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③국민은 꼭 알아야 할 추석 후 터질 5대 사건

여기저기서 펑펑 "연말까지 정신없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로 꽉 막힌 정국이 활로를 찾지 못한 채 하반기를 맞았다. 난국의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진보와 보수, 양측으로 팽팽하게 갈린 진영은 다가올 하반기에도 치열한 고지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추석을 기점으로 수면 아래 있던 대형 사건들은 고개를 들 전망이다.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수년 가까이 끌어온 사건들이라 당사자들의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또 사안마다 큼직한 논란을 예고하고 있어 각각의 이슈가 미칠 파급효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추석 이후 정국을 집어삼킬 5가지 대형사건을 미리 들여다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인 박범하(가명·사망 당시 52세)씨. 그는 사촌지간인 박범근(가명·사망 당시 50세)씨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1년 9월 발생한 이 사건은 '박근혜 5촌 살인사건'으로 명명됐다.

[청와대 촉각]
대통령 5촌 사건

박근혜 5촌 살인사건은 지난 18대 대선을 앞두고 있던 2012년 12월 재조명됐다. 시사주간지 <시사인>과 <시사저널>은 박근혜 5촌 살인사건의 수사 결과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보도를 종합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1년 9월6일 북한산 둘레길에서 범하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그는 나무에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 범하씨의 시신으로부터 수km 떨어진 곳에는 범근씨의 시신이 있었다.

범근씨는 북한산 둘레길 탐방안내센터 인근 주차장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을 조사한 서울 강북경찰서는 2011년 10월12일 "범하씨가 사촌동생인 범근씨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의문의 죽음과 관련한 몇 가지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2012년 4월 당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한 의원실은 "박근혜 5촌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자는 주장의 근거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서 작성한 부검 감정서와 필적 감정서 등을 제시했다. 당시 기자는 범하씨가 쓴 유서 등 여러 문건을 눈으로 확인했다.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보'가 몇몇 의원실을 통해 공유됐다. 제보자가 양심고백을 하는 '그림'도 그려졌으나 실행에 옮기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살인사건은 대선 투표일 직전 기사화됐다. 그러나 대선판도를 바꾸진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대 이상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박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는 해당 의혹을 보도한 <시사인> 기자 주진우씨와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를 각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주씨는 보도에서 지만씨가 5촌 관계에 있는 범하·범근씨의 사망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김씨는 주씨의 보도를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를 통해 알렸다.

박근혜 5촌 살인 재조명…초대형 폭로 암시
특수부 인력 대거 보강 "곧 대기업 수사"

주씨가 제기한 의혹의 핵심은 ▲범하씨가 지만씨의 측근이었으며 ▲지만씨는 누나 근령씨와 사이가 좋지 못했는데 ▲근령씨의 남편인 신동욱(현 공화당 총재)씨는 지만씨와 당시 송사로 얽혀 있었고 ▲이에 범하씨가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려던 즈음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만씨는 관련한 의혹을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검찰은 지만씨가 입은 피해가 있다고 보고 주씨와 김씨를 각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현재 이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공판 과정에서 주씨 측 변호인은 지만씨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이들에 대한 항소심 공판은 이달 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앞서 1심은 주씨와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주씨 등에 대한 항소심 결과와 함께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다. 지난달 15일 김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통해 '초대형 폭로'를 암시했다.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김씨와 주씨는 최근 의문의 제보자에게 메일을 받았다. 제보 내용은 진행 중인 재판과 관계된 것으로 김씨는 주장했다.

김씨와 주씨는 제보자를 만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한 호텔을 찾았다. 호텔에서 그들은 '상당히 믿기 힘든' 중요한 제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바이 취재에는 김씨와 주씨 외에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 변호사 2명, 공중파 방송의 PD, 신문기자, 국회의원 등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에서 김씨는 "상당히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3박4일간 호텔 객실을 나오지 않고 취재했으며, 외교적인 분쟁을 우려해 국회의원까지 배석할 만큼 파급력 있는 사건임을 주장했다.

만약 김씨의 말대로 이번 제보가 '비현실이라고 느껴질 만큼 충격적인 얘기'라면 박근혜정부 들어 가장 큰 스캔들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씨는 "검증되는 대로 방송하겠다"며 파장을 예고했다.

[재계 초긴장]
대기업 사정바람

검찰은 추석 전 인사이동을 통해 특수부 인력을 대거 충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수부 인력 충원은 대기업이 연루된 수사 과정에서 이뤄지는 일이 많아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6월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검찰(특수부)이 30대 대기업과 관련한 리스트를 뽑아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수사에 착수한 것은 아니지만 폭넓은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기업이 내사망에 걸린 것일까. 대기업 자문 역을 했던 한 관계자는 "내가 봐도 눈먼 돈이 많은데 수사기관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검은돈'이 많겠냐"며 "오너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쓰는 돈이나 해외 컨설팅·부동산 업체로 흘러가는 돈 등을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피아 수사의 연장선상"으로 검찰의 움직임을 해석했다. 그간 검찰은 정권이 불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여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더 큰 사건을 수사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관피아 수사 역시 세월호 정국 타개의 한 방안으로 기획됐다.

때문에 이번 대기업 사정은 '경제 민주화'에 대한 의지보다는 당면한 '정권 보위'를 염두에 둔 수사가 될 것이란 추측이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더 큰 놈'을 잡기 위한 실적경쟁이 본격화된 모양새다.

재계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신호다. 한 대기업 홍보담당 관계자는 "그룹을 괴롭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오너를 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력 대기업 중 한 곳인 A사를 지목하면서 거물 정치인과 A사 오너의 각별한 관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A사에 대한 사정설은 올 초부터 무성했다. A사가 연루된 비리정황을 포착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추석을 전후로 A사가 막대한 수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되면서 때가 무르익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만약 A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다면 관련 정치인의 이름이 등장할지 관심이다.

A사뿐 아니라 정권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진 B사도 요주의 대상이다. 풍부한 자금력이 강점인 B사는 지난 정권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B사에 대한 사정작업이 본격화된다면 지난해 있었던 CJ그룹 수사 이상의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검찰은 이른바 통피아(통신+마피아) 수사를 진행 중인데 통신업계는 물론 몇몇 국회의원들까지 잠재적인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통신업계와 정치권이 유착한 연결고리가 드러난다면 그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헌재 결정은?]
통진당 해산심판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 정당해산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오는 16일 제14차 변론기일을 예고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내란선동·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진보당 이석기 의원에게 징역 9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단 재판부는 공방이 가열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선 'RO의 실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헌재의 정당해산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5일 박근혜정부는 긴급 안건으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건'을 국무회의에 상정했다. 박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같은 날 법무부는 '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및 정당 활동금지 가처분 신청'을 헌재에 청구했다. 정부가 특정 정당에 대해 해산심판을 청구한 건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심리를 맡은 헌재는 지난달 26일까지 무려 13차례의 변론기일을 열었다. 가장 최근 있었던 변론에서 헌재는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1·2심 판결문과 공판·수사기록 등을 증거로 채택했다.

지난 2심 판결로 사법부는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사실 판단을 마쳤다. 때문에 다가올 변론에서 심판결과의 윤곽이 드러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우선 2심 재판부는 RO의 실체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엄격하게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즉 이 의원이 내란을 꾀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국가를 전복시킬 만한 '실체적 힘'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통진당 해산심판 분수령
이석기 대법 판결 눈앞

앞서 법무부는 해산심판을 청구하면서 RO를 진보당의 실질적인 상부조직으로 해석했다. '내란을 꾀한 RO조직원들이 당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핵심인사'라는 논리로 진보당의 위헌성을 부각했다. 그러나 사법부가 RO의 실체를 적극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격렬한 법리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우선 진보당은 'RO가 존재하지 않는 단체'라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진보당 측은 법무부 주장의 핵심이었던 RO의 존재가 부정됨으로써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변론에서 진보당 측 변호인은 "북한과 전혀 무관하게 활동했던 경기동부연합과 진보당을 연결 짓기 위해 (행정부가) 지하혁명조직 RO를 만들어낸 것"이라며 "이 의원의 내란선동 혐의가 (대법에서) 유죄로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당과 무관한 개인적인 활동이고, 선동에서 나아가 준비행위까지 이르지 않은 만큼 내란음모 사건이 진보당에 귀속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는 "엄격히 해석해야하는 법리 때문에 (사법부가) RO의 존재나 내란음모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RO 회합 참석자들이 정치적 이념을 같이 하는 조직화된 집단에 속해 있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국가 전복을 실행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소심이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르면 10월 안에 사건 심리를 마칠 예정이다. 단 이 의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고, 선례가 없는 사건이라 헌재가 최종 판단을 11월 이후로 미룰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정당해산을 위해선 9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연예가 패닉]
한류스타 탈세

배우 송혜교씨에 이어 한류스타 장근석씨도 탈세 혐의가 드러난 가운데 국세청의 칼날이 어디까지 미칠지 눈길이 쏠린다.

먼저 송씨는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모두 137억원의 수입을 올렸으며, 67억원을 필요경비로 신고했다. 이 중 54억원에 대해서는 증빙서류 없이 임의로 경비 처리했다. 또 신용카드 영수증과 카드사용 명세서 등을 중복 제출해 경비를 허위로 신고했다. 이 기간 송씨는 종합소득세 25억원을 과소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관련한 의혹이 일자 송씨는 뒤늦은 진화에 나섰다. 지난달 송씨 측은 "2012년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제출된 세무·증빙자료를 신뢰할 수 없으니 귀속소득(2008~2011)의 무증빙 비용에 대해 소득세를 추징한다'는 통보를 받고 중가세와 가산세까지 납부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2009년 모범납세자상을 받았던 송씨는 세무조사가 유예된 2~3년을 틈타 탈세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장씨의 탈세 정황이 포착됐다. 중국에서 벌어들인 소득 중 약 20억원을 탈루했다는 의혹이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장씨가 중국에서 거둔 수익과 세무당국에 신고한 소득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잇단 톱스타 탈세 혐의
제2의 강호동 사태 모락

국세청은 지난 6월 한 대형 연예기획사의 계약서 및 회계자료 등을 확보해 관련 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가수 정지훈(비)씨의 탈세 의혹도 제기됐으나 뚜렷한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의 기획사 대표는 차명계좌 등을 이용해 '환치기' 및 탈세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 달 새 유명 연예인 2명의 탈세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세청의 칼날이 연예계를 정조준한 모습이다. 앞서 국세청은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몇 가지 의혹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국세청은 SM엔터테인먼트가 소속 가수들의 해외공연 수익금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빼돌리는 수법의 역외탈세를 했다고 의심했지만 구체적인 혐의는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연예계를 겨냥한 국세청의 전방위 조사는 계속됐고, 결국 송씨와 장씨의 일부 혐의를 포착하면서 당국의 징세작업은 탄력을 받게 됐다.

연예계 일각에선 "세무당국이 기획사를 상대로 한 세무조사에서 연예인 개인을 겨냥한 조사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푸념이 들린다. 실제로 국세청 지근에선 몇몇 톱스타들의 탈루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제2의 강호동'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정국 시한폭탄]
세월호 진상규명

세월호 특별법이 암초에 부딪혔다. 지난 1일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 번째 면담을 진행했지만 냉랭한 분위기 속에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이들은 30분 만에 성과 없이 헤어졌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지도부는 국회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단(이하 가족대책위)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가족대책위는 특별법에 명시된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절대 불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몇 차례 고성이 오고간 끝에 면담은 파행됐다.

새누리당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은 위헌적인 수사기관을 창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지금 있는 '특검'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즉 진상조사위와 특검을 별도로 운영하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가족대책위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진상조사위는 의미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핵심 주장을 요약하면 권력 눈치 안 보고 성역 없는 수사를 하려면 행정부 밖에 있는 전문가 집단(판사·검사·변호사 등 포함)에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진상조사위의 조사 범위에 청와대나 국정원 등이 포함된 만큼 행정부 안에서 위원들을 뽑을 수는 없다는 논리다.

이처럼 양자 간 입장 차이로 특별법 제정이 무산된 가운데 연휴가 끝나는 11일부터는 강대강 대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은 '2차 여야 합의안'을 밀어붙이기 위해 여론전을 벌일 것으로 보이며, 야당은 가족대책위를 지원하는 한편 대통령이 약속한 결단을 촉구한다는 복안이다.

정국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진상조사위가 어떤 형태로 구성될지, 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이뤄진다면 감춰졌던 책임소재가 드러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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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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