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박근혜 김무성 죽이기 막전막후

MB가 그랬듯 지금 싹 못 자르면 당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김무성 대표가 선을 넘었다. 이제 청와대에서도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한 청와대와 친박계의 시선이 싸늘하다. 친박계 인사들끼리 모인 자리에선 김 대표를 어떤 식으로든 손 봐야 한다는 과격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한때 친박계의 좌장이었고, 지난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그랬던 그가 청와대에 완전히 찍힌 이유는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김무성 죽이기' 플랜을 준비 중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개헌론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개헌론 발언 이후 한동안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던 청와대는 지난 21일 작심한 듯 김 대표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청와대 부글부글
치고 빠진 김무성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희는 당 대표 되시는 분이 (개헌론을) 실수로 언급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자가 노트북을 펴놓고 말하는 것을 받아치는데 그런 상황에서 개헌 언급을 했다. 그건 기사화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대표의 발언이 실수가 아니라 계산된 것이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날은 김 대표가 당 대표 취임 100일을 맞이한 날이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이런 작심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 의중이 깊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미 올해 초와 지난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개헌 논의가 ‘블랙홀’이라며 불가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청와대가 밀명 내린 자객 움직이나?
친박 결집 중 '김무성 흔들기' 시작

김 대표는 개헌론 발언 이전에도 청와대와 사사건건 각을 세워왔다. 당 대표가 되자마자 ‘청와대에도 할 말을 하는 힘 있는 여당이 되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행동에 옮겼다. 박 대통령의 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공개적인 자리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하고, 청와대의 공무원 연금 개혁안 연내처리 방침에 대해서는 “개혁을 하는 게 중요하지 그 시기가 중요하냐”며 청와대와의 미묘한 온도 차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김 대표가 박근혜정권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차기 대권을 향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재보선을 통해 원내로 입성한 직후부터 ‘근현대사역사모임’ 등의 공부모임을 만들어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김 대표는 단순한 공부모임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당시 청와대 인사들은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인물이 벌써 사조직을 만드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최근에는 하필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인 기간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고 여론의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이에 대한 뒷말도 무성한 상황이다.

벌써 대권 준비?
조기레임덕 우려

친박계 인사들은 “김 대표가 당권을 잡은 이후 이른바 친무계(친김무성)의 전횡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조직강화특위) 현장에 가보면 김무성 대표를 지지했던 분들이 공공연하게 ‘저 자리가 내 자리다’고 이야기한다. 억울하면 (당 대표) 선거할 때 이기지 그랬냐고 한다”며 친무계의 전횡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당 중심에서 밀려났던 친이계는 김 대표와 손을 잡고 승승장구 중이다.

그런 김 대표를 바라보는 친박계의 시선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정권을 잡은 건 우리(친박계)인데 왜 뒷방으로 물러났던 친이계가 목에 힘을 주고 다니는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곧 ‘김무성 죽이기’ 플랜을 가동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떠돌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당내에서 계속 세력을 키우도록 방치한다면 차기 총선을 앞두고 범친박계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당에 대한 청와대의 장악력이 떨어지면 박 대통령은 정권 중반부터 레임덕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청와대가 김 대표를 견제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의 인사는 “지금이 아니면 청와대가 김 대표를 견제할 수 없다”며 개헌론 논란을 계기로 김 대표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망설이다 정권의 임기가 중반을 넘어서게 되면 김 대표를 견제하려 해도 제대로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김 대표를 견제해야 한다면 지금이 적기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들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당내 친박계 인사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친박계 인사들은 벌써부터 ‘김무성 흔들기’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에게 패한 후 조용한 행보를 이어오던 서청원 최고위원도 최근들어 김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본격적으로 당무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가 서 최고위원을 구심점으로 뭉치고 있는 모양새다.
 

서 최고위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칫 당내 갈등으로 비칠 수 있어 그간 말을 자제해왔지만 앞으로는 그러면 안 되겠다”고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누가 봐도 김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서 최고위원은 “지도부를 말씀하시는 것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홍문종 의원은 김 대표를 향해 아예 직격탄을 날렸다. 홍 의원은 조직강화특위와 관련해 “(김 대표가) 당 대표를 처음 맡아 당 운영체제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모욕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홍 의원은 당내에선 이미 ‘김무성 저격수’로 불리고 있을 정도다.

특히 친박계는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 선정을 놓고는 김 대표와 전면전도 불사할 기세다. 현재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 자리는 지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와 총·대선 등을 거치면서 친박 인사들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현재 친무계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새누리당 조강특위가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설 경우 친박 출신의 수도권 원외당협위원장들은 속절없이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민감한 문제다.

“이젠 손 봐야”
시작된 견제

친박계는 당내 개헌 논의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확실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당내에서 개헌 논의가 불거질 때마다 그동안은 무대응으로 일관했지만 이제부터는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번 개헌 논란이 불거진 이후 당내 의원들에게 개헌 함구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 같이 여러 쟁점들을 놓고 친박계와 친무계 간의 전선을 확실히 형성함으로써 친무계로 갈아타려는 인사들을 감시하고 이탈을 막겠다는 다목적 포석인 셈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김 대표가 당권을 장악했다고 해도 새누리당은 여전히 친박이 최대 계파다. 친박이 김 대표가 하는 일마다 딴지를 걸면서 흔들어 대기 시작하면 김 대표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무성계 전횡 성토, 극에 달한 불만
피할 수 없는 싸움, 이미 시작됐다

국가 최고권력인 박 대통령이 사정기관과 정보기관을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있나? 특히 정치를 오래해온 사람이라면 먼지가 쌓여 있을 수밖에 없다”며 “사정기관을 동원한다면 김 대표 한 명 끌어내리는 건 일도 아니다. 게다가 김 대표는 이미 딸의 수원대 교수채용 특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미 전례도 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다 청와대에 밉보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난데없이 혼외아들 의혹이 터져 나와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사건에 청와대 행정관과 국정원 정보관 등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개인정보 불법 유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사정기관과 정보기관을 움직이는 것은 불법사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함부로 꺼내들기 부담스러운 카드지만 가장 효과가 확실한 카드이기도 하다”며 “김 대표를 날릴 자객이 이미 행동을 개시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정기관 움직일까?
선 이미 넘었다

청와대가 김 대표를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려져도 기업들은 몸을 사리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김 대표의 정치자금 통로가 막혀버릴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가 100억대 자산을 자랑하는 자산가이긴 하지만 정치자금 통로가 막히고 나면 당장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지난 1996년 TRS(주파수 공용통신)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다른 차기 대권 후보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각을 세우려는 김 대표의 행보는 자신을 차기주자로 인정하지 않으면 계속 삐뚤게 나가겠다는 일종의 무력시위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 대표의 개헌론 발언 직후 반기문 UN사무총장을 포함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여론조사가 발표돼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난데없이 장외주자인 반 총장을 포함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것을 두고 ‘친박계의 작품’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친박계가 정권 재창출을 위한 필승 카드로 반 총장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대통령과 싸울 생각이 없다고 하는데 먼저 싸움을 걸어온 것은 분명 김 대표다. 이제 와서 싸울 생각이 없다고 하면 박 대통령을 약 올리는 격”이라며 “박 대통령이 이기든 김 대표가 이기든 피할 수 없는 싸움은 이미 시작된 셈”이라고 말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김무성 관계는?
흐렸다 맑았다 ‘애증의 20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본격적인 인연은 지난 2004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으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박 대통령은 김 대표를 당 사무총장으로 기용했고, 이때부터 김 대표는 ‘친박 핵심’이 됐다. 하지만 당시에도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돈과 사람을 쓰는 방식이 달라 종종 부딪쳤다. 그러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이후 문제가 불거졌다. 박근혜 캠프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김 대표는 경선 패배 이후 2008년 총선에서 공천조차 받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 대표는 국회로 돌아왔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전 같지 않았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의견 차이로 정면충돌 직전까지 갔고, 김 대표가 친이계의 지원을 받아 원내대표가 되면서 아예 서로 등을 돌렸다.

다시 손을 잡은 건 2012년 대선 때였다. 대선 캠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자, 박 대통령은 김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김 대표는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두 사람은 다시 소원해졌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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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