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국회의원 특권 해부

밥값도 못하면서 200개의 특권 누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회의원에겐 200여개의 특권이 있다?" 밥값 못하는 국회의원들의 특권이 또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자유경제원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지나치게 높은 세비를 받고 있으며, 크고 작은 200여개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 세월호 정국에 가로막혀 무려 151일 간이나 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던 국회가 이런 특권을 누릴 자격이나 있는 것일까?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둘러싼 대치정국이 이어지면서 지난 5월2일 이후 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던 국회가 지난달 30일 드디어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국회는 이날 협상을 타결한 후 민생법안 등 90건의 안건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무려 151일 만이었다.

세비 인상 침묵

그런데 하필 같은날 식물국회란 비난을 받아왔던 국회의원들의 세비가 인상된다는 소식이 전해져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정부가 내년도 국회 세출 예산안에 국회사무처 인건비와 국회의원 세비를 공무원보수인상률(3.8%)을 적용해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후 일부 의원들은 ‘자신들이 생각해도 이 시점에 세비 인상은 너무 뻔뻔하다’며 세비 인상에 반대 입장을 내놨지만 대다수의 의원들은 여전히 침묵만을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세비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이미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1억3천만원, 미국은 1억9천만원, 독일은 1억4천만원으로 액수만 놓고 보자면 비슷한 수준이지만 경제수준을 놓고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세비는 1인당 GDP의 5배가 넘지만 선진국들의 세비는 2~3배 정도에 불과하다.

국회의원 세비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여야 합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인상폭이 조정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그러나 현재 국회의 분위기로 봐서는 여론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세비 인상안을 그대로 통과시킬 분위기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1억1304만원이었던 세비는 2011년 1억1969만원, 2012년 1억3796만원으로 2년 연속 인상된 바 있다. 이후 세비를 국민들 몰래 인상시킨 사실이 뒤늦게 발각돼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은 국회는 2013년과 2014년에는 세비를 인상하지 않았다. 세비가 3.8% 인상되면 국회의원 연봉은 524만원이나 인상돼 총 1억4320만원을 받게 된다. 올해는 특히 국회가 151일 간이나 공전한 데다 서민증세, 공무원연금 개혁 등 민감한 이슈와도 시기가 겹쳐 있어 세비 인상 소식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따가울 수밖에 없다.

한편 같은날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여의도 자유경제원 회의실에서 ‘특권의 전당 국회,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제7차 정치실패 연속토론회를 개최하고 우리나라 국회의원에게는 200여개의 특권이 있다는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권들은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들이었다.

공무원연금은 깎자더니 세비 인상?
권위 타파, 거꾸로 돌아간 국회 시계

우선 현재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는 1억3796만원이지만 국회의원 1명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돈을 모두 합하면 7억7백만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회기 동안 지급받는 특별활동비와 해외시찰 비용, 최대 9명의 보좌진의 임금 등을 모두 합해보니 나온 금액이다.

이중에는 간식비 600만원도 포함됐다. 무슨 간식비를 600만원이나 챙겨주느냐는 비판에 국회는 야근 때 나오는 야식비 명목으로 다른 정부부처에도 있는 지원항목일 뿐 특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한 명을 1년 동안 유지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7억7백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충격적이다. 국회는 개원 후 의석수를 꾸준히 늘려왔으며 지난 2012년 2월에도 압도적인 찬성으로 국회의원 의석수를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린 바 있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은 여기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의석수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좌직원도 선진국들에 비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스웨덴의 경우에는 보좌관 1명이 4명의 의원을 보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관련 지원도 혀를 내두르게 한다. 과거 권위주의 타파가 시대정신으로 떠올랐던 17대 국회 때는 국회의원들이 의전차량으로 경차를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나, 최근에는 마치 서로 짜기라도 한 듯 검은색 대형차량들만 즐비하다. 시계가 거꾸로 돌아간 듯하다.

차량 관련 지원을 보면 유류비로 매월 110만원, 차량유지비로 매월 35만8000원을 지원받는다. 유류비와 차량유비지로만 1년에 1749만6000원을 지원받는 것이다. 여기에 의원들이 급할 땐 택시를 타라며 연간 1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이와 비교해 유럽 국가들은 차량 관련 지원이 별도로 없는 경우가 많고, 일부 북유럽 국가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 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자유경제원은 또 국회의원이 KTX나 항공기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지난 2006년 철도청이 공사가 되면서 이제는 돈을 주고 표를 구입해야 한다. 다만 출장비를 청구하면 전액 돌려받는 식이다.

국회의원들은 원래 비행기를 탈 때 1등석을 이용했으나 지난 2009년 이후에는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2등석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이 3등석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2등석 이용이 정치개혁이라고 보기엔 다소 아쉽다.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공무 출장 때는 가장 저렴한 표를 구입해야 비용을 돌려받는다.


미지근한 개혁의지

의원연금 역시 문제가 되고 있는 특권 중 하나다. 과거 국회의원들은 단 하루만 국회의원을 해도 만 65세가 넘으면 무조건 매월 120만원의 연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것이 과도한 특혜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19대 국회의원부터는 연금을 받지 못하게 했고, 수혜대상도 큰 폭으로 줄였다. 하지만 여전히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도 국회의원 연금으로 들어가는 세금이 연간 60억원이나 된다.

당초 국회의원 연금은 연금 대상자의 재산규모와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지급해왔지만 올해부터는 평균 자산이 18억5000만원 이하인 사람만 수급 받도록 조정했다. 하지만 이는 서울시 가구당 평균 순자산 3억6600만원과 비교하면 5배나 많은 금액이다.

새정치 열풍을 타고 특권 내려놓기와 혁신을 외치던 국회의원들은 이번 국회에서 개혁안을 33건이나 발의했으나 가결된 것은 단 4건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스스로 혁신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된 후 국회는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사실 자유경제원 측의 주장과 대동소이한 내용이 많았다. 국회는 변명을 하기보단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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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