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검찰총장 성추행 소문과 진실

손녀뻘 여직원에 흑심 품었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전직 검찰총장 S씨가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졌다. 전 골프장 여직원 ㄱ씨는 지난 11일 "S씨가 자신을 강제로 껴안고 뽀뽀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당사자인 S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사건의 핵심 증인들은 해외에 체류 중이거나 연락이 없는 상태다.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사건이 장기화될 조짐도 있다. <일요시사>는 일부 공개된 ㄱ씨의 고소장을 토대로 '그날'을 재구성했다. 사건 당일 S씨가 ㄱ씨를 만난 것만은 틀림없었다.

전직 검찰총장이자 경기도 한 골프장 회장인 S씨가 회사 여직원으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성폭력수사대는 지난 12일 포천의 한 골프장 여직원이었던 ㄱ씨가 전 검찰총장인 S씨에게 성추행당했다는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계속 치근덕"

경찰에 따르면 ㄱ씨는 지난 11일 제출한 고소장에서'‘지난해 6월 늦은 밤 S씨가 자신이 머물고 있는 여직원 기숙사에 찾아와 강제로 껴안고 볼에 입맞춤했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현재 골프장을 그만 둔 상태며, S씨는 해당 골프장 명예회장으로 있으면서 ㄱ씨와 알고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S씨는 "ㄱ씨가 회사를 그만둔다고 해서 찾아갔을 뿐 신체 접촉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ㄱ씨에 대한 고소인 조사를 마쳤고, 조만간 S씨를 불러 성추행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ㄱ씨가 일했던 골프장은 경기도 포천에 있는 유명 CC로 정관계 인사들이 자주 출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해당 골프장에서 안내데스크 직원으로 일했다. ㄱ씨의 나이는 20대로 피고소인 S씨와는 40살 넘게 차이난다. 사건 당일 S씨는 밤 10시께 ㄱ씨를 찾아가 "넌 내 와이프보다 100배는 예쁘다"며 치근덕댄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외부로 공개된 고소장 일부 내용을 보면 ㄱ씨의 주장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ㄱ씨는 밤 10시께 기숙사 안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S씨는 예고도 없이 불쑥 기숙사로 찾아왔다. S씨는 ㄱ씨를 만나고 가겠다며 버텼다. 하지만 ㄱ씨는 S씨와 마주치기 싫어 샤워실에 있었다.

그러자 S씨는 현장에 있던 다른 여직원을 시켜 "빨리 나오라"고 재촉했다. ㄱ씨는 30분쯤 버티다 샤워실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ㄱ씨는 급한 대로 물기를 말린 뒤 반소매 여름옷을 입고 S씨와 마주했다. ㄱ씨는 S씨에게 기숙사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S씨는 ㄱ씨를 보자 대뜸 옆으로 와서 앉으라고 강요했다. ㄱ씨는 불쾌한 마음에 싫다고 했지만 빨리 상황을 모면하고 싶어 S씨 옆에 앉았다. 그러자 S씨는 "이제부터 넌 내 애인이다"라며 ㄱ씨의 젖어있는 머리를 만졌다. 또 ㄱ씨의 팔을 잡아 당겼다.

S씨는 ㄱ씨의 상체와 어깨를 계속 만지고 강제로 껴안았다. 빠져 나가려고 하면 다시 잡아당기면서 자신을 안아달라고 했다. 뽀뽀까지 해달라고 했다. ㄱ씨는 "저는 아빠한테만 뽀뽀해요"라며 S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강제로 껴안고 입맞춤" 경찰에 고소장
샤워하고 있는데…진술 상당히 구체적

갑자기 S씨의 태도가 바뀌었다. S씨는 “너희 아빠가 나보다 대단하냐”며 무서운 얼굴로 협박하기 시작했다. ㄱ씨의 아버지는 골프장과 관련한 일을 하는 기술자로 알려졌다. ㄱ씨는 자신의 아버지를 무시하는 발언에 화가 났다. 수치스러움과 모욕감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S씨는 "자신이 왔는데 먹을 것도 안 준다"며 ㄱ씨의 룸메이트를 타박했다. 사건 현장에는 안내데스크 동료이자 룸메이트인 ㄴ씨와 S씨를 수행한 골프장 과장 ㄷ씨가 있었다. S씨는 "커피도 없냐"며 "아무거나 내오라"고 했다. 눈치를 보고 있던 ㄴ씨가 냉장고로 향했다. 그렇게 화제의 중심이 바뀌던 찰나 S씨는 ㄱ씨를 강제로 껴안았다.


S씨는 ㄱ씨가 주방에 주의를 뺏긴 틈을 타 기습 뽀뽀를 시도했다. 그런데 함께 있던 여직원 ㄷ씨는 ㄱ씨가 이 같은 모욕을 받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앞에서 웃기만 했다. ㄱ씨는 이 같은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같은 여자로서 웃고만 있는 ㄷ씨에게 모욕적인 마음이 들었다. ㄱ씨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판단이 안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또 ㄱ씨는 "왜 오신 거냐. 진짜 너무 화가 난다. 당장 나가시라"고 소리쳤다. 그제야 ㄷ씨는 "시간이 너무 늦었고, 애들(ㄱ씨와 ㄴ씨) 다음날 출근해야 하니까 나가시죠"라고 권했다. 하지만 S씨는 "너나 가라"면서 "난 얘네랑 자고 갈란다"라고 몽니를 부렸다.

난감한 분위기에서 ㄱ씨는 계속 화를 냈다. 시간은 어느덧 자정에 가까워졌다. S씨는 무슨 이유인지 5만원권을 꺼내 ㄱ씨의 손에 쥐어줬다. 샤워실 소동으로부터 약 2시간이 지나서야 S씨는 기숙사를 떠났다.

위에 서술한 내용은 ㄱ씨가 주장하고 있는 사건 개요다. ㄱ씨는 사건 직후 회사를 그만뒀다. 아버지에게 피해가 갈까봐 성추행 사실은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다. 개인적인 부끄러움도 있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어느 날 ㄱ씨는 자신의 옛 동료들이 똑같은 피해를 입었다는 하소연을 듣게 됐다. 이는 ㄱ씨가 뒤늦게 고소를 결심한 배경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당시 옆에 있었던 동료 ㄴ씨의 증언을 경찰에 제출했다.

S씨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ㄱ씨에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S씨는 복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사 직원이 자주 바뀌니까 좀 더 근무해달라고 설득한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직원 2명이 동석해 20분가량 얘기하고 헤어진 게 전부"라고 반박했다. 문제가 된 5만원에 대해선 "격려차원에서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ㄱ씨는 5만원권을 그 자리에서 찢어버렸다.

사건 현장인 기숙사 안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상황을 녹음하거나 촬영한 기록 또한 없는 상황이다. 자연스레 고소·피고소인이 내놓는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현장에 있던 두 여직원의 증언은 이번 사건의 거의 유일한 증거다.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따라 어느 한쪽은 피해가 불가피하다.

그런데 사건이 언론에 나온 직후 동료 ㄴ씨는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다행히 지난 주말 ㄴ씨는 경찰 조사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ㄷ씨는 현재 라오스에 체류 중이다. 경찰 측은 "연락은 하고 있지만 수사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사건 피의자가 검찰총장 출신이다 보니 참고인들이 심리적인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ㄱ씨 측은 경찰 조사에서 "S씨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성추행했고, ㄱ씨가 우울증을 앓았으며 아버지는 쓰러졌다"고 주장했다. 만약 S씨에 대한 혐의가 입증된다면 강제추행죄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강제추행죄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하고 있다. 단 법조계 관계자는 "비슷한 범죄정도(강제로 껴안고 입맞춤 등)의 추행에서 피의자에게 실형이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례적으로 대다수 언론들은 S씨의 실명을 함구하고 있다. 검찰 측은 지난 '김수창 사건' 때처럼 "개인의 일탈"이라며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전직 검찰총수가 성추문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S씨는 과거 부도난 골프장을 회원들이 인수했을 때 그 대표격으로 회장에 올랐다. 전직 검찰총장이라는 간판이 영향을 미쳤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당시 S씨는 모 법인이 계획한 중국 내 골프장 투자 사업에 법률컨설팅을 맡았다. S씨의 각별한 골프사랑은 현직일 때부터 유명했다. 골프실력은 '싱글'이며, 유명 프로골퍼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제2의 박희태


S씨는 바로 '골프' 때문에 현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10여년이 흐른 지금 다시 골프장과 관련한 성추문에 휘말렸다. S씨는 그간 골프장을 찾은 지인들에게 회사 여직원을 "애인"이라고 소개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골프장을 찾은 또 다른 사회 고위층은 캐디의 몸을 강제로 더듬으며 "애인"이라고 부르고 있다. 앞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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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