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호남신당론 실체 전격해부

"우리가 친노 들러리나 서는 거수기인가?"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호남민심이 심상치 않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 돌풍이 호남을 휩쓸었고, 7월 재보선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까지 연출됐다. 급기야 정치권에서는 ‘호남신당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호남신당론의 실체는 무엇일까?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호남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급기야 정치권에서는 호남을 기반으로 한 신당이 출현할 것이라는 이른바 ‘호남신당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호남신당론의 진앙지는 바로 비노(비노무현)계다. 최근 호남지역에서 경청투어를 진행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은 “당이 특정 계파에 의해 장악되면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호남의 여론”이라고 말했고, 광주 동구가 지역구인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도 “집권이 불가능한 사람들과 한 지붕에 살기보단 가능성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두 사람 다 작심한 듯 친노(친노무현)계를 겨냥해 분당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들을 쏟아낸 것이다.

친노 겨냥
분당 협박

비노계는 호남의 민심이 술렁이고 있는 이유로 친노 좌장인 문재인 의원의 당권 장악이 가시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호남은 새정치연합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지지기반이지만 친노와는 다소 껄끄러운 관계다.

정치권에서는 친노와 호남의 관계에 대해 “남(새누리당)보다는 가깝지만 그렇다고 친자식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대북송금 특검을 밀어붙인 것이 친노와 호남의 사이가 멀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대북송금 특검으로 호남의 정신적 지주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어야만 했다.


친노진영이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도 호남인들에겐 충격적인 일이었다. 당시 호남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호남의 뒤통수를 쳤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친노가 주축이 되어 만든 열린우리당은 지난 2004년 총선에서는 탄핵역풍에 힘입어 어느 정도 선전했지만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집권여당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원내 9석에 불과하던 민주당에게 광주시장과 전남도지사 자리를 빼앗기는 굴욕을 당했다. 이때 쌓인 앙금은 아직까지도 호남인들의 가슴 한켠에 남아있다.
 

올 7월에 치러진 전남 순천 재보선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지난 1988년 소선구제 도입 이후 최초로 호남에서 당선되는 진기록을 세웠는데, 공교롭게도 상대는 친노계로 분류되는 서갑원 전 의원이었다. 물론 서 전 의원이 당시 패배했던 것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들이 있겠지만 친노인사에 대한 호남인들의 반감도 분명히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친노가 내년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을 완전히 장악하려고 하니 호남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운 친노
당 장악 반대

그러나 문 의원 측은 호남신당론에 대해 “가장 유력한 당권주자인 자신을 견제하기 위한 비노진영의 실체 없는 협박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문 의원이 호남의 상황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 ‘친노가 당권을 잡으면 당이 깨진다’는 말은 비노주자들이 지어낸 말이 아니라 호남지역에서 실제로 거론되고 있는 이야기다. 지금 새정치연합 유력 대권주자가 모두 영남 출신인데 당권까지 친노가 가져가면 호남은 친노 거수기냐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호남의 민심을 전했다.

특히 지난 2002년 참여정부 출범 이후 10년 이상 호남이 중앙정치권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호남소외론’은 호남신당론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에서는 당 지도부가 호남의 여론과는 관계없이 특정인을 전략 공천해 낙하산식으로 내려 보내면서 호남의 자존심을 건드리기도 했다.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호남의 민심이반은 가속화됐지만 새정치연합은 흔들리는 호남민심을 효과적으로 수습하지 못했다.

비노 거물들 너도나도 호남으로
친노가 당권 잡으면 당 깨진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예산폭탄을 앞세우며 호남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호남 지지율은 어느새 새정치연합의 턱밑까지 치솟았다. 양당 간 지지율 격차가 10%p 정도밖에 나질 않는다. 역대 최저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라리 호남정치를 복원할 수 있는 새로운 세력이 필요하다는 기류가 호남 전반에 퍼지고 있고 이는 곧 호남신당론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친노진영이 당권을 잡으면 호남 의원들이 차기 총선에서 물갈이 대상 1호에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도 호남 신당론의 주요한 원동력 중 하나다. 호남에는 유독 비노계 의원들이 많은데 친노진영이 당권을 잡으면 다가오는 2016년 총선에서 공천을 보장받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텃밭 공천만큼은 쇄신을 부르짖으며 혁신 공천 경쟁을 벌여왔다. 중진의원일수록 쇄신 압박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유독 호남 중진의원들이 차기 전당대회에 대거 출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만약 친노계가 당권을 잡고 호남 의원들을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킨다면 이들이 뭉쳐 호남신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호남신당론은 분명히 실체가 있다. 다만 시기와 규모가 문제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정치권에서는 이미 호남신당이 물밑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케하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1월 전남 강진이 지역구인 새정치연합 황주홍 의원이 정당 설립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정당법은 중앙당과 5개 이상의 시·도당으로 구성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중앙당과 1개 이상의 시·도당으로 구성하도록 완화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다.

황 의원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기존 정당법의 경우 수도권과 특별·광역시에 반드시 시·도 당을 두도록 하고 있어 지방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결사체가 만들어지기 어려웠다”며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정당 설립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일부 지역만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정당의 설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개정안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해당 개정안이 호남 신당 창당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의원 12명 중 6명이 호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들이다.

신당 준비 시작?
사전 정지작업

호남신당론과 맞물려 비노진영 거물인사들이 부쩍 호남에서의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의심스러운 정황들이다. 새정치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은 최근 전북에서 경청투어를 진행했고, 당권 도전설이 나도는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호남 개혁정치 복원이라는 의미심장한 목표를 내세우고 광주에서 ‘호남의 희망’이라는 정치연구소를 열었다.

박주선 의원도 최근 무려 한달 동안 전남 순천과 해남, 광주, 전북 전주 등을 돌며 순회 초청 강연회를 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정계 은퇴 뒤 난데없이 전남 강진으로 내려가 은둔생활을 시작했고 비노그룹은 강진까지 찾아가 손 전 고문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던 기초의원과 지자체장들이 차일피일 복당을 늦추고 있는 것도 수상한 정황이다. 과거에는 호남에서 설사 무소속으로 당선됐더라도 복당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고, 복당하지 않으면 차기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도 없었다.

친노에 등 돌린 호남민심 "배신이야"
호남신당, 당장 교섭단체 구성도 가능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던 호남 지역 기초의원과 지자체장들이 벌써 반년 가까이 새정치연합으로의 복당을 미루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호남지역에서 약화된 새정치연합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들이 호남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복당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호남신당의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우선 호남은 타 지역과는 달리 선거에서 새정치연합과 신당 간 1대1 구조를 성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만약 수도권에서 새정치연합과 신당이 격돌한다면 새누리당만 어부지리를 얻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호남을 기반으로 한 신당이 출범할 경우에는 그런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호남에 걸려있는 의석수는 30석 정도인데 신당이 차기 총선에서 선전한다면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을 충분히 넘길 수도 있다.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넘기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원내 제3당 자리는 꿰찰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소한 제3당
마지막 카드

호남신당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적 명분이다. 호남신당 출범에 대한 타당한 정치적 명분을 마련하지 못하면 신당은 당내 계파싸움의 산물로만 인식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차기 총선에서 호남인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명분을 얻지 못하면 호남인들의 선택을 받는다 해도 호남을 중앙정치에서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호남신당이 진정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기존 새정치연합과 차별화되는 정체성과 정책이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대선 경쟁력을 갖춘 대권주자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비노진영에서는 이러한 조건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신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산발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마땅히 구심점 역할을 한 인물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호남신당론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과연 정치권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호남신당론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정치권이 호남민심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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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