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③이용백 피앤디밸리 대표

돈 없다더니 연예인과 골프대회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무려 40조원에 달했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법인은 10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3화는 11억4000만원을 체납한 이용백 피앤디밸리 대표다.

피앤디밸리라는 건설회사가 있다. 2000년대 중반 경기도 성남에 준공된 SKn테크노파크의 시행사다. 피앤디밸리의 관계사인 피앤디그룹은 "일본에 5곳, 한국에 3곳의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고 홍보 중이다. 피앤디그룹은 최근 대구의 토종기업인 제이스그룹과 사실상 합병해 제이스피앤디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100억대 체납

피앤디밸리의 대표이사는 이용백씨다. 법인 피앤디밸리는 2011년 1월부터 지방소득세를 체납했다. 서울시가 징수할 체납액은 11억4000만원이다.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피앤디밸리는 2006년부터 법인세 등 5건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이 거둬갈 세금은 90억3700만원이다.

피앤디밸리가 체납한 100억원대의 세금은 1차적으로 이씨에게 그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이씨는 국내외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심지어는 언론에서 주는 상까지 받았다. 매체는 이씨를 가리켜 '영광의 얼굴'이라고 했다.

직원들은 그를 '부회장님'으로 불렀다. 이씨는 피앤디그룹의 대표였으며, 현재 제이스피앤디그룹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05년 <한국경제>에 소개된 PR기사가 있다. 이씨는 자신을 "앞선 안목으로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CEO"라고 자평했다.


기사 내용을 인용하면 피앤디그룹은 부동산 틈새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글로벌기업'이다. 대구 등을 지역적 기반으로 하고 있다. 피앤디그룹은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JC페니와 독점계약을 체결했다. JC페니는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미국에서 손꼽히는 유통업체다.

실제로 이씨는 지난 2006년께 JC페니 국내 사업권자로 200평대 매장을 운영했다. 그러나 유명세를 빌려온 것이었을 뿐 JC페니백화점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씨는 "JC 페니와의 계약을 통해 국내 유통업계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JC페니란 이름은 현재 업계에서 들리지 않는다.

이씨는 2009년 12월 패션브랜드 톰보이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대표이사는 신수천씨였다. 신씨는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사채를 끌어다 쓰는 등 회사 경영사정을 악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톰보이는 2010년 7월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씨도 경영진에서 물러났다. 이때도 세금은 내지 않았다.

여전히 떵떵…직원들은 '부회장님' 불러
38세금징수팀도 별다른 소득 없이 손들어
"왜 안 내냐" 묻자 "서울시에 따져라" 발끈

이씨의 이름이 다시 언론에 등장한 건 2013년 5월이다. 이씨는 KTX 동대구역 앞에 메리어트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으로 돌아왔다. 취재결과 이씨는 2013년 1월 김모씨와 함께 대구시 동구에 제이스피앤디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종은 숙박업, 자본금은 1억원으로 기재됐다.

서울에서 사실상 체납자 신분이었던 이씨는 대구에서 '대표님'으로 부활했다. 서울시38세금징수과 담당 조사관은 "법인 대표가 부실한 회사를 폐업하고, 유사 업종으로 사업자등록을 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전후 법인이 "연속성이 있는 것을 따져야만 세금을 징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조세회피범들은 "법인을 끊임없이 없애고 만드는 수법"으로 당국의 추적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회장으로 있는 피앤디그룹은 2014년 8월 '그룹회장님 수행기사'를 채용했다. 11월에도 같은 공고를 냈다. 세금 낼 돈은 없지만 개인비서는 필요했던 셈이다. 이에 대해 피앤디그룹 관계자(이씨 혹은 비서로 추정)는 "당신이 봤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채용공고를 조목조목 읽어주니 "목적이 뭐냐"고만 했다.


이씨는 K대학교 총동문회 부회장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지난 9일 총동문회 측에 문의했다. 총동문회는 "동문회비를 납부하면 부회장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 답했다. 기본 회비는 30만원 선으로 액수가 크지 않았다. 단 이씨가 얼마만큼의 동문회비를 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씨 측에 '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당신 같은 기자에게 말할 이유가 없다"며 윽박질렀다. '공익적인 목적'이라는 취지로 다시 물었다. 그러자 "나한테 전화하지 말고 서울시에 따지라"며 전화를 끊었다.

수차례 다시 전화했지만 그때마다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서울시38세금징수과는 "서초동에 있는 이씨의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며 "(지금은 일이 많아) 내년이 돼야 징세계획을 살필 수 있을 것"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이씨는 이달 초 일본에 있는 골프장에 들러 현지 직원들과 만났다. 체납 여부와 상관없이 해외를 드나들 수 있었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체납한 세금이 있다고 해서 출국금지를 내릴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다른 체납자 가운데는 우리가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법원이 그렇게 보지 않아 해외로 도피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잘산다

지난 10월 제이스피앤디그룹은 가수 H씨, 개그맨 J씨, 방송인 K씨 등을 불러 친선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앞서 밝혔듯 제이스피앤디그룹은 경북 지역에만 3개의 골프장을 갖고 있다. 이 자리에는 이씨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씨는 최근 부하직원들을 상대로 자사 호텔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정당한 기업 활동은 보장돼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2006년 한 해 매출이 1000억원을 넘었던 자칭 '글로벌 CEO'가 거액의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것은 다른 문제다. 당시 이씨는 샤브샤브전문점 등 외식사업에까지 발을 뻗쳤다. 그 많던 이씨의 돈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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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