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100평 사장실 주인은?

사무실 크다고 일 잘하나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적자에 허덕이는 공기업의 사장실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너무 호화스럽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아방궁’이란 말까지 보태져 논란을 키우고 있다. 사실일까. 구설에 오른 사장들의 방문을 열어봤다.
 
한 공기업 비리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사옥 압수수색에 나섰다. 가장 먼저 털려고 올라간 곳은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간 수사관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 대궐 같아서다. 넓은 공간은 물론 ‘으리으리’한 인테리어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수사관들 사이에선 “여느 재벌 회장 집무실과 견줘도 손색이 없겠다”는 감탄과 함께 “회사는 적자인데…”란 혀 차는 소리가 교차했다는 후문이다.

방문 열어보니…
 
공기업 사장실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너무 호화스럽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아방궁’이란 말까지 보태져 논란을 키우고 있다.
 
공기업들은 대부분 본사를 신축 이전하면서 특히 사장실에 신경 쓰고 있다. 먼저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도마에 올랐다. 그의 집무실은 313㎡(약 95평) 규모다. 한 언론은 중·고등학교 교실과 비교해 4배 크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급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실보다도 2배 가까이 넓다고 지적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부채는 26조6000억원에 달한다.
 
다른 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최대 165㎡(약 50평)로 제한된 정부부처 장관실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력원자력처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실보다 훨씬 넓은 공기업 사장실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한국가스공사는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이달 말까지 대구 신서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한다. 부채가 31조원이나 되는 한국가스공사는 현재 분당사옥보다 4배 가까운 부지에 2869억원을 들여 잔디축구장, 테니스장, 수영장, 농구장 등의 편의시설을 갖췄다.
 
때문에 빚더미 공기업이 신청사를 호화판으로 짓는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됐다. 사장실도 호화스럽다. 비서실과 접견실, 집무실까지 합친 면적이 250㎡(약 76평)나 된다. 바닥에 대리석이 깔리고, 개인 화장실엔 샤워시설까지 갖춰져 있다고 한다. 장석효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지난 7월 신사옥 현장을 점검하면서 자신의 집무실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대구혁신도시 신사옥에 입주한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실은 283㎡(약 86평)에 이른다. 공단 신사옥은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연면적 2만2778㎡)로 2011년 12월 착공해 지난해 11월 완공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부채는 9908억원이다.
 
빚더미 공기업들…CEO 집무실은 으리으리
70∼90평 아방궁 “장관실보다 넓고 화려”
 
이밖에 부채가 18조5166억원인 한국석유공사의 사장실은 302㎡(약 92평), 2161억원인 한국광해관리공단 사장실은 232㎡(약 70평)로 나타났다. 물론 두 사무실 모두 장관실보다 크다.
 
업계 관계자는 “공기업 사장의 사무실만 봐도 방만 경영 정도를 알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크기를 제한하는 장관 사무실과 달리 공기업 사장실은 전혀 규제가 없다 보니 앞 다퉈 경쟁하듯 호화롭게 만들고 있다”며 “지나치게 큰 크기도 문제지만 대리석 등 최고급 자재로 지나치게 호화롭게 꾸미는 것이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사기업들은 어떨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공기업과 반대로 사장실 규모를 줄이거나 문을 활짝 여는 추세다.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은 2011년 말 취임 직후 자신의 사무실을 개조했다.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했던 응접실을 없앴다. 대신 기업문화팀을 배치했다.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기업문화팀을 곁에 두고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최 사장의 결단이었다. 평소 소통 경영을 중시하는 최 사장은 찾아오는 중요한 손님이 있으면 임시로 응접실을 만든다.
 
지난해 12월 부임한 온기선 동양자산운용 사장은 직원들을 위한 휴게 공간이 없다는 걸 고민하다 지난 3월 자신의 방을 없애고 직원을 위한 사내 카페를 만들기로 했다. 사장실을 비운 온 사장은 전보다 작은 방으로 옮겼다. 기존 사장실은 30여석 규모의 카페로 리모델링 됐다. 한쪽엔 여직원만을 위한 휴게실도 따로 만들었다.
 
서울 역삼역 카카오 사무실엔 사장실이 따로 없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의 자리는 홍보담당직원 옆자리다. 누가 사장이고, 누가 직원인지 모를 정도다. 이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카카오 경쟁력에 대해 “내 방이 따로 없는 게 경쟁력”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호화스럽다”
 
재계 관계자는 “공기업과 달이 사기업의 경우 사장실이 갈수록 작아지거나 개방되고 있다”며 “임직원 사기 진작과 소통 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예전 같으면 사무실에 하루 종일 앉아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러다간 당장 쫓겨날 것”이라며 “현장 업무가 중요시되는 시대다. 사무실에 있을 시간이 없다”고 덧붙였다.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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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