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 ⑦'친박 실세' 서병수 부산시장

"침체된 부산, 힘 있는 시장이 바꾼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일제히 민선6기의 임기를 시작했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승리를 거머쥔 서병수 부산시장은 친박 핵심 중 핵심으로 통하는 인사다. 야권단일후보였던 무소속 오거돈 후보의 돌풍을 잠재운 것도 서 시장의 ‘힘 있는 시장론’이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서 시장은 당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10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내 비주류였던 친박계를 대표해 최고위원을 지냈고, 지난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사무총장으로서 박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계속 되는 인구감소로 활력을 잃어가던 부산 시민들에게 힘 있는 시장의 등장은 분명 희소식이다. 특히 지난 7·30재보선에서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했던 친박 핵심 이정현 의원의 예산폭탄 공약이 화제가 되면서 서 시장을 향한 부산 시민들의 기대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침체된 부산의 변화를 위해서는 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던 서 시장. 과연 그는 약속대로 부산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서 시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서 시장과의 일문일답.

- 부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3대 키워드로 ‘사람과 기술, 그리고 문화’를 제시하셨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입니까?
▲ 우선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인재’를 키우고 좋은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 것입니다. 또한, 부산이 강점을 갖고 있는 해양플랜트, ICT융ㆍ복합, 에너지, 방사선 의ㆍ과학, 수산식품 등 5대 미래전략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서 부산시가 20년, 30년을 먹고 살아갈 ‘기술’을 키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부산을 매력 있고 활력 넘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문화’ 사업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부산을 문화의 향기가 흐르는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 지난 7월1일 시장 취임식이 상당히 특별했다고 들었습니다.
▲ 저는 임기 첫 출발을 시민들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기사식당에서 택시기사님들과 아침 식사를 함께 하고 부산진시장, 한진중공업, 지하철1호선(다대선) 공사현장 등을 방문해 시민들과 소통했습니다. 취임식은 시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모든 일과가 끝난 오후 6시30분부터 부산시청 야외 녹음광장에서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행사’로 개최했습니다. 특히 각계의 의견을 담은 ‘시민소리함’을 전달받을 때 부산시장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고 혁신 시장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서 시장께서는 4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힘 있는 시장’이십니다. 역시 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의원의 경우는 지난 7ㆍ30재보선에서 예산폭탄 공약을 내세워 큰 호응을 얻었는데, 부산시민들도 예산폭탄을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 저는 박근혜정부를 만든 일등공신 중 한 명이라고 자부합니다. 현 정부와 돈독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습니다. 이런 네트워킹을 통해 부산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지역의 중요 현안을 국가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취임 한 달, 가속도 붙은 '혁신'
권위 벗어던진 취임식으로 화제


- 취임 이후 시정역량을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겠다며 ‘일자리 시장’이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외부사람을 만날 때 차비가 필요하면 시장 판공비까지 갖다 쓰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취임 후 첫 정책회의에서 우리 직원들에게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직접 중소기업 사장도 만나고, 외국기업 대표도 만나고,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 다른 지역에서 사업하는 사람을 만나서 아이디어를 얻고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무원들이 직접 그런 사람들을 만나야 일자리가 나오고 창의력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문제의 해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아울러 그런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제가 가진 판공비는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지원할 생각입니다. 시장 판공비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이런 곳에 판공비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만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신다는 뜻 같습니다. 그렇다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신지요?
▲ 저는 좋은 일자리를 최대한 많이 창출하는 것을 시정의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민간부분의 일자리 창출이 있어야 합니다. 그 핵심은 제조업 등 뿌리산업을 비롯해 금융, 관광, 마이스(전시컨벤션 등) 등 고부가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 청년인재들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아울러 대기업 및 글로벌기업을 부산에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산시는 ‘좋은기업유치단’을 구성하고 우수기업 유치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본격적인 기업유치 활동에 전념토록 할 예정입니다.

- 앞서 언급하신 시장 직속의 ‘좋은기업유치단’은 구체적으로 어떤 조직입니까?
▲ 우리 시는 그동안 기업유치를 위해 열심히 뛰어왔으나, 공무원 조직만으로는 기업투자 정보에 접근이 어렵고, 투자정보를 발굴했다고 해도 기업과 연결 네트워크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기업유치 업무추진 패러다임을 기존 관 중심에서 민관협력체계로 전환하고자 시장 직속으로 자문기구인 ‘좋은기업유치위원회’를 설치하게 됐습니다.

좋은기업유치위원회는 시장을 위원장으로 국내 및 외국계 기업 대표와 금융계, 학계, 법조계등 유치전문가 그룹 30여명으로 구성했으며 부산시 기업유치 정책 자문, 기업투자정보 제공, 유치 대상별 협상루트 발굴 및 기업 접촉 등 기업유치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계획입니다.

- 취임식에서 위대한 부산, 낙동강 시대를 열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입니까?
▲ 역사적으로 주요 대도시의 발전은 큰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서부산은 낙동강을 중심으로 김해평야, 낙동강하구, 가덕도 등 아름다운 강과 해안선을 끼고 있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 지역은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발전이 억제되어 왔으나, 우리 시민들의 여망에 따라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됨으로써 현재 연구개발특구를 포함한 국제물류산업도시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서부산은 낙동강변의 생태공원과 낙동강 하구의 몰운대 등 천혜의 자연경관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시에서는 이러한 자산을 토대로 서부산 전체를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아우르기 위한 서부산 글로벌시티 조성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 부산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 우수한 항만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이 같은 항만 인프라를 향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이십니까?
▲ 부산은 우리나라 제1의 해양수산중심도시로 타 지자체에 비해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으로 환태평양과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북극항로의 핵심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북극해 시대의 ‘새로운 국제물류 글로벌 허브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부산은 해양경제영토를 확장하고, 부산항을 북극해 개발의 전진기지로 개발하기 위해 작년부터 북극 전문워킹그룹을 운영하고, 정부의 북극정책과 연계한 4개 분야 26개 과제로 구성된 ‘부산시 북극정책 세부추진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습니다. 안전한 부산시를 만들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 있습니까?
▲ 안전 문제는 평상시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소홀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안전에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되기 때문에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부산에는 아직까지 대형 재난이나 대형 사고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우리 부산이 아직 완벽한 안전도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막을 수 있었던 인재를 막지 못해 우리 모두 원칙과 안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부산도 이번 기회에 지역특성을 반영한 재난대응 행동매뉴얼 점검과 민·관 협업 안전관리시스템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우선 통합적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특성을 반영해 안전조직을 전면 개편하겠습니다.

- 부산은 동서 지역 간 빈부격차가 큰 편입니다. 부산의 균형 발전을 위해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계십니까?
▲ 저는 동서 지역 간의 불균형 해소 없이는 부산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서부산을 사람 살기에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부산의 미래를 위한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부산 낙후 문제는 획기적인 대책 없이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서부산 낙후 문제는 개별적인 프로젝트로 접근해서는 안 되고 일자리정책, 산업정책, 문화정책, 교육정책, 도시계획, 교통정책, 하천정비 등을 동시에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 세부계획은 무엇입니까?
▲ 저는 서부산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낙동강 주변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서부산의 가장 큰 보물은 바로 낙동강입니다. 부산인구의 1/3에 달하는 시민들이 낙동강 주변에 살고 있지만, 남북으로 도로가 가로질러 단절되어 있습니다. 낙동강과 주민들을 연결 시킬 수가 있다면, 서부산은 거대한 ‘강변 공원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사상의 공단지역을 낙동강과 연결하고 센텀시티처럼 첨단산업, 쇼핑, 문화,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가진 복합단지로 변모시킨다면 부산에서 지금까지 즐기지 못하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탄생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서부산권은 산업과 주거, 쇼핑과 문화, 교육과 연구기능이 골고루 갖춰진 도시로 신공항, 신항만의 배후도시일 뿐 아니라 동남권의 실질적인 중심도시 기능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일자리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려
부산 바꿀 '안전시장' '혁신시장'

- ‘TNT2030 공약’(인재 육성과 기술 혁신을 위해 매년 1조원씩, 4년간 4조원을 투자해 2030년대 부산을 한국 최고의 인재·기술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흥미롭습니다.
▲ 부산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경제ㆍ산업의 중심지로 전국에서 사람이 모여드는 활기 넘치는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기업과 사람이 빠져나가면서 질적 성장은 멈추고 도시의 미래발전 원동력을 상실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부산시장이 되었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해왔고 그 결과 TNT2030 공약을 제시하게 되었습니다. TNT2030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실제 사례 도시로는 독일의 드레스덴과 미국의 RTP(Research Triangle Park)가 있습니다.
 

독일의 드레스덴은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 완전 폐허가 된 도시였으나,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독일에서도 최고의 경쟁력 있는 도시로 재도약 했습니다. 미국 북캐롤라이나주의 RTP(Research Triangle Park)는 1950년대 담배, 면방직 등에 의존하여 1인당 소득이 미국 51개주에서 50위에 머무르던 가장 낙후한 도시였으나 정부주도하에 대학을 육성하고, 연구기능을 강화해 이제는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혁신 클러스터로 발돋움했습니다. 물론, 현재 부산의 여건이 단기간 내에 세계적인 혁신사례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부산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부산이 동북아의 해양중심지로 거듭 나기 위한 비전을 말씀해주십시오.
▲ 부산은 환태평양과 유라시아를 잇는 국제적 관문도시로, 대한민국이 세계로 나가는 출발점이면서 동시에 세계가 대한민국으로 들어오는 도착점입니다. 따라서 민선 6기 부산시는 5대 도시목표 중 ‘해양수도 건설’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기존 부산시 해양수산 정책들의 성공적인 이행 및 새로운 미래비전으로 제시된 민선6기 공약들을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신해양산업을 육성하고 북극항로 개척 등 부산항을 글로벌 전진기지로 육성하기 위한 극지정책을 선도적으로 개발하겠습니다. 부산해양특별구역 지정을 통해 원도심권 재생은 물론 신해양산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 항만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켜 미래지향적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창출해 나가겠습니다. 이외에도 수산업의 미래 산업화 및 기반시설 선진화를 통해 국제수산물류 중심도시로의 위상을 재정립해 나갈 계획입니다.


- 4년 뒤 부산시민들에게 어떤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으십니까?
▲ 거창한 구호나 비전이 우리를 먹고살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어떤 훌륭한 미래 비전이나 청사진도 시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의 삶과 미래의 비전이 균형을 이루는 부산이 되어야 합니다.

부산이 잘사는 것이 아니라 부산 시민이 잘살아야 합니다. 부산 시민이 잘살게 하기 위해서는 부산의 체질을 바꾸어야 합니다. 부산의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부산의 체질을 튼튼하게 해야 합니다. 저는 부산의 체질을 바꿔 우리 부산이 국제적 도시로 발돋움 하는 토대를 닦은 시장으로 기억되기를 소망합니다.

- 마지막으로 부산시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 앞으로 임기 4년 동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일자리 시장, 각계각층 그늘진 곳을 밝혀주는 따뜻한 시장, 각종 사고와 재난에서 시민을 지키는 안전 시장, 미래를 튼튼히 준비하는 미래 시장, 시정의 혁신을 책임지는 혁신 시장이 되겠습니다. 부산시민들께서도 적극 동참해주시고 많은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mi737@ilyosisa.co.kr>


<서병수 부산시장 프로필>

▲ 우진서비스(현 부일여객) 대표이사
▲ 동부산대학 금융경영과 겸임교수
▲ 부산시 해운대구 구청장
▲ 제16,17,18,19대 새누리당 국회의원
▲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소장
▲ 한나라당 최고위원
▲ 새누리당 사무총장
▲ 제36대 부산광역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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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