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문재인 플랜 가동 막전막후

내년 전당대회는 사실상 '문 대표' 즉위식?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내년 전당대회는 사실상 문재인 의원의 당 대표 즉위식으로 끝날 것이다.” 차기 전당대회를 둘러싼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계파갈등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당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친노진영이 내년 전당대회를 사실상 문 의원의 당 대표 즉위식으로 만들려 한다는 것이 비노진영의 불만이다. 왜 이런 불만이 나오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친노진영의 문재인 대표 옹립 플랜 막전막후를 살펴봤다.

“내년 전당대회는 무척 시시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의원의 지지도가 높은데 당 지도부를 장악한 친노(친노무현)계가 자꾸 문 의원에게 유리한 쪽으로 전당대회를 끌어가려고 한다. 전당대회가 마치 문 의원을 당 대표로 옹립하기 위한 요식행위로 변질되고 있는 듯하다.”

플랜 가동
눈 뜨고 당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꺼낸 이야기다. 내년 2월8일에 열릴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정치연합 내부의 계파갈등이 점점 더 심각해져가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의 승자는 차기 총선의 공천권을 쥐락펴락할 강력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차기 전당대회 승패는 더 나아가 차기 대권경쟁과도 직결되어 있다. 새정치연합 내 모든 의원들의 시선이 차기 전당대회로 쏠리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비노(비노무현)진영에선 이미 차기 전당대회에서 공정한 대결은 불가능해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를 장악한 친노진영이 문 의원을 당 대표로 옹립하기 위한 플랜을 가동시켰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치권의 분위기를 반증하듯 지난 18일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한 언론사 기자의 “중립이 맞느냐?”는 돌직구 질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해당 기자는 이날 문 위원장에게 “노무현정부에서 비서실장을 했는데,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은근슬쩍 친노 편을 든다는 말이 있다. 비대위원장으로서 중립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문 위원장은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정치권의 평가는 다르다. 실제로 이날 문 위원장은 ‘친노의 패권적 성향이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 “오히려 친노를 배제하려는 것이 또 하나의 계파주의”라며 시종일관 친노를 적극 두둔해 눈길을 끌었다.

문-문 합작, 노골적인 편들기? 
비노계, 분당까지 거론하며 반발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문 위원장의 행보는 누가 봐도 친노 편들기였다. 비대위가 출범하자마자 친노 진영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모바일 투표에 대해 “그것만큼 공정한 게 어디 있냐”며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대권 주자인 문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해선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우리 당의 당원이라면 누구나 (전당대회에) 나올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노골적인 문재인 편들기 행보로 눈총을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문문(문희상-문재인) 합작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문 위원장의 취임 이후 친노진영은 빠르게 당을 장악해 가고 있다. 계파청산은커녕 당내 계파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부족국가냐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나름 계파 안배에 신경을 썼다는 비대위 조차 친노 일색이다. 비노그룹은 비대위의 친노 편향성 문제를 지적하며 추가 인선을 요구했지만 문 위원장은 이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비노계로 분류되는 정동영 상임고문은 지난 13일 친노계를 겨냥해 “특정 계파가 당을 장악하면 100% 신당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호남의 민심”이라는 폭탄 발언까지 했다.

범친노그룹이 당 지도부를 완벽하게 장악하자 문재인 옹립 플랜에는 더욱 속도가 붙었다. 문 위원장은 문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적극 옹호하며 ‘문재인 호위무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비노진영에선 “차기 대권주자가 당권을 잡을 경우 대선경선을 의식해 자파 인물들을 차기 총선에서 대거 공천하려 할 수 있다”며 문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문 위원장은 “자기가 불리하니까 누구를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것은 괜히 일을 만드는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비노계에선 ‘왜 비대위원장이 그런데 깊이 관여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골적인 편들기
“중립 맞아?”

평소 관리형 비대위원장이란 평가를 받아온 문 위원장이 당내 최대의 쟁점인 ‘대권-당권 분리론’ 논란에 대해 이처럼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 당헌에는 대권에 도전하는 사람은 대선 1년 전에 당 대표직을 사퇴하게 하는 등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게 하는 조항들이 있는데 문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해 준 셈이다.


새정치연합 내부 경선 때마다 문제가 됐던 모바일투표제 도입 논란에 불을 붙인 것도 문 위원장이었다. 문 위원장은 지난 9월 비대위가 출범하자마자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바일투표제 재도입 가능성을 시사해 논란을 일으켰다.

모바일투표는 대리투표 등 각종 잡음을 일으키면서 지난해 초 문 위원장의 비대위 1기 시절 당헌·당규에서 삭제됐었다. 본인이 이끌던 비대위에서 없애버렸던 모바일투표제를 차기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다시 들고 나왔으니 비노진영에선 문 위원장의 친노 편들기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모바일투표는 일반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친노진영 후보들에게 유리하고, 당내 기반이 탄탄한 호남계 인사들에게 불리하다. 모바일투표는 지난 2012년 민주당 6·9전당대회 때 도입됐는데, 당시 김한길 의원은 대의원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모바일투표에서 친노계 이해찬 의원에게 져 전당대회에서 패했다. 

비노진영의 반발이 거세지자 문 위원장이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친노진영에선 여전히 모바일투표제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향후 전당대회 룰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대대적인 정면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문 위원장이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추진하고 있는 ‘온·오프라인 전당원배가운동’에 대한 뒷말도 무성하다. 기본적인 권리당원 확보는 정당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비노진영에서도 표면적으로는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비노진영에서는 모바일투표 도입이 어려워지자 친노진영이 모바일투표를 포기하고 전당원배가운동을 통해 조직에서 우위를 점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문 위원장의 전당원배가운동 언급 이후 대표적인 친노인사인 문성근 국민의명령 상임운영위원장이 당원 가입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기울어진 운동장
해보나 마나?

문성근 위원장은 국민의명령 홈페이지에 차기 전당대회를 겨냥해 “‘시민참여형 네트워크 정당으로의 진화’를 주장하는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며 “투표권을 가지려면 입당하라”고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권리당원의 의결권이 일반당원보다 클 테니 당비를 내면 더 좋다. 권리당원 자격은 대개 ‘3개월 이상 당비를 낸 당원’이었다”고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문 의원은 지난 9월 국회에서 문성근 위원장과 ‘튼튼한 당, 국민네트워크정당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었다.

비노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전당대회를 겨냥한 ‘당원 급조하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노계에선 벌써부터 이번에 모집되는 권리당원에게는 전당대회 투표권을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관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권 차지해야 대선경선까지 유리 
친노-범친노 연대 가능성도 부상

또 문희상 위원장은 비노계가 요구하고 있는 원트랙 경선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당대회 경선 방식은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한 번에 뽑는 원트랙 방식과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나뉜다.


현재 새정치연합은 투트랙 경선 방식을 택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원트랙 경선을 하고 있다. 그런데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한꺼번에 뽑는 원트랙 방식은 계파 간 이합집산이 상대적으로 쉬워져 비주류들이 힘을 모아 최대 계파를 견제하는데 좀 더 유리하다. 비노계가 원트랙 경선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문 위원장은 “대체로 한번 만들어진 룰은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원트랙 방식을 반대하고 있다. 비노계 입장에선 문 위원장의 친노 편들기는 아닌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 대표
이미 대세?

게다가 최근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문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친노계와 범친노계가 연대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어 비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당권주자 빅3 중 두 사람인 친노계 문 의원과 범친노계 정세균 의원이 연대한다면 문 의원의 전당대회 승리는 거의 확실시 된다.

정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당의장, 산업자원부장관을 지낸 인사다. 당권 도전론 부각 이후 문 의원의 지지율은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다보니 최근 새정치연합 내에선 막상 전당대회가 시작되면 비노계 의원들이 모두 후보직을 사퇴해 문 의원 혼자 출마할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질 것이 뻔한 승부에 누가 나서려고 하겠냐”며 “불공정한 전당대회 과정에 불만을 품고 출마하지 않을 수도 있고 총선을 1년 남짓 남겨두고 친노계에 밉보일까 봐 다들 안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문 위원장이 취임할 때부터 이미 문재인 당대표 만들기 작전은 시작됐던 셈”이라며 “전당대회에서 친노진영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물밑에서 야금야금 준비하고 있었는데 비노진영이 이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했다. 이미 대세를 돌이키기엔 늦었다. 분당론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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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