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입수> '김학의 성접대' 고소장 공개

"대기업 임원 등 고위층 여럿 더 있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 대선 직후 검찰총장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실세'는 뜻밖의 사건으로 공직을 사퇴했다. 성접대 스캔들에 휘말리며 임명 8일 만에 옷을 벗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그러나 김 전 차관이 옷을 벗은 건 그때만이 아니었다. 서울에서도 원주에서도 김 전 차관은 '옷을 벗었다'고 했다. 최근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이모(37·여)씨는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공모해 성접대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문제의 성접대 동영상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주 <일요시사>는 이씨의 고소장을 입수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이 사표를 제출한 날짜는 2013년 3월21일이다. 당시 김 전 차관은 성접대 동영상 의혹에 휩싸이며 스스로 옷을 벗었다. 청와대는 인사 검증 과정에서 문제의 동영상이 실재하는지를 김 전 차관에게 물었다. 김 전 차관은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몇 달 전부터 김 전 차관이 등장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성접대 동영상을 확보하고 있었다. 김 전 차관은 검찰총장 후보로까지 하마평에 올랐던 '실세'였다. 성접대 사건을 컨트롤했던 경찰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이 총장 후보가 되면 이 동영상을 터뜨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회지도층
성접대 있었다

문제의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다. 김 전 차관은 검찰총장이 아닌 정부 내각의 일원이 됐다. 성접대 의혹이 일자 비난의 화살은 청와대로 향했다. 검찰을 겨냥했던 극비작전은 인사 실패라는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은 '수사 진행상황을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는 죄로 경질됐다는 게 정설이다. 검찰을 의식했다가 낭패를 본 셈이다.

성접대 수사와 관련한 이후 과정은 본지를 포함한 수많은 언론에 보도됐다. 김 전 차관은 사퇴의 변에서 "자연인으로 돌아가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경찰은 특수강간 등의 혐의를 적용하며 "성접대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의 친정인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라는 면죄부를 줬다. 김 전 차관이 말했던 진실은 끝내 규명되지 않았다.


'별장 동영상' 등장 피해여성 이모씨
김학의·윤중천 성폭행 혐의로 고소

해가 바뀌어 김 차관은 변호사 개업을 준비했다. 이달 초 슬그머니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나승철)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된 것도 이즈음이다. 피해여성 이모(37·여)씨는 자신이 성접대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라며 검찰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공모해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다는 주장이다.

이씨는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동영상 속 인물이 '본인이 아니'라고 했다. 검찰은 이씨의 진술을 근거로 "동영상 속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이 무혐의를 받게 된 이유다.

하지만 이씨는 입장을 바꿨다. 동영상 속 인물이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여성으로서 성관계 동영상 속 인물이 나라고 밝히기 쉽지 않았다"고 언론에 해명했다. 본지가 입수한 고소장에는 더욱 상세한 이유가 적혀 있다.

이제는 진실을
말할 수 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씨는 성접대 동영상 '사본'을 봤다. 화질이 좋지 않아 젊은 여성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이씨는 평소 건설업자 윤씨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동영상을 촬영당한 A씨가 영상 속 여성일 거라 생각했다. 이씨는 피해여성이 A씨라고 진술했다.

그런데 며칠 뒤 이어진 조사에서 이씨는 자신의 진술이 잘못됐음을 알았다. 동영상 '원본'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영상 속 피해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구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씨는 진술을 번복할 수 없었다. 겁이 났기 때문이다.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 화제의 동영상 속 인물이 나라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씨의 진술은 다른 피해여성의 진술과 일치하고 있었다. 이씨 입장에선 낯부끄러운 일에 굳이 본인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 "피해자가 많았기 때문에 김 전 차관과 윤씨가 당연히 처벌당할 것이라 생각하여 조사에 소극적으로 임했었다"고 적은 이씨다.

김 전 차관은 조사 과정에서 "이씨를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이씨와 성관계를 갖거나 동영상을 촬영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씨는 고소장에서 "김 전 차관이 별장은 물론 서울 인근에서도 성접대를 받았고, 윤씨와 공모해 자신의 신체를 강제로 촬영한 사실이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씨는 건설업자 윤씨가 해당 동영상을 캡처하여 자신과 가족을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윤씨의 강요로 성접대를 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이씨는 고소장에서 "윤씨가 자신을 강간하거나 폭행 또는 협박하여 심리적으로 억압한 후 상습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밝혔다.

고소장에 따르면 성접대에 연루된 인물은 김 전 차관 외에 5명이 더 있다. 거론된 면면은 대기업 건설사 전직 대표, 전경련과 밀접한 중견그룹 회장, 유명병원 원장, 중소건설업체 대표, 화가 등이다. 이들 중 일부는 지난해 성접대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김 전 차관과 같은 이유로 이들 모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피해여성(이씨)이 강간을 당한 직후 신고하지 않았고 ▲윤씨에게 (성접대의 대가로) 경제적인 도움을 받으려 했으며 ▲이씨의 진술이 오락가락 하는 등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윤중천, 김학의를
형이라고 불렀다

그렇지만 이씨의 주장은 달랐다. '경제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 윤씨와 만났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잘못됐다는 항변이다. 윤씨는 열다섯살 터울인 이씨를 먼저 꾀었다. 몇 번의 만남 끝에 윤씨는 이씨에게 성접대를 강요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폭력이 자행됐다.

고민하고 있던 이씨에게 다시 연락이 온 건 며칠 뒤였다. 윤씨는 사업을 미끼로 사과를 할 테니 별장에서 보자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생면부지인 김 전 차관에게 몹쓸짓을 당했다. 이씨는 "누군가 약을 탄 술을 나에게 먹였고, 김 전 차관이 강제로 관계를 맺었으며, 윤씨가 이 장면을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다음날 윤씨가 '어제 너랑 X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 법조인인데 엄청 무서운 분이야. 이제부터 내 말 잘 들어. 내가 가라하면 가고, 오라하면 오는 개가 되는 거야. 알았어?'라고 겁박했다"고 덧붙였다.

유력 검찰총장 후보 성접대 사건으로 낙마
윤중천 "학의 형만 아니면 너랑 가족은 죽었어"

이씨는 "윤씨의 폭행과 욕설, 그리고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는 게 두려웠다"고 했다. 2008년 3월께 이씨는 자신이 찍힌 동영상 캡처 사진이 친동생에게 전송된 것을 알고 뒤늦은 신고를 결심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씨는 윤씨로부터 "학의형만 아니었으면 너와 네 가족들은 묻어버렸을 것이다. 죽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살아라"라는 협박을 당했다고 알렸다.

2006년 말께 윤씨는 이씨를 "로비스트로 키워주겠다"며 서울 인근에 가게를 마련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이 대목을 문제 삼았다. 그렇지만 이씨는 "윤씨가 부린 술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가게와 가까운 전셋집(일명 윤중천의 놀이터)이 성접대 장소로 제공돼 성노리개로 살았다는 설명이다.


성접대 동영상
목소린 일치했다

경찰 내사 단계에서 동영상을 실제로 봤던 한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성접대 동영상 속 피해여성은 속옷차림의 남성과 블루스를 추고 있다. 이 남성은 반라나 다름없는 여성과 엉겨 노래를 부르던 중 속옷을 벗고 성관계를 한다. 이때 부른 노래가 바로 '연'이다.

성접대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장 배명진 교수는 "동영상 속 남성의 목소리가 김 전 차관의 실제 목소리와 95%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결국 영상 속 남성은 김 전 차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었다.

피해자 이씨는 김 전 차관과 윤씨를 고소하면서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혐의를 적시했다. 단순 성폭행이 아닌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 행위 유무가 피의자 처벌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다시 말하면 영상 속 인물을 특정할 수 있느냐가 수사의 관건이 되는 상황이다.

현재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강해운 부장검사)에 배당돼 있다. 지난해 강력부는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때문에 검찰이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자신들의 수사 결과를 뒤집어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앞서 검찰은 형사부 등에 재수사를 맡기려다 강력부로 방향을 틀었다.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15일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김 전 차관의 변호사 등록신청 철회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전해진다. 여전히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전 차관. 그는 언론을 포함한 외부의 연락을 일절 받지 않고 있다. 억울함에 각혈까지 했다던 김 전 차관. 그가 말했던 '진실'은 언제쯤 가려질까.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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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