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 ③'혁신의 아이콘' 남경필 경기도지사

"힘들어도 '혁신의 길' 절대 포기할 수 없어"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이제 일제히 민선 6기의 임기를 시작한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남경필 신임 경기도지사는 '혁신의 아이콘'이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후 꾸린 것도 인수위원회가 아닌 혁신위원회였다. 도지사 취임 후엔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차를 직접 운전해 첫 출근을 했다.

남 지사는 사실 가장 평탄한 길을 걸어온 정치인 중에 한 명이다. 불과 33살의 나이로 최연소 국회의원에 당선 된 후 내리 5선을 했다. 정치 입문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낙선 경험이 없다. 하지만 한편으론 청와대를 향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성격 때문에 가장 험난한 길을 걸어온 정치인이기도 하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남 지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부의장의 불출마를 요구한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이 전 부의장이 국회에 입성하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청와대 거수기 정당으로 전락한다는 이유였다. 살아 있는 권력에 도전한 대가로 남 지사는 당시 사찰까지 당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남 지사는 대통령들을 향한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 남 지사가 또 한 번 파격적인 정치실험에 나선다.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타파하겠다며 야당과의 연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정부에서 연정이 시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외에도 남 지사는 본인을 비롯해 모든 관료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연일 파격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경기도는 남 지사가 몰고 온 혁신 바람으로 거센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과연 남 지사의 정치 혁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남경필 신임 경기지사를 만나봤다.
다음은 남 지사와의 일문일답.

- 우선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민선 6기 도정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입니까?
▲ 최우선 과제는 '안전한 경기도'를 만드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소방재난본부를 안전컨트롤타워로 만들고 예방점검ㆍ대응ㆍ복구 등 재난안전업무를 소방재난본부로 일원화해 총괄하겠습니다. 또 소방재난본부 산하에 도지사 직속 안전기획관을 신설해 도내 안전 문제를 챙기겠습니다.

- 이외에도 염두에 두고 있는 사업들은 무엇인지요?
▲ 교육, 복지, 노인, 저출산, 일자리 등 경기도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대안으로 저는 '따복(따뜻하고 복된)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문제들은 단편적으로 해결하는 것보다는 공동체 복원을 통해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 나가야만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복마을을 통해 예전의 온정 넘치는 공동체를 복원하고 그 속에서 일자리와 복지도 찾아낼 것입니다. 앞으로 따복마을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도지사 직속의 TF를 꾸리고 따복사랑방, 따복서당, 따복놀이터, 따복동아리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 도지사 당선 후 경차를 직접 몰고 출근을 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신선한 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남 지사께서 대권을 염두에 두고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 '쇼'라며 비판하시는 분도 계시고 초심을 잃지 말라고 격려해 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 주시면 저의 진정성을 알게 되실 것입니다. 지금도 먼곳을 현장방문 할 때는 불가피하게 관용차를 이용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집에서 가까운 도청에 출퇴근하는 일까지 관용차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해당 경차는 제가 구입한 개인차량입니다. 저는 정치에 입문한 후 끊임없이 혁신을 이야기해 왔습니다. 저는 '혁신하지 않으면 혁명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12일간 머물면서 우리 사회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런데 혁신은 남을 비판해서 되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바뀔 때 시작됩니다. 경기도지사가 됐으니 제가 주장한 혁신을 실천으로 옮기려고 하는 것입니다.

취임 후 경차 몰고 출근하자 '허걱'
"혁신행보가 쇼라고? 지켜봐 달라"

- 경기도지사 당선 이후 정치권에선 남 지사를 이미 대권주자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기분이 어떠신지요? 대권에 도전할 생각은 없으십니까?
▲ 황송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기분이 좋긴 하지만 지금 제게는 어울리지 않는 과분한 옷을 입은 느낌입니다. 대권은 아직 제게는 먼 일입니다. 우선 급한 것은 지난 선거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절반의 마음을 얻는 일입니다. 아직은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앞으로 도정을 잘 이끌어 인정을 받게 되면 대권은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습니다.

- 사실 남 지사께서는 당초 당 지도부의 요청에도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버티다 선거에 나서게 됐습니다. 때문에 향후 도정을 운영하기 위한 준비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 경기도지사는 제가 8년 전부터 품어왔던 꿈입니다. 지난 2006년 경기도지사 당내 경선에 참여해 김문수 전 지사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저는 김문수 캠프의 선대본부장으로 경기도의 구석구석을 누볐습니다. 김 전 지사가 당선되고 나서는 인수위원장을 맡아 경기도정을 세밀하게 살피기도 했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경기도의 과거와 현재를 잘 알고 있고, 경기도의 미래 비전과 발전 방안에 대한 준비도 잘되어 있다고 자부합니다.

- 경기도에서 연정을 시도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어느 한 정당을 선택한 것은 그 정당이 추구하는 노선과 정책을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연정을 위해 이를 대폭 수정한다면 유권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 저는 겨우 0.8%라는 적은 표차이로 승리했습니다. 그런데 승자가 100%를 독식하는 지금 같은 구도에서는 정치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승자독식 상황을 '윈윈게임'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나서서 기득권을 버리겠다고 한 것입니다.

연정은 도지사가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도민 행복'이란 지향점에는 이념이나 정파가 따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양당이 제시한 공약을 보면 80% 이상이 유사합니다.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지향점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 그렇다면 기존 새누리당의 입장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 중 하나인 생활임금조례를 통과시킬 생각도 있으신지요? 야권에서는 연정의 조건으로 해당 조례안의 통과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 연정의 출발인 여야정책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책협의의 아젠다는 크게 2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지방선거에서 저와 김진표 후보가 걸었던 양당의 공약이고, 두 번째는 민선 5기 마지막 도의회에서 통과된 생활임금조례를 포함한 4개 조례안에 대한 입장입니다. 여야가 진지하게 열린 자세로 논의 중인만큼 저 역시 열린 마음으로 협의에서 도출해 낸 결과에 따르겠습니다.

- 현재 도민들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는 현안은 출퇴근 대중교통 문제입니다. 지난 선거 기간 김상곤 후보의 '앉아가는 아침'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는데 김 후보의 공약을 적극 반영할 계획은 없으신지요?
▲ 경기도 교통문제의 심각성은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김 후보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도민들의 실제 목소리를 들어보면 도민들이 원하는 버스 정책의 핵심은 '무상'이 아니라 '서비스 개선'입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들은 오랫동안 버스를 기다리고, 또 타서도 콩나물버스에서 힘들게 통근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로 타서 앉아가는 '굿모닝 버스'를 구상했습니다. 굿모닝 버스를 통해 서울로 가려는 경기도민은 터미널까지만 오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버스를 탈 수 있게 됩니다. 또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좌석예약도 할 수 있어 앉아가는 아침이 가능해 질 것입니다.


- 7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하셨습니다. 하지만 도민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일자리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너무 숫자에만 집착하는 공약은 아닌지요?
▲ 7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약속에는 약 25만 개 정도의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들어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식기반 일자리, 문화 콘텐트 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할 것입니다. 일례로 서울에 근접한 판교·광교 테크노밸리 등에 지식집약산업, 바이오·의료·관광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유치할 생각입니다. 특히 투자와 멘토링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G-슈퍼맨 펀드를 800억원 규모로 조성해 청년 기업에 투자할 것입니다. 저는 경기도를 창조경제의 메카로 만들겠습니다.

- 경기도는 북부와 남부 간 격차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오죽하면 경기북부 발전을 위해 '경기북도'를 신설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낙후된 경기북부의 발전을 위한 복안은 무엇입니까?
▲ 우선 경기북부를 옭아매고 있는 이중삼중의 규제를 합리화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먼저 경기도가 가지고 있는 권한과 규제를 시·군으로 분산하겠습니다. 그 후 중앙정부에 수도권 규제 합리화를 촉구할 생각입니다.

또 (가칭) 경기북부 지역발전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경기북부발전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겠습니다. 구리~포천·서울~문산 민자도로, 국지도 39호선, 국도3호선 우회도로, GTX 파주 연장, KTX 의정부 연장, 교외선 복선전철화 등 교통, 철도 인프라 확충에도 힘쓰겠습니다. 이외에도 지역경제 발전의 마중물이 될 경기도민은행을 경기북부에 설립하려고 추진 중입니다.

기득권 내려놓기, 도지사부터 
연정으로 '윈윈(win-win)정치'

- 최근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직자들의 비리 문제가 연이어 불거져 나오면서 국민들의 실망감이 큽니다. 깨끗한 경기도를 만들기 위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 저는 데이터에 기반해 과학적이면서도 투명한 행정을 펼치겠습니다. 행정을 펼치며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도민들에게 최대한 모두 공개하겠습니다. 행정의 투명성이 확보된다면 비리 문제가 불거질 소지는 애초부터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깨끗한 경기도를 만드는 본질적인 대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경기교육감으로 진보성향인 이재정 교육감님이 취임하셨습니다. 과거 김문수 전 지사와 김상곤 전 교육감은 교육재정 분담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기도 했는데 걱정은 없으신지요?
▲ 아이들의 교육문제에는 이념과 정파가 없습니다. 당선 후 이재정 교육감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 문제에 이념과 정파를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정책의 목표와 추구해야 할 가치가 정해지면 방법론은 맞출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이재정 교육감이 공약한 초등체험학습·수학여행 무상화, 혁신학교 확대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최근 경기도와 경기도 교육청은 정책협의를 위한 상시 창구를 구성하는데 합의했습니다. 앞으로 양 기관이 정책 책임자를 두 명씩 파견해 상시 운영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문제는 도지사와 교육감이 포함된 3+3 회의체를 통해 논의하고 결정하겠습니다. 경기도와 경기도 교육청이 다소 의견이 다른 부분도 있지만 일단 공통점부터 찾아서 협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경기도는 산업단지가 많아 그만큼 산업재해에 대한 우려도 높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는데 도내 산업 재해율을 낮출 방안은 무엇입니까?
▲ 안전은 시대정신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경기도 내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가 428명이나 됩니다. 원인을 살펴보니 각 사업체마다 안전관리사가 있지만 대부분 회사의 총무부장, 경리부장이 안전관리사직을 겸하고 있어 유명무실한 실정이었습니다.

50인 이하 소기업에는 안전관리사를 배치할 의무 규정조차 없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경기도가 안전관리사를 직접 채용해 지역별로 배치하겠습니다. 또 경기도 전역의 안전 실태 점검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소방을 포함한 안전기술직 인력을 대폭 보강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해주시지요.
▲ 저는 현장에서 도민들과 소통하는 도지사가 될 것입니다. 경기도가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경기도에서 시작한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대한민국 전체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습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길이라 합의 과정에서 시간도 걸리고 갈등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담=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남경필 경기도지사 프로필>


▲ <경인일보> 기자
▲ 제15~19대 국회의원
▲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
▲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 한나라당 최고위원
▲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
▲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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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