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입법로비 수사 중간체크

소문난 잔치에 소문만 무성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새누리당 A의원 등이 연루된 새로운 입법로비 정황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사정기관 관계자는 "A의원이 특정 법안 통과를 놓고 이해관계가 엇갈린 업체들로부터 후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의 소식을 전했다.

문제는 이들의 '후원'을 불법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A의원 외에도 새정치민주연합 B의원 등이 로비를 받은 대상으로 동시에 거론된다. 벌려 놓은 수사가 많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혐의 입증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방어할 시간을 주기 위해 몇 달은 뜸을 들이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이 갖고 있는 가장 무서운 권력이 뭔지 아세요? 정보력? 구속영장청구?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수사 착수권한입니다. 수사에 착수하는 순간 그 사람과 관련한 A부터 Z까지 파고들죠. 심지어 가족까지 말이죠. 많은 피의자는 수사 초기에 강한 심리적 압박을 느낍니다. 중요한 사건의 경우 언론을 활용해 프레임을 만들죠. 빠져나갈 수 없게요. 이렇듯 수사를 어느 시점에 들어갈지 정하는 건 검찰의 가장 중요한 권력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타이밍

최근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새누리당 A의원 등이 연루된 새로운 입법로비 정황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A의원이 특정 법안 통과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린 업체들로부터 후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문제의 로비 대상에는 A의원 외에도 새정치민주연합 B의원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법리 검토와 함께 수사 착수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7·30 재보선 이후 검찰은 정치권을 정조준했다. 국회의원과 관련한 범죄 첩보 수집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이달 기준 입법로비 수사에 이름이 오르내린 현역 국회의원의 숫자는 10명을 넘어섰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5일 '정치권 시한폭탄 입법로비 천태만상'이란 기사에서 관련한 내용을 보도했다.


SAC(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김민성 이사장으로부터 입법청탁 명목으로 모두 53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를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재윤(구속기소) 의원은 지난 26일 첫 번째 공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김 의원은 한 달 가까이 결백을 주장하며 옥중 단식을 벌이다 건강이 악화돼 병원으로 후송됐다.

같은 당 신학용·신계륜 의원은 김 의원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영장을 심사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윤강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현재까지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여부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또 신학용 의원에게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신 의원의 출판기념회 축하금을 대가성이 있는 뇌물로 해석했다. 그렇지만 법원은 출판기념회 축하금을 뇌물로 사법처리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법리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축하금의 성격을 대가성(입법활동)이 있는 뇌물로 입증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15년차 국회 보좌관은 고개를 저었다. 보좌관은 "후원금을 받는 행위를 사법처리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후원금을 받는 게 죄가 된다면 열에 아홉은 정상적인 의정 활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후원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쪽으로 정치자금을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찰 여야 다수 의원들 혐의 포착
착수시점 조율…짜고 치는 고스톱?

국회 쪽에서 나오는 얘기를 종합하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포괄적인 정치후원금을 뇌물로 규정한 것에 반발하고 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의정활동을 목적으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후원받은 것이지 개인의 사리를 위해 챙긴 돈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국회 관계자의 항변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자.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는 대로 정치 후원금을 아예 받지 못하게 한다면 정치할 사람은 두 부류밖에 없습니다. 첫 번째는 원래 돈이 많은 정치인. 기업가가 되겠죠. 두 번째는 음성적으로 비자금을 만들 줄 아는 정치인. 3선 이상이 되겠죠. 이들 외에는 아무도 정치를 하지 못할 겁니다. 돈 안 드는 정치? 이상적인 거예요. 불가능하죠. 돈 받지 말자고 하는 영감(의원)부터 한 번 보세요. 그들은 이미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정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잡을 사람은 안 잡고 상대적으로 만만한 의원들을 건든 것 아니냐'며 수사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치다. 의원들 내부에서도 이번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지난 15일 검찰은 두 신 의원을 기소하면서 이들의 범죄혐의를 매우 상세히 브리핑했다. 출입 기자들은 검찰발 소식을 여과 없이 실어 날랐다. 신 의원이 김 이사장의 부탁을 받고 그 자리에서 직접 교육부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잘 챙겨달라"고 요청했다는 등의 내용이다. 정치권과 각을 세운 검찰은 언론플레이와 함께 공소유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정보통신 업계와 관련한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LG유플러스 광대역망 구축 사업자인 김일수 테라텔레콤 대표에 대해 비자금 조성 혐의를 적용한 게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지난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상임특보를 지냈으며, 18대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보통신대책위원장도 지냈다. 정계와 가깝기 때문에 형성된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돈다. 수사 과정에서 현역 의원들이 연루된 금품 로비 혐의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검찰은 정치인을 겨냥한 첩보 수집과 전방위 수사로 여의도 정가를 압박하고 있다. '철피아'에 이어 '통피아'의 유착 고리를 드러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기관 일선에서는 수사력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푸념이 나온다. 만약 A의원 등에 대한 수사까지 병행한다면 거센 역풍을 맞게 될지 모를 일이다. 앞서 국회는 '철피아' 비리에 연루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 실력을 행사했다.

쫓고 쫓기고

사실 철피아 수사에서 송 의원의 이름은 수사 맨 처음 단계에 등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송 의원의 혐의 사실을 함구하며 몇 달간 뜸을 들였다고 전해진다. 오히려 수사 초반 영장을 청구하는 등 강하게 몰아붙였으면 증거인멸의 시간을 줄였을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비난이 나온 이유다.

앞서 밝힌 A의원과 B의원 등이 연루된 입법로비 수사는 핵심 증인들의 일관된 진술 여부가 관건이다. 기소에 앞서 증인들이 마음을 바꾼다면 혐의 입증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이래저래 딜레마에 빠진 검찰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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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