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조준 사자방 정국 관전포인트

수족 놔두고 머리 바로 친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사자방(4대강 공사,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와 관련한 의혹이 연일 증폭되고 있다. 사자방 비리는 지난 MB정부의 핵뇌관으로 불리며, 전직 대통령이 연루된 초대형 게이트로 확대될 조짐이다. 무려 100조원의 혈세가 증발된 과정에서 당시 권력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연말 정국 승부수로 사자방 국정조사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새누리당 일각에서 사자방 국정조사에 찬성하는 기류가 감지된다는 사실이다. 각기 다른 셈법으로 MB를 정조준하고 있는 여야. 다가올 사자방 정국이 거대한 풍랑을 예고하고 있다.


사자방 비리와 관련한 사정기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검찰은 이른바 방산비리 첩보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산비리 척결을 선언하면서 검찰은 사상 최대 규모의 합수단을 구성했다.

작정한 야당
느긋한 여당

지난 18일에는 4대강 공사에 대한 수사 착수 사실이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한진중공업 등 7개 건설사의 담합을 적발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사 의뢰를 받아 사건을 형사6부(부장검사 서봉규)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가 전 정권 실세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형사6부는 정의당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고발한 해외자원외교 부실 투자와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확인했다. 광물자원공사와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공기업 3곳은 나란히 수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검찰은 MB정부의 핵뇌관으로 불리는 사자방 비리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벌이게 됐다. 올초부터 무성했던 MB 사정설이 한층 구체화된 모습이다. '형님'인 이상득 전 의원(이하 이상득)과 '오른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하 박영준) 등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경우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에 대한 소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100조 증발' 4대강·자원·방산 수사 착수
여야 국조 초읽기…MB 대책마련 고심

새정치민주연합을 포함한 야권은 지난 5일부터 사자방 국정조사 성사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예산안 편성을 비판하면서 사자방 비리로 사라진 100조원의 행방을 묻는다는 투트랙 전략이다.


야권은 이명박·박근혜정부를 동시에 겨냥한 사자방 국정조사로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 올 심산이다. 대선 후보를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비상대책위원은 "현 정권이 사자방 비리를 비호하려든다면 우리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비리 공범관계로 보고 규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위원 등 야권은 사자방 비리가 권력 개입 없이 일어날 수 없는 '권력형 비리'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여권이다. 한참 뜸을 들이더니 사자방 국정조사에 일부 찬성하는 의원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이다. 이 위원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작정한 듯 사자방 국정조사 문제를 "발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선 "24조원의 천문학적 재원이 투입됐는데 우리 생태 환경과 관련해 어마어마한 문제가 있고 해서 과연 이 사업이 지금 어떤 단계에 있고 어떤 결과가 나와 있는지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일단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이 위원의 발언을 다 듣고 난 뒤 "오늘 발언 중 국정조사 관련 발언은 개인 의견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래도 부족했는지 "당론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현장에서 감지된 김 대표의 웃음에는 뼈가 있었다. 실제로 김 대표는 국정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못박지 않았다. 이 같은 기류는 '대통령의 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의 발언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이 위원은 사자방 국정조사에 찬성하면서 "있는 그대로 실상이 알려져야만 그다음에 무엇이 잘못됐는가를 찾아 시스템 개혁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지난해 7월 당시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결과 보고를 인용해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실명 브리핑했다. 친이계 의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MB에 대한 사정설이 나돌기 시작한 것은 이즈음이다.

사실 지난해부터 MB 주변을 겨냥한 수사는 계속 진행돼왔다. 대표적인 것은 원전비리 수사다. 이미 파이시티 사건 등으로 복역 중이던 박영준은 만기 출소를 하루 앞두고 원전비리 사건에 연루돼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이밖에도 CJ·효성 등 '친MB기업'으로 낙인찍힌 재벌들은 1년 넘게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모든 수사에서 MB의 이름은 직접 언급되지 않았다. 친형 이상득이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 외에는 정권 차원의 의혹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수사가 있긴 했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과 MB의 대선 전 밀약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MB의 안위를 박 대통령이 챙기기로 했다는 주장은 말 그대로 확인되지 않은 낭설이라는 반박이 여권에서 나왔다. 박 대통령과 MB는 결이 다른 권력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전·현직 두 대통령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생긴 앙금으로 서로 껄끄러운 관계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MB를 믿지 않는 박 대통령은 내각을 꾸릴 때도 친이계 인사들을 대거 배제했다.

지난해 기자와 만났던 청와대 지근의 관계자는 "박근혜정부가 가장 골머리를 썩는 부분이 바로 자원외교"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정부가 에너지사업을 한다며 해외로 돈을 퍼준 것을 박 대통령도 보고 받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VIP가 해외로 자주 나가는 것도 원전 폐처리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워밍업
이제부터 본게임

그러나 당시 청와대는 수사를 주저했다고 전해진다. 보고체계를 일부 흐리는 사람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세월호 참사가 터졌고, 박근혜정부에 대한 국정지지율은 하락했다. 정국을 반전시킬 카드로 MB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이 여권에서부터 검토됐다. 의혹이 하나둘 벗겨지면서 청와대도 마음을 바꿨다. 4대강 공사, 자원외교, 방위산업에 대한 수사를 동시에 착수하기로 한 것이다.

때문에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도 국정조사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모양새다. 정치적 파급력이 큰 MB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는 몰라도 최소 박영준에서 이상득까지는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말이 새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출소한 박영준은 입을 열 경우 '여러 사람'이 다칠 수 있어 옭아놓는 편이 좋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외견상 사자방 국정조사의 칼끝은 MB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숨은 타깃이 있다. 바로 최경환 경제부총리다. 최 부총리는 지난 몇 달간 청와대의 외곽권력으로 급부상했다. '초이노믹스'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례적이다. 한 나라의 경제정책을 정의할 때 경제 관료의 이니셜을 딴 사례는 극히 드물다. 최 부총리가 인사에 개입하는 등 월권을 저질렀다는 주장도 있었다. 2인자를 두지 않는 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과 배치된 장면이 여럿 목격됐다.

최 부총리는 이명박정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명박정부에서 지식경제부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총괄했다. 야권은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연루된 MB, 이상득, 박영준, 윤상직 전 지식경제부 자원개발정책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 부총리를 묶어 '5적'으로 명명했다. 최 부총리는 야권의 공세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정권의 칼 끝 어디로 향할까
이상득-박영준 판도라 열릴까

지난 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최 부총리는 '국부 유출 책임자들이 박근혜정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야당의 질문에 "개인이 책임질 일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1조9000여억원의 손실을 입은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관여 의혹에 대해서는 "인수 협상 당시 석유공사 사장에게 잘 판단하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반박했다.

11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최 부총리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그는 노무현정부의 투자 실패를 트집 잡아 의원보다 높은 목소리로 답변하는 등 강공으로 맞섰다. 또 "당시 야당에서도 자원개발에 찬성했기 때문에 예산이 통과된 것 아니냐"며 "지나치게 정치공방으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MB가 사인한 자외원교 협약에 최 부총리가 3차례나 동행했다"며 공격의 고삐를 놓치지 않고 있다.

최 부총리에 대한 야권의 압박에 일부 여권은 쾌재를 부르는 눈치다. 여당 지도부의 소극적 대응은 사자방 쟁점화가 최 부총리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 19일 친박 대표주자인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과 회동하는 등 구원을 요청하고 있다.


최근 복수언론은 "지난 12일 MB가 경기도 하남시에서 이동관 전 홍보수석, 맹형규 전 정무수석 등 청와대 인사 15명과 모여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함께 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MB는 사자방 국정조사에 관한 대응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특히 MB는 "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자원외교를 정쟁으로 삼아 안타깝다"며 "(자원외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MB와 이 전 수석, 맹 전 수석 등은 연말 발간예정인 '이명박 회고록' 집필에 매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이은 사자방 공세에 회고록으로 답하는 모양인 셈이다.

MB 자서전
GH 압박용?

이는 자신을 노리고 있는 야권은 물론 사실상 박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정부의 권력 창출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MB는 자서전 카드로 청와대와의 협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MB는 자신의 생일이자 김윤옥 여사와의 결혼기념일 및 대통령 당선일인 다음달 19일 이른바 대선 공신들과 대규모 만찬을 벌일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전·현직 의원 및 정부관료, 지자치단체장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가올 MB의 만찬은 총대 맬 사람을 지목하는 '최후의 만찬'이 될 것인지, 아니면 '승리의 만찬'이 될 것인지. 사자방 정국이 본격화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방산비리 잔혹사

방산비리 사건은 1980년대 들어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무기 도입 패턴이 해외구매 쪽으로 바뀌자 해외 군수업체를 중심으로 권력층 로비가 치열하게 전개됐다.

청와대와 국방부 고위직이 개입된 대표적인 방산 비리 사건은 율곡사업이다. 1994년 김영삼정부는 율곡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전두환, 노태우정권 당시 군 전력 현대화 사업인 율곡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방부 장관 등은 국내 군수업체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아 챙겼다. 청와대와 국방부 고위인사들이 개입한 권력형 비리사건이다 보니 실무 차원에서 제출된 무기 도입 방안은 정당한 이유와 설득 과정 없이 번번이 무시되고 뒤집혔다.

방산비리의 또다른 축은 로비스트다. 군 고위 인사와 국회의원 등이 로비스트를 통해 정보를 흘리고 그 대가로 뇌물이나 후원금 등을 제공받는 수법이다. 이양호 국방장관과의 염문설로 세간에 화제를 뿌렸던 린다김은 그 시절을 상징하는 로비스트다.

참여정부는 2006년 방산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방사청을 출범시켰다. 무기 구매와 군납 비리를 막고 민간 인력을 활용해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도 방사청이 부패의 온상이 된 것은 '군피아' 때문이다. 방산업체에 취직한 예비역 장교들은 방사청에 근무하는 현역 후배 장교들과 검은 커넥션을 유지하면서 최근까지 온갖 비리를 저질렀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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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