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황병서 1시간50분 밀담 대해부

"김정은이 보낸 게 아니라 김정은을 보내고 왔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북한 최고위층 3인방이 지난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맞춰 우리나라를 전격 방문했다. 이들은 비록 짧은 시간 국내에 머물렀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한 우리 측 유력인사들을 모두 만나고 돌아갔다. 이날 남과 북은 1시간50분가량이나 '밀담'을 나눌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과연 남과 북 사이엔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일까? 김정은의 실각설과 맞물리면서 주목을 끈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비밀스런 대화를 <일요시사>가 유추해봤다.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인 김정은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69주년 행사에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정은은 벌써 40일 째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고위급 전격 회동
"뭔가 냄새 난다"

지난 4일 북한 최고위급 인사 3인방이 우리나라를 깜짝 방문한 이유에 대해 더욱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맞춰 우리나라를 방문한 인사들은 북한 내 권력순위 2, 3, 4위에 해당하는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으로 이 같은 북한 거물급 인사들이 한꺼번에 우리나라를 찾은 것은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북한은 아시안게임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을 격려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김정은을 제외한 북한 최고 권력서열 3인이 동시에 방한한 것은 무척 이례적이라 숨겨진 방문목적이 있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정부 발표에 따르면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이날 할 말이 있다며 먼저 돌발적으로 비공개 면담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 대표단은 김정은이 보낸 것으로 추측되는 문서를 회람한 뒤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김정은의 의중(?)을 우리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밀담을 통해 북측이 남북대화 재개 문제에 상당부분 공을 들였을 것으로 유추되는 부분이다.

'이상한' 짧은 만남 '수상한' 깊은 대화
무슨 이야기 오갔나? 커지는 미스터리


그런데 일각에선 일반인이 생각지도 못한 정말 중대하고 긴급한 의견이 오갔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을 둘러싸고 쿠데타설과 정변설, 통풍설, 발목수술설, 뇌어혈설, 정신질환설 등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와 관련한 밀담을 나눴을 것이란 주장이다. 비록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북한 내 절대권력인 김정은의 신상은 우리나라의 안보와도 직결된 민감한 문제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전문가 집단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소수의견도 심도 있게 살펴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권력3인방이 동시에 우리나라를 찾은 것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 쿠데타가 발생했고 정권을 잡은 이들 3인방이 추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남한을 찾았을 것”이란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남북이 평행선만 달려온 문제인 5·24해제 조치나 북한 핵문제 등을 위해 최고위 3인방이 우리나라를 찾지는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3인방이 동시에 함께 온 것에 대해서도 “권력지형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누군가 자리를 비우면 배신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외적으로는 김정일 사후 김정은이 북한의 권력을 완전히 틀어쥔 것처럼 보였지만, 아무리 ‘백두혈통’이라고 해도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김정은이 북한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쿠데타 후 추후대책 논의하러 왔다?
'꼬마' 김정은 통치불능상태 빠졌나?

그 틈을 비집고 북한 내 권력 2, 3, 4위인 이들이 손을 잡고 김정은을 제거했을 것이란 이야기다. 이를 뒷받침하듯 남한을 방문한 이들은 이례적으로 김정은의 전용기를 이용하고, 황병서에 대해 밀착경호를 하는(※수령절대주의인 북한에선 김정은 이외엔 아무리 2인자라고 해도 밀착경호를 하지 않는다) 등 수상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김정은 와병설’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김정은이 40일 째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가장 힘을 얻고 있는 주장은 김정은의 와병설이다. 정부는 김양건이 김정은의 건강은 문제가 없다는 언질을 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으나 밀담 과정에서는 북측이 김정은의 건강문제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놨을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이 과체중 등으로 다리 관절이 아파 수술을 한 상태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일각에선 김정은이 더 이상 북한을 정상적으로 통치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단순한 다리 부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오랫동안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CNN은 최근 김정은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우울증, 조울증, 무력증 등의 정신병으로 정상적인 통치행위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역사 이미 바꿨나?
황병서 1인자 설까지

하지만 북한에 아무리 급변사태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적국인 우리나라와 대화를 하려 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탈북여성 1호 박사인 이애란 박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우리보다 평소 친밀했던 중국과 협상을 벌일 것이라 예측하는데 그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중국에 붙으면 북한 체제의 정당성이 없어져서 그날로 북한은 무너지게 된다. 북한은 주체사상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크다.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북한 사회를 큰 동요 없이 유지시키려면 통일을 전제로 남한과 협상을 벌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의 신변이상으로 사실상 체제유지가 힘들어진 북한이 남한과 ‘통일’을 전제로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까지 있다는 주장이다. 과연 북한 대표단이 대한민국을 깜짝 방문한 이유는 무엇일까? 1시간50분가량 밀담을 나누는 과정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을까? 미스터리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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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