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올란도’ 택시기사의 작심 토로

“GM 차 산다고? 말리고 싶다!”

[일요시사 경제2팀] 강경식 기자 = “GM차 절대 사지마세요.”
 
지난해 6월 전 쉐보레 올란도 차종의 택시모델을 구입했던 신모씨(65세)의 일갈이다. 차도 엉터리고, 서비스센터도 못 믿겠다는 것. 무엇보다 차량 결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소비자에게 거짓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만행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차 한 대 잘못 뽑은 이유로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는 신씨의 사연을 취재했다.

 
대구에서 25년째 택시영업을 해 온 신씨가 쉐보레 올란도의 택시 모델을 구입하기로 결심한 것은 아주 사소한 이유 때문이었다. 앞으로 점차 관광객 수요가 늘면 아무래도 화물공간이 넉넉한 차량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이상 없다던 
데이터 허위
 
평소 점심 값 몇천 원도 아까워하던 신씨가 새 차를 장만하자 주변 택시기사들은 “대구 돈 다 벌려나보다”면서 올란도 택시 모델에 큰 관심을 보였다.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에 어깨가 으쓱해 진 것도 잠시. 인도받은 올란도는 며칠도 안 돼서 문제를 일으켰다. 엑셀을 밟고 있으면 심하게 차가 울컥거렸고 주행 중에도 급작스럽게 감속이 생기는 현상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발생한 것이다. 
 

“아, 택시는 운전자만 타는 게 아니잖아요. 하루에도 수십 명 씩 손님을 태우는데 새 차가 갑작스레 울컥거리거나 감속되는 현상이 생기면 말이 안 되죠. 사고 날뻔 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차량에 이상이 있음을 인지한 신씨는 즉각 대구의 대천동 쉐보레 서비스 센터를 찾았다. 무슨 이유로 새 차에 이런 일이 생기는 지도 알아야겠고, 한시바삐 수리를 해서 택시영업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쉐보레 남대구서비스센터의 대답은 황당했다. 처음에는 “결함을 찾을 수 없다. 여기 능력으론 한계가 있다”는 식으로 대답하더니 나중에는 “본사 눈치를 봐야한다”는 식의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차량에 생긴 이상에 대해 서비스센터도 모른다고 하니 결국 신씨는 울컥거리는 차를 몰고 인천에 있는 본사 사업소를 찾았다. 
 
지난해 6월 택시 모델 구입해 운행
주행 중 급감속 현상 수차례 발생
 
다행히 인천에서는 차량의 이상현상에 대한 원인을 밝혀냈다. 검사결과 신씨가 인도받은 차량은 엔진과 변속기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 엔진오일도 새고 그로 인해 엔진압력도 정상적인 수준을 벗어낫다. 변속기 부분도 마찬가지. 변속기 오일이 새는 것도 새는 것이지만 변속기 자체에도 결함이 있었다. 
 
차량에 대한 결함과 원인이 밝혀지자 신씨는 본사에 “어떻게 새 차에 이런 결함들이 생길 수 있느냐”며 항의를 했다. 택시차량을 운행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영업 손실을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는 말도 했다. 
 

이에 대해 쉐보레 측은 문제가 있는 엔진과 여타 부품의 교환해 주는 것으로 신씨를 달랬다. 신씨 역시 본사가 차량에 대한 결함을 인정하고 부품을 교환해주는 것을 보고 화를 삭였다. 영업을 못해 생긴 손실 몇 푼 보상받는 것보다 한시바삐 차를 고쳐서 택시영업을 재개하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교환된 부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으면 이 문제는 더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엔진과 핵심 부품을 교체하고도 차량의 결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시동을 걸 때마다 심한 소음이 생겼고, 주행 중에는 차량 밑바닥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 때문에 손님들이 불안해했다. 갑자기 RPM이 치솟기도 하고 액셀을 밟는데도 속력이 떨어지는 이상 현상도 나타났다. “운전 좀 제대로 하라”며 역정 내는 손님도 한 둘이 아니었다. 택시 모는 25년 동안 그렇게 진땀 나는 날들이 없었다는 것. 
 
결국 신씨는 사고의 위험이 사라지지 않고서는 더 이상 운행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차를 서비스센터 주차장에 세웠다. 그리고 다시 쉐보레 본사에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신씨의 요청에 대해 쉐보레는 즉각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았다. 차일피일 시간을 보낸 것이다. 문제는 쉐보레가 차량을 교환해주거나 부품교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 기간 동안 발생하는 신씨 일가의 생활고였다. 
 
서비스 센터 “원인 모른다”
거짓데이터 제공 고객 기만
 
택시영업을 통해 생계를 꾸려가는 신씨 일가는 수입은 없으면서 지출은 줄지 않는 악순환에 빠졌다. 대학생인 두 아이 학비와 네 식구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은행에 추가 대출을 신청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지인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돈을 빌려 살림을 꾸렸다.
 
그러길 두 달여. 쉐보레 본사사업소는 8월17일 신씨에게 “남대구 서비스센터에서 차량 엔진에 대한 정밀검사를 시행하겠다”며 협조를 요청해왔다. 차량에 정밀 데이터 취집장치를 부착해서 3일간 모은 데이터를 토대로 결함의 원인을 찾자는 것이다. 
 
신씨가 본사의 제안에 동의하자 8월18일부터 3일간의 정밀검사가 시행됐고 마침내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그 데이터 결과가 이상했다. 쉐보레 측이 제시한 데이터의 각종 수치와 그래프는 신씨의 차량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나타내고 있었던 것.

팔면 그만?
결함 그대로
 
자신이 체감하던 것과는 사뭇 상반되는 결과를 받은 신씨는 남대구서비스센터에 출력 데이터에 대한 부연 설명을 요구했다. 전문용어와 각종 그래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신씨의 요구에 응하는 담당직원의 태도가 납득하기 어려웠다. 검사를 수행한 직원 이모씨는 “나도 자세히는 모른다. 데이터는 차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나왔다”면서 구체적인 대답을 회피했다.
 
‘정밀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쉐보레 측의 주장을 쉽게 납득할 수 없었던 신씨는 다시 인천 본사사업소에 찾아가서 “일전에 엔진과 여타 부품을 교환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다시 한번 엔진을 점검해달라는 요구도 덧붙였음은 물론이다.    
 
 

이에 인천 사업소는 다시 신씨 차량의 엔진을 재검사했고, 그 결과 변속기 결함과 엔진 결함, 냉각수누유 등의 이상요소를 발견했다. ‘아무 이상이 없다’던 남대구 서비스센터의 의견과는 달리 본사사업소 검사에서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것이다. 
 
차량 결함이 인정됨에 따라 인천 사업소는 9월에 신씨 차량의 엔진을 다시 교체했다. 엔진이 자동차의 심장이라고 한다면 신씨의 차량은 출시 직후 불과 3개월 만에 두 차례나 대규모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두 차례의 엔진교환과 부품교환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차량을 운행 할 때마다 심한 진동과 소음, 주행 중 차가 울컥거리는 현상도 여전했다. 불만에 찬 손님들의 볼멘소리도 사라지지 않았다. 또다시 차를 세워두고 택시영업을 중단해야 했던 신씨는 쉐보레측에 근본적인 대책을 강하게 요구했다. 더 이상 엔진이나 부품교환 같은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돼지 않으니 차량을 교환해주던가 환불을 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그러나 쉐보레 측은 신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자체규정상 더 이상의 조치는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쉐보레 측이 신씨의 요청을 거부함에 따라 신씨는 1인 시위에 돌입했다. 택시 운전대를 놓고 항의에 나선 지가 11월20일 현재 16일 째, 보름이 넘었다. 신씨는 영업 손실에 대한 보상과 진심어린 사과를 받을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택시영업을 하지 못함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피로가 누적되고 있지만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차 한 대 잘못 뽑았다가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차량의 결함을 회사가 책임져야지 왜 소비자가 피해를 봐야합니까. 정말 GM차 산다는 사람 있으면 도시락 싸서 따라 다녀서라도 말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브랜드 믿고 샀는데…

생업 접고 항의 시위
 
신씨는 그 간의 과정에서 참았던 울분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보상이 목적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을 원한 게 무슨 잘못이냐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두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하나는 남대구 서비스센터에서 제공한 정밀검사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것. 차량에 대한 정밀검사를 한 시점은 8월 18일 인데 서비스 센터 담당직원이 출력해 준 데이터의 일시는 7월11일이라는 것이다.
 
다른 차량의 데이터를 마치 신씨의 차량 데이터인 것처럼 속여서 보여준 것은 쉐보레가 원인규명을 요구하는 고객을 기만한 증거라는 주장이다. 대구로 내려가 당시 검사를 담당했던 이씨를 만나 취재해본 결과 신씨의 주장은 사실이었다. 당시 검사를 진행했던 이모씨는 “신씨에게 다른 차량의 데이터를 출력해준 사실이 맞다”라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본사는 이 같은 허위 데이터로 고객을 기만한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이에 대해 쉐보레 본사는 마땅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씨 차량에 대한 실제 데이터를 보여 달라는 요구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다. 
 
신씨가 제기하는 두 번째 의혹은 교체된 엔진에 대한 부분이다. 인천 본사에서 이뤄진 두 번째 교체에 사용된 엔진이 중고재생품인 것 같다는 게 신씨의 주장이다. 
 
“엔진을 장착하기 전에 검사를 마쳤다는 도장을 확인시켜 줬는데, 수리하는 직원 손이 도장 위를 스치자 도장이 지워졌습니다. 새 엔진이 아니라 인천사업소에서 보유하고 있던 중고엔진에 자체적으로 ‘검정’ 도장을 찍은 것 같았습니다. 제품 포장 상태도 이상했고 엔진에 흠집도 보였습니다.”
 
중고 엔진 교체 의혹에 대해 쉐보레 측은 “해당 엔진은 절대 중고 재생품이 아니다. 분명 새 엔진으로 교환됐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워지는 ‘검정’ 도장과 외관상의 흠집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교체한 엔진
중고재생품?
 
향후 신씨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계획인지에 대해서도 함구 상태다. 취재 초기 “적절한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피력하더니 차량 결함이나 허위 데이터 제공, 중고 엔진 교체 의혹 등을 파고들자 접촉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자세한 정황 파악을 위해 며칠만 시간을 달라”며 시간을 벌더니 점차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차를 팔 때는 그토록 친절하게 굴더니 차만 팔면 자체규정 앞세워 안면 바꾸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민낯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추위에 발 구르는 손님들 태우고 다녀야 할 택시기사가 찬바람 맞아가며 하소연하는 모습이 GM사 관계자들에게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liebend@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BOS 없는 스파크, 왜?
 
끊임없이 이어지는 급발진 사고를 막기 위해 각 완성차 회사들은 브레이킹 오버라이드 시스템(Brake Override System. 이하 BOS)을 차마다 장착하고 있다. BOS는 급발진 현상이 발생했을 때 액셀러이터와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게 되면 브레이크의 신호를 우선시해 차량의 주행능력을 상실시켜 탑승자의 안전을 보호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다.
 
이에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도 지난 2010년부터 장착을 의무화 하고 있고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2011년부터 전 차종에,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2000년부터 출시된 모든 차량에 각각 장착하고 있다.
 
한국GM도 마찬가지로 지난 2011년부터 대부분의 차량에 BOS를 장착했다. 그러나 스파크에는 지난 2013년까지도 장착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중고시장에서 유통 중인 스파크 모델에서는 BOS가 장착되지 않은 차량이 대부분 유통 중이다.
 
문제는 스파크 차량의 급발진 의심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데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급발진으로 인한 자동차사고를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블랙박스에 담긴 급발진의심사고의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스파크는 BOS를 제외하더라도 안전 사양이 부족하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중인 스파크의 경우 기본 옵션으로 10개의 에어백이 장착돼 있다. 그러나 국내 시판중인 스파크에는 기본 옵션으로 4개의 에어백만장착돼 있다. 가벼운 차체와 부족한 에어백, 급발진 제동장치마저 빠져있는 스파크, 강심장이나 목숨이 아깝지 않은 사람만 이용할 차량으로 보인다.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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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