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현지녀 초이스’ 필리핀 황제투어 천태만상

‘10대 바바에’ 끼고 2박3일 섹스관광

[일요시사 사회팀] 김종민 기자 = 2013년 12월, 남성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여행 카페를 차려놓고 필리핀 원정 성매매를 알선해온 일당과 성매수 남성 37명이 무더기로 적발되는 사건이 있었다. 성매매 관광을 다녀온 회원들은 후기를 올려 공유했고, 개중에는 40차례 넘게 원정 성매매를 갔다온 남성도 있었다. 경찰은 수사를 확대했고, 인터넷 여행 카페 등을 통해 필리핀 성매매를 알선하는 여행사는 줄어드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더 깊은 음지로 숨어들었을 뿐이다. <일요시사>가 그 속을 낱낱이 파헤쳐 봤다.

'○○센터' '△△넷' '●톡' 'XXX69' 국내·외를 막론하고 '밤 문화'를 즐기는 한국 남성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다. 해당 사이트는 경찰청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당국의 집중 감시를 받고 있어 한 달에도 몇 번씩 접속이 차단되고 있다. 그럼에도 각 사이트는 차단된 즉시 다른 도메인 주소를 구입해 다시 문을 여는 방법으로 남성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차단-주소 변경-차단-주소 변경'을 반복하는 것이다.

다시 고개드는
원정 성매매

사이트에는 각종 유흥정보를 포함, '야동' '야사' 등이 공유되고 국내 성매매 혹은 유사 성행위 업소 홍보와 함께 업소를 이용한 남성들의 '후기'가 소개되고 있다. 업소의 위치와 전화번호, 업소 여성들의 프로필, 가격, 수위까지 한 방에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

사이트에 소개되는 업소나 후기 대부분은 국내 업소다. 강남권이 가장 많고, 강남을 제외한 서울 지역, 인천·수원·평택·안양 등 경기도 주요 지역, 부산·창원·광주 등 지방 지역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업소 홍보란과 후기란에서 20개 중 1개 꼴로 올라오는 특이한 게시물이 있다. 해외 원정 성매매, 그 중 필리핀 원정 성매매에 대한 정보와 후기들이다. 필리핀 원정 성매매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확실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이른바 '황제관광'으로 불린다.

'황제관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필리핀 현지 성매매에 대한 언론 보도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2004년 9월23일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중국이나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에서 이뤄지는 기업의 '해외 원정 성접대'가 늘기 시작했고 2005년 5월에는 9명의 한국 관광객이 베트남 유흥업소 여종업원들과의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뒤 강제출국 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한국 남성들의 원정 성매매로 한국의 이미지는 급속도로 추락했다. 한국인 관광객 전체가 성매매를 위해 동남아를 찾는 다는 불미스러운 시각이 퍼졌고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에서는 '동남아 성매매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2006년부터는 기존 관광 코스에 성매매 코스를 끼워 넣은 여행 상품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황제관광'이라는 이름으로 동남아를 찾는 한국 남성들이 급증하면서 알선자와 성매수 남이 검거되는 일도 빈번해졌다.

최근에는 지난해 12월, 인터넷을 통해 필리핀 원정 성매매를 알선해 온 일당과 성매수 남성 37명이 무더기로 입건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이 원정 성매매 적발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해외 성매매를 알선하는 인터넷 카페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다만 예전보다는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더 깊은 음지로 숨어들었다는 얘기다.

'황제관광'은 어떤 방법으로 이뤄지는 걸까? <일요시사>가 필리핀 현지에서 '황제관광'을 알선하는 인터넷 카페에 직접 가입해 상담을 받아 봤다.

카톡 실시간 답변…예약까지 일사천리
여성 얼굴 사진 공개…이용후기 공유

기자는 지난달 30일 국내 한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인 '○○센터'의 지방 유흥업소 소개 게시판에서 '필리핀 애인대행/아내대행 특급투어'라는 게시글을 찾을 수 있었다. 게시글을 클릭하고 들어가니 업체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등장했다. '○○걸'이라는 이름의 이 업체는 '필리핀 애인대행/아내대행 투어 전문 업체'라고 소개가 되어 있었고, 업체 사이트 주소가 적혀 있었다.

'술집 여성(KTV)이 아닌 필리핀 일반인(대학생, 직장인) 여성들이 24시간 회원님들께 밀착해 애인처럼, 아내처럼 편안하고, 때론 섹시하게 곁에서 보좌해주는 시스템'이라는 콘셉이었다.

여행 패키지는 '호텔+애인' '풀빌라+애인' '골프+애인' '카지노+애인' '게스트하우스+아내' '그룹 파티' 등 총 6개로 구성되어 있었다. 일정은 '공항픽업→숙소이동→마사지→애인/아내 만남→자유시간'이라고 간략하게 소개됐다. 비용에 대한 부분도 "동종업계 수준 보다 저렴하다. 현지 물가에 100% 준해 정산된다"는 짧은 정보뿐이었다. 대신 연락을 위한 카카오톡 아이디와 인터넷 전화번호가 명시되어 있었다. 더 자세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해당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취했다.

먼저 나와 있는 아이디가 해당 업체 실제 아이디인지 확인하기 위해 "'○○걸' 카톡이 맞느냐"고 물었다. 정확히 1시간 뒤 상대는 "맞다. 아이디를 알려달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기자가 카톡 아이디냐. 사이트 아이디냐"고 묻자 상대는 "○○걸 아이디"라는 답장을 보냈다.

알려준 사이트에 가입을 하고 아이디를 알려 주고 10여분이 지나자 "등업(회원등급상승)이 됐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사이트 공지사항을 살펴봤다. 기본적인 시스템은 이렇다. 첫 번째는 '선택방법'이다.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은 사이트 운영진이 보내 준 현지 여성들의 사진을 보고 여러 여성을 선택한다. 남성들이 원하는 스타일을 말하면 운영진들은 남성들이 고른 여성들 중 남성 취향과 가장 비슷한 여성을 골라 준다. 남성은 그를 종합해 원하는 여성을 선택한다.
 

두 번째는 '시간'이다. 3박4일을 기준으로 첫날은 12시간, 둘째 날부터는 24시간이 적용된다. 보통 첫날 저녁에 여성을 만나 마지막 날 오전이나 정오쯤 헤어진다고 한다. 일반 업소처럼 시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시간은 조정이 가능하다.

마지막은 '콘셉'이다. 여행기간 동안 친구처럼, 애인처럼, 마누라처럼 대하면서 회원들은 하고 싶은 대로 어떤 활동이든 부담 없이 하면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자신이 없다고 하면 운영진들이 나서서 최고의 만족을 선사한다고 한다.

비용은 얼마가 들지 궁금해졌다. 사이트에는 '회원님들이 원하는 패키지 종류와 일정을 알려주시면 그에 따른 상세한 견적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견적 문의는 사이트 견적문의를 클릭해 주시거나 카톡을 통해 연락주시면 신속하고 상세하게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는 공지글이 띄워져 있었다.

패키지 중 하나를 선택해 카톡으로 견적을 문의해 봤다. 답변은 신속하고 정확했다.

일단 "2500페소 저가호텔부터 8000페소 5성까지 다양하다"며 호텔 급수를 선택하라고 했다. 5000페소(한화 11만원) 상당의 4성을 선택하자 "액티비티는 어떤 걸로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잘 모르겠다고'하자 잠발레스 호핑을 권했다. 잠발레스는 필리핀 마닐라 북·서쪽에 있는 해안지역으로 호핑은 방카(양 옆에 날개가 달린 배)를 타고 주변 섬 일주 관광과 낚시, 스노쿨링 등을 즐기는 관광이다.

24시간 애인대행
47만원이면 'OK'

그가 권한 잠발레스 호핑의 가격은 1인당 3000페소, 한화 6만5000원 상당이다. 식사와 술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호핑을 투어에 넣겠다는 답을 보내자 이번에는 온천 관광 코스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그는 필리핀 대표관광지 푸닝 온천 사진 7장을 보낸 뒤 1인당 3500페소라고 말했다. 호핑만 선택한다고 하자 그는 "점심시간이라 점심을 먹고 나서 견적을 내서 견적서를 송부하겠다"고 말했다.

기다리는 동안 '에스코트걸'이라는 이름의 현지 성매매 여성 프로필을 살펴봤다. '○○걸'에 등록되어 있는 에스코트걸은 모두 69명. 69명 모두 사이트 프로필 란에 얼굴사진이 공개되어 있었다. 딱 봐도 어린나이. 개중에는 미성년자로 생각되는 외모의 여성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이름이나 나이, 직업 등 개인적인 정보는 적혀 있지 않았다.

또 다른 필리핀 '황제관광' 알선 카페인 'XXX 필리핀 에스코트 서비스'라는 곳을 들어가 봤다. 이곳에서는 가입을 하고 가입인사를 작성하고 아무 글에서 댓글을 달면 등업이 이뤄졌고 패키지에 따른 비용 또한 비교적 쉽게 확인이 가능했다. 패키지는 월 한정 패키지를 제외하고 모두 6개. '3박4일 골프+가이드걸 패키지' '헌드레드 아일랜드 패키지' '루존 비치 패키지' '순수 밤문화 패키지' '2박3일 직장인 전용 패키지' 등이다.

이중 '2박3일 직장인 전용 패키지'를 클릭해 봤다. 비용은 2인기준 1인당 59만원, 3인 기준 1인당 55만원, 4인 기준 1인당 49만원이었다. 비용에는 풀빌라 2박, 조식, 에코 2박, 한국인가이드, 전용차량, 공항 무료픽업이 포함됐고 항공료와 식대(중·석식)는 불포함됐다.

'1인당 200만원' 비싼 게 아니다?
음지로 숨은 성매매 알선 사이트

다른 패키지인 '3박4일 골프+가이드걸 패키지'의 경우 54홀 그린피, 캐디피, 카드피, 전용차량, 전용가이드, 호텔, 에코걸 3박이 포함되어 1인당 107만원. 이 패키지 역시 중·석식과 팁, 기타 용돈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 사이트 역시 성매매 여성들의 모습이 확인됐다. 소개된 여성은 90여명. '○○걸'과 달리 여성의 성격까지 소개되고 있었다.

약 1시간 뒤 '○○걸' 운영자로부터 견적서가 완성됐다는 메시지와 함께 '견적_XXX회원님(호텔)(2014년 10월30일 작성)'이라는 엑셀문서가 하나 도착했다. 2인 기준으로 작성된 견적서에는 4성급 호텔 3박, 호핑, 가이드, 차량 비용과 에코(성매매 여성이 24시간 동안 에스코트하는 비용) 등이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총 견적은 13만6000페소. 한화로는 314만9760원으로 1인당 157만4880원이었다. 에코 비용만 141만5000원에 달했다.

이후 예약 진행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걸' 운영진은 "사이트 상 아가씨들의 얼굴사진을 보고 몇 명을 골라주면 전신사진 등 더 자세하게 나온 사진을 보내주겠다"며 "유흥업소처럼 여러 명을 세워놓고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막상 만났을 때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현지에서 체인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여성들이 업소에 소속되어 있는 여성이 아니라 대학생, 직장인, 프리랜서 모델 등 저마다의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시간이 맞는 여성들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견적서에 따르면 1인당 3박4일 '황제관광' 비용은 약 150만원. 호텔 등급과 액티비티 이용 여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그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130만∼170만원 사이다. 여기에 항공료 약 50만원과 기타 제반 비용을 포함하면 200만원이 넘는다. 만만치 않은 금액, 실제로 필리핀 원정 성매매를 떠나는 남성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몇몇 사이트 후기게시판을 살펴본 결과 쓸데없는 의심임을 깨달았다.

아이디 글쓴**은 '○○걸' 이용후기에 '카지노+애인 후기'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이 남성은 "첫째날 도착해서 짐을 푼 뒤 미리 점 찍어둔 에코걸과의 미팅 후 에코걸과 함께 카지노로 향했습니다. 따고 잃기를 반복하다 보니 벌써 자정, 에코걸과 호텔로가 딩가딩가 놀다가 에코걸과 맥주 한잔 후 침대로 직행, 취기가 올라서 그런지 몰라도 서비스가 죽여주더군요. 긴가민가 했는데, 진짜 거기가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자금 와서 생각해도 짜릿합니다. 다음 날에는 카지노에 들렸다가 에코걸과 해산물로 맥주 한잔, 근처 쇼핑몰에서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호텔로 돌아와 샤워 후 에코걸과 침대에서 뒹굴뒹굴 대다가 한판하고 쉬었다가 또 하고. 마지막 날 정말 헤어지기 싫더라구요. 아무튼 잊지 못할 추억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헤어지기 싫었다"
100% 만족의 이유

아이디 파트**도 "2014년 5월 남자 둘이 필리핀 세부로 ○○걸을 통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첫날에는 짐만 풀고 이튿날 에코걸을 만나 식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와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부비부비도 하고 스킨십도 하고 섹스도 하고. 너무 좋아서 올해 다시 가려고 예약을 또 잡아놨습니다"라는 후기를 남겼다.

'황제관광'을 다녀왔거나 갈 예정인 남성들은 "결코 비싼 금액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내년 1월 3박4일 일정으로 다시 한번 '황제관광'을 갈 예정이라는 남성 A씨는 그 이유를 국내 성매매 비용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한국에서 속칭 '풀사롱'이라는 곳을 가면 1인당 35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 깨진다. 그것도 아가씨와 길어 봤자 반나절 같이 있을 뿐이다. 술을 추가하고 밴드도 부르면 100만원도 나온다. 그런데 필리핀은 다르다. 200만원 정도면 3박4일동안 아가씨를 끌어 안고 지낼 수 있다"고 전했다.

 

<kj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섹스관광’ 단속 어렵나?

필리핀 ‘섹스관광’은 명백한 불법이다. 필리핀도 한국처럼 성매매가 불법인 나라다. 처벌은 한국보다 엄격하다. 인신매매방지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적발 시 중형에 처해진다.

필리핀에서 처벌을 받았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성매매 특별법으로 다시 한 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필리핀 ‘황제관광’은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다.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풀빌라 등 사생활이 보호되는 곳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며 아예 단속을 피해 사람이 없는 섬으로 이동해 성매매가 이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원정 성매매 근절을 위해서는 한국 성매수자들이 스스로 위험성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성매수 남성들이 법적 처분 외에 직접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피해는 성병이다. 필리핀은 최근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필리핀에서 한달동안 358명의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했고 2012년 대비 22% 증가한 수치로 파악됐다.

지난해 12월 ‘황제관광’으로 적발된 37명 중 10명은 성병에 걸려 돌아왔다. ‘요도염’이나 ‘헤르페스’ ‘임질’ ‘매독’ 등이다. 간접 피해는 한국으로 돌아온 남성들과 성관계를 가진 여성들이 볼 수 있다. 성병은 바이러스 질환으로 전염의 우려가 있다. 헤르페스의 경우 피부에 포진이 생기고 발열, 근육통, 피로감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임산부라면 태아가 출산 과정에서 단순포진 바이러스에 감염 될 수 있다. 임질의 경우 자궁내막염, 난관염, 골반감염으로 진행할 수 있고 불임이 되거나 자궁외 임신이 발생할 수 있다. 드물게 패혈증이 초래되고 관절염, 뇌수막염, 심내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성병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환자와의 성적인 접촉을 피하는 것이다. 콘돔을 끼면 괜찮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성관계시 콘돔으로 가려지는 부분은 남성 성기의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성 성기와 접촉되는 부분이 콘돔을 낀 부분만이 아니기에 다른 부분을 통한 감염이 충분히 가능하다. 100% 안전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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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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