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휘감은 '반기문 대권음모론' 막전막후

"대권 줄게 우리(?) 꼭두각시 해다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반기문 UN사무총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세력이 있다?" 요즘 정치권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누가 뭐래도 반기문 총장이다. 한 여론조사전문기관에서 장외주자인 반 총장을 포함해 여론조사를 실시해봤더니 반 총장이 단숨에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기 때문이다. 반 총장의 등장에 따라 대권지형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여야 모두 반 총장의 등장이 차기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계산해보느라 바쁜 모습이다. 반 총장의 깜짝 등장 이면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반기문 UN사무총장이 난데없이 정치권 이슈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한 여론조사전문기관에서 장외주자인 반 총장을 후보로 넣어 여론조사를 실시해봤더니 반 총장이 단숨에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지난 27일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도 반 총장의 거취 문제가 주요쟁점으로 논의됐을 정도다.

출마할까?
옹립할까?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김성곤 의원은 윤병세 외교부장관에게 “반 총장이 차기 대선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데… (중략) 장관께서는 반 총장이 퇴임 이후에 어떤 역할을 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반 총장이 차기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자 이를 미리 견제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외교현안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질문이었지만 대다수 언론들은 이날 김 의원의 질문과 윤 장관의 답변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이처럼 국내 정치권과 언론들은 반 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정작 반 총장은 차기 대권에 관심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기준 외통위 위원장이 해외 국정감사 도중 반 총장을 만나 차기 대권도전 여부를 물었더니 “몸을 정치 반, 외교 반에 걸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는 것이다.

반기문 대세론 띄우는 세력은 누구?
친박계 모여 노골적인 반기문 띄우기


사실 반 총장 영입설은 지난 이명박정부 시절에도 한 차례 불거진 적이 있으나 반 총장의 완곡한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반 총장이 대권 출마거부 의사를 분명히 전달한 만큼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상하게도 ‘반기문 대세론’은 정치권에서 더욱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직후 친박 주류 의원들이 세미나를 열고 반 총장 띄우기에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세미나의 주제는 ‘2017년 차기 대선 지지도 판세’였고 부제는 ‘반기문 사무총장 출마 가능성 등 여러 가지 변수를 중심으로’였다. 반 총장이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친박 주류 의원들이 반 총장의 출마 가능성을 놓고 공개 세미나까지 연 것이다. 내용은 노골적인 ‘반기문 띄우기’였다.

발제를 맡은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여론조사를 보면 반 총장을 제외하면 사실 정권 연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운을 띄우자 국회 외통위원장을 지낸 안홍준 의원은 “당내 인사로 정권 창출이 어렵다면 대안으로 반 총장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기문 열풍
언제까지?

정치권 인사들은 반 총장이 현재는 대선 불출마 입장이 확고하지만 대선이 치러지는 3년 뒤의 정치적 상황이나 국민 여론 등에 따라 결심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반 총장이 갑자기 대세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무서운 ‘대권 경쟁력’ 때문이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반 총장은 지역과 연령을 넘나들며 폭넓은 지지를 얻은 것이 눈에 띈다. 양극인 호남과 영남에서 모두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20대와 60대 지지율에서도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여야의 차기 대선 후보들이 특정 지역과 특정 세대 쏠림 현상을 보이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게다가 반 총장이 대선 캐스팅보드로 불리는 충청권 출신이라는 점도 큰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 정치권에 불어 닥친 개헌론과 대입해보면 반 총장의 경쟁률은 더 높아진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혁신하기 위해 최근 정치권에선 이원집정부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는 외교와 국방 같은 외치의 경우는 대통령이, 나머지 내치는 국회에서 선출하는 총리가 담당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렇게 된다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외교부장관 등을 거친 반 총장이 가장 적임자일 수 있다.

이미 전례도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쿠르트 발트하임은 1972년부터 10년 동안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뒤 1986년 본국으로 돌아가 대통령이 됐다. 오스트리아는 이원집정부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다.

물론 정치권 일각에선 반 총장의 높은 지지율이 거품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반 총장은 국제무대에서는 베테랑이고 훌륭한 분이지만 정치는 정치 나름대로의 싸움을 하는 방법이 있고 생존하는 방법이 있다”며 반 총장이 막상 정치권에 입문해 본격적인 검증을 받게 되면 안철수 의원의 사례처럼 반짝 인기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높은 인지도와 지역과 연령을 넘나드는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반 총장을 보며 여야 모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 총장의 깜짝 등장과 관련해 정치권에선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 반 총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친박 교감설’이다. 아직 다음 대선이 3년 넘게 남아 있지만 친박(친박근혜) 진영에선 마땅한 차기주자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 내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은 모두 비박계(비박근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나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 정몽준 전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친박계는 여전히 새누리당 내 최대계파지만 마땅한 차기 대권주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차기주자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는 비박계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래권력으로 힘이 쏠리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핵심친박이 아닌 범친박 진영에선 벌써부터 계파 갈아타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었다. 그러니 유력 차기 대권주자를 하루빨리 내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만약 친박진영이 와해되고 나면 박 대통령은 당에 대한 장악력을 상실하게 되고 이는 곧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친박계가 비박계를 견제하기 위해 반 총장을 차기 대선후보로 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특정 후보를 옹립하려했던 실제 사례도 이미 있었다.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는 친박계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김황식 전 총리를 대항마로 내세우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청와대와 친박계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얼마 후 김 전 총리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친박계 인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당시 김 전 총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정부 성공을 위해서 소위 친박계 인사들이 저를 많이 돕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하게 지금은 친박 진영이나 반 총장 모두 사전교감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양측의 교감이 오고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친박 교감설
양측은 부인

새누리당에서는 친박계에 속하지 않은 인사들 사이에서도 반 총장 영입의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40%를 넘어서는데 새누리당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은 좀처럼 10% 초반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개인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뜻”이라며 “물론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고 경선을 통해 후보가 확정되고 나면 지지율이 크게 오르긴 하겠지만 (만약 반 총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준다면) 반기문이라는 확실한 카드를 두고 굳이 도박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 내에 전반적으로 반 총장의 옹립을 반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최근엔 전혀 새로운 주장도 제기된다. 반기문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쪽이 오히려 김무성 대표 쪽이라는 주장이다. 김 대표가 방중 기간 일반적인 이원집정부제가 아닌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언급했는데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는 총리의 권한이 대통령보다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원집정제 개헌하고 총리 노린다?
반기문에 가려지는 여권주자 존재감


따라서 김 대표가 대통령이 아닌 이원집정부제하에서의 강력한 총리를 원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누가 봐도 차기 대권 행보를 걷고 있는 김 대표가 여러 차례 대권에 불출마할 뜻을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 영입 파동의 주인공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이와 관련해 “외교 대통령으로 반 총장을 영입하고 그밖에 고만고만한 당내 보스들이 총리, 부총리를 번갈아 하면 된다, 이런 생각을 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고 본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여당 내에서, 제가 정확히 알 수 없겠지만, 상당수 사람들이 이대로 가서는 다음번 선거에 단독적으로 대통령 당선이 불가능한 게 아니냐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반기문 대세론을 물밑에서 띄우는 것이 야권이라는 주장도 있다. 반기문 대세론을 띄움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는 여권 대권주자들의 존재감을 더욱 약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대권 의지 있나?
불출마 가능성도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반 총장은 정말로 대권에 대한 욕심이 없는 인물”이라며 “반기문 대세론만 띄워놓고 정작 반 총장이 대권에 출마하지 않으면 야권 주자들이 더 유리해진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일각에서는 “반 총장은 노무현정권에서 외교부장관을 지낸 참여정부 인사인데 대권에 나서더라도 섣불리 새누리당 후보로 나오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반기문 대세론을 띄운다 해도 불리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과연 물밑에서 반기문 대세론을 띄우고 있는 세력의 실체는 무엇일까? 장외주자인 반 총장은 현실정치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반 총장이 아무리 대권출마 가능성에 대해 손사래를 친다 하더라도 당분간 대한민국 정치권은 반 총장의 행보에 주목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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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