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J콘서트 ‘티켓 사기’ 의혹

로열표 샀는데…12만원짜리 구석자리

[일요시사 사회팀] 강경식 기자 = 지난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JYJ의 콘서트에 대한 관객들의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공연기획사와 티켓판매처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열성팬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고, 일부 피해자들은 아예 단체를 만들어 공식적인 항의를 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YJ 공연기획사인 CJES와 입장권 판매 대행사 인터파크는 사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JYJ 잠실공연은 일정이 발표되자마자 열성팬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예매 시작 20분 만에 1차 티켓 2만장이 매진됐고, 공연 당일에는 3만명이 넘는 팬들이 잠실종합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팬들 바보 취급”
 
문제는 입장권 판매 대행사인 인터파크가 제공했던 좌석 위치와 실제 공연장의 좌석 위치가 달라서 12만원을 주고 로열석 표를 구매한 1600명의 팬들이 공연 당일에는 구석자리에서 공연을 관람하게 되면서 발생했다.
 
당시 공연장은 전면에 대형 본무대가 자리했고 무대 중앙으로부터 우측과 좌측에 돌출무대를 설치해서 공연장을 삼분하는 형태로 배치되었다. 그런데 이 돌출무대가 당초보다 길어지면서 VIP석을 구입한사람은 R석으로, R석을 구입한 사람은 더 구석진 S석의 위치로 밀려나는 상황이 벌어졌다. 물론 사전 고지는 없었다. 
 
이로 인해 비싼 돈을 주고라도 무대 가까이서 JYJ의 공연을 보고자 했던 사람들은 구석으로 밀려났고, 비싼 돈을 주고 구석자리에서 공연을 지켜봐야 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당초 VIP석이나 로열석을 구매한 인원은 1600명. 이들이 일반석보다 더 비싼 돈을 주고도 가장 구석자리에서 공연을 관람한 피해자들이다.
 

이들 1600명은 공연시작 전에 좌석배치를 놓고 주최사인 CJES에게 항의했으나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했다. 결국 공연은 기이한 좌석배치 상태에서 마무리되었고 공연직후 팬들의 항의가 CJES에 빗발쳤다. 게다가 사전공지 없는 좌석변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8월의 팬 미팅과 2011년 부산 콘서트에서도 CJES가 마음대로 좌석 배치를 조정해서 원성을 산 바 있었다.
 
JYJ의 열성팬 김 모양은 “JYJ를 사랑하지만 이런 식으로 대접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비싼 VIP티켓을 샀는데 가장 나쁜 자리를 주는 것은 팬 서비스가 아니라 팬을 바보 취급하는 것이다.
 
이들 팬들은 불만을 토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JYJ콘서트 12구역 피해자 모임’을 만들어 단체행동에 나섰다. CJES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은 물론 한국소비자원 에 피해구제를 신청했다. 
 
이러한 팬들의 단체행동에 CJES와 인터파크는 크게 당황을 했지만 대응은 안일했다. 공연당시 항의하는 관람객들에게 “추후 팬들과 문제해결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달래 놓고 막상 피해자들이 접촉을 시도하자 해외출장을 핑계로 접촉 자체를 회피했다. 인터파크의 대응 또한 문제가 있었다. 인터파크 측은 “CJES 측이 간이의자를 제공했기 때문에 보상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결국 피해자들은 주최사와 판매대행사 모두에게 외면을 받은 것이다. 
 
당초 공지한 좌석위치 달라 1600명 피해
주최사-입장권 대행사 서로 책임 미루기
 
두 회사로부터 납득할 수 없는 대우를 받은 피해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공연이 끝나고 보름이 넘도록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는 CJES 측은 물론 ‘간이의자를 제공했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인터파크의 태도가 이들의 화를 키운 것이다. 피해자 중 한 사람인 최 모 양도 “인터파크나 CJES가 모두 한통속이다. 사기로 티켓을 팔아 놓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분개하고 있다.
 

팬들의 분노는 이후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인 JYJ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졌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안티 JYJ’가 늘어난 것이다.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CJES는 그제서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CJES는 공지문을 통해 “일단 사건의 책임은 모두 주최측(CJES)에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입장권 판매 당시 좌석배치도 하단에 ‘연출상 무대의 모양 및 크기가 변동될 수 있다’고 명시한 만큼 좌석 이동 부분은 큰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더 좋은 자리로 배치했다”는 주장을 폈다. 
 
CJES 측은 이 공지문을 통해 사태가 잠잠해지길 기대했으나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피해자 모임은 “CJES가 문제의 핵심은 언급하지 않고 조잡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본무대를 가까이서 볼 수 없는 자리로 옮겨 놓고서는 더 좋은 자리를 준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또 다시 팬들을 기만한 행위라는 것.
 
본지가 취재에 나서자 CJES 관계자는 “바깥쪽에 있어야 하는 싼값의 좌석이 비싼 자리보다 안쪽으로 들어오게 된 부분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주최측이 자의적으로 잘못된 좌석 배치도를 공개했거나 현장을 운영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아직도 CJES가 팬들을 바보취급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CJES의 주장대로라면 싸게 표를 구매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려고 비싼 돈을 주고 표를 산 사람들을 구석으로 보낸다는 게 어떻게 납득가능한 해명이냐는 것이다.
 
해명마다 팬심을 자극한 CJES에 대해 피해자모임은 “이번 사기사건에 대해 CJES의 잘못을 끝까지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JYJ를 사랑하는 것이지 CJES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며, 이렇게 부당한 대접을 받고도 넘어가면 앞으로도 말도 안 되는 대접을 받을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CJES가 합당한 피해보상과 변명이 아닌 진심어린 사과를 할 때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궁색한 변명만
 
이렇듯 파문이 점차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CJES는 이번 사태에 대한 피해자들의 보상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공연 당시 상황을 3D시뮬레이션을 통해 구현하여 그 결과를 소비자원에 제출함으로써 판매된 입장권이 정당한 입장권이었음을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JYJ를 사랑한 팬들과 JYJ를 관리하고 있는 소속사의 분쟁은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피해자 모임에는 가입하지 않았지만 당시 공연을 관람했던 김모양은 “JYJ 오빠들이 소속사를 설득하거나 직접 상처받은 팬들을 보듬어주는 행동을 했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liebend@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콘서트 티켓 사기 기승
 

콘서트 티켓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지난달 13일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아이돌그룹 팬들을 상대로 콘서트 티켓 판매사기를 벌인 혐의(사기)로 이모(25)씨를 구속했다. 이씨는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엑소(EXO) 콘서트 티켓을 판다”며 10대 소녀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안산단원경찰서도 최근 유명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싸게 판다고 속여 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임모(19)씨를 구속했다. 임씨 역시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엑소(EXO)와 지오디(god) 등 인기가수 콘서트 티켓을 싸게 판다는 게시글을 올려 청소년 등 85명으로부터 1인당 10만∼50만원씩 돈을 입금받는 등 모두 18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7월엔 콘서트 티켓 사기를 친 20대에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은 포털사이트 중고물품 거래 카페에서 아이돌그룹의 콘서트 티켓을 판매한다며 인터넷에서 상습적으로 사기를 친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김모(20)씨에 대해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식>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