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현지녀 초이스’ 필리핀 황제투어 천태만상

‘10대 바바에’ 끼고 2박3일 섹스관광

[일요시사 사회팀] 김종민 기자 = 2013년 12월, 남성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여행 카페를 차려놓고 필리핀 원정 성매매를 알선해온 일당과 성매수 남성 37명이 무더기로 적발되는 사건이 있었다. 성매매 관광을 다녀온 회원들은 후기를 올려 공유했고, 개중에는 40차례 넘게 원정 성매매를 갔다온 남성도 있었다. 경찰은 수사를 확대했고, 인터넷 여행 카페 등을 통해 필리핀 성매매를 알선하는 여행사는 줄어드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더 깊은 음지로 숨어들었을 뿐이다. <일요시사>가 그 속을 낱낱이 파헤쳐 봤다.

'○○센터' '△△넷' '●톡' 'XXX69' 국내·외를 막론하고 '밤 문화'를 즐기는 한국 남성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다. 해당 사이트는 경찰청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당국의 집중 감시를 받고 있어 한 달에도 몇 번씩 접속이 차단되고 있다. 그럼에도 각 사이트는 차단된 즉시 다른 도메인 주소를 구입해 다시 문을 여는 방법으로 남성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차단-주소 변경-차단-주소 변경'을 반복하는 것이다.

다시 고개드는
원정 성매매

사이트에는 각종 유흥정보를 포함, '야동' '야사' 등이 공유되고 국내 성매매 혹은 유사 성행위 업소 홍보와 함께 업소를 이용한 남성들의 '후기'가 소개되고 있다. 업소의 위치와 전화번호, 업소 여성들의 프로필, 가격, 수위까지 한 방에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

사이트에 소개되는 업소나 후기 대부분은 국내 업소다. 강남권이 가장 많고, 강남을 제외한 서울 지역, 인천·수원·평택·안양 등 경기도 주요 지역, 부산·창원·광주 등 지방 지역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업소 홍보란과 후기란에서 20개 중 1개 꼴로 올라오는 특이한 게시물이 있다. 해외 원정 성매매, 그 중 필리핀 원정 성매매에 대한 정보와 후기들이다. 필리핀 원정 성매매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확실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이른바 '황제관광'으로 불린다.

'황제관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필리핀 현지 성매매에 대한 언론 보도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2004년 9월23일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중국이나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에서 이뤄지는 기업의 '해외 원정 성접대'가 늘기 시작했고 2005년 5월에는 9명의 한국 관광객이 베트남 유흥업소 여종업원들과의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뒤 강제출국 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한국 남성들의 원정 성매매로 한국의 이미지는 급속도로 추락했다. 한국인 관광객 전체가 성매매를 위해 동남아를 찾는 다는 불미스러운 시각이 퍼졌고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에서는 '동남아 성매매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2006년부터는 기존 관광 코스에 성매매 코스를 끼워 넣은 여행 상품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황제관광'이라는 이름으로 동남아를 찾는 한국 남성들이 급증하면서 알선자와 성매수 남이 검거되는 일도 빈번해졌다.

최근에는 지난해 12월, 인터넷을 통해 필리핀 원정 성매매를 알선해 온 일당과 성매수 남성 37명이 무더기로 입건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이 원정 성매매 적발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해외 성매매를 알선하는 인터넷 카페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다만 예전보다는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더 깊은 음지로 숨어들었다는 얘기다.

'황제관광'은 어떤 방법으로 이뤄지는 걸까? <일요시사>가 필리핀 현지에서 '황제관광'을 알선하는 인터넷 카페에 직접 가입해 상담을 받아 봤다.

카톡 실시간 답변…예약까지 일사천리
여성 얼굴 사진 공개…이용후기 공유

기자는 지난달 30일 국내 한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인 '○○센터'의 지방 유흥업소 소개 게시판에서 '필리핀 애인대행/아내대행 특급투어'라는 게시글을 찾을 수 있었다. 게시글을 클릭하고 들어가니 업체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등장했다. '○○걸'이라는 이름의 이 업체는 '필리핀 애인대행/아내대행 투어 전문 업체'라고 소개가 되어 있었고, 업체 사이트 주소가 적혀 있었다.

'술집 여성(KTV)이 아닌 필리핀 일반인(대학생, 직장인) 여성들이 24시간 회원님들께 밀착해 애인처럼, 아내처럼 편안하고, 때론 섹시하게 곁에서 보좌해주는 시스템'이라는 콘셉이었다.

여행 패키지는 '호텔+애인' '풀빌라+애인' '골프+애인' '카지노+애인' '게스트하우스+아내' '그룹 파티' 등 총 6개로 구성되어 있었다. 일정은 '공항픽업→숙소이동→마사지→애인/아내 만남→자유시간'이라고 간략하게 소개됐다. 비용에 대한 부분도 "동종업계 수준 보다 저렴하다. 현지 물가에 100% 준해 정산된다"는 짧은 정보뿐이었다. 대신 연락을 위한 카카오톡 아이디와 인터넷 전화번호가 명시되어 있었다. 더 자세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해당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취했다.

먼저 나와 있는 아이디가 해당 업체 실제 아이디인지 확인하기 위해 "'○○걸' 카톡이 맞느냐"고 물었다. 정확히 1시간 뒤 상대는 "맞다. 아이디를 알려달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기자가 카톡 아이디냐. 사이트 아이디냐"고 묻자 상대는 "○○걸 아이디"라는 답장을 보냈다.

알려준 사이트에 가입을 하고 아이디를 알려 주고 10여분이 지나자 "등업(회원등급상승)이 됐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사이트 공지사항을 살펴봤다. 기본적인 시스템은 이렇다. 첫 번째는 '선택방법'이다.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은 사이트 운영진이 보내 준 현지 여성들의 사진을 보고 여러 여성을 선택한다. 남성들이 원하는 스타일을 말하면 운영진들은 남성들이 고른 여성들 중 남성 취향과 가장 비슷한 여성을 골라 준다. 남성은 그를 종합해 원하는 여성을 선택한다.
 

두 번째는 '시간'이다. 3박4일을 기준으로 첫날은 12시간, 둘째 날부터는 24시간이 적용된다. 보통 첫날 저녁에 여성을 만나 마지막 날 오전이나 정오쯤 헤어진다고 한다. 일반 업소처럼 시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시간은 조정이 가능하다.

마지막은 '콘셉'이다. 여행기간 동안 친구처럼, 애인처럼, 마누라처럼 대하면서 회원들은 하고 싶은 대로 어떤 활동이든 부담 없이 하면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자신이 없다고 하면 운영진들이 나서서 최고의 만족을 선사한다고 한다.

비용은 얼마가 들지 궁금해졌다. 사이트에는 '회원님들이 원하는 패키지 종류와 일정을 알려주시면 그에 따른 상세한 견적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견적 문의는 사이트 견적문의를 클릭해 주시거나 카톡을 통해 연락주시면 신속하고 상세하게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는 공지글이 띄워져 있었다.

패키지 중 하나를 선택해 카톡으로 견적을 문의해 봤다. 답변은 신속하고 정확했다.

일단 "2500페소 저가호텔부터 8000페소 5성까지 다양하다"며 호텔 급수를 선택하라고 했다. 5000페소(한화 11만원) 상당의 4성을 선택하자 "액티비티는 어떤 걸로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잘 모르겠다고'하자 잠발레스 호핑을 권했다. 잠발레스는 필리핀 마닐라 북·서쪽에 있는 해안지역으로 호핑은 방카(양 옆에 날개가 달린 배)를 타고 주변 섬 일주 관광과 낚시, 스노쿨링 등을 즐기는 관광이다.

24시간 애인대행
47만원이면 'OK'

그가 권한 잠발레스 호핑의 가격은 1인당 3000페소, 한화 6만5000원 상당이다. 식사와 술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호핑을 투어에 넣겠다는 답을 보내자 이번에는 온천 관광 코스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그는 필리핀 대표관광지 푸닝 온천 사진 7장을 보낸 뒤 1인당 3500페소라고 말했다. 호핑만 선택한다고 하자 그는 "점심시간이라 점심을 먹고 나서 견적을 내서 견적서를 송부하겠다"고 말했다.

기다리는 동안 '에스코트걸'이라는 이름의 현지 성매매 여성 프로필을 살펴봤다. '○○걸'에 등록되어 있는 에스코트걸은 모두 69명. 69명 모두 사이트 프로필 란에 얼굴사진이 공개되어 있었다. 딱 봐도 어린나이. 개중에는 미성년자로 생각되는 외모의 여성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이름이나 나이, 직업 등 개인적인 정보는 적혀 있지 않았다.

또 다른 필리핀 '황제관광' 알선 카페인 'XXX 필리핀 에스코트 서비스'라는 곳을 들어가 봤다. 이곳에서는 가입을 하고 가입인사를 작성하고 아무 글에서 댓글을 달면 등업이 이뤄졌고 패키지에 따른 비용 또한 비교적 쉽게 확인이 가능했다. 패키지는 월 한정 패키지를 제외하고 모두 6개. '3박4일 골프+가이드걸 패키지' '헌드레드 아일랜드 패키지' '루존 비치 패키지' '순수 밤문화 패키지' '2박3일 직장인 전용 패키지' 등이다.

이중 '2박3일 직장인 전용 패키지'를 클릭해 봤다. 비용은 2인기준 1인당 59만원, 3인 기준 1인당 55만원, 4인 기준 1인당 49만원이었다. 비용에는 풀빌라 2박, 조식, 에코 2박, 한국인가이드, 전용차량, 공항 무료픽업이 포함됐고 항공료와 식대(중·석식)는 불포함됐다.

'1인당 200만원' 비싼 게 아니다?
음지로 숨은 성매매 알선 사이트

다른 패키지인 '3박4일 골프+가이드걸 패키지'의 경우 54홀 그린피, 캐디피, 카드피, 전용차량, 전용가이드, 호텔, 에코걸 3박이 포함되어 1인당 107만원. 이 패키지 역시 중·석식과 팁, 기타 용돈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 사이트 역시 성매매 여성들의 모습이 확인됐다. 소개된 여성은 90여명. '○○걸'과 달리 여성의 성격까지 소개되고 있었다.

약 1시간 뒤 '○○걸' 운영자로부터 견적서가 완성됐다는 메시지와 함께 '견적_XXX회원님(호텔)(2014년 10월30일 작성)'이라는 엑셀문서가 하나 도착했다. 2인 기준으로 작성된 견적서에는 4성급 호텔 3박, 호핑, 가이드, 차량 비용과 에코(성매매 여성이 24시간 동안 에스코트하는 비용) 등이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총 견적은 13만6000페소. 한화로는 314만9760원으로 1인당 157만4880원이었다. 에코 비용만 141만5000원에 달했다.

이후 예약 진행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걸' 운영진은 "사이트 상 아가씨들의 얼굴사진을 보고 몇 명을 골라주면 전신사진 등 더 자세하게 나온 사진을 보내주겠다"며 "유흥업소처럼 여러 명을 세워놓고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막상 만났을 때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현지에서 체인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여성들이 업소에 소속되어 있는 여성이 아니라 대학생, 직장인, 프리랜서 모델 등 저마다의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시간이 맞는 여성들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견적서에 따르면 1인당 3박4일 '황제관광' 비용은 약 150만원. 호텔 등급과 액티비티 이용 여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그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130만∼170만원 사이다. 여기에 항공료 약 50만원과 기타 제반 비용을 포함하면 200만원이 넘는다. 만만치 않은 금액, 실제로 필리핀 원정 성매매를 떠나는 남성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몇몇 사이트 후기게시판을 살펴본 결과 쓸데없는 의심임을 깨달았다.

아이디 글쓴**은 '○○걸' 이용후기에 '카지노+애인 후기'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이 남성은 "첫째날 도착해서 짐을 푼 뒤 미리 점 찍어둔 에코걸과의 미팅 후 에코걸과 함께 카지노로 향했습니다. 따고 잃기를 반복하다 보니 벌써 자정, 에코걸과 호텔로가 딩가딩가 놀다가 에코걸과 맥주 한잔 후 침대로 직행, 취기가 올라서 그런지 몰라도 서비스가 죽여주더군요. 긴가민가 했는데, 진짜 거기가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자금 와서 생각해도 짜릿합니다. 다음 날에는 카지노에 들렸다가 에코걸과 해산물로 맥주 한잔, 근처 쇼핑몰에서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호텔로 돌아와 샤워 후 에코걸과 침대에서 뒹굴뒹굴 대다가 한판하고 쉬었다가 또 하고. 마지막 날 정말 헤어지기 싫더라구요. 아무튼 잊지 못할 추억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헤어지기 싫었다"
100% 만족의 이유

아이디 파트**도 "2014년 5월 남자 둘이 필리핀 세부로 ○○걸을 통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첫날에는 짐만 풀고 이튿날 에코걸을 만나 식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와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부비부비도 하고 스킨십도 하고 섹스도 하고. 너무 좋아서 올해 다시 가려고 예약을 또 잡아놨습니다"라는 후기를 남겼다.

'황제관광'을 다녀왔거나 갈 예정인 남성들은 "결코 비싼 금액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내년 1월 3박4일 일정으로 다시 한번 '황제관광'을 갈 예정이라는 남성 A씨는 그 이유를 국내 성매매 비용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한국에서 속칭 '풀사롱'이라는 곳을 가면 1인당 35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 깨진다. 그것도 아가씨와 길어 봤자 반나절 같이 있을 뿐이다. 술을 추가하고 밴드도 부르면 100만원도 나온다. 그런데 필리핀은 다르다. 200만원 정도면 3박4일동안 아가씨를 끌어 안고 지낼 수 있다"고 전했다.

 

<kj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섹스관광’ 단속 어렵나?

필리핀 ‘섹스관광’은 명백한 불법이다. 필리핀도 한국처럼 성매매가 불법인 나라다. 처벌은 한국보다 엄격하다. 인신매매방지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적발 시 중형에 처해진다.

필리핀에서 처벌을 받았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성매매 특별법으로 다시 한 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필리핀 ‘황제관광’은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다.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풀빌라 등 사생활이 보호되는 곳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며 아예 단속을 피해 사람이 없는 섬으로 이동해 성매매가 이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원정 성매매 근절을 위해서는 한국 성매수자들이 스스로 위험성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성매수 남성들이 법적 처분 외에 직접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피해는 성병이다. 필리핀은 최근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필리핀에서 한달동안 358명의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했고 2012년 대비 22% 증가한 수치로 파악됐다.

지난해 12월 ‘황제관광’으로 적발된 37명 중 10명은 성병에 걸려 돌아왔다. ‘요도염’이나 ‘헤르페스’ ‘임질’ ‘매독’ 등이다. 간접 피해는 한국으로 돌아온 남성들과 성관계를 가진 여성들이 볼 수 있다. 성병은 바이러스 질환으로 전염의 우려가 있다. 헤르페스의 경우 피부에 포진이 생기고 발열, 근육통, 피로감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임산부라면 태아가 출산 과정에서 단순포진 바이러스에 감염 될 수 있다. 임질의 경우 자궁내막염, 난관염, 골반감염으로 진행할 수 있고 불임이 되거나 자궁외 임신이 발생할 수 있다. 드물게 패혈증이 초래되고 관절염, 뇌수막염, 심내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성병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환자와의 성적인 접촉을 피하는 것이다. 콘돔을 끼면 괜찮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성관계시 콘돔으로 가려지는 부분은 남성 성기의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성 성기와 접촉되는 부분이 콘돔을 낀 부분만이 아니기에 다른 부분을 통한 감염이 충분히 가능하다. 100% 안전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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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