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시한폭탄 '입법로비' 천태만상

"국회의원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뇌물을 받고 입법활동을 했다?" 검찰이 정치권 입법로비 의혹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시작하면서 국회가 충격에 빠졌다. 입법활동은 국회의원이 가지는 가장 신성하고 중요한 권한이다. 정치권의 반응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검찰 수사로 밝혀진 정치권 입법로비의 실태를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검찰이 정치권을 정조준하고 있다. 7·30재보선이 끝나자마자 본격적으로 시작된 입법로비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국회의원들의 숫자는 어느새 10명을 훌쩍 넘어섰다.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신계륜, 김재윤, 신학용 의원 등이 그 주인공이다.

돈 받고 입법?
수상한 거래

최근에는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이 새정치연합 양승조 의원 등 야당 현역의원 12명과 전직의원 1명을 대한치과의사협회로부터 입법을 대가로 후원금을 받았다고 고발하고 나서면서 입법로비와 연루된 의원들의 숫자가 크게 늘었다.

우선 인천이 지역구인 박상은 의원의 경우는 인천항운노조로부터 지속적으로 쪼개기 후원금을 받아온 것이 밝혀져 수사선상에 올랐다. 지난 2012년에는 4곳의 해운 관련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각각 300~500만원의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박 의원은 지난 2011년 도서접경지역 항만을 운항하는 선박의 제작비용을 국가가 보태주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선박의 안전관리를 해운조합에 넘기도록 하기도 했다. 항운노조와 해운 관련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후원금이 사실상 입법로비 성격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나머지 의원들의 혐의도 박 의원과 대동소이하다. 특정단체로부터 쪼개기 후원금 또는 출판기념회 축하금 명목 등으로 돈을 받았고, 공교롭게도 해당 의원들은 돈을 받은 전후로 특정단체에 유리한 법안을 발의하거나 통과시키는 데 주력했다.

일부 대기업 직접 법안 만들어 보내기도
쪼개기 후원금 안 걸릴 의원이 더 적어

특히 검찰이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가 로비한 것이라고 지목한 법안은 당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으나 세월호 정국을 틈타 불과 8일 만에 일사천리로 통과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검찰은 해당 법안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사천리로 통과된 것은 신계륜, 김재윤, 신학용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의원들이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신계륜 의원은 소관 상임위원장으로 법안 처리과정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입법로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입법활동은 국회의원이 가진 가장 신성하고 중요한 권한이다. 그런데 의원들이 사익 추구를 위해 돈을 받고 특정단체에 유리한 법안을 통과시켜준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자신들의 가장 신성한 권한을 돈을 받고 판 셈이 된다. 

또 돈을 받은 의원들은 물론이고 ‘특혜법안’을 통과시켜준 국회의원 전체가 공범으로 지목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일반 비리의혹 수사보다 입법로비 수사에 대해 정치권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직후 여야 할 것 없이 입법로비 수사가 정당한 입법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예다.

끼워 맞추기 수사?
정치권 ‘부글부글’

정치권에서는 검찰의 끼워 맞추기식 수사대로라면 국회의원 중 자유로운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전직 국회 비서관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특정단체로부터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것이 문제라면 걸리지 않을 정치인은 거의 없다고 본다.

연말까지도 모금 한도액을 모으지 못한 의원실은 비상이 걸리는데, 그러면 보좌진들이 이른바 ‘후원금 앵벌이’에 나선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는 아무리 후원금을 모금해봤자 반응이 시큰둥하다. 10만원까지는 전부 세액공제를 받는 데도 그렇다.

결국 이때는 그동안 받은 명함을 전부 책상 위에 꺼내놓고 평소 알고 지낸 인맥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상임위와 연관돼 평소 의원실에 자주 들락거렸던 특정단체 인사들에게도 연락을 안 할 수가 없다. 10만원까지는 세액공제를 받기 때문에 부탁하기 어렵지도 않다.


당연히 의원실에서도 부탁을 좀 한다는 정도지 로비를 받는 것이라고 인식하지는 못한다. 잔뼈가 굵은 단체들은 먼저 접근해오기도 하고 의원실에서 다급할 때 먼저 찾기도 한다. 이 정도는 아마 다른 의원실에서도 일반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이 과정에서 특정단체에 유리한 법안이 발의되는 경우도 있지만 후원금을 받았다고 의원들이 무턱대고 말도 안 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아니다. 원래 통과될 법이 통과된 것 뿐”이라며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실제로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은 해당 단체가 자신에게 후원금을 쪼개서 낸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해당 법안을 발의한 것은 정상적인 입법활동이었을 뿐이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현행법상 쪼개기 후원금을 낸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향후 후원금과 입법 사이에 어떠한 인과관계가 있었는지 밝혀내는 일은 검찰로서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디까지를 입법로비로 볼 것이냐를 놓고 법정에서 치열한 해석 공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사례는 이미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11년 벌어졌던 청목회 사건이 대표적이다. 청목회 사건은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이하 청목회) 회원들이 청원경찰의 처우를 개선하는 입법을 목적으로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현 안전행정위) 소속 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냈다 적발된 사건이다. 당시 법원은 돈을 받은 의원들에게 벌금형 또는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 경미한 처벌을 했지만 특정단체로부터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것이 유죄라는 점만큼은 분명히 했다.

당시 이를 둘러싼 논란은 대단했다. 이에 대해 김부겸 당시 민주당 의원은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검찰은 부자가 아닌 자가 감히 남의 돈 받아가며 정치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청원경찰들은 정치과정에 효과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후원제도를 활용했고 자신의 처지를 이해시키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만나고 다녔던 것”이라며 “해당 법안은 사회적 소수자인 청원경찰의 처우개선을 위해 발의된 법안이다. 그 법이 발의된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당연히 공동 발의자로 서명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목회 사건으로 기소된 최규식 전 민주당 의원은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치자금법 제45조2항 제5호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지만 헌법재판소는 6대3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김부겸 전 의원의 지적처럼 국회가 걸핏하면 입법로비 시비를 겪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현실성 없는 정치자금법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차떼기 불법선거자금’으로 큰 홍역을 치른 정치권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를 만들고 정치자금법 개혁안을 쏟아냈다. 당시 정개특위 한나라당 간사로 개혁법안을 주도한 인물이 바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라, 이때 만들어진 법은 일명 ‘오세훈법’이라고도 불린다.

오세훈법에 대해 정치권은 이렇게 소액다수로 정치자금을 모금하게 되면 오히려 범법이 끼어들 여지가 많고, 국회의원들을 전부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10만원 이하 후원금 세액공제로) 세금을 내나 후원금을 내나 지출하는 돈이 똑같아 바람직한 정치자금후원회 풍토를 만들 수 있다”는 논리로 오 전 시장은 정치자금법 입법을 밀어붙였다.

‘오세훈법’
악법? 호법?

당시 정치권의 우려가 10년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세금을 내나 후원금을 내나 똑같아 소액다수후원이 금방 정착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 우리나라 정치풍토에선 30년은 이른 법안이었다”며 “현재 후원금 모금한도가 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 선거가 없는 해는 1억5000만원인데 정말 상임위 관련 기관이나 관련 협회, 기업의 후원을 단 한 푼도 받지 않고 소액다수후원만으로 후원금 모금한도를 모두 채우는 사람은 현재 국회에 단 한 명도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들의 후원을 받는 한 누구든 입법로비 수사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오세훈법이 사실상 모든 의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어 버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연봉이 1억이 넘는 의원들이 돈줄이 막혀 입법로비 유혹에 시달린다는 것은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그는 모르는 소리라고 항변했다.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의 경우에는 세비와 정책개발비 등으로도 충분히 의정활동을 할 수 있지만 지역구 관리를 해야 하는 의원들은 늘 자금난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일례로 의원들이 가장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 지역구 사무실 운영비인데 사무실 임대비용과 인건비, 차량 운영비, 공과금 등을 모두 포함하면 연간 1억원 정도는 지출된다고 한다.

사회 일각에선 로비 합법화 주장도
고비용저효율 정치제도부터 바꿔야

이외에도 국회의원이 되면 돈을 써야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일반 국민들은 국회의원이 되면 억대 연봉을 받으며 여유롭게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금배지를 달고 나면 빚만 느는 사람도 많다는 하소연이다. 쪼개기 후원금과 함께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의원들이 출판기념회를 좀처럼 포기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출판기념회는 쪼개기 후원금보다 좀 더 노골적인 정치자금 모금 수단이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모금한 돈은 정치자금이 아니라 축의금으로 보기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에 회계보고를 해야 할 의무도 없다. 출판기념회를 한 번 열 때마다 아무리 못해도 수천만원의 돈이 현금다발로 쏟아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처럼 돈줄이 막힌 의원들이 음성적인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하다 보니 입법로비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일부 기업이나 단체 등에서는 아예 필요한 법안을 만들어 의원실에 보내 입법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일부 대기업들이 만들어 보낸 법안의 경우는 완성도가 뛰어나 바로 발의를 해도 될 정도라고 한다.

애매한 기준
치열한 해석 공방


가뜩이나 입법 실적이 부족한 의원들의 경우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는 법안이라면 발의를 못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를 모두 입법로비로 처벌한다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특정 기업을 위한 법이냐, 경제를 살리기 위한 법이냐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나? 일례로 지난해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놓고 얼마나 말이 많았나? 대기업 특혜법이라고 야당에서 반대했는데 대통령까지 나서서 해당 법안을 꼭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통령도 입법로비를 받은 것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미국처럼 국회의원에 대한 로비를 합법화해 양성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로비가 합법화될 경우 힘없는 일반 사람들은 입법과정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고비용저효율의 현재 정치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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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