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조준 사자방 정국 관전포인트

수족 놔두고 머리 바로 친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사자방(4대강 공사,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와 관련한 의혹이 연일 증폭되고 있다. 사자방 비리는 지난 MB정부의 핵뇌관으로 불리며, 전직 대통령이 연루된 초대형 게이트로 확대될 조짐이다. 무려 100조원의 혈세가 증발된 과정에서 당시 권력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연말 정국 승부수로 사자방 국정조사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새누리당 일각에서 사자방 국정조사에 찬성하는 기류가 감지된다는 사실이다. 각기 다른 셈법으로 MB를 정조준하고 있는 여야. 다가올 사자방 정국이 거대한 풍랑을 예고하고 있다.


사자방 비리와 관련한 사정기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검찰은 이른바 방산비리 첩보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산비리 척결을 선언하면서 검찰은 사상 최대 규모의 합수단을 구성했다.

작정한 야당
느긋한 여당

지난 18일에는 4대강 공사에 대한 수사 착수 사실이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한진중공업 등 7개 건설사의 담합을 적발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사 의뢰를 받아 사건을 형사6부(부장검사 서봉규)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가 전 정권 실세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형사6부는 정의당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고발한 해외자원외교 부실 투자와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확인했다. 광물자원공사와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공기업 3곳은 나란히 수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검찰은 MB정부의 핵뇌관으로 불리는 사자방 비리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벌이게 됐다. 올초부터 무성했던 MB 사정설이 한층 구체화된 모습이다. '형님'인 이상득 전 의원(이하 이상득)과 '오른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하 박영준) 등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경우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에 대한 소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100조 증발' 4대강·자원·방산 수사 착수
여야 국조 초읽기…MB 대책마련 고심

새정치민주연합을 포함한 야권은 지난 5일부터 사자방 국정조사 성사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예산안 편성을 비판하면서 사자방 비리로 사라진 100조원의 행방을 묻는다는 투트랙 전략이다.


야권은 이명박·박근혜정부를 동시에 겨냥한 사자방 국정조사로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 올 심산이다. 대선 후보를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비상대책위원은 "현 정권이 사자방 비리를 비호하려든다면 우리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비리 공범관계로 보고 규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위원 등 야권은 사자방 비리가 권력 개입 없이 일어날 수 없는 '권력형 비리'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여권이다. 한참 뜸을 들이더니 사자방 국정조사에 일부 찬성하는 의원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이다. 이 위원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작정한 듯 사자방 국정조사 문제를 "발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선 "24조원의 천문학적 재원이 투입됐는데 우리 생태 환경과 관련해 어마어마한 문제가 있고 해서 과연 이 사업이 지금 어떤 단계에 있고 어떤 결과가 나와 있는지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일단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이 위원의 발언을 다 듣고 난 뒤 "오늘 발언 중 국정조사 관련 발언은 개인 의견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래도 부족했는지 "당론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현장에서 감지된 김 대표의 웃음에는 뼈가 있었다. 실제로 김 대표는 국정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못박지 않았다. 이 같은 기류는 '대통령의 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의 발언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이 위원은 사자방 국정조사에 찬성하면서 "있는 그대로 실상이 알려져야만 그다음에 무엇이 잘못됐는가를 찾아 시스템 개혁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지난해 7월 당시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결과 보고를 인용해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실명 브리핑했다. 친이계 의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MB에 대한 사정설이 나돌기 시작한 것은 이즈음이다.

사실 지난해부터 MB 주변을 겨냥한 수사는 계속 진행돼왔다. 대표적인 것은 원전비리 수사다. 이미 파이시티 사건 등으로 복역 중이던 박영준은 만기 출소를 하루 앞두고 원전비리 사건에 연루돼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이밖에도 CJ·효성 등 '친MB기업'으로 낙인찍힌 재벌들은 1년 넘게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모든 수사에서 MB의 이름은 직접 언급되지 않았다. 친형 이상득이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 외에는 정권 차원의 의혹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수사가 있긴 했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과 MB의 대선 전 밀약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MB의 안위를 박 대통령이 챙기기로 했다는 주장은 말 그대로 확인되지 않은 낭설이라는 반박이 여권에서 나왔다. 박 대통령과 MB는 결이 다른 권력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전·현직 두 대통령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생긴 앙금으로 서로 껄끄러운 관계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MB를 믿지 않는 박 대통령은 내각을 꾸릴 때도 친이계 인사들을 대거 배제했다.

지난해 기자와 만났던 청와대 지근의 관계자는 "박근혜정부가 가장 골머리를 썩는 부분이 바로 자원외교"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정부가 에너지사업을 한다며 해외로 돈을 퍼준 것을 박 대통령도 보고 받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VIP가 해외로 자주 나가는 것도 원전 폐처리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워밍업
이제부터 본게임

그러나 당시 청와대는 수사를 주저했다고 전해진다. 보고체계를 일부 흐리는 사람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세월호 참사가 터졌고, 박근혜정부에 대한 국정지지율은 하락했다. 정국을 반전시킬 카드로 MB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이 여권에서부터 검토됐다. 의혹이 하나둘 벗겨지면서 청와대도 마음을 바꿨다. 4대강 공사, 자원외교, 방위산업에 대한 수사를 동시에 착수하기로 한 것이다.

때문에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도 국정조사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모양새다. 정치적 파급력이 큰 MB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는 몰라도 최소 박영준에서 이상득까지는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말이 새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출소한 박영준은 입을 열 경우 '여러 사람'이 다칠 수 있어 옭아놓는 편이 좋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외견상 사자방 국정조사의 칼끝은 MB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숨은 타깃이 있다. 바로 최경환 경제부총리다. 최 부총리는 지난 몇 달간 청와대의 외곽권력으로 급부상했다. '초이노믹스'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례적이다. 한 나라의 경제정책을 정의할 때 경제 관료의 이니셜을 딴 사례는 극히 드물다. 최 부총리가 인사에 개입하는 등 월권을 저질렀다는 주장도 있었다. 2인자를 두지 않는 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과 배치된 장면이 여럿 목격됐다.

최 부총리는 이명박정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명박정부에서 지식경제부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총괄했다. 야권은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연루된 MB, 이상득, 박영준, 윤상직 전 지식경제부 자원개발정책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 부총리를 묶어 '5적'으로 명명했다. 최 부총리는 야권의 공세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정권의 칼 끝 어디로 향할까
이상득-박영준 판도라 열릴까

지난 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최 부총리는 '국부 유출 책임자들이 박근혜정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야당의 질문에 "개인이 책임질 일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1조9000여억원의 손실을 입은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관여 의혹에 대해서는 "인수 협상 당시 석유공사 사장에게 잘 판단하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반박했다.

11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최 부총리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그는 노무현정부의 투자 실패를 트집 잡아 의원보다 높은 목소리로 답변하는 등 강공으로 맞섰다. 또 "당시 야당에서도 자원개발에 찬성했기 때문에 예산이 통과된 것 아니냐"며 "지나치게 정치공방으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MB가 사인한 자외원교 협약에 최 부총리가 3차례나 동행했다"며 공격의 고삐를 놓치지 않고 있다.

최 부총리에 대한 야권의 압박에 일부 여권은 쾌재를 부르는 눈치다. 여당 지도부의 소극적 대응은 사자방 쟁점화가 최 부총리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 19일 친박 대표주자인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과 회동하는 등 구원을 요청하고 있다.


최근 복수언론은 "지난 12일 MB가 경기도 하남시에서 이동관 전 홍보수석, 맹형규 전 정무수석 등 청와대 인사 15명과 모여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함께 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MB는 사자방 국정조사에 관한 대응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특히 MB는 "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자원외교를 정쟁으로 삼아 안타깝다"며 "(자원외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MB와 이 전 수석, 맹 전 수석 등은 연말 발간예정인 '이명박 회고록' 집필에 매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이은 사자방 공세에 회고록으로 답하는 모양인 셈이다.

MB 자서전
GH 압박용?

이는 자신을 노리고 있는 야권은 물론 사실상 박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정부의 권력 창출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MB는 자서전 카드로 청와대와의 협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MB는 자신의 생일이자 김윤옥 여사와의 결혼기념일 및 대통령 당선일인 다음달 19일 이른바 대선 공신들과 대규모 만찬을 벌일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전·현직 의원 및 정부관료, 지자치단체장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가올 MB의 만찬은 총대 맬 사람을 지목하는 '최후의 만찬'이 될 것인지, 아니면 '승리의 만찬'이 될 것인지. 사자방 정국이 본격화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방산비리 잔혹사

방산비리 사건은 1980년대 들어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무기 도입 패턴이 해외구매 쪽으로 바뀌자 해외 군수업체를 중심으로 권력층 로비가 치열하게 전개됐다.

청와대와 국방부 고위직이 개입된 대표적인 방산 비리 사건은 율곡사업이다. 1994년 김영삼정부는 율곡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전두환, 노태우정권 당시 군 전력 현대화 사업인 율곡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방부 장관 등은 국내 군수업체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아 챙겼다. 청와대와 국방부 고위인사들이 개입한 권력형 비리사건이다 보니 실무 차원에서 제출된 무기 도입 방안은 정당한 이유와 설득 과정 없이 번번이 무시되고 뒤집혔다.

방산비리의 또다른 축은 로비스트다. 군 고위 인사와 국회의원 등이 로비스트를 통해 정보를 흘리고 그 대가로 뇌물이나 후원금 등을 제공받는 수법이다. 이양호 국방장관과의 염문설로 세간에 화제를 뿌렸던 린다김은 그 시절을 상징하는 로비스트다.

참여정부는 2006년 방산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방사청을 출범시켰다. 무기 구매와 군납 비리를 막고 민간 인력을 활용해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도 방사청이 부패의 온상이 된 것은 '군피아' 때문이다. 방산업체에 취직한 예비역 장교들은 방사청에 근무하는 현역 후배 장교들과 검은 커넥션을 유지하면서 최근까지 온갖 비리를 저질렀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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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