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⑤명절 때 더 붐비는 문전성시 변태업소들

24시 사창가 언니들도 “대목 잡자”

[일요시사 사회팀] 최용환 기자 =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명절하면 고향에 옹기종기 모인 가족들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연휴 동안 텅 빈 도시에 쓸쓸히 남게 되는 기러기 아빠나 고향에 가지 못하는 남성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외로움을 달래고자 변태업소를 찾는다. 음지에 숨어 있는 업소들은 명절이 곧 성수기라며 쾌재를 부른다. 명절에 더 잘되는 변태업소를 낱낱이 파헤쳐 본다.

 
민족 대명절 추석,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만나기 위해 고향을 찾는다. 반면 만날 가족이 없는 일부 기러기 아빠나 고향에 가지 못하는 남성들은 외로이 도시에 남게 된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명절은 큰 의미로 다가온다. 외로움을 달래줄 변태업소가 기다리고 있어서다. 특히 성수기인 명절은 모든 여성들이 전원 투입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다. 유독 명절에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도시 곳곳서
변태영업 중
 
명절 특수가 판치는 집창촌 및 변태업소의 현황은 이렇다. 우선 용주골은 경기북부의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로 알려져 있다. 리즈 시절은 갔지만 이름값은 여전하다. 특히 명절엔 날씬한 여성들로 가득해 쇼윈도에서 눈을 뗄 수 없다. 1층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을 선택하고 2층에서 샤워를 한 뒤 바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청량리588도 여전히 화려한 쇼윈도를 자랑한다. 단속 탓에 주춤했지만 홍등은 여전히 빛난다. 양성적으로 드러난 모습은 확연히 줄었지만 음성적으로는 더 늘어났다는 말이 나온다. 이들은 청량리의 몇몇 건물에서 몰래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지나가면 적극적으로 접근해 성매매를 제안하고 근처 PC방이나 미용실 등에 대기 중이던 여성과 연결시킨 뒤 모텔이나 여관으로 이동시킨다. 경찰이 와도 속수무책. 연인이라고 발뺌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영등포 집창촌도 빼놓을 수 없다. 단속으로 인해 업소가 대폭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영등포역을 나와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면 홍등이 반짝이는 골목을 마주할 수 있다. 이 길을 쭉 걸어가면 양 옆으로 20여개의 업소가 펼쳐진다. 이 쇼윈도를 가로질러 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할 정도로 많은 여성들이 남성을 유혹하는 손길을 뻗는다. 양쪽 팔짱은 기본. 
 
언급한 집창촌들의 특징은 홍등이 꺼질 듯 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기하게도 명절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활활 타오른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많은 여성이 한데 결집해 손님을 받는다. 집장촌의 존재감은 아직 살아 있다. 그러나 요즘엔 전통적인 집창촌 성매매보다 더 자극적인 서비스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성매매 시장의 판도가 서서히 바뀌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수많은 변태업소가 도시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외로운 남성들의 발길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서울 강남에는 이른바 ‘초이스미러’가 존재한다. 초이스미러란 안에서는 밖이 보이지 않지만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유리를 뜻한다. 이 업소는 여성들을 대형 룸에 열 맞춰 앉힌 후 한쪽 벽면에 초이스미러를 설치한 뒤 남성들이 여성들을 물건 고르듯이 살펴보게 하고 마음에 드는 여성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남성들은 초이스미러에 보이는 여성들이 자신의 시선을 눈치 채지 못한다는 점에 흥분을 느낀다고 전해진다. 단속을 위해 유명 커피전문점 브랜드를 모방한 간판을 내걸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엿보기방’도 있다. 나체의 여성을 바라보며 자위행위를 하는 서비스다. 생생한 야동으로 알려져 있어 야동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명절 성수기
손님잡기 혈안
 
강남권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오피방’이다. 겉으로는 평범한 오피스텔로 보이지만 내부는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 특히 강남 선릉역, 강남역, 논현역 일대가 핫스팟으로 알려져 있다. 늦은 밤 강남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오피방 전단지가 밟힐 정도로 많은 오피방이 존재한다. 최근엔 런치 서비스까지 추가됐다. 인터넷으로 미리 마음에 드는 여성을 선택하는 건 기본이 된 지 오래다.
 
명절이 되면 특히나 높은 수요에 오피녀들은 체력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성관계를 빨리 마무리하는 교육을 필히 받는다고 전해진다. 성수기를 앞두고 갖가지 포르노를 무한 시청하면서 고객들을 단시간에 흥분시키기 위한 연구에 한창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성관계 시 일부러 T팬티와 망사스타킹을 입는다고 한다. 남성들을 시각적으로 흥분시켜 빨리빨리 끝내기 위해서다. 달리 말하면 테크닉에 더 집중한다고도 볼 수 있다. ‘교육된 여성’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오피녀들의 직업적 열정이 오히려 성매매를 더욱 활성화시킨다는 말까지 나온다.
 
갈곳없는 기러기 아빠·솔로남들 러시
외로움 달래기 위해 뒷골목 ‘고고씽’
 
평소 깔끔함을 추구하는 남성들이 자주 찾는 ‘샤워방’은 샤워와 동시에 성적 욕구를 해결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물론 단순히 씻겨만 주진 않는다. 샤워를 수단으로 남성의 주요 부위와 성감대를 자극한다. 특별한 한방은 없지만 활발한 런치 서비스로 인해 샤워방을 찾는 이들이 많다고 전해진다. 신속성과 편리성이 손님을 끄는 원동력인 셈. 사실 인근 직장인을 위해 탄생한 서비스지만, 명절엔 하루 종일 샤워실 호스가 멈추질 않는다고 전해진다.
 
무엇보다도 샤워방은 수사망에서도 안전하다. 성매매 현장을 잡기 위해서는 콘돔이 매우 유력한 증거인데, 샤워방의 경우에는 유사성행위로 인해 콘돔을 사용할 일이 없다. 그래서 현장급습이 유일한 방법인데, 이를 맞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샤워방이 활개 치는 이유 중 하나다.
 
음담패설로 성적 자극을 일으키는 ‘야설방’의 가장 큰 특징은 ‘자플’이다. 여성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야설방에선 다짜고짜 여성이 남성의 은밀한 부위를 애무해주는 행위를 하지는 않는다. 다만 키스와 탈의 없는 스킨십은 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요즘 유행하는 키스방과 콘셉트는 비슷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색다른 서비스가 있다고 알려진다. 바로 음란한 대화. 야설방에선 여성이 자신의 첫 경험 등 야릇한 농담을 던지면서 ‘자플’을 유도한다. 신체접촉 없이 흥분에 이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충격적인 건 간혹 이 과정에서 여성의 자플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키스방 등 비슷한 업소 간 과다경쟁을 피해 서비스를 변경한 것으로 조심스럽게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신종업소로 꼽히고 있다. 한편으론 과거 폰섹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면대면으로 음담패설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섹스 판타지를 갖고 있는 남성들의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또한 야설방 여성들은 시각적 자극과 야설만 제공하기 때문에 몸이 상할 일이 없어 이 일에 만족한다고 전해진다.

“쉴 때 다 간다”
유명 업소 순회
 
채찍과 수갑 등 각종 성행위 기구를 갖추고 있는 ‘SM(가학성 변태성욕)방’은 변태적인 남성들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독특하다 못해 조금은 과하다 싶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고 전해진다. SM방도 다른 변태업소처럼 성매매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다소 엽기적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남성이 여성의 목에 목줄을 달고 질질 끈다든지, 반대로 남성이 여성에 의해 채찍질을 맞는다든지 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성적 자극에 도달한다. 성행위가 이뤄지는 방도 특별한 것으로 알려진다. 평범한 방이 아닌 ‘학교방’ ‘병원방’ ‘지하철방’ 등 다양한 테마를 설정해 방을 꾸며놓은 것이다. 이들은 보통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 연결고리를 만들어 성매매를 시도한다.
 
 
비교적 근래에 생긴 ‘귀청소방’은 말 그대로 귀를 청소해주는 곳이다. 특징은 젊고 예쁜 20대 여성이 남성의 귀지를 조심스럽게 빼준다는 것. 뿐만 아니라 귀를 살살 마사지해주는 등의 서비스로 남심을 유혹한다. 물론 변태업소답게 귀만 만지진 않는다. 귀청소방은 비교적 순진한 남성들이 많이 찾는다고 전해진다. 사실 일본에서 주로 오타쿠들이 찾던 ‘미미카키텐’으로 큰 유행을 했던 업종이다. 깊은 스킨십은 없지만 대부분 남성이 귀청소 서비스를 받으면서 여성의 가슴, 엉덩이 등 신체부위를 주무르는 일이 다반사다. 성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단속이 애매한 상황이다.
 
‘물다방’과 ‘입사방’은 이름만 들어도 자극적이다. 한동안 사양길을 걷다 다시 살아난 변태업소다. 과거 성행했던 티켓다방이 진화한 형태로 음침한 다방이 남성들 사이에서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다. 우선 입장하면 간단한 안주와 맥주가 나온다. 분위기가 슬슬 무르익으면 본격적인 유사성행위가 시작된다. 단순히 손으로 자위를 해주는 ‘대딸방’을 넘어 입까지 동원한다. 충격적인 건 ‘입사’가 가능하다는 사실. 옷을 벗지 않고 모든 행위가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 근거가 없다. 문제 시 간단히 옷을 올리고 지퍼를 채우면 끝. 경찰이 심증을 갖고 있다고 해도 남녀가 발뺌하면 딱히 답이 없다.
 
“아가씨들 모자랄 정도”
홍등가는 지금 성수기
 
변태다방 여성들의 나이는 보통 20대 후반에서 30대인데 단시간에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많이 몰린다고 한다. 이러한 여성들을 찾는 ‘다방 마니아’들은 저렴한 가격에 자극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장점에 매료돼 자발적 홍보를 이어간다. 앞으로 변태다방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길게 갈 전망이다.
 
변태남성들의 로망 중 하나인 ‘O치기방’도 성행 중이다. 이곳은 여성의 가슴을 주무기로 영업한다. ‘대딸방’과 비슷한 성격이지만 손을 사용하지 않고 가슴으로 남성의 말초신경을 끝까지 자극한다. 그래서 이곳 여성의 가슴은 최소 C컵으로 알려진다. C컵 이하의 크기론 일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 그래서 ‘거유천국’이라고도 불린다. 이곳 여성들은 자신의 가슴에 남성의 중요부위를 끼운 채 서서히 펌프질을 이어간다. 빠른 마찰 때문에 이곳엔 바세린이 필수라고 한다. 변태남성들의 섹스판타지를 극대화한 업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브라질리언 ‘왁싱숍’ 일부도 변태업소로 변질되고 있다. 앞에선 제모 전문 업소라고 소개하지만 실상은 유사성행위 업소인 경우가 적지 않다. 간판은 ‘왁싱’이지만 정작 왁싱을 받으러 제모방으로 들어가면 음모는 제거하지 않고 남성의 중요부위를 주무르고 흔들면서 성적쾌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대딸방’과 유사하지만 실제로 제모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어 두 가지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이들에게 인기라고 알려진다.

질긴 고리
단속 어려워
 
명절에 TV앞에서 리모컨을 붙잡고 있을 외로운 기러기아빠들을 상대하는 ‘기러기바(데이트바)’도 서울 일대에 퍼져 있다. 이곳은 초저녁부터 남성들로 북적댄다. 기러기아빠들의 외로움을 달랠 시스템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자극 보단 소통에 초점을 맞춘다. 원하는 여성을 선택해 1대 1로 술을 마시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다른 유사성행위 업소와 달리 깊은 스킨십은 없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스킨십은 본인 하기 나름. 이곳의 대표적인 자랑거리는 고급스러운 내부 인테리어와 대화녀들의 매너다. 대화녀로 일하기 위해선 기본적인 교양지식을 갖춰야 한다. 기러기아빠 중 다수는 학식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변태업소는 아니지만 자신이 입던 속옷을 판매하는 여성들이 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요즘 유행하는 ‘1인 기업’과 비슷한 ‘1인 변태업소’다. 이들은 중고 속옷을 빌미로 유사성행위를 제안하며 돈을 번다. 그리고 결국 성매매에 이른다. 과거엔 중고카페에서 거래를 했지만 사이트 내 단속 때문에 족적을 감춘 지 오래. 지금은 단골영업으로 돈벌이를 이어가고 있다. 단골 대부분은 30∼50대로 알려진다. 외로운 이들은 처음엔 속옷과 성관계를 요구하지만 시간이 지나 관계가 깊어지면 일반적인 데이트를 원한다고 전해진다.
 
이렇듯 변태업소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우리사회 곳곳에 퍼져있다. 변태업소들은 외로운 남성들이 외로워할 틈이 없을 정도로 다각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늘 그렇듯, 단속은 요원해 보인다. 때문에 일부 남성들은 명절 기간 동안 전 변태업소를 순회하며 자신만의 페스티벌을 즐기기도 한다. 변태업소와 변태남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생관계에 놓여 있는 현실이다.
 
 
<cyh@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변태업소 SNS 마케팅, 카톡으로 성매매 예약
 
최근들어 변태업소들이 매니저의 휴대폰 번호와 휴대폰 사용기록이 남지 않는 카카오톡 아이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예약 접수를 받고 있다. 업소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이들은 SNS 날개를 달고 단속을 교묘히 피하면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SNS를 통한 성매매가 확산되는 원인으로는 신원노출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신상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에 SNS로 성매매를 제안하고, 이를 미끼로 유인해한 뒤 금품을 빼앗은 사례가 여럿 있었다.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상당하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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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