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낙마 청와대 수석 잔혹사

비리 용의자에 나랏일 맡기다니…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돌연 사퇴한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관가 주변에선 송 전 수석이 경찰 조사를 받은 '개인비리'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수석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핵심 참모로 국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주어진 권력에 비례해 역대 정권마다 구설이 끊이지 않았던 자리기도 하다.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지난 20일 돌연 사직서를 냈다. 대통령이 해외로 떠난 직후 벌어진 일이었다. 평소 청와대 업무에 남다른 의욕을 보였던 그이기에 갑작스런 사임은 여러 뒷말을 남겼다.

믿었던 너마저

최초 청와대는 송 전 수석의 구체적인 사임 이유를 함구했다. 짧게 '학교로 돌아간다'고만 했다. 공교롭게도 송 전 수석이 서울교육대 총장 시절 이른바 '1+3유학제도'를 불법 운영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확대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송 전 수석이 돌아간다고 했던 학교가 혹시 그 '학교(구치소의 은어)' 아니냐"며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송 전 수석은 지난 6월9일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로부터 3일 뒤 청와대는 송 전 수석의 교육문화수석 내정 사실을 알렸다. 경찰 수사 대상을 요직인 청와대 수석비서관에 임명한 것인데 이로써 청와대는 다시 한 번 인사검증 시스템의 부실을 드러냈다.

지난 23일에는 이명박정부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지냈던 박범훈 전 중앙대학교 총장의 입건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박 전 총장은 송 전 수석과 나란히 불법으로 '1+3유학제도'를 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 서초경찰서는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송 전 수석과 박 전 총장 등 전국 15개 대학 전·현직총장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6개 대학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송규종)는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필요할 경우 송 전 수석에 대한 계좌추적까지 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송광용 돌연 사퇴…현 정부 들어 줄줄이 낙마
또 인사검증 구멍…역대 정권마다 망신 되풀이

송 전 수석에 대한 검찰의 압박은 점차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의 사법처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사안은 다르지만 지난 이명박정부 당시 부산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구속기소됐던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전 수석은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로부터 1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총 333일간 구금됐다.

1심은 김 전 수석이 2010년 4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 무마 및 규제 완화 청탁의 대가로 박씨에게 1억500만원 상당의 현금 및 상품권과 150만원 상당의 골프채 2개를 받은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2심은 "박씨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지난해 4월 확정됐다.

청와대 수석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핵심 참모로 국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직제상 직급은 차관급이지만 대통령의 '수족'이란 점에서 실제 위상은 장관급 이상이다.

김 전 수석이 옥고를 치른 일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청와대 수석은 주어진 권력에 비례해 역대 정권마다 구설이 끊이지 않았던 자리다.


지난 2009년 3월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고위 공무원이 줄줄이 체포됐다. 이 가운데는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있었다. 박 전 수석은 노무현정부 때인 2004년 12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인사청탁 등을 명목으로 1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대법원은 박 전 수석에게 징역 3년6월의 형을 확정했다.

흥미로운 점은 박 전 수석이 지난 2005년 1월 인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는 것이다. 박 전 수석은 노무현정부 교육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이 세금 탈루, 장남 이중국적 문제 등으로 지명 5일 만에 물러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정무직은 정무적 책임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해당부서 책임자인 민정수석과 인사수석(정찬용 현 인재아카데미 이사장)에 대한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말했다. 부실인사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과 대비된다.

이명박정부 때는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각종 시비에 휘말렸다. 그는 지난 2012년 불거진 '박희태 돈봉투' 사건의 기획자로 의심받았다. 당시 복수 언론은 "김 전 수석이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박희태캠프 상황실장을 맡아 당 간부들에게 2000만원을 건네려 하고, 고승덕 당시 의원에게 현금 300만원을 전달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의혹은 사건 당사자인 고 의원이 부인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렇지만 김 전 수석과 관련한 구설은 끊이지 않았다. 그는 10·26 재보선 당시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해 수사상 기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았다. 김 전 수석은 청와대에 있던 2011년 12월1일 새누리당 최구식 전 의원의 비서 공모씨가 체포됐다는 보고를 받고 관련한 수사 경과를 최 전 의원에게 일러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이후 대법원은 김 전 수석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판결했다.

김 전 수석의 사임 시점은 기밀누설 직후로 확인된다. '돈봉투 사건'은 불과 두 달 뒤 발생했다. 박 전 수석이 상품권을 받고 사퇴한 것과 전체적인 흐름이 다르지 않다.

정권의 방패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두 명이 청와대 수석이 전격 경질됐다.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해 5월 '윤창중 성추문' 사태에 연루돼 황급히 옷을 벗었다. 곽상도 전 민정수석 역시 지난 8월 교체됐다.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선거법위반 적용을 막지 못한 것이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곽 전 수석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생활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한 몸통으로 의심됐다.

늘 정권의 방패막이로 쓰이다 청와대를 떠난 수석들. 하지만 궁극적으로 청와대 수석들의 일탈은 그들을 임명하고 관리한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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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