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신종 변태업소 ‘그루밍방’ 가보니…

털 뽑으러 갔다 물 빼고 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종민 기자 = 신종업소를 찾아 헤매는 밤 문화족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신종 변태업소가 등장한 것. 퓨전 업소다. 마사지와 유사성행위가 결합한 속칭 '건마'와 술을 팔면서 성매매까지 하는 '풀살롱'이라는 대표적 퓨전 업소가 존재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네일 케어도 받고, 마사지도 받고, 왁싱도 받고, 서비스로 물(?)까지 뺄 수 있다고 한다. 알 만한 사람들도 모른다는 그 업소, <일요시사>가 다녀왔다.

'그루밍족'이 뜨고 있다. '그루밍족'은 패션과 외모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을 지칭한다. 그만큼 외모에 관심을 갖는 남성들이 늘어났다는 것. 이들이 찾는 미용 업소는 무궁무진하다. 피부관리숍, 미용실, 네일숍, 태닝숍에 이어 털 관리를 받는 왁싱숍까지 영역이 넓어졌다. 여성들만 바글바글하던 네일숍에 건장한 남자가 앉아 손을 맡기고 관리를 받는 모습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발톱 관리를 받는 남자도 있다고 하니 말 다했다.

뻥 뚫린 창문
천장엔 비행기

이렇게 많은 '숍'들을 일일이 찾아다니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퓨전숍'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미용실 안에 네일숍이 입점하거나 태닝숍과 왁싱숍이 같은 건물에 함께 오픈하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밤 문화 족'들에게는 부족했다. 뭔가 색다른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하기 시작했다. 관리를 받는 이는 남자지만, 관리를 해주는 이는 여자기 때문. 특히 네일숍과 왁싱숍의 관리사들은 대부분 여자다.

<일요시사>는 지난 5월, '여성에게 왁싱 받는 남자들'이라는 루머를 소개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브라질리언 왁싱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음. 브라질리언 왁싱은 성기와 항문 주변의 털을 제거하는 시술. 보통 여성들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남성도 예외는 아니라고. 그런데 왁싱 관리사가 동성일 수도 이성일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 연출된다고. 남성이 여성관리사에게 시술을 받으면 '발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여성관리사들은 발기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지만 그 민망함을 감출 수 없다고. 일부러 여성관리사를 찾아다니며 왁싱을 받는 변태적인 남성도 있다는 후문.'

수요가 있다면 공급되는 법. 도랑치고 가재잡고, 꿩먹고 알먹고, 누이좋고 매부좋은 신종 업소가 등장했다. 손톱도 깨끗, 발도 깨끗, 몸도 깨끗, 털도 깨끗하게 관리 받을 수 있는 남자들을 위한 'VIP클럽', '그루밍방'이다. 이 방에는 숨겨진 서비스(?)도 있다. <일요시사>는 그 서비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방문했다.

지난 9월16일, '이제 남자도 손, 발톱과 털을 관리하는 시대!'라는 모토로 문을 연 업소의 이름은 '그루밍○○.' <일요시사>는 편의상 이 업소를 '그루밍방'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여성과의 키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유사성행위를 제공하는 '키스방'이나 안마 서비스를 가장한 '안마방', 대신 '딸'을 쳐준다는 '대딸방' 등과 같은 맥락이다. '그루밍방'에서도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유흥업소가 밀집한 골목에 위치한 '그루밍방'에 들어가 받은 느낌은 한마디로 밝다는 것. 홀 천장은 모형비행기가 전시되어 있고, 별도로 마련된 흡연실에는 외국 유명 배우들의 흑백사진이 걸려 있었다. 한 편에는 각종 네일도구가 가득한 네일바가, 또 다른 쪽에는 음료·커피가 제공되는 미팅바가 자리했다. 성매매업소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남자들만을 위한 놀이터?'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루밍방에서 제공되는 표면적인 서비스는 '왁싱'과 '네일'이다. 왁싱 프로그램은 얼굴 부위와 몸 부위, 그리고 특수 부위로 나뉘어 있고 비용은 최저 1만5000원에서 최고 12만원까지 다양하다. 카드결제시에는 결제액에 10%가 더 붙고, 모든 왁싱 프로그램에는 '진정팩'이 포함되어 있다.

알 만한 사람도 모르는 '남자들 놀이터' 
기존 밤문화 뒤집는 '퓨전 업소' 등장

네일 프로그램은 기본, 영양, 각질제거로 나위며 각각 손·발 부위 선택이 가능하다. 가격은 손 2만5000원, 발 3만원에 영양과 각질을 추가 선택할 경우 손은 1만원, 발은 6만원이 추가된다.

프로그램만 봐서는 남성전용 왁싱숍 또는 남성전용 네일숍으로 보인다. 가격도 시중 숍과 별반 차이가 없다. 숍의 분위기를 봐도 '업소'라는 생각은 하기 어렵다. '그루밍방'을 소개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공지에도 '저희 업소는 불법성매매업소가 아닙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첫 번째 비밀은 회원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루밍방'은 회원에게 비용 할인을 해주고 있다. 서비스 별로 차이는 있지만 10∼50% 내려간 가격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회원'은 해당 업소의 '회원'이 아니다. '그루밍방'과 제휴가 되어 있는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을 말한다. 회원가를 적용 받으려면 해당 사이트 닉네임을 밝혀야 한다.

두 번째 비밀은 프로그램에 있다. '그루밍방'에는 왁싱 프로그램과 네일 프로그램 말고도 코스 프로그램 3가지를 선보이고 있다. 젠틀맨 코스 A는 스웨디시 마사지 60분과 손 케어, Y존 트리트먼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같은 코스 B는 스웨디시 마사지와 손케어, Y존 트리트먼트 2번으로 짜여 있다. 각각 정상가는 13만원·15만원, 회원가는 12만원·14만원, 10월1일 현재 이벤트가는 10만원·13만원이다.

마지막 프로그램인 그루밍 코스는 스웨디시 마사지와 Y존 트리트먼트, X존·눈썹·이마·인중·구렛나루·베렛나루 중 한 곳 왁싱이 제공된다. 정상가 13만원, 회원가 12만원, 이벤트가 11만원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Y존 트리트먼트다. Y존은 서혜부다. 아랫배와 허벅지가 접한 부분을 말한다. 서혜부 트리트먼트, 즉 서혜부 마사지는 해당 부위 림프를 자극해 림프절의 흐름을 개선해 주고 혈액순환 촉진을 통해 노폐물과 독소를 배출시켜 혈액과 림프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엄연한 건강마사지 중 하나다. 하지만 성기에 접해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퇴폐적이라는 시선이 많았고 실제로 일부 성매매 업소에서 서혜부 마사지를 빌미로 유사성행위를 제공하고 있다.

'그루밍방' 역시 마찬가지다. Y존 트리트먼트라는 거창한 단어 뒤에 숨어 퇴폐적인 유사성행위를 제공하고 있다. '그루밍방'을 다녀왔다는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들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마사지를 가장한
유사성행위 제공

'그루밍망' 개업일인 지난 9월16일, A씨가 업소 방문을 하자마자 받은 느낌도 기자와 비슷했다. 굉장히 밝은 분위기와 감탄이 나오는 시설 덕에 '잘 만들어 놨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기존 퇴폐 업소와는 다른 뻥 뚫린 창을 뒤로하고 미팅바에 앉은 A씨는 업소 실장과 미팅을 했다. A씨가 선택한 프로그램은 그루밍 코스. 개업 이벤트로 손 케어는 공짜로 받기로 한 A씨는 마사지를 받기 위해 방에 입장했다. 관리사로 들어온 여성은 A씨에게 정성스런 마사지를 제공했고 뒤 이어 트리트먼트 서비스를 위에 들어온 여성은 현란한 혀 놀림 후 '입사'로 A씨에게 쾌감을 선사했다.

그리고 이어진 X존 왁싱.

"처음에는 어색한 자세 때문에 웃음이 나와 죽는 줄 알았지만 ○○실장님이라는데 친절하고 웃음도 많으시고 날씬하고 큰 키에 와꾸도 진짜 좋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부끄러움은 사라지고 오히려 편하다고 해야하나? 너무 좋았다."

왁싱 후 네일숍으로 안내를 받은 A씨는 어리고 귀여운 여성 2명을 마주했다. 여성들은 A씨의 손을 양쪽에서 한 손씩 잡고 관리를 했다. "잠실 쪽에 가실 일 있으면 남자들의 놀이터 같은 그루밍○○. 회원님들께 추천 한 번 해드리고 싶다." A씨의 마지막 소감이다.

또 다른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 B씨는 9월17일, 회사 근처에 있는 '그루밍방'을 찾았다. B씨도 가게 인테리어가 너무 깨끗하고 고급스러워서 들어가면서부터 뭔가 대우받는 느낌이 들었다. B씨 또한 그루밍 코스를 선택,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바로 앞 미팅바에서 업소 실장과 시스템에 대한 얘기를 나눈 뒤 샤워실로 이동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씻고 나온 B씨는 업소 실장을 따라 방으로 안내를 받았고 잠시 누워있으니 여성 관리사 1명이 입장했다.

"○관리사라고 마사지 실장님이라고 추천 받았는데 나이가 좀 있었다. 뭐 마사지만 좋다면야 관리사 나이가 뭔 소용이 있나 싶었다. 우선 마사지는 그 어떤 업소보다도 숙련되고 뭉친 곳을 제대로 풀어줄 줄 알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마사지만 따로 받으러 다니는 나는 간만에 정통 호텔식 마사지를 제대로 받은 기분이라 너무 좋았다."

손 케어+마사지+왁싱+화끈한 서비스
유흥사이트 칭찬 일색…한창 성업중

마사지 후 또 다른 아가씨가 릴레이식으로 들어왔다.

"서비스나 수위는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단 아가씨가 다른 곳보다 예쁜 것 같고 BJ나 애무가 아주 정성스러웠다는 점? 이런 아가씨들을 계속 영입할 수 있다면 앞으로 송파 부근에서는 손님들이 참 많을 듯하다."

다음 서비스부터 B씨는 기존 건마에서듣 듣도 보지도 못한 서비스를 받았다고 한다. 평상시 항문 주면에 털이 많아 왁싱에 관심은 있었지만 마땅하게 갈 곳도 없고 부끄럽기도 해서 쉽게 왁싱을 받지 못했다는 B씨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얼굴 미간 부분이랑 항문 주변 왁싱 중 택1 이었는데 두 번째를 택했다. 자세가 좀 민망하고 부끄러웠지만 젊은 관리사가 대화도 너무 재미있게 유도해 주고 전혀 부끄럽지 않게 신경을 많이 썼다. 처음 받아보는 왁싱이지만 생각보다 아프지도 않고 받아볼 만했다."

B씨는 손 케어 서비스를 마지막으로 '그루밍방'을 나왔다. 처음 느껴보는 재미가 신선하다고 했다. 전반적인 서비스 시간은 약 2시간. 돈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앞으로 자주 다녀야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C씨의 만족도도 최상이다. 그의 총평은 '이것저것 재미난 것도 많이 보고 체험하고 알찼다고 생각한다'이다.

"바로 방안으로 들어갔다. 노크하고 들어오는데 연예인 포스가 났다. 슬림하고 어려보이는 게 아이돌 같은 느낌이다. 기본적인 삼각애무 들어오고 손과 입이 동시에 들어오니 정신 차릴 겨를이 없다. 얼마 못가 토끼모드. 할 건 다 해주니 감사함 밖에 없다."

Y존 트리트먼트
숨겨진 비밀은?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 몇 곳을 돌아다녀보면 '그루밍방'에 대한 후기가 가득하다. "마무리로 청룡까지 해주는데 이 맛이 지상낙원이다" "마무리도 깔끔하게 가그린까지 해 준다" "DT나 ㄸㄲㅅ는 없지만 스크류BJ, 입사, 청룡열차 등으로 만족할 만하다" "NF를 어떻게 영입하냐에 따라 숍의 승패가 갈릴 듯" "간보기가 없고 교감이 상당하다" "내가 보장한다. 언니들 마인드 최상이다" 등 '그루밍방' 칭송글로 가득하다. "내상을 입었다"는 후기는 없었다.

오픈과 동시에 많은 '밤 문화 족'들의 칭찬을 받고 있는 '그루밍방.' 풍속영업 업소에 대한 지도 및 단속을 하고 있는 관할 경찰서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모른다.

경찰 관계자는 "한 달에도 몇 개 씩 생겨나고 없어지는 게 성매매 업소다"며 "정확한 업소 위치를 파악한다고 해도 성매매를 했다는 증거를 잡기 힘들어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루밍방'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전화 예약제다. 일반전화나 공중전화, 발신자표시가 제한된 전화로는 예약이 불가능하다. 제휴된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가 아니라면 업소 위치나 서비스 비용 등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홍보도 하지 않는다. 비밀스러운 서비스를 모르는 손님이나 손님을 가장한 경찰이 업소를 방문해도 건전한 네일숍이나 왁싱숍이라고 잡아 때면 그만이다. '그루밍방'이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에 '저희 업소는 불법성매매업소가 아닙니다'라는 공지를 띄워 놓은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업소 주인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성매매'의 뜻을 모르는 게 분명하다. 성매매는 '일정한 대가를 받기로 하고 성행위나 이에 준하는 행위를 하는 일'을 일컫는다. 삽입이 이뤄지지 않는 유사성행위를 돈 받고 제공했다고 해도 성매매에 해당한다. '그루밍방'에서는 분명히 유사성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kj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별별 유흥용어들

건마 - 건전마사지의 줄임말. 아로마, 슈얼, 중국, 태국, 스포츠, 스파, 사우나, 커플마사지 등을 말한다. 하지만 원래 의미가 퇴색되어 유사성행위 혹은 퇴폐행위가 이뤄지는 숍을 부르는 말로 사용된다.

▲풀살롱 - 풀서비스와 룸살롱이 합쳐진 말. 룸에서 여종업원과 유흥을 즐기고 인근 모텔 혹은 같은 건물 호텔 객실로 이동해 성관계를 갖는 업소를 통칭.

▲Y존 - 신체 부위 중 서혜부를 이르는 말. 아랫배와 허벅지가 만나는 곳부터 허벅지 사이까지 모양이 알파벳 'Y'와 비슷해 붙여짐. 서혜부 마사지는 엄연한 건강마사지이지만 일부 업소, 특히 '건마'에서 이를 빌미로 유사성행위를 제공.

▲X존 - 신체 부위 중 항문 부위를 이르는 말.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Y존과 비슷.

▲언니 - 유사성행위 업소나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일컫는 말.

▲릴레이 - 여성 2명이 연달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BJ - Blow Job의 약자. 남자의 성기를 입에 넣어 애무하는 행위. '사까시'라는 말도 있음.

▲사까시 - 일본어 '샤쿠하치'가 와전된 말. 샤쿠하치는 앞으로 부는 피리를 뜻하는데 여성이 남성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는 것을 빗대어 씀.

▲스크류BJ - 입과 혀를 돌려가면서 하는 BJ.

▲입사 - 언니의 입에 사정하는 행위.

▲가그린 - 사정한 후 혹은 사정 전 언니가 입에 가그린 용액을 머금고 하는 BJ.

▲청룡열차 - 사정한 후 성기를 BJ하거나 손으로 흔들어 주는 서비스.

▲DT - Deep Throat의 약자. 목구멍에 닿을 정도로 깊게 하는 BJ.

▲삼각애무 - 양쪽 유두와 성기를 애무하는 행위. 각 지점을 이으면 삼각형이 된다고 해서 붙여짐.

▲ㄸㄲㅅ - 똥까시. 사까시에서 유래된 말로 항문을 애무하는 행위.

▲NF - New Face의 약자. 업소에 이제 막 출근하기 시작한 새로운 언니.

▲간보기 - 언니가 질문을 통해 손님의 나이나 경제력, 유흥경력 등을 알아보고 그에 맞는 적당한 서비스를 하는 행위. 유흥경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다른 손님들에게는 해 주는 서비스를 생략하기도 함. '간보기를 당했다'는 표현을 씀.

▲교감 - 언니와 손님이 서로 감정이 잘 맞는 것.

▲마인드 - 언니의 서비스에 대한 마음가짐. '마인드가 좋다'는 말은 서비스를 열심히 한다는 뜻.

▲내상 - 내적인 상처의 약자.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는 뜻으로 언니의 외모나 서비스가 기대 이하였을 때 씀.

▲와꾸 - 언니의 얼굴이나 몸매 등 외모를 지칭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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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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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