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현지녀 초이스’ 필리핀 황제투어 천태만상

‘10대 바바에’ 끼고 2박3일 섹스관광

[일요시사 사회팀] 김종민 기자 = 2013년 12월, 남성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여행 카페를 차려놓고 필리핀 원정 성매매를 알선해온 일당과 성매수 남성 37명이 무더기로 적발되는 사건이 있었다. 성매매 관광을 다녀온 회원들은 후기를 올려 공유했고, 개중에는 40차례 넘게 원정 성매매를 갔다온 남성도 있었다. 경찰은 수사를 확대했고, 인터넷 여행 카페 등을 통해 필리핀 성매매를 알선하는 여행사는 줄어드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더 깊은 음지로 숨어들었을 뿐이다. <일요시사>가 그 속을 낱낱이 파헤쳐 봤다.

'○○센터' '△△넷' '●톡' 'XXX69' 국내·외를 막론하고 '밤 문화'를 즐기는 한국 남성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다. 해당 사이트는 경찰청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당국의 집중 감시를 받고 있어 한 달에도 몇 번씩 접속이 차단되고 있다. 그럼에도 각 사이트는 차단된 즉시 다른 도메인 주소를 구입해 다시 문을 여는 방법으로 남성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차단-주소 변경-차단-주소 변경'을 반복하는 것이다.

다시 고개드는
원정 성매매

사이트에는 각종 유흥정보를 포함, '야동' '야사' 등이 공유되고 국내 성매매 혹은 유사 성행위 업소 홍보와 함께 업소를 이용한 남성들의 '후기'가 소개되고 있다. 업소의 위치와 전화번호, 업소 여성들의 프로필, 가격, 수위까지 한 방에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

사이트에 소개되는 업소나 후기 대부분은 국내 업소다. 강남권이 가장 많고, 강남을 제외한 서울 지역, 인천·수원·평택·안양 등 경기도 주요 지역, 부산·창원·광주 등 지방 지역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업소 홍보란과 후기란에서 20개 중 1개 꼴로 올라오는 특이한 게시물이 있다. 해외 원정 성매매, 그 중 필리핀 원정 성매매에 대한 정보와 후기들이다. 필리핀 원정 성매매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확실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이른바 '황제관광'으로 불린다.

'황제관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필리핀 현지 성매매에 대한 언론 보도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2004년 9월23일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중국이나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에서 이뤄지는 기업의 '해외 원정 성접대'가 늘기 시작했고 2005년 5월에는 9명의 한국 관광객이 베트남 유흥업소 여종업원들과의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뒤 강제출국 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한국 남성들의 원정 성매매로 한국의 이미지는 급속도로 추락했다. 한국인 관광객 전체가 성매매를 위해 동남아를 찾는 다는 불미스러운 시각이 퍼졌고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에서는 '동남아 성매매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2006년부터는 기존 관광 코스에 성매매 코스를 끼워 넣은 여행 상품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황제관광'이라는 이름으로 동남아를 찾는 한국 남성들이 급증하면서 알선자와 성매수 남이 검거되는 일도 빈번해졌다.

최근에는 지난해 12월, 인터넷을 통해 필리핀 원정 성매매를 알선해 온 일당과 성매수 남성 37명이 무더기로 입건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이 원정 성매매 적발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해외 성매매를 알선하는 인터넷 카페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다만 예전보다는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더 깊은 음지로 숨어들었다는 얘기다.

'황제관광'은 어떤 방법으로 이뤄지는 걸까? <일요시사>가 필리핀 현지에서 '황제관광'을 알선하는 인터넷 카페에 직접 가입해 상담을 받아 봤다.

카톡 실시간 답변…예약까지 일사천리
여성 얼굴 사진 공개…이용후기 공유

기자는 지난달 30일 국내 한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인 '○○센터'의 지방 유흥업소 소개 게시판에서 '필리핀 애인대행/아내대행 특급투어'라는 게시글을 찾을 수 있었다. 게시글을 클릭하고 들어가니 업체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등장했다. '○○걸'이라는 이름의 이 업체는 '필리핀 애인대행/아내대행 투어 전문 업체'라고 소개가 되어 있었고, 업체 사이트 주소가 적혀 있었다.

'술집 여성(KTV)이 아닌 필리핀 일반인(대학생, 직장인) 여성들이 24시간 회원님들께 밀착해 애인처럼, 아내처럼 편안하고, 때론 섹시하게 곁에서 보좌해주는 시스템'이라는 콘셉이었다.

여행 패키지는 '호텔+애인' '풀빌라+애인' '골프+애인' '카지노+애인' '게스트하우스+아내' '그룹 파티' 등 총 6개로 구성되어 있었다. 일정은 '공항픽업→숙소이동→마사지→애인/아내 만남→자유시간'이라고 간략하게 소개됐다. 비용에 대한 부분도 "동종업계 수준 보다 저렴하다. 현지 물가에 100% 준해 정산된다"는 짧은 정보뿐이었다. 대신 연락을 위한 카카오톡 아이디와 인터넷 전화번호가 명시되어 있었다. 더 자세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해당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취했다.

먼저 나와 있는 아이디가 해당 업체 실제 아이디인지 확인하기 위해 "'○○걸' 카톡이 맞느냐"고 물었다. 정확히 1시간 뒤 상대는 "맞다. 아이디를 알려달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기자가 카톡 아이디냐. 사이트 아이디냐"고 묻자 상대는 "○○걸 아이디"라는 답장을 보냈다.

알려준 사이트에 가입을 하고 아이디를 알려 주고 10여분이 지나자 "등업(회원등급상승)이 됐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사이트 공지사항을 살펴봤다. 기본적인 시스템은 이렇다. 첫 번째는 '선택방법'이다.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은 사이트 운영진이 보내 준 현지 여성들의 사진을 보고 여러 여성을 선택한다. 남성들이 원하는 스타일을 말하면 운영진들은 남성들이 고른 여성들 중 남성 취향과 가장 비슷한 여성을 골라 준다. 남성은 그를 종합해 원하는 여성을 선택한다.
 

두 번째는 '시간'이다. 3박4일을 기준으로 첫날은 12시간, 둘째 날부터는 24시간이 적용된다. 보통 첫날 저녁에 여성을 만나 마지막 날 오전이나 정오쯤 헤어진다고 한다. 일반 업소처럼 시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시간은 조정이 가능하다.

마지막은 '콘셉'이다. 여행기간 동안 친구처럼, 애인처럼, 마누라처럼 대하면서 회원들은 하고 싶은 대로 어떤 활동이든 부담 없이 하면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자신이 없다고 하면 운영진들이 나서서 최고의 만족을 선사한다고 한다.

비용은 얼마가 들지 궁금해졌다. 사이트에는 '회원님들이 원하는 패키지 종류와 일정을 알려주시면 그에 따른 상세한 견적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견적 문의는 사이트 견적문의를 클릭해 주시거나 카톡을 통해 연락주시면 신속하고 상세하게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는 공지글이 띄워져 있었다.

패키지 중 하나를 선택해 카톡으로 견적을 문의해 봤다. 답변은 신속하고 정확했다.

일단 "2500페소 저가호텔부터 8000페소 5성까지 다양하다"며 호텔 급수를 선택하라고 했다. 5000페소(한화 11만원) 상당의 4성을 선택하자 "액티비티는 어떤 걸로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잘 모르겠다고'하자 잠발레스 호핑을 권했다. 잠발레스는 필리핀 마닐라 북·서쪽에 있는 해안지역으로 호핑은 방카(양 옆에 날개가 달린 배)를 타고 주변 섬 일주 관광과 낚시, 스노쿨링 등을 즐기는 관광이다.

24시간 애인대행
47만원이면 'OK'

그가 권한 잠발레스 호핑의 가격은 1인당 3000페소, 한화 6만5000원 상당이다. 식사와 술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호핑을 투어에 넣겠다는 답을 보내자 이번에는 온천 관광 코스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그는 필리핀 대표관광지 푸닝 온천 사진 7장을 보낸 뒤 1인당 3500페소라고 말했다. 호핑만 선택한다고 하자 그는 "점심시간이라 점심을 먹고 나서 견적을 내서 견적서를 송부하겠다"고 말했다.

기다리는 동안 '에스코트걸'이라는 이름의 현지 성매매 여성 프로필을 살펴봤다. '○○걸'에 등록되어 있는 에스코트걸은 모두 69명. 69명 모두 사이트 프로필 란에 얼굴사진이 공개되어 있었다. 딱 봐도 어린나이. 개중에는 미성년자로 생각되는 외모의 여성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이름이나 나이, 직업 등 개인적인 정보는 적혀 있지 않았다.

또 다른 필리핀 '황제관광' 알선 카페인 'XXX 필리핀 에스코트 서비스'라는 곳을 들어가 봤다. 이곳에서는 가입을 하고 가입인사를 작성하고 아무 글에서 댓글을 달면 등업이 이뤄졌고 패키지에 따른 비용 또한 비교적 쉽게 확인이 가능했다. 패키지는 월 한정 패키지를 제외하고 모두 6개. '3박4일 골프+가이드걸 패키지' '헌드레드 아일랜드 패키지' '루존 비치 패키지' '순수 밤문화 패키지' '2박3일 직장인 전용 패키지' 등이다.

이중 '2박3일 직장인 전용 패키지'를 클릭해 봤다. 비용은 2인기준 1인당 59만원, 3인 기준 1인당 55만원, 4인 기준 1인당 49만원이었다. 비용에는 풀빌라 2박, 조식, 에코 2박, 한국인가이드, 전용차량, 공항 무료픽업이 포함됐고 항공료와 식대(중·석식)는 불포함됐다.

'1인당 200만원' 비싼 게 아니다?
음지로 숨은 성매매 알선 사이트

다른 패키지인 '3박4일 골프+가이드걸 패키지'의 경우 54홀 그린피, 캐디피, 카드피, 전용차량, 전용가이드, 호텔, 에코걸 3박이 포함되어 1인당 107만원. 이 패키지 역시 중·석식과 팁, 기타 용돈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 사이트 역시 성매매 여성들의 모습이 확인됐다. 소개된 여성은 90여명. '○○걸'과 달리 여성의 성격까지 소개되고 있었다.

약 1시간 뒤 '○○걸' 운영자로부터 견적서가 완성됐다는 메시지와 함께 '견적_XXX회원님(호텔)(2014년 10월30일 작성)'이라는 엑셀문서가 하나 도착했다. 2인 기준으로 작성된 견적서에는 4성급 호텔 3박, 호핑, 가이드, 차량 비용과 에코(성매매 여성이 24시간 동안 에스코트하는 비용) 등이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총 견적은 13만6000페소. 한화로는 314만9760원으로 1인당 157만4880원이었다. 에코 비용만 141만5000원에 달했다.

이후 예약 진행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걸' 운영진은 "사이트 상 아가씨들의 얼굴사진을 보고 몇 명을 골라주면 전신사진 등 더 자세하게 나온 사진을 보내주겠다"며 "유흥업소처럼 여러 명을 세워놓고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막상 만났을 때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현지에서 체인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여성들이 업소에 소속되어 있는 여성이 아니라 대학생, 직장인, 프리랜서 모델 등 저마다의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시간이 맞는 여성들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견적서에 따르면 1인당 3박4일 '황제관광' 비용은 약 150만원. 호텔 등급과 액티비티 이용 여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그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130만∼170만원 사이다. 여기에 항공료 약 50만원과 기타 제반 비용을 포함하면 200만원이 넘는다. 만만치 않은 금액, 실제로 필리핀 원정 성매매를 떠나는 남성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몇몇 사이트 후기게시판을 살펴본 결과 쓸데없는 의심임을 깨달았다.

아이디 글쓴**은 '○○걸' 이용후기에 '카지노+애인 후기'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이 남성은 "첫째날 도착해서 짐을 푼 뒤 미리 점 찍어둔 에코걸과의 미팅 후 에코걸과 함께 카지노로 향했습니다. 따고 잃기를 반복하다 보니 벌써 자정, 에코걸과 호텔로가 딩가딩가 놀다가 에코걸과 맥주 한잔 후 침대로 직행, 취기가 올라서 그런지 몰라도 서비스가 죽여주더군요. 긴가민가 했는데, 진짜 거기가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자금 와서 생각해도 짜릿합니다. 다음 날에는 카지노에 들렸다가 에코걸과 해산물로 맥주 한잔, 근처 쇼핑몰에서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호텔로 돌아와 샤워 후 에코걸과 침대에서 뒹굴뒹굴 대다가 한판하고 쉬었다가 또 하고. 마지막 날 정말 헤어지기 싫더라구요. 아무튼 잊지 못할 추억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헤어지기 싫었다"
100% 만족의 이유

아이디 파트**도 "2014년 5월 남자 둘이 필리핀 세부로 ○○걸을 통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첫날에는 짐만 풀고 이튿날 에코걸을 만나 식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와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부비부비도 하고 스킨십도 하고 섹스도 하고. 너무 좋아서 올해 다시 가려고 예약을 또 잡아놨습니다"라는 후기를 남겼다.

'황제관광'을 다녀왔거나 갈 예정인 남성들은 "결코 비싼 금액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내년 1월 3박4일 일정으로 다시 한번 '황제관광'을 갈 예정이라는 남성 A씨는 그 이유를 국내 성매매 비용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한국에서 속칭 '풀사롱'이라는 곳을 가면 1인당 35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 깨진다. 그것도 아가씨와 길어 봤자 반나절 같이 있을 뿐이다. 술을 추가하고 밴드도 부르면 100만원도 나온다. 그런데 필리핀은 다르다. 200만원 정도면 3박4일동안 아가씨를 끌어 안고 지낼 수 있다"고 전했다.

 

<kj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섹스관광’ 단속 어렵나?

필리핀 ‘섹스관광’은 명백한 불법이다. 필리핀도 한국처럼 성매매가 불법인 나라다. 처벌은 한국보다 엄격하다. 인신매매방지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적발 시 중형에 처해진다.

필리핀에서 처벌을 받았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성매매 특별법으로 다시 한 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필리핀 ‘황제관광’은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다.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풀빌라 등 사생활이 보호되는 곳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며 아예 단속을 피해 사람이 없는 섬으로 이동해 성매매가 이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원정 성매매 근절을 위해서는 한국 성매수자들이 스스로 위험성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성매수 남성들이 법적 처분 외에 직접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피해는 성병이다. 필리핀은 최근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필리핀에서 한달동안 358명의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했고 2012년 대비 22% 증가한 수치로 파악됐다.

지난해 12월 ‘황제관광’으로 적발된 37명 중 10명은 성병에 걸려 돌아왔다. ‘요도염’이나 ‘헤르페스’ ‘임질’ ‘매독’ 등이다. 간접 피해는 한국으로 돌아온 남성들과 성관계를 가진 여성들이 볼 수 있다. 성병은 바이러스 질환으로 전염의 우려가 있다. 헤르페스의 경우 피부에 포진이 생기고 발열, 근육통, 피로감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임산부라면 태아가 출산 과정에서 단순포진 바이러스에 감염 될 수 있다. 임질의 경우 자궁내막염, 난관염, 골반감염으로 진행할 수 있고 불임이 되거나 자궁외 임신이 발생할 수 있다. 드물게 패혈증이 초래되고 관절염, 뇌수막염, 심내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성병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환자와의 성적인 접촉을 피하는 것이다. 콘돔을 끼면 괜찮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성관계시 콘돔으로 가려지는 부분은 남성 성기의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성 성기와 접촉되는 부분이 콘돔을 낀 부분만이 아니기에 다른 부분을 통한 감염이 충분히 가능하다. 100% 안전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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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재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