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④ '충청 대망론' 안희정 충남도지사

"대권 좇다 도정 소홀? 지금 일 못하면 대권도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이제 일제히 민선6기의 임기를 시작한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재선에 성공하며 단숨에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중부벨트에서 예상 밖 싹쓸이 승리를 했다. 당초 승리가 점쳐지던 충남지사선거 외에도 충북지사, 대전시장, 세종시장까지 모두 새정치연합 후보가 차지한 것이다.

1995년 제1회 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이래 새정치연합과 그 전신인 정당이 중원지역 광역단체장을 모두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안희정을 잘 키워 대권 후보로 만들자는 '충청 대망론'은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안 지사 본인도 대권 도전의 꿈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친노(친노무현) 인사인 안 지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권을 놓고 친노의 좌장격인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과의 경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안 지사는 일단 도정에 집중할 계획이다. 대권을 좇다 도정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안 지사는 이미 민선5기에 뿌린 씨앗을 민선6기에 꽃 피우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연 충청 대망론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안 지사를 만나봤다.
다음은 안 지사와의 일문일답.

- 민선6기 도정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입니까?
▲ 민선6기 도정의 핵심가치는 ‘공정’과 ‘신뢰’입니다. 저는 지난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된다는 시대의 부름을 들었습니다. 따라서 민선6기에서는 이러한 공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적 정의가 바로 서는 사회문화 터전을 마련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고 원칙과 상식이 존중되는 사회를 구현하고 210만 도민 모두가 주권자로서 자기 책임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입니다.

- 이외에도 특별히 염두에 두고 있는 사업들은 무엇인지요?
▲ 환황해권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서해비전을 구현할 것입니다. 서해안시대 구축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발전 및 동북아 번영을 선도해 나갈 것입니다. 또 민선5기의 핵심정책이었던 ‘3농 혁신’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입니다. 3농 혁신을 통해 농어업인이 유통과 생산과 소비를 주도하는 미래 비전를 제시해 나갈 것입니다. 이외에도 저출산ㆍ고령화ㆍ양극화 문제에 적극 대응해 복지공동체를 실현하고, 민관협치 강화·자치분권 확대 등으로 충남도를 전 세계에서 가장 일 잘하고 유능한 지방정부로 만들어 내겠습니다.

문재인과 경쟁? "각자 최선 다하면 돼"
"민선6기는 결실 맺는 수확의 기간"

- 여권세가 강한 충남에서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충남은 여권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저는 이번 선거기간 내내 한국의 지역주의를 깨보자고 호소했습니다. 이런 구도가 계속된다면 국가에도 해가 되고 충청 또한 영호남에 밀려 영원히 3등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호소가 도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도민들이 젊은 지사가 앞으로 더욱 큰 정치인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신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 충남도는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이 과반수가 넘습니다. 앞으로 도의회와 원만한 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복안은 무엇입니까?
▲ 저는 이미 지난 민선5기에서 도의회가 여소야대인 지방정부를 이끌어왔습니다. 지난 민선5기에서도 대화와 합의를 통해 도정을 잘 이끌어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은 없습니다.  
 
- 타 광역단체에서 시도되고 있는 연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상대를 인정하고 파트너로 대한다는 마음가짐은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방정부엔 연정을 꾸릴 만한 권한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정무부지사 자리 하나 주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저는 고작 자리를 하나 만들어 주는 것보다 도정운영과 관련한 결정과정에 상대 진영을 적극 참여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옳지 않나 생각합니다. 

- 충남도는 지난해 국민권익위 청렴도 평가 결과 최하위를 받았습니다. 앞으로 깨끗한 충남도를 만들기 위한 복안은 무엇입니까?
▲ 비록 일부 공직자라 할지라도 부적절한 처신으로 도의 명예를 실추시킨 일이 있었다는 점에서 저를 비롯해 모든 충남 공직자들이 깊은 반성을 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말씀 드립니다.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할 시에는 엄단의 조치를 내릴 것입니다.

우선 청렴교육과 제도개선을 통한 방안들을 마련해 나가겠습니다. 제일 먼저 업무의 투명성을 높일 것입니다. 누가 감시를 해서 부정이 막아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행정이 투명하게 공개집행이 되면 공직자들은 자연스럽게 청렴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충남도는 높은 노인자살률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노인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정책은 없습니까?
▲ 우리 도의 노인인구는 전체인구대비 15.6%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대로라면 17년 후인 2030년에는 65세 이상 치매노인이 ‘13년 대비 2배 이상 증가(5만9007명)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도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비를 지원해 시군에서 재가치매노인 주간보호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낮 동안 65세 이상 재가치매노인을 보호하고 급식, 목욕, 취미 등 기본활동뿐만 아니라 인지재활서비스도 지원해 치매노인의 증상완화와 그 가족들의 부양부담 해소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공약사항으로 추진하고 있는 행복경로당 조성사업이 있습니다. 사랑방 역할에 한정되던 경로당의 기능을 개선해 지역거점화하고 지역 내 복지자원을 연계해 보건·복지·교육·문화·여가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시책개발과 우선 정책 추진으로 어르신들도 살기 좋은 충남을 건설해 나갈 계획입니다.

- 도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사안은 역시 경제 활성화 대책입니다. 임기 중 시행할 경제 활성화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우선 충남도의 신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디스플레이 메가클러스터 조성, 글로벌 친환경 자동차 부품 산업 등을 육성하고 환황해권 시대를 맞이해 중국시장을 겨냥한 공격적 마케팅을 실시할 생각입니다. 수출 중소기업들에게 맞춤식 해외마케팅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

또 지역경제 선순환시스템을 구축해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문화의 지속적 확산, 벤처펀드 설립, 장수기업 격려 등을 통하여 지역경제 활력을 도모하겠습니다. 이외에도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취약계층에 대한 서민금융 이용을 확대하고 소상공인 대상 금융지원도 확대할 예정입니다.


- 사실상 차기 대권도전을 기정사실화 하셨습니다. 일각에선 안 지사께서 대권에 도전하게 되면 도정에 소홀해지거나, 무리한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만.
▲ 대통령에게 필요한 최대 덕목은 ‘정치력’과 ‘행정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관 등 행정 관료 출신들은 ‘정치력’이 부족하고, 정치인 출신들은 ‘행정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반면 광역단체장들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겸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민선 지방자치가 올해로 20년째를 맞이하면서 지방정부 수장의 정치적 위상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유권자들은 광역단체장들을 차기 대권 주자로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앞으로 도정을 운영해나감에 있어서 “도정은 뒷전이고 대권에만 신경을 쓴다”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도정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대권 주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차기 대권에 도전하게 되면 친노의 맏형격인 문재인 의원과도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다음 대선에선 문 의원을 돕고 차차기를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 문재인 의원님은 오랫동안 같은 길을 걸어온 정치 선배이자 동료입니다. 특히 문 의원님은 우리 당의 대통령후보까지 지내신 당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저는 그동안 문 의원님의 인격적 풍모를 존경해왔습니다. 저는 그분을 경쟁상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상의해서 합의하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분은 그 분대로 정치적 소신과 그 위치에서의 역할을 해 나가면 되는 것이고, 저는 저 나름대로 정치적 자산을 키워 가면 되는 것입니다.

도정의 핵심가치는 '공정'과 '신뢰'
신성장동력 확충으로 충남 발전

-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멘토였던 최장집 교수가 안 지사께 <군주론>을 선물해 화제가 됐습니다. 어떤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최 교수님은 제가 1983년 대학에 입학하고부터 인연을 맺게 된 은사님입니다. 교수님과 저희 83학번들과는 오래된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저는 최 교수님과 졸업 후에도 꾸준히 교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수님과 저의 관계를 생각하면 책을 선물하신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게 없고 기사가 될 것도 없는 일입니다. 스승께서 제자에게 주시는 의례적인 격려차원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 충남은 오래전부터 지역 불균형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충남의 균형발전을 위해 앞으로 시행할 정책들은 무엇이 있습니까?
▲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다각적인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려고 합니다. 우선 낙후지역의 발전촉진을 위해 ‘충청남도 지역균형발전 지원조례’를 제정해 지역균형발전의 제도적 틀을 구축했습니다. 또 발전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군을 선별해 지역경쟁력 강화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5년 단위의 균형발전 개발계획을 수립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낙후지역의 지역발전을 견인할 성장동력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서 골고루 잘사는 충남도를 건설해 나갈 계획입니다.

-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안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습니다. 안전한 충남도를 만들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 있습니까?
▲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후 진도체육관을 찾은 정치인들이 가족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기는커녕 왜 왔느냐는 소리를 들어야 했던 현실 앞에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도지사로서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우선 재난 안전관리시스템의 전문가를 확충하고, 중심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해상재난의 예방과 구조체계를 확립해 골목에서 먼 바닷길까지 생활안전과 치안을 강화하겠습니다. 소방력을 점진적으로 보강하겠으며 응급의료 체계 정비 및 지방의료원 공공성 확대에도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 저를 다시 선택해주신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선거기간 도민들에게 드린 약속을 깊이 새기고 민선6기 충남도정을 모범적으로 잘 이끌어 가겠습니다. 앞으로 지역주의와 연고주의의 낡은 정치를 끝내고 도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도민들에게 ‘도지사 참 잘 뽑았다’고 칭찬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담/정리=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안희정 충남도지사 프로필>


▲ 김덕룡 국회의원 비서관
▲ 민주당 사무총장실 비서
▲ 노무현 경선캠프 행정지원팀장
▲ 노무현대통령당선자 비서실 정무팀장
▲ 새천년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 민주당 최고위원
▲ 제36, 37대 충청남도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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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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