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집 일요초대석>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 저자 장성훈

"왜곡된 역사 이젠 바로잡아야 한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올해는 광복 69주년이 되는 해다. 내년이면 벌써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지만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요원하기만 하다. 게다가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등 일본의 역사인식은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어 우리나라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일본의 자랑인 ‘사무라이 정신’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일요시사>가 다음호부터 연재할 예정인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의 저자 장성훈씨를 만나봤다.

일본인들에게 ‘사무라이 정신’은 큰 자랑이다. 일본에서 사무라이를 미화한 영화나 책 등의 작품을 접하는 것은 무척 쉬운 일이다. 사무라이 정신은 해외에도 널리 알려져 있어 이미 일본의 중요한 문화자산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하지만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의 저자 장성훈씨는 “사무라이 정신이 사실은 서양의 ‘기사도’를 모방한 개념에 불과하다”는 사뭇 이색적이고 발칙한(?) 주장을 한다. 과거 일본의 사무라이들은 그저 단순한 싸움꾼 내지 관료에 지나지 않았지만 일본이 전쟁을 하면서 자국 국민들을 세뇌시키기 위해 사무라이 정신을 이용했고, 그것이 오늘날 일본의 오랜 전통인양 포장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일본인들이 대표적인 사무라이 정신의 표본으로 여기는 ‘가미카제(자살특공대)’에 대해서도 “사실은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 아니라 대부분 강압과 협박에 못 이겨 출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가미카제 대원 일부는 겁에 질려 바지에 오줌을 흘리고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했다고 한다.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사무라이 정신의 적나라한 실체다.

일본이 자랑하는 사무라이 정신의 실체는 무엇일까? 광복 69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협회의 필독권장도서로 선정되기도 한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의 저자 장성훈씨를 <일요시사>가 소개한다. 참고로 장성훈씨는 본인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서면인터뷰에 응해주었다.

다음은 서면으로 나눈 장성훈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반갑습니다. 우선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시지요.

▲ 왜곡된 일본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정신적 근간이라는 사무라이 정신과 ‘야마토 다마시(대화혼·大和魂)’가 조작 내지 과장이라는 점을 여러 가지 사실을 근거로 들어 밝히고 있습니다.

- 책을 쓰시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유는 무엇입니까?


▲ 두 가지 이유로 썼습니다. 첫째는 위안부문제, 독도문제, 역사왜곡 등이 한·일 간의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 진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그들에게 진실을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둘째는 한·일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보면서, 이 갈등을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일본의 거짓을 밝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막연히 알고 있던 왜곡된 일본의 역사를 정리해 쓰기로 했습니다. 한마디로 떼쓰고 억지 부리는 일본에게 진실은 이것이니, 떼 그만 쓰고 억지도 그만 부리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요?

▲ 한국과 일본이 진실을 바탕으로 위안부문제, 독도문제, 신사참배 그리고 역사왜곡 등을 해결해 순수한 자세로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식민지배 등에 대해 일본의 진실된 사과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언젠가는 그렇게 되리라 믿습니다.

-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라고 하셨습니다. 사무라이 정신의 실체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일본의 역사를 보면 무사들이 약 700여년간 정권을 장악했습니다. 많은 분들은 그 과정에서 충성, 명예, 신의 등을 중시하는 어떤 정신적 개념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사무라이 정신으로 계승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정신은 없었다고 믿습니다.

-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일본의 무사들도 중국이나 한국 또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무사들과 같이 그저 단순한 싸움꾼 내지 관료에 지나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오늘날 일본에서 말하는 사무라이 정신은 1899년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가 쓴 <BUSHIDO -The Soul of Japan>이라는 책에서부터 비롯되었고, ‘니토베 이나조’ 는 이 책을 서양의 기사도를 모방하여 썼습니다. 따라서 사무라이 정신은(무사도:武士道) 서양 기사도를 모방한 짝퉁이라고 믿습니다. 이처럼 근거도 없이 기사도를 모방해 쓴 책을 일본이 전쟁을 하면서 자국국민을 세뇌시키기 위한 정훈교육용으로 사용했고 오늘날 일본의 오랜 전통인양 정착되었습니다.

- 저자께서는 ‘가미카제(자살특공대)’가 일본 정부의 강압에 의해 진행되었다고 주장하셨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례를 이유로 모든 가미카제가 강압에 의해 진행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요?

▲ 그 점은 그렇습니다. 일부 가미카제 대원들은 특히 초기의 대원들은 일본이 주장하듯 자발적으로 나선 용감한 대원이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와타나베 쓰네오’와 ‘리사 모리모토’는 대부분의 대원이 강압과 협박에 의하여 차출된 것으로 증언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마치 모든 가미카제 대원들이 용맹과 충성심으로 나선 대원인양 주장하는 일본의 주장은 거짓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사무라이 정신, 사실은 서양 기사도 모방
바지에 오줌 쌌던 가미카제 대원 미화

-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책의 내용은 흥미롭지만 책의 내용 중 일부는 주장의 정확한 근거가 없어 일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저자 스스로도 머리말을 통해 ‘감히 정확한 글이라고 주장하지도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공격할 빌미만 제공하는 것은 아닌가요?

▲ 설사 책의 일부 내용이 잘못되어 있다고 해도 일본은 그것을 결코 문제 삼아 공격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작은 잘못을 시정하려다가 큰 거짓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 오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일부 내용을 의도적으로 과장해 일본의 반발을 유도하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반발이 제기되기 전에 책이 독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 같아 그만 두었습니다.

3940명에 이르는 가미카제 특공대원 전부가 강압으로 차출된 비겁한 대원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점은 독자 스스로 책을 읽으면서 이해할 것입니다. ‘감히 정확한 글이라고 주장하지도 않겠다’는 머리말 글은 책의 내용이 워낙 기존에 알려졌던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잘못이 있다면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저자의 겸손의 표현이지 잘못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썼다는 뜻은 아닙니다.

- 사무라이도 가미카제 특공대도 일본인의 소심함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소심하기 때문에 그런 과감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 얼핏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 모든 사람의 성격에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소심한 사람들이 평소에는 예의바르고 공손하지만 때로는 지나치리만치 포악하게도 변합니다. 전쟁 시 많은 일본군들이 포악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라고 저는 이해합니다. 대부분의 사무라이나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의 행동은 과감했다기보다 악에 바친 행동으로 저는 이해합니다. 그리고 이 포악한 행동의 근본은 소심한 성격이라고 믿습니다. 사이판과 오키나와 전투에서 그 포악했던 일본군들이 겁에 질려 스스로 자살하는 것이 바로 소심한 성격 때문이라고 봅니다.

- 최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고노담화를 부정했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피해 국가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권철현 전 주일대사도 지적했듯이 일본의 보수파는 아시아 각국에 참혹한 피해를 준 침략의 역사를 영광의 역사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 침략 전쟁이 아니라 선의의 전쟁으로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과를 한다는 것은 이 인식을 바꾸는 일로 일본 국민의 자긍심과 자민당의 정치 기반을 뒤흔드는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코 쉽게 사과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 한편으론 일본의 입장에서는 2차 세계대전을 치룬 이들은 전범이기 이전에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입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입장이라면 그들을 비판하라는 주변 국가의 요구를 쉽게 들어줄 수 있었을까요?

▲ 이런 인식 때문에 일부 사람들이 일본의 신사참배를 비난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고 월권이라고까지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한 집안의 가장이 이웃집에 칼을 들고 침입해 집안을 부수고 여자들을 강간하는 등 난리를 치다가 경찰에 잡혀 처형되었다고 합시다. 그런데 그 집의 자식들이 그런 아버지의 행동을 잘했다고 하고 공개적으로 존경한다고 하면 피해 입은 집안의 자식들과 진정한 화해가 되겠습니까?

최소한 아버지를 대신해 사과하고 공개적으로 존경을 표하는 행동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웃과 교류 없이 살아간다면 사과 없이 살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피해 입은 이웃과 서로 교류를 하고 도우면서 살기를 원한다면 사과를 해야 할 것입니다. 앞서 얘기하였듯이 일본의 전쟁은 이웃국가들에 참혹한 피해를 유발한 침략 전쟁이었습니다.

- 일본은 한국이 이미 수십년 지난 과거사 문제를 과잉 담론화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과잉이냐 아니냐하는 것은 판단하는 기준의 차이이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에 따라 항상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피해를 입은 국가로서 충분한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앞으로 나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 식민지 시기의 범죄에 직접 연루되지 않은 일본인들의 반성 범위는 어디까지라고 생각하십니까?

▲ 자신들이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모른 척 해서는 안 되고 또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들 선조들의 잘못에 대해 충분한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범위는 정부 대표자들의 협상과정에서 정해질 것입니다.

- 반대로 식민지 피해를 직접 입지 않은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에게 어떤 사과를 요구해야 할까요?


▲ 우리가 직접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우리 선조들의 고통과 피해를 모른 척해서는 안 됩니다. 잊어서도 안 됩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깊이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직접 피해를 입은 분들이 전부 돌아가셔도 진정한 사과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 책은 일본인들이 먼저 읽어봐야 할 책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어본 일본인은 없었나요?

▲ 아직은 없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이나 일본의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 역사적으로 한국과 일본 간에는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웃한 두 나라가 언제까지나 과거의 일에 얽매여 살 수는 없습니다.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진실 된 역사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실을 바탕으로 서로가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용서할 것은 용서했으면 합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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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