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vs 검찰 전면전 막후

'사찰 힘겨루기' 국민은 누구 편?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과 관련한 의혹이 사찰정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장외에선 인터넷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공식화한 검찰과 감청영장을 불응한 다음카카오 간에 힘겨루기가 진행 중이다. '내가 나눈 대화가 누군가에 의해 감시당할지 모른다'는 우려는 이른바 '카카오톡 엑소더스(탈출)' 현상으로 가시화됐다. 검찰과 다음카카오는 한 목소리로 "사찰은 있을 수 없다"고 항변 중이다. 그러나 이를 눈감고 믿기엔 수상한 구석이 너무 많다.

지난해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충격적인 감청 사실을 폭로했다. 세계 각국에 있는 민간인의 휴대전화나 이메일 등 통신내용은 미국 정부에 의해 무단 감청되고 있었다.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내 서버를 두고 있는 IT회사의 광범위한 정보들은 모두가 감청 대상이 됐다. 국가 권력은 임의로 세계 시민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정부가 당신의
사생활 엿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국가권력에 의한 불법 감청 의혹이 불거졌다. 의혹의 핵심은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에 대한 실시간 검열 여부였다. 검열의 주체는 검찰과 국정원 등 이른바 권력기관으로 대변되는 정부였다.

지난달 18일 대검찰청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같은 공개된 인터넷 공간을 상시 모니터링(검열)하겠다고 밝혔다. "허위사실이 유포됐을 경우 수사에 착수하겠다"고도 했다. 같은달 25일 서울중앙지검은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전담팀'까지 구성했다.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과 관계된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됐다.

검찰은 당시 모니터링 대상에 카카오톡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불과 5일 뒤인 30일 노동당 정진우 부대표는 검·경으로부터 카카오톡 대화를 수색당한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이후 사이버 실시간 검열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면서 카카오톡 사용자들의 탈퇴 행렬이 이어졌다.

카카오톡을 관리하는 다음카카오는 이달 1일 "어떤 서비스도 국가기관의 정당한 법 집행을 따라야 한다고 본다" 혹은 "검찰이 부르는데 안 갈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으로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다음카카오가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기관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메시지 내용을 분류해서 전달했다는 보도까지 이어졌다. 인터넷에선 '사이버 망명'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카카오톡의 대안으로 부상한 독일 메신저 텔레그램 이용자 수는 1주일 사이 100만명이나 증가했다. 마침내 다음카카오가 입장을 바꿨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폭탄선언을 했다. 수사기관의 카카오톡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제가 됐던 대화내용 서버 저장 기간도 최대 3일로 축소해 정보유출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외적으로 다음카카오는 지난 7일부터 수사기관의 감청영장 추가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기자회견은 IT업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거대한 파장을 불렀다. 몇몇 언론은 "초법적 발상으로 사법기관의 권위에 도전한 것"이라며 공격했다. 검찰도 발끈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법치국가에서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다음카카오를 비난했다.

그럼에도 다음카카오는 입장을 번복하지 않았다.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이 대표는 수사기관의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이 대표는 "실시간으로 (대화내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감청설비가 필요한데 저희는 그런 설비가 없고, 그런 설비를 갖출 의향도 없다"며 "실시간 감청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감청영장 집행에 불응하겠다는 말이냐'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선 "감청영장이 들어왔을 때 1주일 단위로 대화를 모아 제공했던 방식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감청영장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영장의 효력이 발생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했지만 (지금은) 그와 같은 방식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어 (협조가) 어렵게 됐다"고 답했다.

'대통령 7시간' 도화선…국가권력 감청 의혹
카카오 영장불응 선언…사법기관 압박 임박
정권의 호위무사 개인정보 노린다

덧붙여 이 대표는 감청의 근거가 되는 통신비밀보호법의 허점을 지적한 뒤 "법률을 엄격히 해석하면 감청장치를 서버에 부착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방식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이날 증언을 종합한 내용은 ▲다음카카오는 현재 설비만으로 카카오톡을 감청할 수 없고 ▲앞으로도 감청에 필요한 장비를 설치할 계획이 없으며 ▲실시간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감청영장 집행에 협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은 수사당국과 힘겨루기를 하더라도 법적 문제는 없다는 자신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감청을 통해 수집하고자 하는 정보는 미래의 통신내용이지만 영장집행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쥐게 되는 정보는 송·수신이 완료된 과거의 대화내용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법률상 감청은 타인의 대화(통신)를 엿듣거나 엿보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 법원은 감청할 수 있는 대상을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통신'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선통화나 공개회담과 같은 '목소리'가 들어간 대화가 주된 감청의 대상이다.

위기의 카카오
검과 힘겨루기

그러나 카카오톡은 실시간 대화(메시지)가 오가지만 이걸 엿보는 일이 쉽지 않다. 다음카카오는 실시간 감청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다음카카오는 수사기관이 영장을 들고 오면 서버에 저장된 대화내용을 모아놨다가 며칠 뒤 전달하는 방법으로 협조했다.

그런데 엄밀한 의미에서 송수신이 완료된 대화는 '실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감청이 아닌 압수수색의 대상이다. 압수수색영장은 감청영장보다 발부 조건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다음카카오는 그동안 수사기관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협력했지만 지금부터는 '잘못된 관행'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그렇다면 다음카카오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수사기관과 공조했던 것일까. 가령 수사기관의 내사망에 오른 A씨가 있다고 해보자. 수사기관은 A씨가 범죄를 벌였다고(혹은 벌일 것이라고) 의심한 시기에 관한 통신내용을 다음카카오에 요청한다. 그 시기는 사건에 따라 미래가 될 수도 있다(예를 들면 내란음모).

요청을 받은 다음카카오는 특정된 시기 A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내용(송·수신 일체) 및 대화를 나눈 상대방 아이디와 전화번호 등을 수사기관에 제출한다. 여기서 문제는 범죄와 무관한 사람들의 아이디 및 전화번호까지 무차별적으로 수사기관에 제공된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문제는 다음카카오의 주장대로 실시간 감청은 불가능하지만 실시간에 근접한 감청은 지금껏 해왔고 앞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에 있다. 만약 법원이 '앞으로 한 달간 A씨가 나눈 대화를 증거로 제출하라'는 영장을 발부하면 다음카카오는 같은 기간 A씨의 대화내용을 수사기관에 제출할 수 있다.

 이는 수사기관 입장에서 채집된 대화내용을 며칠 뒤 확인할 뿐이지 실시간으로 감청했을 때와 효과가 다르지 않다. 더구나 감청영장은 피의자뿐 아니라 가족 등 주변인까지도 적용이 가능한 편의성이 있다.

국내 '포렌식' 권위자이자 IT전문가인 김인성 전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자신의 SNS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실시간에 가까운 감청이 가능하다"고 확인했다. 김 전 교수는 지난 2012년 9월 국정원이 발부받은 국가보안법 피의자 홍모씨에 대한 '통신제한조치 집행조서'를 근거로 제시하며 "국정원이 2012년 8월18일부터 9월17일까지 한 달간 홍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감청했다"고 설명했다.

조서에 따르면 국정원은 홍씨의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자신들이 제공한 보안메일로 수신했다. 이렇게 채집한 증거는 법정에 증거로 제출됐으며 홍씨가 대화한 상대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국정원 등 수사기관은 최대 2개월까지 통신제한조치를 허가받을 수 있다.

지난해 '철도 민영화 저지' 파업에 참여했던 이용석 철도노조 부산본부장은 카카오톡 로그인 기록과 실시간 IP를 '사찰'당했다. 지난 2월 경찰이 이 본부장에게 보낸 '통신자료제공 집행사실 통지서'에는 다음카카오(당시 다음커뮤니케이션즈와 카카오로 분리) 측에 경찰이 로그기록(ID·IP)과 실시간IP를 요청한 것으로 쓰여 있다. 이를 근거로 철도노조는 "사용자의 카카오톡 접속 위치가 실시간으로 추적된다"고 주장했으며, 당시 카카오는 이 본부장의 로그기록 일체를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외국계 IT회사 프로그래머로 일한 윤모씨는 "실시간 감청은 상황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 서버를 두고 데이터를 축적한 '싸이월드'를 예로 들면서 "이용자가 비밀방에 올려놓은 글이나 사진을 관리자가 볼 수 있었으며, 온라인에서 특정 키워드를 입력하면 알람이 울리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감시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일반 대기업 보안 관계자들도 익히 아는 얘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은 최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수사하면서 유 전 회장이 은신해 있던 전남 송치재 일대 지명을 입력한 모든 사람의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위치)을 조회했다. 경찰은 유 전 회장 측과 통화한 430명 가운데 '송치재 휴게소' '송치골가든' 등의 검색어를 입력한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수집했다. 이를 바꿔 말하면 '박근혜'라는 검색어를 입력한 특정인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으로 제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은 지난 12일 정부의 인터넷 감시를 위한 패킷감청 인가 설비가 2005년 이후 무려 9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알렸다. 모두 9대였던 미래창조과학부 인가 감청설비는 2008년 이후 73대로 늘었으며, 이 가운데 71대가 인터넷 감시 설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회 정보위원회에 통보토록 돼 있는 국정원의 감청설비는 집계되지 않은 수치다.

같은당 전병헌 의원은 다음카카오 측이 발표한 '카카오톡 정보제공 현황'이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카카오톡은 올 상반기에만 61건의 감청을 요구 받아 90% 넘게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사실확인은 1044건, 압수수색영장은 2131건이었다. 여기에는 간접 제공된 회선(아이디 및 전화번호)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장 다음카카오가 수사기관의 협조를 거부함으로써 검찰은 난처한 상황이 됐다. '정권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발 빠른 대응을 했지만 도리어 사찰 의혹의 빌미를 준 꼴이 됐다.

"실시간 감청
 기술적 가능"

지난달 18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단 범정부 유관기관 대책회의'에는 다음카카오가 출석을 요구받았다. 당시 다음카카오는 "실시간 모니터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전면전을 선택한 다음카카오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언제 어떤 구실로 또 다시 검찰의 출석 요구를 받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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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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