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현지녀 초이스’ 필리핀 황제투어 천태만상

‘10대 바바에’ 끼고 2박3일 섹스관광

[일요시사 사회팀] 김종민 기자 = 2013년 12월, 남성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여행 카페를 차려놓고 필리핀 원정 성매매를 알선해온 일당과 성매수 남성 37명이 무더기로 적발되는 사건이 있었다. 성매매 관광을 다녀온 회원들은 후기를 올려 공유했고, 개중에는 40차례 넘게 원정 성매매를 갔다온 남성도 있었다. 경찰은 수사를 확대했고, 인터넷 여행 카페 등을 통해 필리핀 성매매를 알선하는 여행사는 줄어드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더 깊은 음지로 숨어들었을 뿐이다. <일요시사>가 그 속을 낱낱이 파헤쳐 봤다.

'○○센터' '△△넷' '●톡' 'XXX69' 국내·외를 막론하고 '밤 문화'를 즐기는 한국 남성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다. 해당 사이트는 경찰청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당국의 집중 감시를 받고 있어 한 달에도 몇 번씩 접속이 차단되고 있다. 그럼에도 각 사이트는 차단된 즉시 다른 도메인 주소를 구입해 다시 문을 여는 방법으로 남성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차단-주소 변경-차단-주소 변경'을 반복하는 것이다.

다시 고개드는
원정 성매매

사이트에는 각종 유흥정보를 포함, '야동' '야사' 등이 공유되고 국내 성매매 혹은 유사 성행위 업소 홍보와 함께 업소를 이용한 남성들의 '후기'가 소개되고 있다. 업소의 위치와 전화번호, 업소 여성들의 프로필, 가격, 수위까지 한 방에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

사이트에 소개되는 업소나 후기 대부분은 국내 업소다. 강남권이 가장 많고, 강남을 제외한 서울 지역, 인천·수원·평택·안양 등 경기도 주요 지역, 부산·창원·광주 등 지방 지역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업소 홍보란과 후기란에서 20개 중 1개 꼴로 올라오는 특이한 게시물이 있다. 해외 원정 성매매, 그 중 필리핀 원정 성매매에 대한 정보와 후기들이다. 필리핀 원정 성매매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확실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이른바 '황제관광'으로 불린다.

'황제관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필리핀 현지 성매매에 대한 언론 보도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2004년 9월23일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중국이나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에서 이뤄지는 기업의 '해외 원정 성접대'가 늘기 시작했고 2005년 5월에는 9명의 한국 관광객이 베트남 유흥업소 여종업원들과의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뒤 강제출국 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한국 남성들의 원정 성매매로 한국의 이미지는 급속도로 추락했다. 한국인 관광객 전체가 성매매를 위해 동남아를 찾는 다는 불미스러운 시각이 퍼졌고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에서는 '동남아 성매매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2006년부터는 기존 관광 코스에 성매매 코스를 끼워 넣은 여행 상품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황제관광'이라는 이름으로 동남아를 찾는 한국 남성들이 급증하면서 알선자와 성매수 남이 검거되는 일도 빈번해졌다.

최근에는 지난해 12월, 인터넷을 통해 필리핀 원정 성매매를 알선해 온 일당과 성매수 남성 37명이 무더기로 입건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이 원정 성매매 적발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해외 성매매를 알선하는 인터넷 카페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다만 예전보다는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더 깊은 음지로 숨어들었다는 얘기다.

'황제관광'은 어떤 방법으로 이뤄지는 걸까? <일요시사>가 필리핀 현지에서 '황제관광'을 알선하는 인터넷 카페에 직접 가입해 상담을 받아 봤다.

카톡 실시간 답변…예약까지 일사천리
여성 얼굴 사진 공개…이용후기 공유

기자는 지난달 30일 국내 한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인 '○○센터'의 지방 유흥업소 소개 게시판에서 '필리핀 애인대행/아내대행 특급투어'라는 게시글을 찾을 수 있었다. 게시글을 클릭하고 들어가니 업체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등장했다. '○○걸'이라는 이름의 이 업체는 '필리핀 애인대행/아내대행 투어 전문 업체'라고 소개가 되어 있었고, 업체 사이트 주소가 적혀 있었다.

'술집 여성(KTV)이 아닌 필리핀 일반인(대학생, 직장인) 여성들이 24시간 회원님들께 밀착해 애인처럼, 아내처럼 편안하고, 때론 섹시하게 곁에서 보좌해주는 시스템'이라는 콘셉이었다.

여행 패키지는 '호텔+애인' '풀빌라+애인' '골프+애인' '카지노+애인' '게스트하우스+아내' '그룹 파티' 등 총 6개로 구성되어 있었다. 일정은 '공항픽업→숙소이동→마사지→애인/아내 만남→자유시간'이라고 간략하게 소개됐다. 비용에 대한 부분도 "동종업계 수준 보다 저렴하다. 현지 물가에 100% 준해 정산된다"는 짧은 정보뿐이었다. 대신 연락을 위한 카카오톡 아이디와 인터넷 전화번호가 명시되어 있었다. 더 자세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해당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취했다.

먼저 나와 있는 아이디가 해당 업체 실제 아이디인지 확인하기 위해 "'○○걸' 카톡이 맞느냐"고 물었다. 정확히 1시간 뒤 상대는 "맞다. 아이디를 알려달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기자가 카톡 아이디냐. 사이트 아이디냐"고 묻자 상대는 "○○걸 아이디"라는 답장을 보냈다.

알려준 사이트에 가입을 하고 아이디를 알려 주고 10여분이 지나자 "등업(회원등급상승)이 됐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사이트 공지사항을 살펴봤다. 기본적인 시스템은 이렇다. 첫 번째는 '선택방법'이다.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은 사이트 운영진이 보내 준 현지 여성들의 사진을 보고 여러 여성을 선택한다. 남성들이 원하는 스타일을 말하면 운영진들은 남성들이 고른 여성들 중 남성 취향과 가장 비슷한 여성을 골라 준다. 남성은 그를 종합해 원하는 여성을 선택한다.
 

두 번째는 '시간'이다. 3박4일을 기준으로 첫날은 12시간, 둘째 날부터는 24시간이 적용된다. 보통 첫날 저녁에 여성을 만나 마지막 날 오전이나 정오쯤 헤어진다고 한다. 일반 업소처럼 시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시간은 조정이 가능하다.

마지막은 '콘셉'이다. 여행기간 동안 친구처럼, 애인처럼, 마누라처럼 대하면서 회원들은 하고 싶은 대로 어떤 활동이든 부담 없이 하면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자신이 없다고 하면 운영진들이 나서서 최고의 만족을 선사한다고 한다.

비용은 얼마가 들지 궁금해졌다. 사이트에는 '회원님들이 원하는 패키지 종류와 일정을 알려주시면 그에 따른 상세한 견적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견적 문의는 사이트 견적문의를 클릭해 주시거나 카톡을 통해 연락주시면 신속하고 상세하게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는 공지글이 띄워져 있었다.

패키지 중 하나를 선택해 카톡으로 견적을 문의해 봤다. 답변은 신속하고 정확했다.

일단 "2500페소 저가호텔부터 8000페소 5성까지 다양하다"며 호텔 급수를 선택하라고 했다. 5000페소(한화 11만원) 상당의 4성을 선택하자 "액티비티는 어떤 걸로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잘 모르겠다고'하자 잠발레스 호핑을 권했다. 잠발레스는 필리핀 마닐라 북·서쪽에 있는 해안지역으로 호핑은 방카(양 옆에 날개가 달린 배)를 타고 주변 섬 일주 관광과 낚시, 스노쿨링 등을 즐기는 관광이다.

24시간 애인대행
47만원이면 'OK'

그가 권한 잠발레스 호핑의 가격은 1인당 3000페소, 한화 6만5000원 상당이다. 식사와 술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호핑을 투어에 넣겠다는 답을 보내자 이번에는 온천 관광 코스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그는 필리핀 대표관광지 푸닝 온천 사진 7장을 보낸 뒤 1인당 3500페소라고 말했다. 호핑만 선택한다고 하자 그는 "점심시간이라 점심을 먹고 나서 견적을 내서 견적서를 송부하겠다"고 말했다.

기다리는 동안 '에스코트걸'이라는 이름의 현지 성매매 여성 프로필을 살펴봤다. '○○걸'에 등록되어 있는 에스코트걸은 모두 69명. 69명 모두 사이트 프로필 란에 얼굴사진이 공개되어 있었다. 딱 봐도 어린나이. 개중에는 미성년자로 생각되는 외모의 여성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이름이나 나이, 직업 등 개인적인 정보는 적혀 있지 않았다.

또 다른 필리핀 '황제관광' 알선 카페인 'XXX 필리핀 에스코트 서비스'라는 곳을 들어가 봤다. 이곳에서는 가입을 하고 가입인사를 작성하고 아무 글에서 댓글을 달면 등업이 이뤄졌고 패키지에 따른 비용 또한 비교적 쉽게 확인이 가능했다. 패키지는 월 한정 패키지를 제외하고 모두 6개. '3박4일 골프+가이드걸 패키지' '헌드레드 아일랜드 패키지' '루존 비치 패키지' '순수 밤문화 패키지' '2박3일 직장인 전용 패키지' 등이다.

이중 '2박3일 직장인 전용 패키지'를 클릭해 봤다. 비용은 2인기준 1인당 59만원, 3인 기준 1인당 55만원, 4인 기준 1인당 49만원이었다. 비용에는 풀빌라 2박, 조식, 에코 2박, 한국인가이드, 전용차량, 공항 무료픽업이 포함됐고 항공료와 식대(중·석식)는 불포함됐다.

'1인당 200만원' 비싼 게 아니다?
음지로 숨은 성매매 알선 사이트

다른 패키지인 '3박4일 골프+가이드걸 패키지'의 경우 54홀 그린피, 캐디피, 카드피, 전용차량, 전용가이드, 호텔, 에코걸 3박이 포함되어 1인당 107만원. 이 패키지 역시 중·석식과 팁, 기타 용돈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 사이트 역시 성매매 여성들의 모습이 확인됐다. 소개된 여성은 90여명. '○○걸'과 달리 여성의 성격까지 소개되고 있었다.

약 1시간 뒤 '○○걸' 운영자로부터 견적서가 완성됐다는 메시지와 함께 '견적_XXX회원님(호텔)(2014년 10월30일 작성)'이라는 엑셀문서가 하나 도착했다. 2인 기준으로 작성된 견적서에는 4성급 호텔 3박, 호핑, 가이드, 차량 비용과 에코(성매매 여성이 24시간 동안 에스코트하는 비용) 등이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총 견적은 13만6000페소. 한화로는 314만9760원으로 1인당 157만4880원이었다. 에코 비용만 141만5000원에 달했다.

이후 예약 진행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걸' 운영진은 "사이트 상 아가씨들의 얼굴사진을 보고 몇 명을 골라주면 전신사진 등 더 자세하게 나온 사진을 보내주겠다"며 "유흥업소처럼 여러 명을 세워놓고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막상 만났을 때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현지에서 체인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여성들이 업소에 소속되어 있는 여성이 아니라 대학생, 직장인, 프리랜서 모델 등 저마다의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시간이 맞는 여성들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견적서에 따르면 1인당 3박4일 '황제관광' 비용은 약 150만원. 호텔 등급과 액티비티 이용 여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그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130만∼170만원 사이다. 여기에 항공료 약 50만원과 기타 제반 비용을 포함하면 200만원이 넘는다. 만만치 않은 금액, 실제로 필리핀 원정 성매매를 떠나는 남성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몇몇 사이트 후기게시판을 살펴본 결과 쓸데없는 의심임을 깨달았다.

아이디 글쓴**은 '○○걸' 이용후기에 '카지노+애인 후기'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이 남성은 "첫째날 도착해서 짐을 푼 뒤 미리 점 찍어둔 에코걸과의 미팅 후 에코걸과 함께 카지노로 향했습니다. 따고 잃기를 반복하다 보니 벌써 자정, 에코걸과 호텔로가 딩가딩가 놀다가 에코걸과 맥주 한잔 후 침대로 직행, 취기가 올라서 그런지 몰라도 서비스가 죽여주더군요. 긴가민가 했는데, 진짜 거기가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자금 와서 생각해도 짜릿합니다. 다음 날에는 카지노에 들렸다가 에코걸과 해산물로 맥주 한잔, 근처 쇼핑몰에서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호텔로 돌아와 샤워 후 에코걸과 침대에서 뒹굴뒹굴 대다가 한판하고 쉬었다가 또 하고. 마지막 날 정말 헤어지기 싫더라구요. 아무튼 잊지 못할 추억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헤어지기 싫었다"
100% 만족의 이유

아이디 파트**도 "2014년 5월 남자 둘이 필리핀 세부로 ○○걸을 통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첫날에는 짐만 풀고 이튿날 에코걸을 만나 식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와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부비부비도 하고 스킨십도 하고 섹스도 하고. 너무 좋아서 올해 다시 가려고 예약을 또 잡아놨습니다"라는 후기를 남겼다.

'황제관광'을 다녀왔거나 갈 예정인 남성들은 "결코 비싼 금액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내년 1월 3박4일 일정으로 다시 한번 '황제관광'을 갈 예정이라는 남성 A씨는 그 이유를 국내 성매매 비용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한국에서 속칭 '풀사롱'이라는 곳을 가면 1인당 35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 깨진다. 그것도 아가씨와 길어 봤자 반나절 같이 있을 뿐이다. 술을 추가하고 밴드도 부르면 100만원도 나온다. 그런데 필리핀은 다르다. 200만원 정도면 3박4일동안 아가씨를 끌어 안고 지낼 수 있다"고 전했다.

 

<kj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섹스관광’ 단속 어렵나?

필리핀 ‘섹스관광’은 명백한 불법이다. 필리핀도 한국처럼 성매매가 불법인 나라다. 처벌은 한국보다 엄격하다. 인신매매방지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적발 시 중형에 처해진다.

필리핀에서 처벌을 받았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성매매 특별법으로 다시 한 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필리핀 ‘황제관광’은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다.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풀빌라 등 사생활이 보호되는 곳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며 아예 단속을 피해 사람이 없는 섬으로 이동해 성매매가 이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원정 성매매 근절을 위해서는 한국 성매수자들이 스스로 위험성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성매수 남성들이 법적 처분 외에 직접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피해는 성병이다. 필리핀은 최근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필리핀에서 한달동안 358명의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했고 2012년 대비 22% 증가한 수치로 파악됐다.

지난해 12월 ‘황제관광’으로 적발된 37명 중 10명은 성병에 걸려 돌아왔다. ‘요도염’이나 ‘헤르페스’ ‘임질’ ‘매독’ 등이다. 간접 피해는 한국으로 돌아온 남성들과 성관계를 가진 여성들이 볼 수 있다. 성병은 바이러스 질환으로 전염의 우려가 있다. 헤르페스의 경우 피부에 포진이 생기고 발열, 근육통, 피로감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임산부라면 태아가 출산 과정에서 단순포진 바이러스에 감염 될 수 있다. 임질의 경우 자궁내막염, 난관염, 골반감염으로 진행할 수 있고 불임이 되거나 자궁외 임신이 발생할 수 있다. 드물게 패혈증이 초래되고 관절염, 뇌수막염, 심내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성병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환자와의 성적인 접촉을 피하는 것이다. 콘돔을 끼면 괜찮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성관계시 콘돔으로 가려지는 부분은 남성 성기의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성 성기와 접촉되는 부분이 콘돔을 낀 부분만이 아니기에 다른 부분을 통한 감염이 충분히 가능하다. 100% 안전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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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폴 적색수배’<br> 황하나 근황 포착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
황하나 근황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은 황하나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월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씨를 형사 입건했다. 앞서 황씨는 2023년 9월, 영화배우 고 이선균을 협박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 등과 함께 내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간이시약 검사 등을 통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했다. 수사를 받던 황씨는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마약과 성매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자 태국에 있는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영사 조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황씨는 지난 1년 사이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유튜브 채널 ‘크라임넷’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현재 프놈펜 소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한국인 남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태국으로 도주한 황씨는 자동차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현지인 N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N씨는 태국 상류층을 뜻하는 ‘하이소(High-Society)’로 분류되는 유명인사다. 황씨의 지인이자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여성 Y씨는 “(자신과 함께) N씨가 클럽, 유흥업소 등에서 황씨와 파티를 즐겼다”고 알려왔다. 태국에서 상위 10% 미만에 속하는 재벌인 하이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파티를 즐길 뿐더러, 전관예우 등에 따라 현지 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대상이다. 황씨가 N씨의 비호를 받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Y씨를 비롯한 다수의 제보자는 황씨가 태국, 캄보디아 등을 오가며 성매매,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한국에 있던 Y씨 등을 불러 현지 남성과의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황씨는 과거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에이미(이윤지) 등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여유로운 삶을 이어갔다. 현지 정보망에 따르면 황씨는 하이소들과 함께 했기에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이소의 권력이 얼만큼인지 나타내는 실제 사례도 있다.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의 뺑소니 사망사건이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하고 있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도망쳤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 주장을 인정하고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불기소됐고, 이후 마약 복용에 따른 처벌도 면했다. 경찰 추적 중에도 호화 생활 동남아 오가며 ‘환락 파티’ 2022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마약법 개정으로 만료됐다고 현지 검찰총장실 대변인이 밝혔다. 1979년 제정된 마약법을 보면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 징역에 처하고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오라윳의 공소시효는 그해 9월3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발효된 새로운 마약법에 따르면, 코카인 복용은 징역 1년에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에 따라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자동 기각됐다는 것이다. 오라윳은 이를 틈타 해외로 도주했다. 불기소 결정 뒤 반정부 집회가 열릴 만큼 반발은 심했다. 결국 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경은 뒤늦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에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도 추가했다. 하지만 오라윳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해 데려오기 전까지는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오라윳에게 남은 혐의는 과실치사뿐이며 공소시효는 2027년 9월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동남아로 도주하기 전 마약을 투약한 것과 더불어 지인에게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황씨의 지인 J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황하나가 나에게 좋은 거 있는데 해볼래?”라며 팔에 주사로 된 약물을 주입했다. 그는 “좋은 거라길래 설마 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게 됐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주사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J씨는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고 경찰에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황씨는 지난해 3월19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술은 왜 마셔요? 마약이 더 좋은데”라며 “왜 기자들은 내 기사만 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약쟁이들도 많은데, 좀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씨의 아버지 황재필씨는 “딸이 적색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카카오 메시지를 읽었지만, 묵묵부답이다. 태국 재벌 ‘하이소’ 조력 “나 잡아봐라” 수사망 피해 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로 전환된 황하나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황씨가 이번에 귀국하게 되면, 앞으로 1년 이상 태국에 재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이자,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의 전 약혼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황씨는 2019년 11월 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앞서 여러 차례 마약 투약으로 처벌받은 이력도 있다.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투약했다. 2018년 4월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7월9일 재차 마약을 투약해 1심 판결로 추징금 40만원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 마약 투약죄로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종범죄 재범에 이종범죄까지 저지른 대가로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 당시 마약 혐의와 함께 2020년 11월, 시가 500만원 상당의 명품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기소된 이후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28일 2심 판결서 검찰은 황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황씨는 최후 진술에서 “휴대전화도 없애고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고 제가 할 수 있는 성취감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보겠다”면서 “지난 3~4년간 수면제나 마약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제가 너무 하찮게 다뤘고 죽음도 쉽게 생각하며 저를 막 대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변론했다. 그해 11월15일 2심 판결서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서 이동 이후 2023년 이선균 마약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황씨를 포함해 총 8명이 마약을 투약한 단서를 포착하고, 일부는 형사 입건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황씨는 내사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사 대상에 오른 인물 1명과 성명불상자 1명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수의 제보자들은 “황하나는 이선균이 협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와 유흥업소 여종업원 김씨의 협박 행각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