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해직전 새정치 분당 시나리오 막전막후

급한 불 껐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탈당 의사를 철회하고 당무에 복귀했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정치권 주변에선 여전히 야권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아직 불씨는 살아 있다는 것이다. 과연 새정치연합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제1야당으로 오롯이 설 수 있을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거취 파동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당무에 전격 복귀했다. 박 원내대표는 자신이 주도한 세월호특별법 협상안이 두 차례나 당내 강경파에 의해 거부되고,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대위원장 카드마저 좌절되자 탈당까지 언급하며 사흘간이나 두문불출했었다.

최대 30명 탈당?
구체적인 숫자까지

사실상 당대표 격인 박 원내대표의 탈당선언으로 새정치연합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당대표가 탈당하겠다며 당무를 거부하는 사태는 유례가 없던 일이다. 때문에 박 원내대표의 탈당을 계기로 새정치연합이 결국 분당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도 힘이 실렸다. 박 원내대표가 탈당할 경우 최대 30여명의 의원들이 따라나설 것이라는 구체적인 분석까지 나왔다.

특히 이번 사건은 그동안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설’로만 떠돌던 분당 위기가 처음으로 현실화된 사건이라 충격적이었다. 얼마든지 새정치연합이 분당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의 당무복귀로 일단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여의도 주변에선 여전히 야권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불씨는 남아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을 분당 위기까지 몰고 갈 수 있는 지뢰도 곳곳에 아직 산재해 있다.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여전히 박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와 당내 강경파 의원들 간의 관계는 이미 틀어질 대로 틀어졌다.

'난파선' 새정치, '노아의 방주' 누가 탈까?
여의도 일각에선 분당 리스트까지 나돌아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가 탈당 가능성을 언론에 흘리자 “차라리 출당시키자”며 과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내부 갈등을 봉합시키긴 했지만 박 원내대표가 이번 사태를 통해 당내 의원들에게 느꼈을 실망감과 배신감을 떨쳐버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대다수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의 탈당 거론이 ‘우발적’인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상돈 비대위원장’ 카드가 불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상돈 교수가 제3정당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박 원내대표가 이에 화답하듯 탈당을 거론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처음부터 모든 것이 계획된 일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야당에서 의원 20여명은 충분히 (제3지대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도 했다. 여의도에서는 한때 새정치연합을 떠날 가능성이 있는 의원들의 명단이 리스트로 돌기도 했다. 생각보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박 원내대표가 일단 당무에 복귀하긴 했지만 물밑에선 일부 의원들이 여전히 분당을 준비하고 있다는 음모론도 있다.

음모론도 난립
표류하는 새정치


세월호 해법에 대한 강경파와 중도온건파의 여전한 시각차도 분당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은 세월호 해법에 대해 “야당의 투쟁력은 곧 협상력”이라며 “새정치연합이 혼란을 겪는 이유는 싸우지 않는 야당, 힘없는 야당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도온건파로 분류되는 황주홍 의원은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는데도 강경파들이 장외투쟁을 주장하는 것은 당권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새정치연합 내부의 강경파와 중도온건파는 같은 당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생각이 다르다. 정치권에선 정국현안마다 사사건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두 진영이 과연 아슬아슬한 동거를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도온건파 진영에선 공공연히 ‘분당론’이 거론되고 있으며 안철수 의원은 박주선, 오제세 의원과 회동을 가지는 등 중도온건파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넓혀가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생각이 다른데 차기 총선에서 중도온건파든 강경파든 어느 한쪽이 공천권을 쥐게 되면 반드시 다른 한쪽을 공천학살하려 할 것이 뻔하다. 다른 한 쪽이 과연 당에 남아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안 의원이 이들과 손을 잡고 당을 떠나는 것이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내 어떤 인물보다 안 의원이 당을 떠날 경우엔 그 파장이 클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 새정치연합에 별다른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분당설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에서 알 수 있듯 새정치연합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당장 이를 타개할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당 내부에서도 “당의 혁신을 이끌 카리스마 있는 리더는 보이지 않고, 구성원들은 집권보다는 2등 기득권에 빠져 차기 공천 유불리만 따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당분간은 분당 위기가 현실화되지 않겠지만 차기 총선이 다가올 때까지 현재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침몰하는 새정치연합을 이탈하려는 의원들이 분명이 나올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야권발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사태로 입지가 크게 흔들린 야권의 대권주자들이 분당을 주도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태는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 지형도 크게 흔들어 놨다.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것은 친노계의 수장격인 문재인 의원이다.

이상돈 교수 영입에 문 의원도 찬성했었다는 진실공방이 이어지면서 당 내부에선 문 의원에 대한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친노 초재선 의원들이 문 의원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일각에선 친노가 분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친노 분화설’까지 나왔다.

문 의원은 자신의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계파 수장에 오른 것이 아니라 당내 친노계에 의해 사실상 추대된 케이스다. 따라서 친노계 의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계파 수장의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다. 때문에 친노 내부에서 문 의원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됐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최근에는 일부 친노계 의원들이 문 의원보단 안희정 충남지사를 차기 대권주자로 옹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당이 극심한 혼란을 겪는 가운데도 정중동 행보를 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도 역시 비판론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차기 대권 지형이 당내 인사들에게 크게 불리해졌다는 평가다. 이번 사태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원외인사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은 생각지도 못한 반사이익을 얻었다.

극심한 혼란
원외인사 반사이익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은 현재 4~5개의 계파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인데 특정 계파가 당권을 잡더라도 다른 계파가 곧바로 흔들기를 시작해 어느 쪽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라며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인물이 당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 존재감이 없다고 비판하고, 당 전면에 나서면 흔들어 떨어뜨리는 식이다. 이러한 구조가 계속되는 한 당내 인사가 차기 대권주자로 입지를 굳히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새정치연합의 지도부는 1년을 채 버티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지난 10년 동안 지도부가 무려 28번이나 교체됐다. 따라서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입지를 굳히기 힘든 당내 상황에 절망해 최후의 카드로 탈당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같은 당인 듯 같은 당 아닌 새정치연합
물밑에선 분당 준비로 분주? 음모론도


새롭게 선출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문 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는 당의 개혁을 주도하는 혁신형 비대위 보다는 전당대회까지 당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관리형 비대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 패배 직후인 지난 2013년 1월에도 문 위원장은 당의 비대위원장을 맡았었다. 문 위원장은 당시에도 혁신보다는 무난하게 당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의 정치적 라이벌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보수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는 파격적인 인사로 혁신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정작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는 우리는 별다른 임팩트가 없는 인물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워 현상유지에만 몰두하고 있는 듯 하다”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좌절했다. 문 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가 별다른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새정치연합의 분당설은 계속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희망이 없다
분당만이 살 길?

물론 새정치연합의 미래를 너무 비관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 국민들은 묘한 정치적 균형감각이 있다. 지금은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새누리당 지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차기 총선 때가 되면 분명히 야권 지지층이 결집할 것”이라며 “세월호 정국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박근혜정권의 서민증세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면 새정치연합이 위기를 극복하고 부활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미 제3정당 실험은 안철수 의원이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 아닌가?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하는 과정에서도 얼마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나? 그 과정을 옆에서 똑똑히 지켜보고도 감히 제3정당 창당을 시도하는 인사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제3정당이 들어서면 새누리당만 어부지리로 이득을 보게 되고 야권은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조명 받는 야권 분열의 역사

박영선 해프닝, 분열로 이어질까?

박영선 원내대표가 한때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야권 분열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야권은 지난 30년간 끊임없이 이합집산을 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1987년 대선이다. 최초로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됐지만 김영삼(YS), 김대중(DJ) 두 야권주자는 끝내 갈라섰고 황당하게도 대권은 민정당 노태우 후보에게 돌아간다.

이후 YS가 민정당과 3당 합당에 나서자 DJ의 평화민주당은 재야운동가를 영입해 신민주연합당으로 당명을 바꿨고 몇개월 뒤 3당 합당에 반대했던 통일민주당 출신 인사들까지 영입해 민주당으로 재탄생했다.
야권의 이합집산은 잠시 주춤했다가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DJ가 복귀하자 다시 시작됐다. 1995년 DJ가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는 제1야당으로 도약했고 김대중 총재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새천년민주당으로 간판을 바꿔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승리로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이후에도 야권의 이합집산은 계속된다. 새천년민주당은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쪼개졌고 2004년 총선에서 탄핵역풍을 타고 열린우리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한다. 하지만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도가 급락한 열린우리당은 무려 80명의 의원이 탈당했고 민주당 탈당세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한나라당 탈당세력과 함께 대통합민주신당을 출범시켰다. 이후에도 야권은 통합민주당, 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꿔왔고 올 초에는 안철수신당과 합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br> 황하나 근황 포착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
황하나 근황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은 황하나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월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씨를 형사 입건했다. 앞서 황씨는 2023년 9월, 영화배우 고 이선균을 협박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 등과 함께 내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간이시약 검사 등을 통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했다. 수사를 받던 황씨는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마약과 성매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자 태국에 있는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영사 조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황씨는 지난 1년 사이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유튜브 채널 ‘크라임넷’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현재 프놈펜 소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한국인 남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태국으로 도주한 황씨는 자동차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현지인 N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N씨는 태국 상류층을 뜻하는 ‘하이소(High-Society)’로 분류되는 유명인사다. 황씨의 지인이자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여성 Y씨는 “(자신과 함께) N씨가 클럽, 유흥업소 등에서 황씨와 파티를 즐겼다”고 알려왔다. 태국에서 상위 10% 미만에 속하는 재벌인 하이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파티를 즐길 뿐더러, 전관예우 등에 따라 현지 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대상이다. 황씨가 N씨의 비호를 받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Y씨를 비롯한 다수의 제보자는 황씨가 태국, 캄보디아 등을 오가며 성매매,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한국에 있던 Y씨 등을 불러 현지 남성과의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황씨는 과거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에이미(이윤지) 등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여유로운 삶을 이어갔다. 현지 정보망에 따르면 황씨는 하이소들과 함께 했기에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이소의 권력이 얼만큼인지 나타내는 실제 사례도 있다.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의 뺑소니 사망사건이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하고 있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도망쳤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 주장을 인정하고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불기소됐고, 이후 마약 복용에 따른 처벌도 면했다. 경찰 추적 중에도 호화 생활 동남아 오가며 ‘환락 파티’ 2022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마약법 개정으로 만료됐다고 현지 검찰총장실 대변인이 밝혔다. 1979년 제정된 마약법을 보면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 징역에 처하고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오라윳의 공소시효는 그해 9월3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발효된 새로운 마약법에 따르면, 코카인 복용은 징역 1년에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에 따라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자동 기각됐다는 것이다. 오라윳은 이를 틈타 해외로 도주했다. 불기소 결정 뒤 반정부 집회가 열릴 만큼 반발은 심했다. 결국 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경은 뒤늦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에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도 추가했다. 하지만 오라윳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해 데려오기 전까지는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오라윳에게 남은 혐의는 과실치사뿐이며 공소시효는 2027년 9월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동남아로 도주하기 전 마약을 투약한 것과 더불어 지인에게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황씨의 지인 J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황하나가 나에게 좋은 거 있는데 해볼래?”라며 팔에 주사로 된 약물을 주입했다. 그는 “좋은 거라길래 설마 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게 됐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주사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J씨는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고 경찰에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황씨는 지난해 3월19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술은 왜 마셔요? 마약이 더 좋은데”라며 “왜 기자들은 내 기사만 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약쟁이들도 많은데, 좀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씨의 아버지 황재필씨는 “딸이 적색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카카오 메시지를 읽었지만, 묵묵부답이다. 태국 재벌 ‘하이소’ 조력 “나 잡아봐라” 수사망 피해 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로 전환된 황하나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황씨가 이번에 귀국하게 되면, 앞으로 1년 이상 태국에 재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이자,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의 전 약혼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황씨는 2019년 11월 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앞서 여러 차례 마약 투약으로 처벌받은 이력도 있다.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투약했다. 2018년 4월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7월9일 재차 마약을 투약해 1심 판결로 추징금 40만원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 마약 투약죄로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종범죄 재범에 이종범죄까지 저지른 대가로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 당시 마약 혐의와 함께 2020년 11월, 시가 500만원 상당의 명품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기소된 이후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28일 2심 판결서 검찰은 황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황씨는 최후 진술에서 “휴대전화도 없애고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고 제가 할 수 있는 성취감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보겠다”면서 “지난 3~4년간 수면제나 마약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제가 너무 하찮게 다뤘고 죽음도 쉽게 생각하며 저를 막 대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변론했다. 그해 11월15일 2심 판결서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서 이동 이후 2023년 이선균 마약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황씨를 포함해 총 8명이 마약을 투약한 단서를 포착하고, 일부는 형사 입건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황씨는 내사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사 대상에 오른 인물 1명과 성명불상자 1명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수의 제보자들은 “황하나는 이선균이 협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와 유흥업소 여종업원 김씨의 협박 행각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