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음모론 소문과 진실

"찌라시…" 청와대가 소문 더 키웠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윤회 문건파동이 변곡점을 맞았다. 비선 스캔들의 주인공인 정윤회씨는 지난 10일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발인이자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정씨는 "국정개입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한 점 의심 없이 '비선실세' 의혹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정씨에게 불리한 온갖 정황은 ‘음모론’으로 확산 중이다. 정씨를 감싸고 있는 청와대 역시 '찌라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미스터리만 증폭되는 상황에서 음모론의 참과 거짓을 따져봤다. 어느 쪽이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태민 목사(이하 최태민)의 망령이 살아나고 있다. 이번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가 파문의 중심에 서면서 상당수 국민은 최태민과 박근혜 대통령의 인연을 입에 올리고 있다. 최태민의 사위로 알려진 정씨는 자신의 장인처럼 "큰 영애(박 대통령)를 휘둘러 국정을 농단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최태민의 망령
청와대 덮쳤다

지난 2007년부터 최태민은 박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후보)의 '약한 고리'로 언급돼왔다. 온갖 루머가 생성됐지만 사실로 밝혀진 것은 거의 없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도 최태민 관련 소문은 꾸준히 나돌았다. 이중 일부는 명백한 허위사실이었고, 일부는 검증되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았다. 박근혜정부 출범 전후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힘없는 시민'들은 법정에 섰다. 일부는 구속됐다.

박 대통령의 결혼설과 출산설은 음모론자들의 단골 레퍼토리로 쓰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루머의 당사자는 최태민에서 정윤회로 바뀌었다. 지난 2012년 7월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한 월간지를 통해 박 대통령의 사생아 의혹을 제기했다가 사과했다. 문제의 월간지는 정정보도를 했다. 보도가 사실이 아니었다고 시인한 셈이다. 그러나 김 전 부소장은 허위사실 유포죄로 처벌받지 않았다. 인터뷰를 '한 번'만 했기 때문이다.

각종 설왕설래 확산 미스터리만 증폭
최태민 망령 부활…김재규와 판박이?

출산설을 퍼뜨렸다가 구속된 면면을 보면 대개 관련한 허위사실을 반복 게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음모론은 더욱 진화해서 "박근혜의 숨겨진 아들이 연예인 A씨이고 아버지는 최태민"이라는 형태로 유포됐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후에는 정씨까지 '불륜드라마'에 소환됐다.

지난 10월 서울중앙지법은 '박 대통령이 정씨 및 최태민과 불륜관계'라는 취지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탁모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대통령과 정씨가 불륜관계가 아니며 최태민과도 불륜관계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사생활과 관련한 여러 주장은 진정되지 않고 꾸준히 유통 중이다. 이른바 '7시간'과 관련한 소문 따위가 대표적이다.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은 관심의 대상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침묵을 고집한 사이 풀리지 않는 의혹은 사생활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정윤회'라는 이름이 정가를 넘어 일반 대중에게까지 공공연히 퍼지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정씨를 'VIP(대통령)의 측근'으로 보고 내사를 진행했다. 이번 파문의 핵심 역시 대통령의 사생활이 아니라 '정씨가 정말로 측근이 맞느냐'에 있다.

과거와 닮은 꼴
비선다툼 격화

생년월일, 출신지는 물론 세부 경력까지 베일에 싸인 정씨가 '막후 실세'로 주목받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그가 박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었던 최태민의 사위였다는 것이고, 둘째는 정씨가 박 대통령의 정치입문에 도움을 준 전직 비서실장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가운데 최태민이 유신정권 말기 청와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단순 음모론으로 치부하기에 의문점이 많다.

박근혜정권의 '정윤회 문건 파동'과 유신정권의 '최태민 비위 스캔들'은 여러모로 닮아 있다. 당시 중앙정보부(현 국정원)가 작성한 '최태민에 대한 수사보고서'(2007년 공개)에는 최태민이 큰 영애를 등에 업고 청와대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파악한 최태민의 비리 의혹은 40여 가지에 달했다. 김 부장은 최태민과 관련한 보고서를 만들어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그런데 최고 권력자는 이를 눈감았다고 전해진다. 김 부장은 박정희 살해사건 공판 과정에서 '최태민의 권력형 비리를 '각하'가 눈감은 게 10·26의 한 원인'이라는 취지로 항소이유를 적었다. 이와 관련 김 부장의 주장이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기만술'이라는 반론이 있다.

그런데 이번 문건파동을 살피면 당시 상황과 흐름이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중앙정보부를 공직기강비서관실로 바꾸고, 최태민 대신 정씨의 이름을 집어넣으면 퍼즐이 맞춰진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 등을 문제 삼자 최고 권력자가 이를 묵살하고 옹호하는 그림이다.

신군부가 들어서자 최태민을 겨냥한 수사는 흐지부지됐다. 기업들로부터 모금을 했다는 등의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되지 못했다. 박 대통령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퍼스트레이디가 된 후 견제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진술로 세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김 부장이 당시 차지철 경호실장과 권력암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충성경쟁을 벌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권력'에서 배제된 공직기강비서관실이 VIP의 눈에 들기 위해 과장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청와대는 관련 보고서를 '찌라시'로 규정함으로써 정씨 측 입장에 힘을 실었다. 나아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문서 유출의 배후로 지목해 궁지로 몰아넣는 실정이다.

십상시는 없는데
양천모임은 있다?

외형적으로 이번 사건의 칼자루는 두 사람이 쥐고 있다. 정씨와 조 전 비서관이다. 한쪽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전화를 넣어 고위공직자(조 전 비서관)에게 "전화 좀 받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다른 한쪽은 대통령 측근이 연루된 고급정보를 다루다가 지금은 청와대와 각을 세운 사람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최근 자체 감찰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사건을 조 전 비서관의 '자작극'으로 잠정 결론 냈다. 문건 작성과 유출 과정에 조 전 비서관을 필두로 한 이른바 '7인회'가 개입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선 '양천모임(조응천·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이 있었다'는 식의 또 다른 음모론이 비등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복수 언론 인터뷰를 통해 7인회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청와대의 감찰결과를 사실로 가정하면 이번 문건파동은 '박지만 라인'인 조 전 비서관과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의 인사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타당하다. 앞서 조 전 비서관은 박지만 EG회장의 최측근으로 지목된 전모씨를 청와대에 배치시키려다 정 비서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박지만 라인이 정 비서관의 '약한 고리'인 정씨를 건드려 보복을 꾀했다는 주장이다.

설…설…설… 김기춘 가담설
문고리 내분설 박지만 배후설

현재 검찰 수사는 정씨보다는 '양천'을 겨냥한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 주변 인물들에 대해 구속영장(이 가운데 최모 경위 사망)을 청구한 것이 상징적이다. 정씨는 기세등등했다. 고발인이자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한 정씨는 "이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고, 누가 춤을 췄는지 밝혀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조사를 받기도 전에 '나는 수사결과를 알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한 것이다.

다수 언론은 정씨의 발언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으러 온 민간인이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라고 논평했다. 정씨를 본 사람들은 그가 상당한 실세라는 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정씨는 박 대통령의 당선 직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감사전화를 받은 몇 안 되는 인물로 알려졌다. 때문에 청와대 입장에서도 박 대통령과 정씨가 가까운 사이라는 '팩트'만큼은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정씨가 실제 국정에 개입했는지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청와대와 검찰은 한목소리로 십상시 회동이 없었다는 쪽으로 여론을 몰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일부 여권에선 '3인방 내분설'을 언급하고 있다. 정부가 출범한 뒤로 이재만·정호성·안봉근 세 비서관이 서로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소 닭 보듯 한다"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이재만 총무비서관의 경우 정씨로부터 얼마 전까지 전화를 받았고, 그 통화내용을 청와대 내부로 전달했다는 점에서 의심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지만도 내상
김기춘은 침묵

올 초 <시사저널>은 "정씨가 박 회장에게 미행을 붙였다"고 보도하면서 권력암투설에 무게를 실었다. 당시 정씨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뜻밖에도 음해의 배후로 박 회장을 거론했다. 청와대의 감찰 결과에도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유출된 문건을 회수해야 한다고 직보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장 진위가 가려지진 않겠지만 '박지만 배후설'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키는 박 회장의 핫라인인 조 전 비서관이 쥐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12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유출에 관여한) 오모 행정관에게 문건 작성 및 유출 전반에 걸쳐 조응천이 주도했다는 걸 서명·날인하라고 계속 강요했는데 정씨도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며 "7인회(얘기)는 그걸 뒷받침하기 위한 스트럭처다. (정씨가) 청와대 애들하고 대책을 만들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씨가 청와대와 공모해 사건을 무마하려한다는 의혹이다.

이 지점에서 외관상 '허수아비'였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가담설'이 음모론 형태로 대두 중이다. 홍경식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가까운 관계였던 김 실장은 보고를 고의누락하면서 사건을 확대시켰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청와대가 지난 6월께 문건 유출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앞서 박 회장 측은 여러 경로로 문건 유출 사실을 청와대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비서실은 별다른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이들이 '가만히 있었던' 이유가 비선 스캔들의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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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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