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설' 금감원 무슨 일이…

박지만과 연결되면 줄줄이 낙마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전격 해임됐다. KB금융 사태에 대한 문책성 경질로 보도됐다. 그러나 공동 책임자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건재하다. "경질은 없다"고 못박은 청와대는 한 달여 만에 말을 바꿨다. 후임으로 내정된 진웅섭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지난 대선의 숨은 공신 중 하나다. 일종의 보은인사인 셈이다. 굴러온 진웅섭은 박힌 최수현을 빼냈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최 원장을 빼낸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일까.

소문은 사실이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낙마했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6일 '경질설 도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왜'라는 기사에서 최 원장의 거취와 관련한 여권의 반응과 경질 시기 등을 조명한 바 있다. 당시 최 원장은 11월 전후 개각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측됐다.

예정된 사퇴

이로써 박근혜정부는 출범 초 임명한 주요 권력기관장을 모두 교체했다. 주목할 부분은 최 원장이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거의 동일한 경로로 해임됐다는 것이다. 남 전 원장은 '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여파가 잦아들 때쯤 경질됐다. 최 원장 역시 'KB금융 사태'의 불길이 꺼질 때쯤 해임됐다. 정부 일부 고위관료와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었고, 청와대발로 '사퇴설'이 유포된 점도 같았다.

최 원장은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짐을 쌌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경질론에 힘을 주고 있다. 후임으로 지명된 진웅섭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19일 열린 취임식에서 '사전 내정설'에 관한 질문에 노코멘트했다. 앞서 진 원장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피감사기구였던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사퇴설이 흘러나오자 최 원장의 입지는 좁아졌다. 반대로 차기 권력을 약속받은 피감사기구는 보폭이 넓어졌다. 일각에선 진 원장의 내정 시기를 9월 전후로 관측했다. 최 원장을 겨냥한 사퇴 압박은 지난 7월께부터 본격화됐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해 경질 시기를 늦췄다는 설명이다.


최 원장의 해임부터 진 원장의 취임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이틀이다. 최 원장 본인도 자신의 경질을 예상치 못한 분위기다. 최 원장은 사퇴 직전까지 '한일 금융감독 셔틀미팅'에 참석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초까지 사퇴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오히려 업무에 의욕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불과 2~3일 만에 사표를 제출한 데에는 '윗선'의 통보가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최 원장에게는 우군이 없었다. 지난 9월 금감원 관계자는 "최 원장이 올라온 후 조직 분위기가 경직됐다"며 "현 시스템에 비판적인 인사를 한직으로 발령 내는 등 인사권을 제멋대로 휘둘러 조직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최수현 팽 당했다?
"경질 없다" 청와대 한달만에 말 바꿔

최 원장은 금감원 직원으로는 첫 내부 승진한 '순혈'이다. 비(非)모피아로 분류됐다. 그러나 정권 입장에서 최 원장은 '공신'이 아니었다. 최 원장은 출신의 한계를 업무로 극복하고자 했다.

그러나 최 원장은 금감원 내부에서 모피아와 가까운 인사들의 저항에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비판적인 채널을 위축시켰다. 때문에 정보는 엉뚱한 곳에 모여들었다. 최 원장에게 전해져야 할 정보는 모피아에게 먼저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 원장의 경질을 앞당긴 한 이유로 지목됐다.

금감원은 이른바 '금융검찰'로 불리는 권력기관이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의 관리를 받지만 독자적인 계좌추적 등을 할 수 있어 정권 입장에서는 특정 세력을 견제하는 데 요긴하게 쓸 수 있다.  거꾸로 말하면 금감원의 수장은 금융정보를 틀어쥐고 권력을 압박할 수 있다. 정권이 믿을만한 인사를 권력기관에 앉히는 이유다.

계좌추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특정 인물이나 기업을 조회하면 기록이 남는다"면서 "이번 정권에서 금기시 하는 키워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A기업을 예로 들면서 "A기업과 관계된 자금 흐름을 들여다 볼 경우 차기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소문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른바 '불경죄'라는 것이다.


최 원장이 불경죄를 저질렀다는 정황은 없다. 그러나 권력 주변에선 금감원을 이용해 정적을 견제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최 원장은 튀는 인사였다. 대표적인 예로 최 원장은 KB금융 사태 당시 징계 수위를 놓고 금융위와 마찰을 빚었다.
 

이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놓고 갈등을 빚은 것과 같았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해임조치를 청와대의 '금감원 길들이기'로 풀이한다.

실제로 동양증권 사태, 정보유출 대란, KB금융 사태 등에 대한 책임은 금융위에도 있다. 하지만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건재하다. 지난 9월 <조선일보>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청와대가 최 원장을 경질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청와대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여 만에 경질설은 사실로 확인됐다. 말을 바꾼 청와대는 묵묵부답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 원장의 지위는 신 원장만큼 공고했다. 일부 언론은 "최 원장이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최 원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이 친분이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경질설이 불거지면 '최 원장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옹호론이 비등했다. 이를 종합하면 청와대 안에 최 원장을 지키려는 세력이 있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금감원을 둘러싼 권력암투는 최 원장을 쳐내려는 세력이 승리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박 회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정라인 인사들이 올 들어 하나둘 요직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에 이어 최 원장은 자리를 비웠다. 출범한 2기 내각에서 박 회장과 관계된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소위 '비선라인'이 개입해 '박지만 세력'을 밀어내고 있다는 추측이 나도는 이유다.

후폭풍 일듯

최 원장의 경질을 앞두고 금감원 내부에선 인사잡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 원장 취임과 함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최수현 라인'을 어떻게 정리할 것이냐다. 당장 최종구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진 원장의 행정고시 선배이자 나이도 두 살 위다. 최 부원장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개편이 예고된 상황이다. '최수현 경질' 후폭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angeli@ilyosisa.co.kr>

 

 

[진웅섭은 누구?]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내정자는 서울 출신으로 건국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28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원회 대변인, 자본시장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역임했다.

18대 대선에서는 새누리당에 합류해 박근혜 캠프의 경제정책을 조언한 숨은 공신으로 불렸다. 지난 2월 정책금융공사 사장으로 재직했다.

▲1959년 서울 출생 ▲고졸 검정고시 ▲건국대 법학과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 석사 ▲총무처 수습행정관 ▲금융감독위원회 혁신행정과장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원회 대변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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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