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 ⑮목숨을 구걸한 A급 전범들

재판정 서서 마지막까지 변명과 핑계

올해는 광복 69주년이 되는 해다. 내년이면 벌써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지만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요원하기만 하다. 게다가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등 일본의 역사인식은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어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일본의 자랑인 ‘사무라이 정신’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일요시사가 화제의 책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를 연재한다.

그는 자신이 독일, 이태리, 일본의 삼국동맹을 주도하고, 동남아시아 침략을 주도했으며, 진주만 습격을 명령한 전쟁 주범이면서도, 재판에서는 모든 잘못을 자신의 잘못으로 받아들이는 당당한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끝까지 자신을 변명하는 일로 일관했다. 자신의 재임 기간 중 일어난 전쟁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으로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전임자가 결정한 사항을 자신은 집행한 것뿐이라며, 모든 죄를 전임자에게 돌리고 선처를 호소했다.

명백한 거짓말

이는 명백한 거짓이다. 전임자가 결정한 사항을 자신은 집행만 했다는 진주만 공격도 사실은 그가 주도한 것이었다. 1937년의 루거우차오(노구교 : 盧溝橋) 사건을 계기로 일본은 중국 침략을 시작했다. 그러자 일본이 중국을 지배하는 것을 반대하던 미국과 영국은 일본에게 철수를 요구하면서 군수물자 통제에 들어갔다.

특히 당시 필리핀을 지배하고 있던 미국은 인도네시아와 중동으로부터 일본으로 가는 석유 수송을 필리핀 해협에서 차단하며 일본에 압박을 가했다. 군수물자 확보가 절실해진 일본은 ‘대동아 공영권’이라는 미명 아래 동남아시아를 침략하는 한편 미국과 교섭을 시작했다.

중국으로부터 전면 철수를 요구하는 미국의 주장과 그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일본의 입장으로 미·일 교섭이 지지부진하자, 일본은 드디어 1941년 9월6일 어전회의를 열어 10월 초까지 미·일 교섭이 타결되지 않으면 미국을 공격 한다고 결의한다. 이 어전회의에서 중국에서 철수하는 것은 굴복이라며, 차라리 미국과 전쟁을 하자고 주장한 사람이 바로 당시의 육군대신 도조 히데키였다.

그는 미·일 교섭의 진전이 없음에도 총리 ‘고노에 후미마로’가 10월 초가 되어도 전쟁을 선포하지 않자 그를 사퇴시킬 것을 왕에게 요구했다. 그리고 후임 총리로 부임한 ‘도조 히데키’는 첫 어전회의에서 진주만 공격을 재차 결의했다.

‘대미 교전’을 결정한 어전회의 당시 총리는 ‘고노에 후미마로’였다 해도 대미 공격을 주장한 사람은 바로 당시의 육군대신 도조 히데키였고, 고노에 후미마로를 대미 공격을 하지 않는다고 총리직에서 쫓아낸 사람도 바로 도조 히데키였다. 그리고 그 후임 총리가 되어 진주만 공격을 재차 의결한 사람도 바로 도조 히데키였다.

"명령 따랐을 뿐 살려달라" 눈물로 호소
모든 죄 전임자에 돌리고 국민 탓하기도


그럼에도 도조 히데키는 외국인들로 구성된 재판관들이 일본 정치의 내부 사정을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자신은 전임자가 결정한 사항을 실행했을 뿐”이라며 새빨간 거짓말을 하며 목숨을 구걸했다.

도조 히데키는 한술 더 떠 “전쟁의 진짜 원인은 서구의 동아시아에 대한 식민지 정책의 영향과 세계 적화를 꾀하는 공산당의 책동이었지, 결코 일본이 전쟁을 유발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한편, 더하여 “나의 정권 아래서 아시아 각국은 일본과 대등한 입장이었지, 결코 식민지거나 피 점령지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적반하장 격으로 원폭투하 등 승전국이 자행한 대량 학살에 대해 재판하지 않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하며, 그 죄도 추궁하자고 호소했다. 중국과 일본의 전면 전쟁 계기가 됐던 ‘루거우차오(노구교) 사건’과 ‘남경대학살(南京大虐殺) 사건’ 등 대중 정책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이 정책은 바로 직전의 정권에서 세운 계획으로 자신은 집행만 한 것이지, 자신이 정책을 계획한 것은 아니라고 변명했다. 자신에게 돌아올 패전의 책임을 일본 정부와 국민의 탓으로 전가한 사실도 밝혀졌다.

항복 직후 쓴 수기에 “적의 위협에 겁먹고 손을 들어버리는 내각 지도자와 국민의 나약한 정신을 믿고 전쟁에 나선 것에 대해 개전 당시 책임자로서 깊은 후회를 느낀다”고 말하고 “신 폭탄(원자폭탄)에 움츠러들고 소련의 참전에 움찔해 무조건 항복하면, 국민의 전투 의지는 급속히 사그라진다. 이런 사태는 군을 지휘 통수하는 데 지대한 혼란을 일으켜 전투력을 저하시킨다”며 내각 결정에 반발했다.

이를 두고 ‘도조 히데키’ 연구가 ‘호사카 마사야스(保阪正康)’는 “패전을 두려워하면서 자신에게 돌아올 책임 추궁에 신경을 곤두세운 속마음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처형되기 전에 “욕망의 이승을 오늘 하직하고, 미타(彌咤)의 곁으로 가는 기쁨이여…….”라는 유언시를 남겼다.

이 또한 위선이 아닌가 한다. 처형되기 전까지 그렇게 살고 싶어 제대로 자살도 못하고, 재판에서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삶을 구걸하던 그가, 교수형에 처해지기 전에는 마치 의연히 죽는 듯이 유언시를 남기는 행동은 너무 위선이라고 생각된다. ‘도조 히데키’는 전형적인 소심한 인간이었다.

전세가 유리할 때는 무슨 배포가 대단한 사람인 양 확전에 확전을 주도해 동남아시아를 침략하고 하와이까지 공격을 강행하면서, 부하에게는 사무라이답게 죽으라며 ‘전진훈(前進訓)’과 ‘와전옥쇄(瓦全玉碎)’의 훈령을 내렸던 그가 관동군에 있으면서 침략한 중국 난징의 대학살에서 보듯이 점령지 민족들에게는 잔인할 정도로 포악했으나, 막상 패전하자 자신은 겁이 나서 죽지도 못하고, 재판에서는 살아보겠다고 선처를 호소하며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추태를 부렸던 것이다.

부끄러운 추태를 부린 것은 ‘도조 히데키’만이 아니다. 전쟁의 주범, 소위 말하는 A급 전범들은 재판받는 와중에서 서로를 탓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목숨을 구걸했다. 일본 국립공문서관에 보관되어 있는 A급 전범 15명이 자신의 변호인 앞으로 제출한 자필진술서에 의하면 “이들 A급 전범들은 태평양전쟁은 스스로 지키려는 정당한 전쟁이었다고 주장하고, 자신은 군인으로서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정당성을 주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쟁으로 많은 희생자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언급하는 진술은 하나도 눈에 띄지 않았다”고 한다.

책임회피

앞에서 말한 동부 헌병대 사령관 ‘오타니 게이지로’와 필리핀 전선을 지휘하던 ‘무토 아키라’의 추태 외에도, 봉천 특무기관장을 지내면서 그 많은 만주 주민을 학살한 혐의로 사형에 처해진 ‘도비하라 겐지(土肥原 賢二)’는 “전쟁이 부당하다며 작전을 거부하는 것은 분명히 반역자가 되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하면서, 자신은 군인으로서 상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발뺌하며, 형벌을 낮추어 줄 것을 재판관 앞에서 실제로 눈물을 흘리면서 호소했다.

이같이 자국민들에게 사무라이 정신을 강요하며 전쟁에서 포로로 잡히는 치욕 대신 명예로운 죽음을 택하라던 핵심 군국주의자들마저 자결하지 못하고 살아남아, 패전의 책임을 변명하고 전가하면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목숨을 구걸하는 구차한 추태를 보인다면, 도대체 그 사무라이 정신이라는 것은 무엇이며, 진정한 사무라이의 행동은 어떤 것이냐고 묻고 싶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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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