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방만 끝판왕’ LH공사 5000억 간 큰 베팅 내막

무모한 삽질 ‘수천억 날릴판’

[일요시사 경제1팀] 윤병효 기자 = LH가 공기업 방만경영의 끝(?)이 뭔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건설 공기업인 LH는 별안간 아무런 경험도 없는 발전사업에 진출한다며 2007년부터 아산·대전 신도시의 발전소 건설에 500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는 달리 가동 첫해부터 200억원대의 적자가 발생했고 이후에도 전혀 개선될 기미가 없자 사업개시 1년 만에 이를 민간기업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매각도 쉽지 않았다. 이미 천연가스발전소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다 보니 헐값 매각이 불가피하게 됐다. 주먹구구식 사업진출뿐 아니라 발전소 연료수급 부분도 비리의혹이 일고 있다. 싼 값에 발전연료를 수급할 수 있는 업체와의 계약을 뒤로하고 연간 수억 원이나 비싼 곳과 연료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방만경영의 끝을 달리고 있는 LH의 발전 사업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신도시 개발의 일환으로 2003년 대전 도안지구와 2004년 충남 아산배방지구의 택지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면서 LH는 사업다각화를 꾀한다며 아산에너지사업단과 대전에너지사업단이라는 별도의 조직을 꾸린 후 각각의 신도시에서 발전 사업을 개시했다.

투자비 1/3만 건질판

이후 아산에너지사업단은 배방 신도시에서 2007년 발전소 건설에 착공해 2011년 1월부터 상업운전에 돌입했고, 2008년 착공한 대전에너지사업단 역시 2011년 1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에 투입된 사업비는 아산 발전소 3035억원, 대전 발전소 2307억원으로 총 5300억원 규모다.

그러나 막대한 돈을 투입한 것과는 달리 수익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발전 사업은 처음부터 엄청난 적자 기록한 것이다.


아산 발전소는 가동 첫해인 2011년 253억원의 적자를 봤다. 당초 신도시 3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했지만 입주 가구 수가 불과 7170가구에 머물면서 비용이 수익보다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입주가구가 다 차면 수익성이 좋아질 거라는 LH의 기대도 지속적인 경기불황으로 인해 요원한 일이 됐다.

이러한 암울한 전망은 LH가 자체조사한 결과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LH가 아산 발전소의 손익을 추정해 본 결과 2017년까지 적자가 계속되고 2025년이나 돼야 누적적자가 해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앞으로 10년 동안 단 한 푼의 수익도 얻지 못한다는 얘기다. 총투자비가 5000억원이 넘는 사업에 제대로 된 사업타당성 검토도 하지 않았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LH가 상업가동 1년 만에 아산 발전소와 대전 발전소를 매물로 내놓은 배경이다.

아산·대전 신도시 발전소 1년 만에 접어
적자 시달리다 팔기로…헐값 매각 불가피

LH의 발전소 매각도 험로가 예상된다. 이미 2012년 4월 LH는 이사회를 열고 아산 발전소를 먼저 매각하고 이후 대전 발전소를 매각하기로 의결했지만 수익성이 없다는 소문이 업계에 퍼졌기 때문이다. 아산 발전소의 첫 매각 입찰이 진행됐지만 참여하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LH는 4월부터 9월까지 모두 4차례나 매각입찰공고를 냈지만 복수참가자가 나오지 않거나, 단독참가자의 입찰금액이 총투자비의 삼분의 일 수준인 천억 원대에 그치면서 모두 유찰되었다. 작년에도 다시 입찰을 재개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현재 LH는 입찰시기를 2017년으로 늦춘 상태다. 3년 뒤면 현재보다 발전소 수익성이 개선되어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LH의 희망 섞인 기대일 뿐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천연가스 발전 사업 분야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전력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력과 석탄화력과 같은 기저발전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천연가스 발전 사업의 수익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2017년이 돼도 LH의 발전소 매각금액은 현재보다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아무리 좋게봐줘도 발전소 매각에 따른 매몰비용으로 최소 천억 원 이상의 국민혈세가 사라질 것이란 얘기다.

LH의 주먹구구식 사업진출 결정도 문제지만 연간 수억 원씩 손해 보게 된 발전소 연료공급계약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LH 아산 발전소는 천연가스 연료수급을 한국가스공사로부터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비싸게 판매하는 민간기업인 중부도시가스로부터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LH는 지난 4년간 총 18억원의 연료비를 추가 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심쩍은 연료공급 계약…야합 의혹
왜 더 비싼 중부도시가스 계약했나?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민간기업인 도시가스사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 받는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발전규모가 100MW 이상인 천연가스발전소는 국가 유일의 천연가스 수입사인 가스공사로부터 직접 연료를 받을 수 있다. 비용측면을 고려했을 때 도매공급사인 가스공사로부터 받는 것이 소매공급사인 도시가스사로부터 받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100MW 이상의 발전소들은 가스공사로부터 직접 받고 있다.

그러나 101.7MW 규모인 아산 발전소는 가스공사 대신 지역 도시가스공급사인 중부도시가스와 장기공급계약을 맺었다. 도매시장을 놔두고 소매시장에서 원자재를 구입한 것이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사업 초기단계부터 가스공사로부터 공급받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고 요청을 했지만 가스공사가 부지매입과 인허가 지연 문제로 이를 거절하면서 어쩔 수 없이 중부도시가스와 계약을 맺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LH의 사전조사가 허술하게 진행됐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답변과 다름 아니다. 발전소가 가스공사에 공급요청을 했다고 해서 가스공사가 의무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아니다. 가스공사도 경제성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따진 뒤 공급여부를 결정한다.

때문에 발전소 운영자는 사업 초기단계부터 가스공사의 공급 가능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런데 LH는 이러한 기초적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 무작정 발전소만 지은 뒤 가스공사의 공급이 불가하다고 하니까 부랴부랴 중부도시가스와 계약을 맺은 결과다.

일련의 과정은 LH의 발전 사업이 사업계획 단계부터 허술하게 진행됐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LH의 부실한 사전조사 덕에 연간 수억 원의 혜택을 보게 된 중부도시가스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LH의 중부도시가스 공급계약과 관련한 잡음속에 LH의 발전 사업에 '국토부 개입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LH 관계자의 언급 중에 "사실 국토부의 요청이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말이 요청이지 하급기관으로서는 사실상 거부할 수 없는 압박이었다는 뉘앙스다.

"국토부 요청 있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LH도 기업이기 때문에 아무리 국토부가 요청한다 해도 자체적으로 사업성을 평가하고 참여하는 것이 기본이지 않겠냐"며 외압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부실사업에 대한 책임을 상급기관에 떠넘기는 태도는 옳지 않다"며 비난의 화살을 LH로 돌렸다.


국민세금 수천억원이 투자된 사업을 1년 만에 매물로 내놓고, 미심쩍은 연료공급계약에, 상급기관 개입설까지.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사업을 꾸리는 공기업 LH가 언제쯤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지속적인 감시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ybh@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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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