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상품의 비밀> 독감철 물 만난 옥시 ‘데톨’

손세정제 믿고 써도 되나?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어느새 초겨울에 접어들었다. 이맘때쯤 독감을 예방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매년 향균 제품에 관심을 가진다. 손소독제 중에서는 생활용품제조업체 옥시레킷벤키저의 손세정제 데톨이 독보적이다. 그런데 데톨이 오히려 다른 질병을 야기할 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발암물질로 논란이 되고 있는 성분들이 다량 함유됐기 때문이다. 성분의 유해성은 구체적으로 판명나지 않았지만 독감을 막으려고 데톨을 맹신했다가는 손 피부를 망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옥시레킷벤키저의 손세정제 데톨을 두고 학계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 안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발암의심물질 포함

유통업계에 따르면 옥시데톨은 소비자들이 손 소독제용으로 가장 많이 찾는 제품으로 분류된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옥시크린’ ‘물먹는 하마’ ‘데톨’ 등으로 유명한 영국계 종합생활용품 기업 레킷벤키저의 한국 법인이다.

옥시의 데톨은 핸드 워시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해 독보적인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데톨은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여파로 주마다 판매량이 30%씩 증가하는 등 국내 재고가 부족할 정도로 엄청난 매출을 끌어올렸다.

문제는 데톨에 유해하다고 논란이 된 성분이 다수 포함됐다는 점이다. 데톨에는 화학적 계면활성제로 피부 알러지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와 발암의심 물질인 실리실릭애씨드, 아크릴레이트 등이 함유돼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데톨 성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는 데톨 표시 성분의 가장 앞에 적혀 있는 정제수 다음으로 표기돼 있어 주요성분임을 알 수 있다. 이 성분은 백내장이나 피부 기능장애 등을 유발한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소듐라우릴설페이트를 변형해서 만든 성분이다. 천연제품 애호가들 사이에서 소듐라우릴설페이트는 파라벤 다음가는 기피대상으로 꼽힌다.

소듐라우릴설페이트에 대한 논란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학계에서도 이 성분을 두고 상반된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가 유해성분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성분이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정보가 담긴 메일이 퍼졌을 정도다.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가 본래 산업용 오일제거제나 바닥 청소용 클렌저로 쓰였다는 것.

미국의 도서 <뷰티 투 다이 포>에서도 소듐라우릴설페이트와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에 대한 유해성을 제시했다. 저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듐라우릴설페이트는 치료기능을 더디게 해 어린이의 눈에 해로울 수 있다. 성인에게는 백내장을 일으킬 수 있고 각막 표면에 상처 치유를 지연시킨다. 특히 분자량이 작은 만큼 인체에 쉽게 흡수된다. 성분이 심장, 간, 뇌에 쌓이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피부를 거칠게 만들어 피부 기능장애 유발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두피 모낭을 부식시켜 머리가 자라는 기능을 손상시킨다.

학계 등서 유해성 논란 끊이지 않아
피부기능장애 등 부작용 가능성 의심

화장품 평론가 폴리비 가운은 반대 입장을 펼쳤다. 알려진 것처럼 암을 유발하는 성분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가 피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어느 정도 판명된 사실이다. 때문에 이 물질은 다른 성분들의 피부 자극도를 측정할 때 표준 비교 물질로 쓰이기도 한다.

또 표시성분에는 없지만 성호르몬 활성화를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트리클리카본이 데톨 향균 비누에 함유된 것으로 파악됐다. 트리클리카본 성분에 대한 논란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학계에서는 트리클리카본 성분에 대해 분해되지 않고 환경에 오래 잔류하는 화학물질로 인체생식 호르몬 활성을 파괴하고 일종의 세포전달을 방해하는 유해성분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트리클리카본 성분이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을 99.9% 제거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2011년 경쟁사인 존슨앤드존슨은 자체 생산하는 손세정제에서 트리클로산 등의 유해성분을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예민한 피부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산성제품을 사용할 경우 피부에 자극을 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주 씻는 게 중요”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소듐라우레스셀페이트 성분이 유해하다는 점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아직까지 유해성이 판명된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데톨 제품에 함유된 성분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생활용품업체 한 관계자는 “성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아서 이렇다 말하기 어렵지만 사실상 비누와 향균 제품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며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향균 제품을 맹신하기보다는 자주 손을 씻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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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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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