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 ⑤'광주의 박원순' 윤장현 광주시장

'민주화 성지'에서 새정치 바람 일으킬까?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일제히 민선6기의 임기를 시작했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전까지만 해도 정치권에서는 무명에 가까웠던 인물이다. 의사 출신으로 ‘아름다운 가게’ 전국 대표 등을 역임하며 광주 시민운동계에서는 잔뼈가 굵었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그가 광주광역시장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윤 시장은 지난해 12월 당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에 깜짝 발탁되면서 정치에 입문하게 됐고, 이후 안철수 공동대표의 후광으로 광주시장에 당선됐다.
여러 가지 면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닮은꼴이다. 그래서 윤 시장에게는 ‘광주의 박원순’이라는 정치적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윤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략공천 잡음 속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안철수계 광역단체장이기도 하다. 때문에 윤 시장이 앞으로 펼치는 시정은 안철수의 ‘새정치’를 가늠해보는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윤 시장은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 새정치 바람을 일으키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윤장현 신임 광주시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윤 시장과의 일문일답.

- 민선6기 시정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입니까?
▲ 저는 ‘먹고 사는 문제’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자리 창출 정책’을 시정 최우선 목표로 추진해 광주시를 넉넉한 경제도시로 만들겠습니다. 또 어느 한 사람도 버려지지 않는 따듯한 복지도시를 조성해 고용과 복지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우리 광주는 대한민국의 민주 성지, 인권·평화 도시로 큰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으나, 언제부터인지 이런 광주정신이 많이 퇴색된 것 같습니다. 광주정신을 바로 세워 자존감 있는 당당한 도시를 만들 계획입니다.

- 광주시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들은 무엇이 있습니까?
▲ 우선 기업, 노조, 지역사회 구성원을 총망라한 협력네트워크를 구성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 독일 슈투트가르트 모형을 응용한 ‘광주형 일자리 창출모델’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의 허브역할을 하게 될 ‘사회적 경제 통합지원센터’를 설치해 광주를 한국의 사회적경제 모델도시로 육성하겠습니다.

또 대통령 공약사업인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 구체화를 위한 자동차 전용 국가산업단지, 친환경 부품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 광주를 자동차밸리도시로 육성하고, 지역경제의 기초가 되는 유망 중소기업 100개를 선정해 집중 지원하겠습니다.

전남과 공동으로 광주-목포권 경제자유구역을 추진해 외국자본 유치에도 주력하겠습니다. 이외에도 자영업자, 중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서민경제안정을 위한 정책을 적극 펼치겠습니다.


- 윤 시장께선 의사이자 시민운동가였습니다. 광역시장직을 수행하기엔 행정경험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 현재는 정치경력이나 행정경력보다 시민을 섬기는 리더십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저는 시민단체에서 오랫동안 리더로서 훈련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저는 부족한 행정경험을 보완하기 위해 앞으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토론회를 활성화해 7천여명의 공직자와 함께 시민의 뜻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현명하게 일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공직자들이 창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 토론을 장려하는 등 열린 리더십으로 조직을 잘 이끌어 가겠습니다.

"윤장현 당선, 안철수에 기회준 것"
윤장현과 안철수는 공동운명체

- 인수위 기간 중점적으로 준비한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 당선된 이후 한 달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 고견을 듣고 민생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준비위원회와 시청 공무원들을 통해 광주시정을 파악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4년 동안 펼칠 행정의 큰 밑그림을 그리는 일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먼저 민선6기 시정운영의 10대 기본원칙과 조직ㆍ인사·재정운용의 기본방향, 광주ㆍ전남 상생 추진과제를 선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또한, 광주권 KTX 운행방안,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 등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현안에 대해 현장답사와 심도 있는 토의를 거쳐 발전적 방안을 모색하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 지난 선거에서 전략공천 논란으로 잡음이 심각했습니다. 광주시민들이 전략공천 논란에도 불구하고 윤 시장을 선택해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광주시민들이 안철수 대표에게 기회를 다시 한 번 준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만.
▲ 광주시민들께서는 늘 위대한 선택을 하셨습니다. 역사의 고비 때마다 광주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높은 역사의식과 변화에 대한 열망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기득권 세력에 대한 실망이 시민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줬고, 결국 새 정치에 대한 간절한 염원으로 이어져 광주 시민들이 저를 선택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 안철수 공동대표가 이번 재보선 공천과정에서도 전략공천을 실시해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새정치연합의 공천 내홍을 어떻게 보셨는지요? 윤 시장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천정배 전 장관도 전략공천으로 탈락했습니다.
▲ 재보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중립을 지켜야 할 시장이 이에 대해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공천 문제와 관련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겠습니다.
 

- KTX 광주역 정차를 재검토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지역 내 반발이 거센데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지난 2006년 광주시는 KTX 정차역을 ‘광주송정역’으로 일원화하기로 결정했으나, 광주 북구 주민들을 중심으로 KTX가 광주역에도 정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결국 시에서는 지난 2013년 ‘KTX 일부편수 광주역 진입방안’을 최종안으로 국토부에 건의를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시 KTX 광주역 진입을 재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광주역 진입이 실현되더라도 광주역 주변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있어 이를 근본적으로 재접근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국토부가 KTX 광주역 진입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하반기(10월 이후)까지는 다소 시간이 있습니다. 그동안 이용 시민들의 편의, 주변 공동화 우려 등 현실적 측면과 도시철도 2호선 등 대중교통과 연계하는 장기교통종합계획을 심도 있게 살펴볼 계획입니다.

-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이 무산됐습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 계획이신지요? 정홍원 총리는 기념곡 지정을 반대하는 여론도 워낙 강해 자칫 잘못하면 국론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임을 위한 행진곡’은 30년 넘게 5ㆍ18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노래로 불려왔던 곡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해 정부가 새로운 기념곡 제작을 시도해 광주시 국회의원, 5ㆍ18단체, 시민단체 등이 강력한 저지운동을 벌인 바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국론분열 등을 이유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을 미루고 있지만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념곡 지정에 찬성하는 국민이 60%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내년 제35주년 기념식 이전에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중앙부처, 국회 등을 방문해 설득하면서 각계각층과 긴밀히 협조하는 등 모든 노력을 다 할 계획입니다.

- 내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복안은 무엇입니까? U대회가 적자대회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 유니버시아드대회는 순수한 세계대학생들의 화합과 교류의 스포츠제전인 만큼 적자, 흑자 논리를 떠나 저비용 고효율의 경제대회가 되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입니다. U대회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체육 인프라 확충을 통한 시민 삶의 질 향상, 국제적 위상 제고, 시민의 자긍심 고취 등 무형자산 제고에도 힘을 쏟을 것입니다.

지난 2일에는 북한을 포함한 201개 국가에 공식 초청장을 보냄으로써 본격적인 대회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앞으로 대회 전 종목을 대상으로 테스트 이벤트와 인천아시안게임 참여 등을 통해 실전능력을 배양해 나가겠습니다.

특히 광주U대회의 비전인 평화대회의 구현과 대회의 흥행을 위해 국제 종합스포츠대회 사상 최초로 남북단일팀구성을 반드시 실현해 한반도 평화분위기 조성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평화대회로 만들겠습니다.

재보선 전략공천 논란은 '노코멘트'
먹고 사는 문제부터 최우선 해결

- 최근 친인척을 비서관으로 내정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친인척이 비서관으로 근무하게 되면 공무원들의 눈치 보기와 줄서기가 불을 보듯 훤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 해당 비서관은 관련법 테두리 내에서 적법한 절차와 자격기준을 적용해 채용한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시장과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적임자로 결정했으며 비서관은 시장인 저와 임기를 같이 합니다. 일각에서 우려하시는 공무원들의 줄서기는 없을 것이며 공무원들이 시민만을 위해, 본연의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 전임 강운태 시장의 경우 재임기간 광주시가 검찰로부터 다섯 번이나 압수수색을 당했고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향후 깨끗한 광주시를 만들기 위해 추진할 정책은 무엇이 있습니까?
▲ 먼저, 비록 전임 시장시절 이루어진 일이지만 일부 공직자의 잘못으로 인해 시민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점에 대해 사과를 드립니다. 저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첫째, 입찰행정은 참가등록에서부터 현장 설명회, 입찰서 제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감찰, 직무교육을 강화하고 문제점에 대한 제도개선을 함께 추진하겠습니다.

둘째, 중요한 모든 행정의 정책결정은 시간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전문가, 관련단체, 시민들의 참여 속에 충분한 토론과 검토를 통해 투명하게 결정하고, 그 결과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시장이 스스로 모범이 되어 오로지 시민만 바라보고 시민의 뜻에 따라 시정을 추진할 것이며 공직자들도 따르도록 한다면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행정의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무원 직무교육, 전문교육 등을 강화하겠습니다.


-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안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습니다. 안전한 광주시를 만들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 있습니까?
▲ 광주시는 현재 각종 재난으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재난취약시설 안전점검, 생활주변 안전위해요소 해소를 위한 안전모니터봉사단 운영, 재난대응 민관협력체계 구축, 찾아가는 녹색재난안전교실 운영, 유관기관 합동 대 시민 안전문화운동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불시의 재난발생 시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풍수해, 지진, 산불, 지하철 대형화재 등 29개 유형별 재난대응 행동매뉴얼을 일제히 재정비했고, 매뉴얼 점검 도상훈련을 실시해 미비사항을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내적으로는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면서 대외적으로 광주의 국제적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서 2015년에 UN ISDR 가입 및 WHO 국제안전도시 공인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ㆍ장기적으로 안전교육 체험센터 설립 등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 바쁘신 데도 불구하고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광주시민들에게 한 말씀 남겨주시지요.
▲ 제가 광주시장이 되고자 한 것은 개인적인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광주의 미래를 위해, 당당한 광주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150만 시민들의 뜻에 결코 어긋나지 않게 바르게 시정을 펼치고 정직한 변화를 추구할 것을 다짐하겠습니다. 시민들과 끊임없이 만나 소통하고 논의를 거치는 수평적 리더십으로 늘 시민들과 함께하는, 시민 눈높이에 있는 시장이 될 것입니다.

문제의 해답을 책상 앞 컴퓨터가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현장에서 찾을 것입니다. 이러한 ‘더불어 사는 광주’를 만드는 데는 150만 광주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가 꼭 필요합니다. 시민 여러분께서 주체적인 의식을 가지고 건설적 대안, 건강한 비판을 주시는 데 적극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대담=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윤장현 광주시장 프로필>

▲ 중앙안과 원장
▲ 광주시민연대 대표
▲ 아름다운가게 전국대표
▲ 한국YMCA 전국연맹 이사장
▲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 광주광역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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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