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방만 끝판왕’ LH공사 5000억 간 큰 베팅 내막

무모한 삽질 ‘수천억 날릴판’

[일요시사 경제1팀] 윤병효 기자 = LH가 공기업 방만경영의 끝(?)이 뭔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건설 공기업인 LH는 별안간 아무런 경험도 없는 발전사업에 진출한다며 2007년부터 아산·대전 신도시의 발전소 건설에 500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는 달리 가동 첫해부터 200억원대의 적자가 발생했고 이후에도 전혀 개선될 기미가 없자 사업개시 1년 만에 이를 민간기업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매각도 쉽지 않았다. 이미 천연가스발전소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다 보니 헐값 매각이 불가피하게 됐다. 주먹구구식 사업진출뿐 아니라 발전소 연료수급 부분도 비리의혹이 일고 있다. 싼 값에 발전연료를 수급할 수 있는 업체와의 계약을 뒤로하고 연간 수억 원이나 비싼 곳과 연료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방만경영의 끝을 달리고 있는 LH의 발전 사업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신도시 개발의 일환으로 2003년 대전 도안지구와 2004년 충남 아산배방지구의 택지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면서 LH는 사업다각화를 꾀한다며 아산에너지사업단과 대전에너지사업단이라는 별도의 조직을 꾸린 후 각각의 신도시에서 발전 사업을 개시했다.

투자비 1/3만 건질판

이후 아산에너지사업단은 배방 신도시에서 2007년 발전소 건설에 착공해 2011년 1월부터 상업운전에 돌입했고, 2008년 착공한 대전에너지사업단 역시 2011년 1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에 투입된 사업비는 아산 발전소 3035억원, 대전 발전소 2307억원으로 총 5300억원 규모다.

그러나 막대한 돈을 투입한 것과는 달리 수익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발전 사업은 처음부터 엄청난 적자 기록한 것이다.

아산 발전소는 가동 첫해인 2011년 253억원의 적자를 봤다. 당초 신도시 3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했지만 입주 가구 수가 불과 7170가구에 머물면서 비용이 수익보다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입주가구가 다 차면 수익성이 좋아질 거라는 LH의 기대도 지속적인 경기불황으로 인해 요원한 일이 됐다.

이러한 암울한 전망은 LH가 자체조사한 결과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LH가 아산 발전소의 손익을 추정해 본 결과 2017년까지 적자가 계속되고 2025년이나 돼야 누적적자가 해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앞으로 10년 동안 단 한 푼의 수익도 얻지 못한다는 얘기다. 총투자비가 5000억원이 넘는 사업에 제대로 된 사업타당성 검토도 하지 않았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LH가 상업가동 1년 만에 아산 발전소와 대전 발전소를 매물로 내놓은 배경이다.

아산·대전 신도시 발전소 1년 만에 접어
적자 시달리다 팔기로…헐값 매각 불가피

LH의 발전소 매각도 험로가 예상된다. 이미 2012년 4월 LH는 이사회를 열고 아산 발전소를 먼저 매각하고 이후 대전 발전소를 매각하기로 의결했지만 수익성이 없다는 소문이 업계에 퍼졌기 때문이다. 아산 발전소의 첫 매각 입찰이 진행됐지만 참여하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LH는 4월부터 9월까지 모두 4차례나 매각입찰공고를 냈지만 복수참가자가 나오지 않거나, 단독참가자의 입찰금액이 총투자비의 삼분의 일 수준인 천억 원대에 그치면서 모두 유찰되었다. 작년에도 다시 입찰을 재개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현재 LH는 입찰시기를 2017년으로 늦춘 상태다. 3년 뒤면 현재보다 발전소 수익성이 개선되어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LH의 희망 섞인 기대일 뿐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천연가스 발전 사업 분야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전력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력과 석탄화력과 같은 기저발전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천연가스 발전 사업의 수익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2017년이 돼도 LH의 발전소 매각금액은 현재보다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아무리 좋게봐줘도 발전소 매각에 따른 매몰비용으로 최소 천억 원 이상의 국민혈세가 사라질 것이란 얘기다.

LH의 주먹구구식 사업진출 결정도 문제지만 연간 수억 원씩 손해 보게 된 발전소 연료공급계약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LH 아산 발전소는 천연가스 연료수급을 한국가스공사로부터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비싸게 판매하는 민간기업인 중부도시가스로부터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LH는 지난 4년간 총 18억원의 연료비를 추가 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심쩍은 연료공급 계약…야합 의혹
왜 더 비싼 중부도시가스 계약했나?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민간기업인 도시가스사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 받는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발전규모가 100MW 이상인 천연가스발전소는 국가 유일의 천연가스 수입사인 가스공사로부터 직접 연료를 받을 수 있다. 비용측면을 고려했을 때 도매공급사인 가스공사로부터 받는 것이 소매공급사인 도시가스사로부터 받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100MW 이상의 발전소들은 가스공사로부터 직접 받고 있다.

그러나 101.7MW 규모인 아산 발전소는 가스공사 대신 지역 도시가스공급사인 중부도시가스와 장기공급계약을 맺었다. 도매시장을 놔두고 소매시장에서 원자재를 구입한 것이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사업 초기단계부터 가스공사로부터 공급받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고 요청을 했지만 가스공사가 부지매입과 인허가 지연 문제로 이를 거절하면서 어쩔 수 없이 중부도시가스와 계약을 맺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LH의 사전조사가 허술하게 진행됐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답변과 다름 아니다. 발전소가 가스공사에 공급요청을 했다고 해서 가스공사가 의무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아니다. 가스공사도 경제성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따진 뒤 공급여부를 결정한다.

때문에 발전소 운영자는 사업 초기단계부터 가스공사의 공급 가능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런데 LH는 이러한 기초적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 무작정 발전소만 지은 뒤 가스공사의 공급이 불가하다고 하니까 부랴부랴 중부도시가스와 계약을 맺은 결과다.

일련의 과정은 LH의 발전 사업이 사업계획 단계부터 허술하게 진행됐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LH의 부실한 사전조사 덕에 연간 수억 원의 혜택을 보게 된 중부도시가스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LH의 중부도시가스 공급계약과 관련한 잡음속에 LH의 발전 사업에 '국토부 개입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LH 관계자의 언급 중에 "사실 국토부의 요청이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말이 요청이지 하급기관으로서는 사실상 거부할 수 없는 압박이었다는 뉘앙스다.

"국토부 요청 있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LH도 기업이기 때문에 아무리 국토부가 요청한다 해도 자체적으로 사업성을 평가하고 참여하는 것이 기본이지 않겠냐"며 외압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부실사업에 대한 책임을 상급기관에 떠넘기는 태도는 옳지 않다"며 비난의 화살을 LH로 돌렸다.

국민세금 수천억원이 투자된 사업을 1년 만에 매물로 내놓고, 미심쩍은 연료공급계약에, 상급기관 개입설까지.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사업을 꾸리는 공기업 LH가 언제쯤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지속적인 감시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ybh@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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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