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유독 비싼 샤넬·루이비통 왜?

만만한 호갱님 '바가지 폭탄'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경영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가 집계한 우리나라 명품시장 규모는 12조원. 전 세계 8위를 지키고 있다. 해외 명품 브랜드 입장에선 무시할 수 없는 우량 고객인 셈이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은 외부 감사를 회피하고, 가격을 천정부지로 끌어 올려 더 많은 이윤을 한국에서 거둬가고 있다. 한·EU FTA 체결로 관세가 인하될 것이란 전망은 물거품이 된 지 오래다.

최근 5년(2010∼2014년 9월)간 항공사 승무원들이 명품 가방을 밀수한 횟수는 모두 113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관에 적발된 전체 승무원 밀수 범죄(159건)의 70%를 차지했다.

묻지마 인상

지난 13일 복수 언론은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2012년 기준 모두 13건의 밀수가 이뤄졌고, 밀수 금액의 합이 3800만원이었던 것을 계산하면 가방 하나당 약 300만원의 지출이 이뤄졌던 셈이다.

현행법상 승무원들은 100달러(한화 약 10만5000원) 이상의 물품을 해외에서 구입하면 세관에 자진신고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들 승무원은 관련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명품 가방을 '직구(해외에서 직접 구매)'해 몰래 반입하려 했다.

한국인의 명품 사랑은 각별하다. 수도권에 사는 20대 중반 여성 유모씨는 "체감상 또래 친구 10명 중 8명 정도가 루이뷔통 핸드백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한 통계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1∼7월)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 브랜드 가운데 매출액 1위(498억원)는 루이뷔통이었다. 구매자 가운데 56%(280억원)는 한국인으로 확인됐다.

또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이 최근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세관 신고액에서 명품 가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신고건수(5만여건)의 절반이 넘는 2만6000여건에 이르렀다. 신고된 세액 역시 전체 금액의 70%에 육박했다.

2010년과 비교하면 자진신고 미이행으로 세관에 적발된 명품 가방 건수는 3만여건 이상 늘었다. 적발액 규모도 5배 이상 뛰었다. 단일 품목으로는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브랜드별로 보면 2012년 1월부터 올 7월까지 해외에서 국내로 입국한 내국인 가운데 세관에 신고한 핸드백은 루이뷔통이 3만3897개로 가장 많았다. 프라다는 2만8836개로 2위, 샤넬은 1만4328개로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샤넬은 2012년과 2013년 신고 세액에서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루이뷔통 핸드백보다 2만여개가 덜 신고됐지만 개별 단가가 서너배 이상 비싸 종합 신고세액에서는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다.

유통 업계에서 루이뷔통과 샤넬, 에르메스는 이른바 '빅3'로 불린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은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한 해외 명품 브랜드의 수수료율이 평균 10% 안팎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10%대 수수료율은 입점 업체가 백화점에 비해 우월한 지위에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 패션 브랜드인 빈폴의 수수료율은 30%대로 전해진다.

세금 폭탄에도…세관 신고 절반 명품백
시장 규모 12조원 전 세계서 가장 비싸

세부적으로 신세계백화점은 샤넬에 8.4%, 루이비통에 9.8%, 에르메스에 13.3%의 수수료율을 각각 책정했다. 롯데백화점 본점도 샤넬에 10.0%, 루이비통에 11.0%의 낮은 수수료율을 매겼다.


이들 명품 업체들은 외부 회계감사를 받지 않는 유한회사 형태로 영업 중이다. 유한회사는 주식회사와 달리 한해 매출이 얼마인지 영업이익은 얼마인지 가용한 현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등에 대해 공개할 의무가 없다. 에르메스코리아, 샤넬코리아, 루이뷔통코리아(2012년 전환)는 유한회사로 전환해 감사를 피해간 대표 업체들이다.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유로화 환율은 5년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하지만 명품 가격은 내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폭 올랐다. 올 1월 에르메스는 최대 25%의 가격 인상을 공지했으며, 3월에는 루이뷔통이 일부 제품을 7%가량 올렸다. 샤넬은 지난 6월 인기 품목인 가방·지갑 등의 제품 가격을 최대 15%까지 올렸다. 최근 중국인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진 프라다도 최대 10%까지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명품 업체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은 올해부터 '개별소비세법'이 시행된 것에 따른 대응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은 수입신고·출고가격이 200만원을 초과하는 가방을 과세 대상으로 규정하고, 고급시계·귀금속·모피·가구 등 사치성 소비품목과 같이 명품 가방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200만원 초과분의 20%만큼 개별소비세가 부과되고, 다시 소비세의 30%만큼 교육세가 더해진다.

그렇지만 샤넬 등은 관련 세법 개정과 무관하게 '본사 정책'이라며 가격을 꾸준히 올려왔던 터라 빈축을 샀다. 샤넬은 지난해 10월과 11월에도 일부 핸드백 가격을 최대 20%이상 올렸다. 샤넬의 인기 품목인 보이백 라지는 불과 몇 달 사이 634만원에서 740만원까지 가격이 뛰었다.

지난 9월 <매일경제>가 현지 쇼핑사이트와 한국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보이백 뉴미디엄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이하 당시 환율 적용)에 따르면 한국 구입가는 681만원인데 반해 미국에선 480만원, 캐나다에선 541만원에 보이백이 거래되고 있었다.

또 보이백은 아시아에서 명품소비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일본(616만원), 중국(656만원)보다도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샤넬의 본사가 있는 프랑스(462만원)와 비교하면 제품 가격이 무려 200만원 넘게 차이 났다. 샤넬의 대표 품목인 클래식 라인도 중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그래도 팔린다

최근 한국에 첫 선을 보인 샤넬의 스니커즈(운동화)는 인기 사이즈가 '완판'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가격은 한 켤레에 16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살 사람은 사는 것이다.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해외로 원정을 나가 샤넬 제품을 직구한 뒤 되파는 이른바 '샤테크'가 유행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비싸면 해외로 나가서라도 사는 것이다.

수요가 많은 까닭에 백화점 등 유통업체는 명품 브랜드에 허리를 숙이고, 가격은 오르지만 이를 제대로 감시할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EU FTA 체결로 제품가격이 인하돼 소비자가 이득을 볼 것이란 전망은 오류로 판정난 지 오래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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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