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딸 특채 '봐주기 수사' 논란

"힘 있으면 땡?" 질질 끌다가 슬쩍 봐줬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딸이 수원대학교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려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지만 검찰은 김 대표에 대해 단 한 차례 서면조사를 하는 것만으로 수사를 어물쩍 마무리 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딸이 수원대학교 교수로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지난 17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참여연대 등은 지난 6월 김 대표가 수원대 이인수 총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막아줬고, 수원대가 그 대가로 김 대표의 딸을 전임교수로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김 대표와 이 총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었다.

봐주기 수사?
엇갈리는 반응

그러나 이번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주형)는 “고발장 접수 후 김 대표와 이 총장, 학교 관계자와 관련 자료 등을 검토했지만 김 대표 딸 채용을 뇌물로 보거나 그 대가로 국감증인 채택을 막아줬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며 이번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매듭지었다.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김 대표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누설 의혹과 관련한 사건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준 전력이 있다. 

그런데 검찰의 수사과정은 아무리 봐도 석연치가 않았다. 여당 대표가 연루돼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매우 민감한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김 대표와 이 총장에 대해 각각 한 차례씩 서면조사를 하는 것만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김 대표가 이 총장의 국감증인 채택을 막기 위해 동료의원들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당시 신학용 국회 교문위원장과 여야 간사 의원들의 증언도 듣지 않고 결론을 내려버렸다.

김 대표는 지난해 국회 교문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증인채택 협의를 하고 있는 회의실에 들어가 이 총장의 국감증인 채택을 무산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대표가 이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증언이 엇갈리고 있지만 김 대표가 교문위 회의실을 방문한 것 자체는 모두가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서울 중앙지검 벌써 두번째 면죄부
여권실세 눈치 보기? 공정한 수사?

해당 상임위원도 아닌 의원이 상임위원장과 여야 간사 간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회의실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측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감증인에서 이 총장을 빼달라고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평소 친분이 있던 이 총장이 억울한 사유로 자신을 국감증인으로 소환하려고 한다고 해서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려고만 했을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사실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못미더웠다. 국회의원과 관련된 비리 의혹의 경우 특수부에서 담당하는 게 관례였지만 김 대표와 관련된 수사는 이례적으로 형사부에 배당돼 처음부터 검찰의 수사 의지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일례로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입법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수사를 맡았고, 국회까지 직접 찾아가 구인장 집행을 시도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었다.

검찰이 수사 과정을 질질 끌고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사실 이번 사건은 김 대표의 딸이 수원대에 채용되는 과정에서 내부규정과 절차가 잘 지켜졌는지를 확인하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수사였다. 하지만 검찰은 무려 5개월여 만에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미 언론들을 통해 보도된 의혹들 외에 어떠한 새로운 사실도 밝혀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김 대표의 혐의를 입증할 수가 없다고 했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의심스러운 정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언론보다 못한 검찰
시간 끌다 수사종결

특히 <일요시사>가 지난 5월 단독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수원대는 작년 국정감사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갑자기 교수채용을 실시했다. 당시 수원대는 법학과, 호텔관광학부, 건축공학과 등 각 학과별로 모두 5명의 교수를 채용하겠다고 공고를 냈지만 정작 채용한 사람은 김 대표의 딸인 김모 교수 단 한 명뿐이었다. 처음부터 김 교수를 채용하기 위해 형식적인 채용공고를 낸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되는 정황이다.


이에 대해 수원대 측은 학교 측 기준에 부합되는 인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어딘가 석연치가 않다. 김 교수는 채용된 뒤 정식 임용도 되기 전에 수업에 투입됐다.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되던 교수 채용이라면서 당시에는 왜 그리 급하게 채용절차가 진행됐는지도 의문이다.

해당학과에 결원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김 교수가 소속된 디자인 학부의 다른 학과는 모두 전임교수가 2명이었지만 김 교수가 속해있는 학과만 유독 김 교수를 포함해 전임교수가 3명이 있었다.

수원대 측은 당시 교수 채용을 실시한 이유에 대해 “외국인 교수가 한 분 있는데 곧 미국으로 돌아가실 예정이라 미리 교수를 뽑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외국인 교수는 김 교수가 채용된 이후에도 1년 가까이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김 교수와 함께 근무했다.

서면조사 한 번에 모든 의혹 해소?
야당 수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검찰

수원대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학교 전체적으로 전임교수의 수가 부족한데 특정학과만 앞으로 발생할 결원에 대비해 1년 전부터 전임교수를 새로 뽑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수원대는 당시 ‘석사학위 소지자는 교육 또는 연구(산업체) 경력 4년 이상인 분만 지원 가능’이라는 지원자격을 제시했었는데, 김 대표의 딸은 교육경력과 연구경력 모두 4년에 미치지 못했지만 교수로 채용됐다.

이외에도 참여연대와 사학개혁운동본부(사학국본)가 공동으로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김 교수의 채용과정은 수원대의 과거 몇 년 동안의 채용절차와 크게 달랐다. 최근 4년 동안 김 교수가 임용된 수원대 미술대학에서 정년계열 교수가 채용된 것은 김 교수가 처음이었다.

수원대 미대 관계자들도 지난 몇 년 동안 아무리 실력이 좋은 교수라도 정년계열로 임용되지 못했는데 유독 당시 30살에 불과했던 김 교수를 정년계열 교수로 뽑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지난해 전국 대학 예체능계 신임 교원의 평균 연령은 44세였다. 그러나 검찰은 줄줄이 쏟아져 나온 모든 의혹들에 대해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대표를 고발했던 참여연대는 이번 수사결과에 대해 “검찰이 수사과정 내내 너무나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며 “이번 수사는 희대의 부실수사이며 검찰의 직무 유기”라고 규정했다. 즉시 항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희대의 부실수사
검찰의 직무유기

한편 이번 수사 결과에 대한 법조계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한 차례 서면조사로 수사를 마무리한 것은 그들의 주장을 검찰이 있는 그대로 받아드렸다는 것”이라며 “그들이 얼마나 완벽한 답변서를 제출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주장에 대해 검찰이 반박할 것도 있고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있었을 텐데 추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혐의를 염두에 두고 짜맞추기식 수사를 진행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수사과정이 미심쩍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어려운 사건이었다”며 “정황상 증거들만 있을 뿐 실제로 돈이 오간 것도 아니고 직접적인 증거가 전혀 없다. 봐주기 수사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과연 김 대표의 딸 특혜채용 의혹의 진실은 무엇일까?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