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①사생결단 박근혜 '골드문 플랜'

"추석민심 잡아야 정국주도권도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한 국회의 파행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이 기간 정부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다면 향후 국정운영과정에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추석민심을 잡기 위해 구상하고 있는 이른바 ‘골드문(Gold Moon) 플랜’은 무엇일까?

추석 여론은 민심의 바로미터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추석민심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한 국회의 공전이 길어지면서 여야 모두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세월호 정국을 벗어날 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선물 무엇?
민심 움직일까?

현재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세월호 정국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야 간 대립이 길어진다면 책임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추석민심을 잡기 위해 어떠한 선물 보따리를 준비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민생행보를 강화하며 꽉 막힌 세월호 정국의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전통시장과 수해지역 등을 잇달아 방문하는 민생행보로 세월호특별법 통과에만 매달리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산적한 주요 현안을 내팽개치고 국회를 마비시키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무책임한 태도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야권을 압박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이 그동안의 장외투쟁에서 항상 빈손으로 국회에 복귀했다는 점을 상기하며 ‘제 풀에 지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민생행보 강화, 야권 따돌리기?
사정태풍, 세월호 이슈 잠재울까?


새누리당 내부에선 “이번 기회에 툭하면 장외로 나가는 야당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 한다”는 강경론도 힘을 얻고 있다. 여권이 이 같은 강공을 펼칠 수 있는 이유는 현재 여론이 여권에 좀 더 유리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KBS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이 장외투쟁을 중단하고 국회에 등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7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게다가 ‘세월호특별법 논란이 길어지며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는 정부여당의 논리는 중소상공인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새정치연합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추석연휴를 맞이해 민생행보의 일환으로 직접 봉사활동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추석연휴에도 유일한 공식일정으로 양로원 방문을 택한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 서울시립고덕양로원을 찾아 노년층 유권자들을 만나 민심을 청취하고 가족 없이 쓸쓸하고 외로운 한가위를 보내는 노인들을 위로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봉사활동은 논란의 여지가 적고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

엇갈린 전망
박근혜의 선택은?


반대로 박 대통령이 추석을 맞아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야권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조차 박 대통령이 대화에 나서길 요구하는 상황에서 침묵이 너무 길어지면 박 대통령이 정치실종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장외투쟁에 침묵으로 일관하다 추석을 앞두고는 여야 대표와 3자회담을 실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의 3자회담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의 대화제의를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당내에서 박 대통령이 유족과 만나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어 박 대통령이 추석을 전후해 세월호 유족과 직접 만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물론 박 대통령이 당장 수사권, 기소권 보장을 유족들에게 약속하진 못하더라도 대통령이 유족과 직접 대화에 나선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꽉 막힌 정국을 돌파할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지율이다. 추석민심이 정부여당 책임론에 쏠린다면 박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겠지만,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정부 여당의 지지율이 오름세를 지속한다면 야권이 더 이상 장외투쟁을 지속할 명분이 없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대적인 여론전을 펼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민생법안 조속처리를 촉구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최근엔 보수진영의 SNS를 활용한 여론전이 빛을 발하고 있다. 과거 진보진영의 놀이터로 불렸던 SNS에서 보수진영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이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이른바 폐쇄형 SNS인 카카오톡을 이용해 보수진영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최근 ‘유언비어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결국 SNS여론전에서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여론 변화와 관계없이 국회 공전이 길어질수록 박 대통령의 부담도 커지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여당의 양보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당 몫의 특검 2명을 유가족이 추천한 후보군에서 뽑거나, 추천권 자체를 야당과 유족에 넘기되 조사 범위를 한정하는 방식 등 다양한 중재안이 논의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과 직접 대화에 나서기 어렵다면 방송출연 등을 통해 터닝 포인트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그동안 박 대통령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혀왔던 불통 논란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불통 논란을 피하기 위해 추석 전후로 기자회견을 개최하거나 가벼운 대담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이미지 쇄신을 꾀하는 것도 괜찮은 정국돌파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추석연휴에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마련된 KBS의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시낭송과 합창 등을 했다. 방송에서 보여준 이 전 대통령 부부의 모습은 광우병 쇠고기 촛불 파동 이후 크게 훼손된 이미지를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내놓을 수 있는 최대의 승부수는 역시 ‘정책’이라는 분석이다. 올해에도 박근혜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실패한다면 민심이반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는 추석경기를 띄우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추석민심을 크게 좌우할 물가안정과 관련해서는 이미 과일·채소·생선 등 추석 성수품을 중심으로 관리에 나선 상태다. 이와 동시에 정부여당이 추석을 맞아 국민들의 이목을 끌만한 새로운 대형 정책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대형정책 있을까?
경제 살아날까?

현재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각종 정책을 추진하며 경제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 효과가 미비하다는 평가다. 최 부총리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나고 있지만 이 효과는 수도권 지역에만 국한되고 있어 문제다.


따라서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이 체감할 만한 경제 활성화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추석을 기점으로 정부여당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추진해온 국민행복주택 사업,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무상보육 및 교육 확대 등의 복지정책은 선심성 정책이라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박 대통령이 여야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 사정으로 꽉 막힌 정국을 돌파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참사 이후 밝힌 국가개조 구상에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것은 소위 관피아 척결이다. 관피아 척결을 위해 시작된 사정 태풍은 어느새 국회로까지 번진 상황이다. 현역 국회의원 5명이 소환조사를 받았고 이 중 3명이 구속 수감됐다. 현재 직간접적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현역 의원은 20명이 넘는다.

유족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려 있어
군·검 인적쇄신카드도 만지작만지작


사정 칼날을 앞세운 정부의 정면 돌파는 점점 힘을 발휘하고 있다. 만약 검찰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게 된다면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야권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된다.

또 장외투쟁에 몰두하고 있는 야권은 사정 칼날 앞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적폐 청산에 올인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결국은 꽉 막힌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물타기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들려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추석을 전후해 청와대발 인적 쇄신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추석연휴는 박 대통령이 모처럼 자신의 생각을 조용히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사정 칼날
정국 돌파용?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수사 과정에서 여러 허점을 노출했던 검찰과 최근 윤 일병 사태로 집중포화를 맞은 군 인사들이 인적쇄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인적쇄신카드를 섣불리 꺼낼 경우 정부여당이 또 다시 인사청문회 늪에 빠질 가능성도 있어 박 대통령이 인적쇄신카드를 정국돌파용으로 쉽게 사용하진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더 우세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추석을 기점으로 꽉 막힌 정국을 돌파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향후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추석을 전후해 야권도 장외투쟁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만큼 추석은 세월호 정국을 돌파할 절호의 기회”라고 조언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역대 대통령 추석선물은?
대통령 선물 선정되면 '대박'


추석을 맞아 지인들에게 돌릴 선물을 준비하느라 고심하는 것은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국민정서에 반하는 고가의 선물도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명색이 대통령이 보내는 선물인데 너무 값어치가 없어보여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 측은 심사숙고 끝에 명절선물을 선택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추석을 앞두고 사회 각계 주요 인사들과 독거노인 등 사회적 배려계층 등에게 국산 농산품인 횡성 육포와 밀양 대추, 가평 잣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올 추석선물은 지난해와 비교해 찹쌀이 빠지고 대추가 들어갔을 뿐 구성에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육포와 잣은 박 대통령이 과거 정치인 시절부터 측근과 지지자들에게 여러 차례 선물할 정도로 선호하는 품목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측은 “3가지 우리 농산물로 명절의 풍성하고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며 “우리 농축산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역대 대통령도 명절 때면 지인과 국민들에게 선물을 보냈다. 단골메뉴는 지역특산품이다. 우리 농어민과 축산인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은 ‘봉황이 새겨진 인삼’ 선물을 주로 했지만 세월이 흐르며 역대 대통령의 선물은 우리 농축산물 등 대중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정치 입문 초기부터 부친이 고향에서 올려 보내는 거제도산 멸치를 명절선물로 선택했다. 야당시절에는 한해 3000상자, 여당 대표가 된 이후엔 5000상자씩 추석선물로 보냈다고 한다.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의 고향에서 기른 멸치’라는 그럴듯한 수식어가 붙어서 거제도산 멸치는 소위 ‘대통령 멸치’로 불리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한때 대단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이 특정지역 생산물만을 줄기차게 명절선물로 보내는 것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부정적인 견해도 없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신토불이 농산물 선물
대통령 선물 선정 물밑로비전도 치열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과 한과, 녹차를 자주 선택했다. 김 전 대통령이 보낸 ‘김’ 선물의 경우에는 고향 전남 신안에서 만든 특산물이었지만 녹차와 한과 등은 특정지역의 생산물을 고집하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특이하게 선물을 받는 대상이나 구체적 인원을 철저히 대외비에 부쳤다. 선물을 받은 사람들을 공개할 경우 받지 못한 사람들이 느끼게 될 서운함을 고려한 탓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추석선물과 관련해 가장 큰 곤욕을 치른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자칫 명절선물이 유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아무에게도 추석선물을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명절 때마다 안부인사와 함께 선물로 마음을 표시하는 것이 한국의 전통문화인데 대통령이 이런 문화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감을 표시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또 명절특수를 기대했던 관련업계 역시 노 전 대통령의 선택이 자칫 공무원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쳐 서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고심 끝에 2006년 추석 때는 명절선물을 보냈지만, 컨테이너나 임시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집중호우 피해자와 소년소녀가장에게 차와 다기세트를 선물해 보수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경북 포항이 고향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역화합을 위해 전국 8도 특산물을 고루 담아 보냈다.

한편 대통령의 선물로 선정되기 위한 물밑 로비전도 뜨겁다. 대통령의 선물목록에 한 번 올라가면 최고의 품질이란 소문이 퍼져 매출이 자연스럽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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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