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신종 변태업소 ‘그루밍방’ 가보니…

털 뽑으러 갔다 물 빼고 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종민 기자 = 신종업소를 찾아 헤매는 밤 문화족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신종 변태업소가 등장한 것. 퓨전 업소다. 마사지와 유사성행위가 결합한 속칭 '건마'와 술을 팔면서 성매매까지 하는 '풀살롱'이라는 대표적 퓨전 업소가 존재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네일 케어도 받고, 마사지도 받고, 왁싱도 받고, 서비스로 물(?)까지 뺄 수 있다고 한다. 알 만한 사람들도 모른다는 그 업소, <일요시사>가 다녀왔다.

'그루밍족'이 뜨고 있다. '그루밍족'은 패션과 외모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을 지칭한다. 그만큼 외모에 관심을 갖는 남성들이 늘어났다는 것. 이들이 찾는 미용 업소는 무궁무진하다. 피부관리숍, 미용실, 네일숍, 태닝숍에 이어 털 관리를 받는 왁싱숍까지 영역이 넓어졌다. 여성들만 바글바글하던 네일숍에 건장한 남자가 앉아 손을 맡기고 관리를 받는 모습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발톱 관리를 받는 남자도 있다고 하니 말 다했다.

뻥 뚫린 창문
천장엔 비행기

이렇게 많은 '숍'들을 일일이 찾아다니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퓨전숍'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미용실 안에 네일숍이 입점하거나 태닝숍과 왁싱숍이 같은 건물에 함께 오픈하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밤 문화 족'들에게는 부족했다. 뭔가 색다른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하기 시작했다. 관리를 받는 이는 남자지만, 관리를 해주는 이는 여자기 때문. 특히 네일숍과 왁싱숍의 관리사들은 대부분 여자다.

<일요시사>는 지난 5월, '여성에게 왁싱 받는 남자들'이라는 루머를 소개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브라질리언 왁싱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음. 브라질리언 왁싱은 성기와 항문 주변의 털을 제거하는 시술. 보통 여성들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남성도 예외는 아니라고. 그런데 왁싱 관리사가 동성일 수도 이성일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 연출된다고. 남성이 여성관리사에게 시술을 받으면 '발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여성관리사들은 발기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지만 그 민망함을 감출 수 없다고. 일부러 여성관리사를 찾아다니며 왁싱을 받는 변태적인 남성도 있다는 후문.'

수요가 있다면 공급되는 법. 도랑치고 가재잡고, 꿩먹고 알먹고, 누이좋고 매부좋은 신종 업소가 등장했다. 손톱도 깨끗, 발도 깨끗, 몸도 깨끗, 털도 깨끗하게 관리 받을 수 있는 남자들을 위한 'VIP클럽', '그루밍방'이다. 이 방에는 숨겨진 서비스(?)도 있다. <일요시사>는 그 서비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방문했다.

지난 9월16일, '이제 남자도 손, 발톱과 털을 관리하는 시대!'라는 모토로 문을 연 업소의 이름은 '그루밍○○.' <일요시사>는 편의상 이 업소를 '그루밍방'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여성과의 키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유사성행위를 제공하는 '키스방'이나 안마 서비스를 가장한 '안마방', 대신 '딸'을 쳐준다는 '대딸방' 등과 같은 맥락이다. '그루밍방'에서도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유흥업소가 밀집한 골목에 위치한 '그루밍방'에 들어가 받은 느낌은 한마디로 밝다는 것. 홀 천장은 모형비행기가 전시되어 있고, 별도로 마련된 흡연실에는 외국 유명 배우들의 흑백사진이 걸려 있었다. 한 편에는 각종 네일도구가 가득한 네일바가, 또 다른 쪽에는 음료·커피가 제공되는 미팅바가 자리했다. 성매매업소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남자들만을 위한 놀이터?'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루밍방에서 제공되는 표면적인 서비스는 '왁싱'과 '네일'이다. 왁싱 프로그램은 얼굴 부위와 몸 부위, 그리고 특수 부위로 나뉘어 있고 비용은 최저 1만5000원에서 최고 12만원까지 다양하다. 카드결제시에는 결제액에 10%가 더 붙고, 모든 왁싱 프로그램에는 '진정팩'이 포함되어 있다.

알 만한 사람도 모르는 '남자들 놀이터' 
기존 밤문화 뒤집는 '퓨전 업소' 등장

네일 프로그램은 기본, 영양, 각질제거로 나위며 각각 손·발 부위 선택이 가능하다. 가격은 손 2만5000원, 발 3만원에 영양과 각질을 추가 선택할 경우 손은 1만원, 발은 6만원이 추가된다.

프로그램만 봐서는 남성전용 왁싱숍 또는 남성전용 네일숍으로 보인다. 가격도 시중 숍과 별반 차이가 없다. 숍의 분위기를 봐도 '업소'라는 생각은 하기 어렵다. '그루밍방'을 소개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공지에도 '저희 업소는 불법성매매업소가 아닙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첫 번째 비밀은 회원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루밍방'은 회원에게 비용 할인을 해주고 있다. 서비스 별로 차이는 있지만 10∼50% 내려간 가격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회원'은 해당 업소의 '회원'이 아니다. '그루밍방'과 제휴가 되어 있는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을 말한다. 회원가를 적용 받으려면 해당 사이트 닉네임을 밝혀야 한다.

두 번째 비밀은 프로그램에 있다. '그루밍방'에는 왁싱 프로그램과 네일 프로그램 말고도 코스 프로그램 3가지를 선보이고 있다. 젠틀맨 코스 A는 스웨디시 마사지 60분과 손 케어, Y존 트리트먼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같은 코스 B는 스웨디시 마사지와 손케어, Y존 트리트먼트 2번으로 짜여 있다. 각각 정상가는 13만원·15만원, 회원가는 12만원·14만원, 10월1일 현재 이벤트가는 10만원·13만원이다.

마지막 프로그램인 그루밍 코스는 스웨디시 마사지와 Y존 트리트먼트, X존·눈썹·이마·인중·구렛나루·베렛나루 중 한 곳 왁싱이 제공된다. 정상가 13만원, 회원가 12만원, 이벤트가 11만원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Y존 트리트먼트다. Y존은 서혜부다. 아랫배와 허벅지가 접한 부분을 말한다. 서혜부 트리트먼트, 즉 서혜부 마사지는 해당 부위 림프를 자극해 림프절의 흐름을 개선해 주고 혈액순환 촉진을 통해 노폐물과 독소를 배출시켜 혈액과 림프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엄연한 건강마사지 중 하나다. 하지만 성기에 접해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퇴폐적이라는 시선이 많았고 실제로 일부 성매매 업소에서 서혜부 마사지를 빌미로 유사성행위를 제공하고 있다.

'그루밍방' 역시 마찬가지다. Y존 트리트먼트라는 거창한 단어 뒤에 숨어 퇴폐적인 유사성행위를 제공하고 있다. '그루밍방'을 다녀왔다는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들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마사지를 가장한
유사성행위 제공

'그루밍망' 개업일인 지난 9월16일, A씨가 업소 방문을 하자마자 받은 느낌도 기자와 비슷했다. 굉장히 밝은 분위기와 감탄이 나오는 시설 덕에 '잘 만들어 놨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기존 퇴폐 업소와는 다른 뻥 뚫린 창을 뒤로하고 미팅바에 앉은 A씨는 업소 실장과 미팅을 했다. A씨가 선택한 프로그램은 그루밍 코스. 개업 이벤트로 손 케어는 공짜로 받기로 한 A씨는 마사지를 받기 위해 방에 입장했다. 관리사로 들어온 여성은 A씨에게 정성스런 마사지를 제공했고 뒤 이어 트리트먼트 서비스를 위에 들어온 여성은 현란한 혀 놀림 후 '입사'로 A씨에게 쾌감을 선사했다.

그리고 이어진 X존 왁싱.

"처음에는 어색한 자세 때문에 웃음이 나와 죽는 줄 알았지만 ○○실장님이라는데 친절하고 웃음도 많으시고 날씬하고 큰 키에 와꾸도 진짜 좋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부끄러움은 사라지고 오히려 편하다고 해야하나? 너무 좋았다."

왁싱 후 네일숍으로 안내를 받은 A씨는 어리고 귀여운 여성 2명을 마주했다. 여성들은 A씨의 손을 양쪽에서 한 손씩 잡고 관리를 했다. "잠실 쪽에 가실 일 있으면 남자들의 놀이터 같은 그루밍○○. 회원님들께 추천 한 번 해드리고 싶다." A씨의 마지막 소감이다.

또 다른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 B씨는 9월17일, 회사 근처에 있는 '그루밍방'을 찾았다. B씨도 가게 인테리어가 너무 깨끗하고 고급스러워서 들어가면서부터 뭔가 대우받는 느낌이 들었다. B씨 또한 그루밍 코스를 선택,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바로 앞 미팅바에서 업소 실장과 시스템에 대한 얘기를 나눈 뒤 샤워실로 이동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씻고 나온 B씨는 업소 실장을 따라 방으로 안내를 받았고 잠시 누워있으니 여성 관리사 1명이 입장했다.

"○관리사라고 마사지 실장님이라고 추천 받았는데 나이가 좀 있었다. 뭐 마사지만 좋다면야 관리사 나이가 뭔 소용이 있나 싶었다. 우선 마사지는 그 어떤 업소보다도 숙련되고 뭉친 곳을 제대로 풀어줄 줄 알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마사지만 따로 받으러 다니는 나는 간만에 정통 호텔식 마사지를 제대로 받은 기분이라 너무 좋았다."

손 케어+마사지+왁싱+화끈한 서비스
유흥사이트 칭찬 일색…한창 성업중

마사지 후 또 다른 아가씨가 릴레이식으로 들어왔다.

"서비스나 수위는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단 아가씨가 다른 곳보다 예쁜 것 같고 BJ나 애무가 아주 정성스러웠다는 점? 이런 아가씨들을 계속 영입할 수 있다면 앞으로 송파 부근에서는 손님들이 참 많을 듯하다."

다음 서비스부터 B씨는 기존 건마에서듣 듣도 보지도 못한 서비스를 받았다고 한다. 평상시 항문 주면에 털이 많아 왁싱에 관심은 있었지만 마땅하게 갈 곳도 없고 부끄럽기도 해서 쉽게 왁싱을 받지 못했다는 B씨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얼굴 미간 부분이랑 항문 주변 왁싱 중 택1 이었는데 두 번째를 택했다. 자세가 좀 민망하고 부끄러웠지만 젊은 관리사가 대화도 너무 재미있게 유도해 주고 전혀 부끄럽지 않게 신경을 많이 썼다. 처음 받아보는 왁싱이지만 생각보다 아프지도 않고 받아볼 만했다."

B씨는 손 케어 서비스를 마지막으로 '그루밍방'을 나왔다. 처음 느껴보는 재미가 신선하다고 했다. 전반적인 서비스 시간은 약 2시간. 돈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앞으로 자주 다녀야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C씨의 만족도도 최상이다. 그의 총평은 '이것저것 재미난 것도 많이 보고 체험하고 알찼다고 생각한다'이다.

"바로 방안으로 들어갔다. 노크하고 들어오는데 연예인 포스가 났다. 슬림하고 어려보이는 게 아이돌 같은 느낌이다. 기본적인 삼각애무 들어오고 손과 입이 동시에 들어오니 정신 차릴 겨를이 없다. 얼마 못가 토끼모드. 할 건 다 해주니 감사함 밖에 없다."

Y존 트리트먼트
숨겨진 비밀은?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 몇 곳을 돌아다녀보면 '그루밍방'에 대한 후기가 가득하다. "마무리로 청룡까지 해주는데 이 맛이 지상낙원이다" "마무리도 깔끔하게 가그린까지 해 준다" "DT나 ㄸㄲㅅ는 없지만 스크류BJ, 입사, 청룡열차 등으로 만족할 만하다" "NF를 어떻게 영입하냐에 따라 숍의 승패가 갈릴 듯" "간보기가 없고 교감이 상당하다" "내가 보장한다. 언니들 마인드 최상이다" 등 '그루밍방' 칭송글로 가득하다. "내상을 입었다"는 후기는 없었다.

오픈과 동시에 많은 '밤 문화 족'들의 칭찬을 받고 있는 '그루밍방.' 풍속영업 업소에 대한 지도 및 단속을 하고 있는 관할 경찰서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모른다.

경찰 관계자는 "한 달에도 몇 개 씩 생겨나고 없어지는 게 성매매 업소다"며 "정확한 업소 위치를 파악한다고 해도 성매매를 했다는 증거를 잡기 힘들어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루밍방'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전화 예약제다. 일반전화나 공중전화, 발신자표시가 제한된 전화로는 예약이 불가능하다. 제휴된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가 아니라면 업소 위치나 서비스 비용 등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홍보도 하지 않는다. 비밀스러운 서비스를 모르는 손님이나 손님을 가장한 경찰이 업소를 방문해도 건전한 네일숍이나 왁싱숍이라고 잡아 때면 그만이다. '그루밍방'이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에 '저희 업소는 불법성매매업소가 아닙니다'라는 공지를 띄워 놓은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업소 주인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성매매'의 뜻을 모르는 게 분명하다. 성매매는 '일정한 대가를 받기로 하고 성행위나 이에 준하는 행위를 하는 일'을 일컫는다. 삽입이 이뤄지지 않는 유사성행위를 돈 받고 제공했다고 해도 성매매에 해당한다. '그루밍방'에서는 분명히 유사성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kj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별별 유흥용어들

건마 - 건전마사지의 줄임말. 아로마, 슈얼, 중국, 태국, 스포츠, 스파, 사우나, 커플마사지 등을 말한다. 하지만 원래 의미가 퇴색되어 유사성행위 혹은 퇴폐행위가 이뤄지는 숍을 부르는 말로 사용된다.

▲풀살롱 - 풀서비스와 룸살롱이 합쳐진 말. 룸에서 여종업원과 유흥을 즐기고 인근 모텔 혹은 같은 건물 호텔 객실로 이동해 성관계를 갖는 업소를 통칭.

▲Y존 - 신체 부위 중 서혜부를 이르는 말. 아랫배와 허벅지가 만나는 곳부터 허벅지 사이까지 모양이 알파벳 'Y'와 비슷해 붙여짐. 서혜부 마사지는 엄연한 건강마사지이지만 일부 업소, 특히 '건마'에서 이를 빌미로 유사성행위를 제공.

▲X존 - 신체 부위 중 항문 부위를 이르는 말.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Y존과 비슷.

▲언니 - 유사성행위 업소나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일컫는 말.

▲릴레이 - 여성 2명이 연달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BJ - Blow Job의 약자. 남자의 성기를 입에 넣어 애무하는 행위. '사까시'라는 말도 있음.

▲사까시 - 일본어 '샤쿠하치'가 와전된 말. 샤쿠하치는 앞으로 부는 피리를 뜻하는데 여성이 남성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는 것을 빗대어 씀.

▲스크류BJ - 입과 혀를 돌려가면서 하는 BJ.

▲입사 - 언니의 입에 사정하는 행위.

▲가그린 - 사정한 후 혹은 사정 전 언니가 입에 가그린 용액을 머금고 하는 BJ.

▲청룡열차 - 사정한 후 성기를 BJ하거나 손으로 흔들어 주는 서비스.

▲DT - Deep Throat의 약자. 목구멍에 닿을 정도로 깊게 하는 BJ.

▲삼각애무 - 양쪽 유두와 성기를 애무하는 행위. 각 지점을 이으면 삼각형이 된다고 해서 붙여짐.

▲ㄸㄲㅅ - 똥까시. 사까시에서 유래된 말로 항문을 애무하는 행위.

▲NF - New Face의 약자. 업소에 이제 막 출근하기 시작한 새로운 언니.

▲간보기 - 언니가 질문을 통해 손님의 나이나 경제력, 유흥경력 등을 알아보고 그에 맞는 적당한 서비스를 하는 행위. 유흥경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다른 손님들에게는 해 주는 서비스를 생략하기도 함. '간보기를 당했다'는 표현을 씀.

▲교감 - 언니와 손님이 서로 감정이 잘 맞는 것.

▲마인드 - 언니의 서비스에 대한 마음가짐. '마인드가 좋다'는 말은 서비스를 열심히 한다는 뜻.

▲내상 - 내적인 상처의 약자.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는 뜻으로 언니의 외모나 서비스가 기대 이하였을 때 씀.

▲와꾸 - 언니의 얼굴이나 몸매 등 외모를 지칭하는 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