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조준 사자방 정국 관전포인트

수족 놔두고 머리 바로 친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사자방(4대강 공사,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와 관련한 의혹이 연일 증폭되고 있다. 사자방 비리는 지난 MB정부의 핵뇌관으로 불리며, 전직 대통령이 연루된 초대형 게이트로 확대될 조짐이다. 무려 100조원의 혈세가 증발된 과정에서 당시 권력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연말 정국 승부수로 사자방 국정조사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새누리당 일각에서 사자방 국정조사에 찬성하는 기류가 감지된다는 사실이다. 각기 다른 셈법으로 MB를 정조준하고 있는 여야. 다가올 사자방 정국이 거대한 풍랑을 예고하고 있다.


사자방 비리와 관련한 사정기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검찰은 이른바 방산비리 첩보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산비리 척결을 선언하면서 검찰은 사상 최대 규모의 합수단을 구성했다.

작정한 야당
느긋한 여당

지난 18일에는 4대강 공사에 대한 수사 착수 사실이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한진중공업 등 7개 건설사의 담합을 적발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사 의뢰를 받아 사건을 형사6부(부장검사 서봉규)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가 전 정권 실세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형사6부는 정의당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고발한 해외자원외교 부실 투자와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확인했다. 광물자원공사와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공기업 3곳은 나란히 수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검찰은 MB정부의 핵뇌관으로 불리는 사자방 비리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벌이게 됐다. 올초부터 무성했던 MB 사정설이 한층 구체화된 모습이다. '형님'인 이상득 전 의원(이하 이상득)과 '오른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하 박영준) 등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경우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에 대한 소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100조 증발' 4대강·자원·방산 수사 착수
여야 국조 초읽기…MB 대책마련 고심

새정치민주연합을 포함한 야권은 지난 5일부터 사자방 국정조사 성사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예산안 편성을 비판하면서 사자방 비리로 사라진 100조원의 행방을 묻는다는 투트랙 전략이다.


야권은 이명박·박근혜정부를 동시에 겨냥한 사자방 국정조사로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 올 심산이다. 대선 후보를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비상대책위원은 "현 정권이 사자방 비리를 비호하려든다면 우리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비리 공범관계로 보고 규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위원 등 야권은 사자방 비리가 권력 개입 없이 일어날 수 없는 '권력형 비리'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여권이다. 한참 뜸을 들이더니 사자방 국정조사에 일부 찬성하는 의원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이다. 이 위원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작정한 듯 사자방 국정조사 문제를 "발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선 "24조원의 천문학적 재원이 투입됐는데 우리 생태 환경과 관련해 어마어마한 문제가 있고 해서 과연 이 사업이 지금 어떤 단계에 있고 어떤 결과가 나와 있는지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일단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이 위원의 발언을 다 듣고 난 뒤 "오늘 발언 중 국정조사 관련 발언은 개인 의견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래도 부족했는지 "당론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현장에서 감지된 김 대표의 웃음에는 뼈가 있었다. 실제로 김 대표는 국정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못박지 않았다. 이 같은 기류는 '대통령의 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의 발언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이 위원은 사자방 국정조사에 찬성하면서 "있는 그대로 실상이 알려져야만 그다음에 무엇이 잘못됐는가를 찾아 시스템 개혁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지난해 7월 당시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결과 보고를 인용해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실명 브리핑했다. 친이계 의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MB에 대한 사정설이 나돌기 시작한 것은 이즈음이다.

사실 지난해부터 MB 주변을 겨냥한 수사는 계속 진행돼왔다. 대표적인 것은 원전비리 수사다. 이미 파이시티 사건 등으로 복역 중이던 박영준은 만기 출소를 하루 앞두고 원전비리 사건에 연루돼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이밖에도 CJ·효성 등 '친MB기업'으로 낙인찍힌 재벌들은 1년 넘게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모든 수사에서 MB의 이름은 직접 언급되지 않았다. 친형 이상득이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 외에는 정권 차원의 의혹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수사가 있긴 했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과 MB의 대선 전 밀약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MB의 안위를 박 대통령이 챙기기로 했다는 주장은 말 그대로 확인되지 않은 낭설이라는 반박이 여권에서 나왔다. 박 대통령과 MB는 결이 다른 권력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전·현직 두 대통령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생긴 앙금으로 서로 껄끄러운 관계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MB를 믿지 않는 박 대통령은 내각을 꾸릴 때도 친이계 인사들을 대거 배제했다.

지난해 기자와 만났던 청와대 지근의 관계자는 "박근혜정부가 가장 골머리를 썩는 부분이 바로 자원외교"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정부가 에너지사업을 한다며 해외로 돈을 퍼준 것을 박 대통령도 보고 받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VIP가 해외로 자주 나가는 것도 원전 폐처리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워밍업
이제부터 본게임

그러나 당시 청와대는 수사를 주저했다고 전해진다. 보고체계를 일부 흐리는 사람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세월호 참사가 터졌고, 박근혜정부에 대한 국정지지율은 하락했다. 정국을 반전시킬 카드로 MB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이 여권에서부터 검토됐다. 의혹이 하나둘 벗겨지면서 청와대도 마음을 바꿨다. 4대강 공사, 자원외교, 방위산업에 대한 수사를 동시에 착수하기로 한 것이다.

때문에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도 국정조사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모양새다. 정치적 파급력이 큰 MB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는 몰라도 최소 박영준에서 이상득까지는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말이 새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출소한 박영준은 입을 열 경우 '여러 사람'이 다칠 수 있어 옭아놓는 편이 좋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외견상 사자방 국정조사의 칼끝은 MB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숨은 타깃이 있다. 바로 최경환 경제부총리다. 최 부총리는 지난 몇 달간 청와대의 외곽권력으로 급부상했다. '초이노믹스'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례적이다. 한 나라의 경제정책을 정의할 때 경제 관료의 이니셜을 딴 사례는 극히 드물다. 최 부총리가 인사에 개입하는 등 월권을 저질렀다는 주장도 있었다. 2인자를 두지 않는 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과 배치된 장면이 여럿 목격됐다.

최 부총리는 이명박정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명박정부에서 지식경제부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총괄했다. 야권은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연루된 MB, 이상득, 박영준, 윤상직 전 지식경제부 자원개발정책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 부총리를 묶어 '5적'으로 명명했다. 최 부총리는 야권의 공세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정권의 칼 끝 어디로 향할까
이상득-박영준 판도라 열릴까

지난 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최 부총리는 '국부 유출 책임자들이 박근혜정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야당의 질문에 "개인이 책임질 일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1조9000여억원의 손실을 입은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관여 의혹에 대해서는 "인수 협상 당시 석유공사 사장에게 잘 판단하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반박했다.

11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최 부총리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그는 노무현정부의 투자 실패를 트집 잡아 의원보다 높은 목소리로 답변하는 등 강공으로 맞섰다. 또 "당시 야당에서도 자원개발에 찬성했기 때문에 예산이 통과된 것 아니냐"며 "지나치게 정치공방으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MB가 사인한 자외원교 협약에 최 부총리가 3차례나 동행했다"며 공격의 고삐를 놓치지 않고 있다.

최 부총리에 대한 야권의 압박에 일부 여권은 쾌재를 부르는 눈치다. 여당 지도부의 소극적 대응은 사자방 쟁점화가 최 부총리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 19일 친박 대표주자인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과 회동하는 등 구원을 요청하고 있다.


최근 복수언론은 "지난 12일 MB가 경기도 하남시에서 이동관 전 홍보수석, 맹형규 전 정무수석 등 청와대 인사 15명과 모여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함께 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MB는 사자방 국정조사에 관한 대응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특히 MB는 "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자원외교를 정쟁으로 삼아 안타깝다"며 "(자원외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MB와 이 전 수석, 맹 전 수석 등은 연말 발간예정인 '이명박 회고록' 집필에 매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이은 사자방 공세에 회고록으로 답하는 모양인 셈이다.

MB 자서전
GH 압박용?

이는 자신을 노리고 있는 야권은 물론 사실상 박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정부의 권력 창출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MB는 자서전 카드로 청와대와의 협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MB는 자신의 생일이자 김윤옥 여사와의 결혼기념일 및 대통령 당선일인 다음달 19일 이른바 대선 공신들과 대규모 만찬을 벌일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전·현직 의원 및 정부관료, 지자치단체장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가올 MB의 만찬은 총대 맬 사람을 지목하는 '최후의 만찬'이 될 것인지, 아니면 '승리의 만찬'이 될 것인지. 사자방 정국이 본격화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방산비리 잔혹사

방산비리 사건은 1980년대 들어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무기 도입 패턴이 해외구매 쪽으로 바뀌자 해외 군수업체를 중심으로 권력층 로비가 치열하게 전개됐다.

청와대와 국방부 고위직이 개입된 대표적인 방산 비리 사건은 율곡사업이다. 1994년 김영삼정부는 율곡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전두환, 노태우정권 당시 군 전력 현대화 사업인 율곡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방부 장관 등은 국내 군수업체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아 챙겼다. 청와대와 국방부 고위인사들이 개입한 권력형 비리사건이다 보니 실무 차원에서 제출된 무기 도입 방안은 정당한 이유와 설득 과정 없이 번번이 무시되고 뒤집혔다.

방산비리의 또다른 축은 로비스트다. 군 고위 인사와 국회의원 등이 로비스트를 통해 정보를 흘리고 그 대가로 뇌물이나 후원금 등을 제공받는 수법이다. 이양호 국방장관과의 염문설로 세간에 화제를 뿌렸던 린다김은 그 시절을 상징하는 로비스트다.

참여정부는 2006년 방산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방사청을 출범시켰다. 무기 구매와 군납 비리를 막고 민간 인력을 활용해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도 방사청이 부패의 온상이 된 것은 '군피아' 때문이다. 방산업체에 취직한 예비역 장교들은 방사청에 근무하는 현역 후배 장교들과 검은 커넥션을 유지하면서 최근까지 온갖 비리를 저질렀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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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