확보한 통신기록은 십상시의 무죄를 밝혀줄 결정적 증거라고 보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적인 소견이다.


비서실장 그만 둔 시점도 주장 달라
섣불리 사건 묻으려다 간 역풍 불 것


검찰 또한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그동안 여러 차례 통신기록이 이번 사건의 가장 객관적이고 결정적인 증거라며, 통신기록에서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으니 문건의 신빙성도 떨어진다는 식의 언론플레이를 해왔다.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의도적인 언론플레이가 아니었냐는 의혹이다.

상황이 이쯤 되니 정윤회씨가 지난 8월 독도에서 열린 음악회에 참석했던 정황도 의심스럽다. 정씨는 해당 콘서트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 “임산이라는 사람이 옛날부터 알던 친구고, 자기가 행사 하는 데 가서 바람이나 쐬자고 해서 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정적 증거
믿을 수 있을까?

그런데 임산씨는 지난 2007년부터 호박가족의 대표로 활동해왔던 인물이고 해당 콘서트엔 매년 호박가족 회원들이 참여해왔다. 정씨는 이날 행사에 참석하면서 정윤기라는 가명을 썼는데 가명을 쓴 것도 모자라 정윤기라는 이름의 명함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람이나 쐬자는 취지로 음악회에 참석하면서 가명의 명함까지 준비한 것은 다소 이상해 보인다.

정윤회 문건 파동과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예상대로 문건 진위에 대한 검찰 수사는 신빙성 없음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사건이 진행되면서 드러난 수많은 거짓말로 청와대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바닥에 떨어졌다. 검찰이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해서 섣불리 문건을 허위로 단정하고 파문을 봉합하려고 하다가는 더 큰 국민적 반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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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