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파열음' 안철수-김한길 위기론 전모

비정한 정치판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7·30재보선 공천파동을 계기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번 선거가 끝나고 나면 두 사람이 완전히 갈라설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공동대표가 된 후 한 몸처럼 움직이며 끈끈한 의리를 과시했던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불화설에 시달리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3월 합당 이후 전략적 동맹관계를 맺어왔다. 원내에 세가 없고 당무 경험이 없는 안 대표에게는 김 대표가 꼭 필요했고, 연일 지지율이 추락하던 구 민주당과 김 대표 역시 안철수라는 상징이 반드시 필요했다. 김 대표는 새정치계와의 통합을 성사시켜 다 죽어가던 야당을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두 사람은 이후 공동대표로서 항상 한 몸처럼 움직이며 끈끈한 의리를 과시해왔다.

전략적 동맹
전략적 뒤통수

하지만 이번 7·30재보선 공천파동을 계기로 두 사람 사이에 틈이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번 재보선 공천 결과만 놓고 보면 안 대표는 분명히 김 대표에게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모양새다.

안 대표는 당초 이번 재보선을 통해 반드시 측근들을 대거 원내로 진입시켜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이번 재보선 이후에는 다음 총선까지 특별한 선거가 없기 때문이다. 안 대표에게 이번 재보선은 마지막 기회였고, 어쩌면 지방선거보다도 더 중요한 선거였다.

그러나 금태섭 전 대변인을 비롯해 이수봉 전 대표 보좌관,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이석형 전 함평군수 등 안 대표 측 인사들은 공천과정에서 줄줄이 밀려났다. 안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반면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대변인과 정장선 전 의원 등은 모두 공천장을 받아 대조를 이뤘다.

김한길이 새정치연합 실세?
공천 때마다 물먹은 안철수


특히 이번 공천파동의 책임론 화살이 모두 안 대표에게 쏟아지는 것에 대해서도 안 대표 측은 불만을 갖고 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이번 공천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된 동작을 기동민 후보와 광주 광산을 권은희 후보의 공천은 김 대표의 주도하에 이뤄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당초 동작을은 안 대표의 최측근인 금 전 대변인이 출마를 준비 중이었고 안 대표도 금 전 대변인의 공천을 관철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던 곳이다. 동작을에서 금 전 대변인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유력해지자 이를 감지한 구민주계 국회의원 31명이 전략공천을 반대하는 공동성명까지 냈을 정도였다. 
 

그런데 김 대표가 안 대표에게 금 전 대변인을 좀 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옮겨주겠다며 기 후보를 동작을에 전략공천 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 후보의 공천은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격이 되어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졌고 일을 꾸민 김 대표는 뒤로 빠진 채 모든 비난의 화살은 안 대표에게 쏟아졌다.

꾸민 건 한길인데
욕은 철수가 먹다


게다가 안 대표가 동작을 공천이 무산된 금 전 대변인을 수원정(영통)으로 전략공천 하려고 할 때 김 대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두 사람의 사이가 벌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수원정에는 결국 김 대표의 측근인 박광온 대변인이 공천됐다. 안 대표 측 내부에서 ‘김 대표에게 우리가 당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새정치연합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도 안 대표 측 금태섭 전 대변인의 낙천에 대해 “좋은 이미지와 높은 경쟁력을 갖춘 그가 ‘안철수 사람’이라 역차별을 받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권 후보의 공천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광주 광산을에 권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자신의 측근인 최재천 전 전략홍보본부장을 메신저로 활용했다고 한다. 최 전 본부장은 권 후보의 전남대 법대와 사법고시 선배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광주 광산을에 권 후보를 전략공천 한 것은 차기 당대표에 도전할 가능성이 큰 천정배 전 법무장관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위함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 역시 차기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경쟁상대가 될 가능성이 있는 정세균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서울 동작을에 정세균계인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을 낙마시켰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정동영 상임고문을 공천에서 배제한 것 역시 같은 이유로 김 대표의 작품이란 후문이다.

김 대표와 안 대표의 갈등도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안 대표는 정치 문외한이다. 현재 새정치연합은 두 공동대표가 사실상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인데 정치 문외한인 안 대표는 그동안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해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사실상 당을 독단적으로 운영해오면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쌓이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이해찬 상임고문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천과 예산, 정책 문제를 논의하는 종합적인 의사조율 기구가 당대표와 최고위원, 도당위원장이 참여하는 당무회의인데 우리당에는 현재 당무회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고문은 또 “최고위원회 몇 명이서 결정하니 당이 공정성을 잃어버리고 동의가 안 되는 것”이라며 “지금껏 이렇게 당을 운영해 본 적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고문의 지적처럼 당 대표와 최고위원회 몇 명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안 대표 측 최고위원 8명 중 5명은 정당활동 경험이 전무하고, 나머지 3명도 현직 국회의원이 아니다. 당연히 정치경험이 부족한 안 대표가 김 대표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정치 초보
당한 줄도 몰라?

게다가 당 대표로서 가끔은 비판이 예상되는 일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두 대표가 함께 결정한 일이라고 할지라도 비난의 화살은 정치적 존재감이 더 큰 안 대표가 혼자 뒤집어쓰다시피 하는 일이 반복됐다. 그러자 안 대표 측 내부에서 김 대표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두 사람의 갈등 기류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감지되고 있다. 두 사람의 불화설에 불씨를 당긴 것은 지난 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두 대표가 각각 따로 입장하면서부터다.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두 대표는 평소 회의장에 들어설 때 의도적으로 항상 나란히 입장하며 굳건한 신뢰관계를 과시하곤 했다. 이는 새정치계와 민주계가 완벽하게 화합하고 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새정치연합은 합당 후 4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신생정당이기에 이런 상징적 의미는 더욱 중요했다.

하지만 전날 열린 회의에서 금 전 대변인의 전략공천에 대한 일부 최고위원의 반발이 격화되고 급기야 금 전 대변인이 수원 공천을 거절하는 사태로까지 번지자 두 사람은 차마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따로따로 입장하게 된 것이다.

이날 안 대표는 격앙된 목소리로 “금태섭은 최적최강의 후보였고 기동민은 민주적 절차로 선출한 후보”라면서 “그런 잣대로 비판하면 하나님도 비판받을 것”이라고 작심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끈끈한 의리는 옛말
끈적한 이해관계가 우선


안 대표는 또 지난 15일 권은희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불참하기도 했다. 권 후보 개소식엔 김 대표가 혼자 참석했다. 안 대표는 또 자신 쪽 사람인 이석형 전 함평군수를 물리치고 공천된 이개호 전남 담양ㆍ함평ㆍ영광ㆍ장성 보선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도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안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전남 순천ㆍ곡성 보선에 나선 서갑원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안 대표는 단순히 일정 탓이라고 했지만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안 대표가 이번 공천 과정에 대한 불만을 대놓고 표시한 것이란 해석이 잇따랐다.

이미 재보선 결과에 따라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당 안팎에서는 일단은 두 대표가 협력하겠지만 선거가 끝난 이후에는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동작을에 안 대표의 측근인 금 전 대변인 대신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인 기동민 후보를 공천시킨 것을 놓고 김 대표가 박 시장 측으로 갈아타려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당내 뚜렷한 세력도 없는 안 대표가 가장 큰 무기였던 지지율마저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정치7단인 김 대표가 안철수라는 썩은 동아줄을 계속 잡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박 시장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갈아타기?
안철수 부활?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대놓고 서로에게 등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안 대표의 지지율이 점점 하락하는 추세에서 안 대표가 당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당 안팎의 비판도 있지만 막상 안 대표가 새정치연합을 떠나게 되면 후폭풍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새정치계와 민주계의 연합으로 새롭게 창당된 새정치연합은 1년도 안 돼 뿌리가 흔들리게 된다. 안 대표는 이미 새정치연합의 계륵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안 대표 역시 김 대표에게 등을 돌릴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의 측근 중 현역 국회의원은 송호창 의원뿐인 안 대표가 김 대표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차기 대권의 꿈은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화설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어색한 동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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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