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올란도’ 택시기사의 작심 토로

“GM 차 산다고? 말리고 싶다!”

[일요시사 경제2팀] 강경식 기자 = “GM차 절대 사지마세요.”
 
지난해 6월 전 쉐보레 올란도 차종의 택시모델을 구입했던 신모씨(65세)의 일갈이다. 차도 엉터리고, 서비스센터도 못 믿겠다는 것. 무엇보다 차량 결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소비자에게 거짓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만행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차 한 대 잘못 뽑은 이유로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는 신씨의 사연을 취재했다.

 
대구에서 25년째 택시영업을 해 온 신씨가 쉐보레 올란도의 택시 모델을 구입하기로 결심한 것은 아주 사소한 이유 때문이었다. 앞으로 점차 관광객 수요가 늘면 아무래도 화물공간이 넉넉한 차량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이상 없다던 
데이터 허위
 
평소 점심 값 몇천 원도 아까워하던 신씨가 새 차를 장만하자 주변 택시기사들은 “대구 돈 다 벌려나보다”면서 올란도 택시 모델에 큰 관심을 보였다.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에 어깨가 으쓱해 진 것도 잠시. 인도받은 올란도는 며칠도 안 돼서 문제를 일으켰다. 엑셀을 밟고 있으면 심하게 차가 울컥거렸고 주행 중에도 급작스럽게 감속이 생기는 현상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발생한 것이다. 
 

“아, 택시는 운전자만 타는 게 아니잖아요. 하루에도 수십 명 씩 손님을 태우는데 새 차가 갑작스레 울컥거리거나 감속되는 현상이 생기면 말이 안 되죠. 사고 날뻔 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차량에 이상이 있음을 인지한 신씨는 즉각 대구의 대천동 쉐보레 서비스 센터를 찾았다. 무슨 이유로 새 차에 이런 일이 생기는 지도 알아야겠고, 한시바삐 수리를 해서 택시영업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쉐보레 남대구서비스센터의 대답은 황당했다. 처음에는 “결함을 찾을 수 없다. 여기 능력으론 한계가 있다”는 식으로 대답하더니 나중에는 “본사 눈치를 봐야한다”는 식의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차량에 생긴 이상에 대해 서비스센터도 모른다고 하니 결국 신씨는 울컥거리는 차를 몰고 인천에 있는 본사 사업소를 찾았다. 
 
지난해 6월 택시 모델 구입해 운행
주행 중 급감속 현상 수차례 발생
 
다행히 인천에서는 차량의 이상현상에 대한 원인을 밝혀냈다. 검사결과 신씨가 인도받은 차량은 엔진과 변속기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 엔진오일도 새고 그로 인해 엔진압력도 정상적인 수준을 벗어낫다. 변속기 부분도 마찬가지. 변속기 오일이 새는 것도 새는 것이지만 변속기 자체에도 결함이 있었다. 
 
차량에 대한 결함과 원인이 밝혀지자 신씨는 본사에 “어떻게 새 차에 이런 결함들이 생길 수 있느냐”며 항의를 했다. 택시차량을 운행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영업 손실을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는 말도 했다. 
 

이에 대해 쉐보레 측은 문제가 있는 엔진과 여타 부품의 교환해 주는 것으로 신씨를 달랬다. 신씨 역시 본사가 차량에 대한 결함을 인정하고 부품을 교환해주는 것을 보고 화를 삭였다. 영업을 못해 생긴 손실 몇 푼 보상받는 것보다 한시바삐 차를 고쳐서 택시영업을 재개하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교환된 부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으면 이 문제는 더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엔진과 핵심 부품을 교체하고도 차량의 결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시동을 걸 때마다 심한 소음이 생겼고, 주행 중에는 차량 밑바닥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 때문에 손님들이 불안해했다. 갑자기 RPM이 치솟기도 하고 액셀을 밟는데도 속력이 떨어지는 이상 현상도 나타났다. “운전 좀 제대로 하라”며 역정 내는 손님도 한 둘이 아니었다. 택시 모는 25년 동안 그렇게 진땀 나는 날들이 없었다는 것. 
 
결국 신씨는 사고의 위험이 사라지지 않고서는 더 이상 운행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차를 서비스센터 주차장에 세웠다. 그리고 다시 쉐보레 본사에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신씨의 요청에 대해 쉐보레는 즉각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았다. 차일피일 시간을 보낸 것이다. 문제는 쉐보레가 차량을 교환해주거나 부품교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 기간 동안 발생하는 신씨 일가의 생활고였다. 
 
서비스 센터 “원인 모른다”
거짓데이터 제공 고객 기만
 
택시영업을 통해 생계를 꾸려가는 신씨 일가는 수입은 없으면서 지출은 줄지 않는 악순환에 빠졌다. 대학생인 두 아이 학비와 네 식구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은행에 추가 대출을 신청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지인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돈을 빌려 살림을 꾸렸다.
 
그러길 두 달여. 쉐보레 본사사업소는 8월17일 신씨에게 “남대구 서비스센터에서 차량 엔진에 대한 정밀검사를 시행하겠다”며 협조를 요청해왔다. 차량에 정밀 데이터 취집장치를 부착해서 3일간 모은 데이터를 토대로 결함의 원인을 찾자는 것이다. 
 
신씨가 본사의 제안에 동의하자 8월18일부터 3일간의 정밀검사가 시행됐고 마침내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그 데이터 결과가 이상했다. 쉐보레 측이 제시한 데이터의 각종 수치와 그래프는 신씨의 차량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나타내고 있었던 것.

팔면 그만?
결함 그대로
 
자신이 체감하던 것과는 사뭇 상반되는 결과를 받은 신씨는 남대구서비스센터에 출력 데이터에 대한 부연 설명을 요구했다. 전문용어와 각종 그래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신씨의 요구에 응하는 담당직원의 태도가 납득하기 어려웠다. 검사를 수행한 직원 이모씨는 “나도 자세히는 모른다. 데이터는 차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나왔다”면서 구체적인 대답을 회피했다.
 
‘정밀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쉐보레 측의 주장을 쉽게 납득할 수 없었던 신씨는 다시 인천 본사사업소에 찾아가서 “일전에 엔진과 여타 부품을 교환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다시 한번 엔진을 점검해달라는 요구도 덧붙였음은 물론이다.    
 
 

이에 인천 사업소는 다시 신씨 차량의 엔진을 재검사했고, 그 결과 변속기 결함과 엔진 결함, 냉각수누유 등의 이상요소를 발견했다. ‘아무 이상이 없다’던 남대구 서비스센터의 의견과는 달리 본사사업소 검사에서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것이다. 
 
차량 결함이 인정됨에 따라 인천 사업소는 9월에 신씨 차량의 엔진을 다시 교체했다. 엔진이 자동차의 심장이라고 한다면 신씨의 차량은 출시 직후 불과 3개월 만에 두 차례나 대규모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두 차례의 엔진교환과 부품교환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차량을 운행 할 때마다 심한 진동과 소음, 주행 중 차가 울컥거리는 현상도 여전했다. 불만에 찬 손님들의 볼멘소리도 사라지지 않았다. 또다시 차를 세워두고 택시영업을 중단해야 했던 신씨는 쉐보레측에 근본적인 대책을 강하게 요구했다. 더 이상 엔진이나 부품교환 같은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돼지 않으니 차량을 교환해주던가 환불을 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그러나 쉐보레 측은 신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자체규정상 더 이상의 조치는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쉐보레 측이 신씨의 요청을 거부함에 따라 신씨는 1인 시위에 돌입했다. 택시 운전대를 놓고 항의에 나선 지가 11월20일 현재 16일 째, 보름이 넘었다. 신씨는 영업 손실에 대한 보상과 진심어린 사과를 받을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택시영업을 하지 못함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피로가 누적되고 있지만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차 한 대 잘못 뽑았다가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차량의 결함을 회사가 책임져야지 왜 소비자가 피해를 봐야합니까. 정말 GM차 산다는 사람 있으면 도시락 싸서 따라 다녀서라도 말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브랜드 믿고 샀는데…

생업 접고 항의 시위
 
신씨는 그 간의 과정에서 참았던 울분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보상이 목적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을 원한 게 무슨 잘못이냐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두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하나는 남대구 서비스센터에서 제공한 정밀검사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것. 차량에 대한 정밀검사를 한 시점은 8월 18일 인데 서비스 센터 담당직원이 출력해 준 데이터의 일시는 7월11일이라는 것이다.
 
다른 차량의 데이터를 마치 신씨의 차량 데이터인 것처럼 속여서 보여준 것은 쉐보레가 원인규명을 요구하는 고객을 기만한 증거라는 주장이다. 대구로 내려가 당시 검사를 담당했던 이씨를 만나 취재해본 결과 신씨의 주장은 사실이었다. 당시 검사를 진행했던 이모씨는 “신씨에게 다른 차량의 데이터를 출력해준 사실이 맞다”라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본사는 이 같은 허위 데이터로 고객을 기만한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이에 대해 쉐보레 본사는 마땅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씨 차량에 대한 실제 데이터를 보여 달라는 요구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다. 
 
신씨가 제기하는 두 번째 의혹은 교체된 엔진에 대한 부분이다. 인천 본사에서 이뤄진 두 번째 교체에 사용된 엔진이 중고재생품인 것 같다는 게 신씨의 주장이다. 
 
“엔진을 장착하기 전에 검사를 마쳤다는 도장을 확인시켜 줬는데, 수리하는 직원 손이 도장 위를 스치자 도장이 지워졌습니다. 새 엔진이 아니라 인천사업소에서 보유하고 있던 중고엔진에 자체적으로 ‘검정’ 도장을 찍은 것 같았습니다. 제품 포장 상태도 이상했고 엔진에 흠집도 보였습니다.”
 
중고 엔진 교체 의혹에 대해 쉐보레 측은 “해당 엔진은 절대 중고 재생품이 아니다. 분명 새 엔진으로 교환됐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워지는 ‘검정’ 도장과 외관상의 흠집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교체한 엔진
중고재생품?
 
향후 신씨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계획인지에 대해서도 함구 상태다. 취재 초기 “적절한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피력하더니 차량 결함이나 허위 데이터 제공, 중고 엔진 교체 의혹 등을 파고들자 접촉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자세한 정황 파악을 위해 며칠만 시간을 달라”며 시간을 벌더니 점차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차를 팔 때는 그토록 친절하게 굴더니 차만 팔면 자체규정 앞세워 안면 바꾸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민낯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추위에 발 구르는 손님들 태우고 다녀야 할 택시기사가 찬바람 맞아가며 하소연하는 모습이 GM사 관계자들에게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liebend@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BOS 없는 스파크, 왜?
 
끊임없이 이어지는 급발진 사고를 막기 위해 각 완성차 회사들은 브레이킹 오버라이드 시스템(Brake Override System. 이하 BOS)을 차마다 장착하고 있다. BOS는 급발진 현상이 발생했을 때 액셀러이터와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게 되면 브레이크의 신호를 우선시해 차량의 주행능력을 상실시켜 탑승자의 안전을 보호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다.
 
이에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도 지난 2010년부터 장착을 의무화 하고 있고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2011년부터 전 차종에,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2000년부터 출시된 모든 차량에 각각 장착하고 있다.
 
한국GM도 마찬가지로 지난 2011년부터 대부분의 차량에 BOS를 장착했다. 그러나 스파크에는 지난 2013년까지도 장착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중고시장에서 유통 중인 스파크 모델에서는 BOS가 장착되지 않은 차량이 대부분 유통 중이다.
 
문제는 스파크 차량의 급발진 의심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데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급발진으로 인한 자동차사고를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블랙박스에 담긴 급발진의심사고의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스파크는 BOS를 제외하더라도 안전 사양이 부족하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중인 스파크의 경우 기본 옵션으로 10개의 에어백이 장착돼 있다. 그러나 국내 시판중인 스파크에는 기본 옵션으로 4개의 에어백만장착돼 있다. 가벼운 차체와 부족한 에어백, 급발진 제동장치마저 빠져있는 스파크, 강심장이나 목숨이 아깝지 않은 사람만 이용할 차량으로 보인다.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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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