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수상한 정윤회 감싸기' 내막

공직감찰관 의문의 사퇴 "진실은?"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의심받고 있는 정윤회씨가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올해 초 정씨와 관련된 비위첩보를 입수하고 감찰을 벌이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가 윗선의 압박으로 사실상 해임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통상적인 인사였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정씨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의심받고 있는 정윤회씨가 끊임없이 구설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에 불거진 의혹은 올해 초 정씨와 관련된 비위 첩보를 입수하고 감찰을 벌이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보복성 인사조치를 당했다는 것이 골자다. 청와대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보복성 인사?

정씨는 박 대통령과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진 고 최태민 목사의 딸 최순실씨의 전남편이다. 최 목사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박 대통령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이다. 최 목사가 박정희정권 당시 영애였던 박 대통령을 앞세워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주된 내용이었다.

최 목사의 딸인 최씨와 남편인 정씨는 박 대통령이 야인생활을 할 때 옆에서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정씨는 박 대통령이 지난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로 정계에 입문할 때 비서실장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정씨는 지난 2004년 최 목사의 사위라는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되자 정치권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런 이력 때문에 정씨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끊임없이 비선 실세 논란에 휘말려왔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이 확인되지 않는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정씨를 만났다는 낯 뜨거운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던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는 현재 검찰에 기소돼 수사를 받고 있다.

한편 이번에 제기된 의혹은 청와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정씨가 인사청탁을 미끼로 금품을 수수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감찰에 착수했으나, 지난 2월 감찰 작업을 벌이던 경찰 출신 부하직원이 갑자기 경찰청으로 원대 복귀하면서 조 전 비서관과 청와대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다는 내용이다.

조 전 비서관은 경북 대구 출신으로 수원지검 공안부장, 법무장관 정책보좌관, 국정원장 특별보좌관 등을 거친 엘리트로 알려졌다. 조 전 비서관은 부하직원이 경찰청으로 원대복귀한 후 두 달만에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두 사람이 청와대를 떠나게 되면서 정씨에 대한 감찰은 모두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오랫동안 정치권에서 떨어져 있었던 인물로 현재는 아무런 직책도 가지고 있지 않은 민간인 신분이지만 과거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활동했던 전력이 있어 조 전 비서관은 정씨를 ‘특수 관계인’으로 보고 감찰을 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청와대 측은 “통상적인 인사조치였고 개인 신상을 이유로 스스로 사표를 제출한 것일 뿐 청와대가 사퇴를 압박한 것도 아니며, 애초부터 정씨에 대한 감찰을 실시한 적도 없다”며 해당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정윤회 건드리면 경질? 더 커지는 의혹
본인은 아니라는데 자꾸 회자되는 이름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전후사정이야 어찌됐든 감찰부서에 있는 실무자가 인사시즌도 아닌 시기에 갑자기 전보조치가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누군가 감찰을 중단시키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당장 새정치연합의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정윤회의 ‘정’ 자만 나와도 청와대까지 벌벌 떠는 것을 보며 국민들의 의혹은 깊어만 간다”면서 “정씨에 대한 감찰과 관련,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청와대는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하며 검찰의 즉각적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조 전 비서관은 사태가 불거진 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며 입을 다물고 있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의 침묵으로 의혹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 모든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본인이 직접 나서서 속 시원하게 해명하면 될 일이다. 조 전 비서관의 침묵은 청와대와 조 전 비서관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의혹을 최초로 보도한 <세계일보>에 따르면 검찰 출신인 조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을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한 인연이 있다. 어찌 보면 악연이지만 박 회장은 당시 조 전 비서관의 강직한 성품에 반해 이후에도 계속 인연을 맺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박 회장과 정씨 간의 권력다툼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박 회장과 정씨 간의 파워게임은 그간 정치권에 정설처럼 떠돌았다. 급기야 지난 3월에는 박 회장이 정씨가 고용한 인물로부터 한 달 이상 미행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자신을 미행하던 인물을 직접 붙잡아 정씨가 미행을 지시했다는 자술서를 받아냈다고 한다. 하지만 정씨는 해당 의혹 보도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해당 언론사에 2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해 놓은 상태다.

정씨의 비선실세설을 의심케 하는 정황은 또 있다. 정씨는 지난 8월 독도에서 열린 한 콘서트에 참여했는데, 정씨는 해당 콘서트에 박 대통령의 유일한 공식 팬클럽인 ‘호박가족’ 회원들과 함께 참석했던 것으로 밝혀져 뒷말이 무성하다. 호박가족 회원들은 대부분 지난 대선에서 직간접적으로 박 대통령을 도왔던 인물들이다.

파워게임?

박 대통령의 선대위에 참여했던 대학교수도 있고, 박 대통령의 의상을 담당했던 디자이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콘서트는 호박가족의 회장인 성악가 임산씨가 주최했고 한 대기업이 거액의 협찬금을 제공했다. 특히 정씨는 해당 콘서트를 보기 위해 독도에 들어가면서 정윤회가 아닌 정윤기라는 가명까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직간접적으로 도왔던 인물들과 함께 콘서트에 참석한 사실만 봐도 “현 정부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정씨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지난달 28일에는 정씨와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이 정례 회동을 갖고 내부 정보를 유출한 정황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는 보도까지 이어지면서 정씨와 관련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이들과의 송년모임에서 만나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퇴시점을 “2014년 초·중순으로 잡고 있다”면서 참석자들에게 정보지 관계자들을 만나 사퇴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보를 유포할 것을 지시했다.

이러한 감찰보고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아무런 직함도 가지고 있지 않은 정씨가 청와대 내부인사들에게 지시를 내린 행위는 세간의 떠돌던 ‘그림자 실세’ 의혹이 사실임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은 정씨가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채용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번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왜 청와대는 정씨를 감싸고만 도는 것일까? 정씨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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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