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사람 몸을 그리는 시각예술가 이동엽

“콤플렉스 드러내야 울림이 있죠”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인체는 오랫동안 예술가들의 중요 탐구 주제였다. 많은 예술가는 ‘인간의 몸’을 내면화(자화상)하거나 타자화(초상화)하는 방법으로 인체에 깃든 영혼을 표현했다. 이동엽 시각예술가도 마찬가지다. 그는 인체를 주제로 한 연작들을 선보이며 자신의 섬세한 영혼을 드러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완벽한 인체에 대한 작가 자신의 욕망과 완벽에 가까운 미적 균형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이동엽 작가의 첫 작업은 설치미술이었다. 오브제를 중심으로 회화를 밀도 있게 배치해 강렬하지만 짙은 페이소스를 담았다. 자신의 신체적 콤플렉스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 작품들은 언제 봐도 큰 울림이 있다. 

인체를 묘사
 
사실 ‘내 오른다리’라는 첫 번째 전시는 언론의 조명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이 작가는 만족하지 않았다.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것은 결과적으로 이 작가에게 득이 됐다. 유학을 기점으로 이 작가는 활동의 무게를 설치에서 페인팅(회화)으로 옮기고 본인의 주제의식을 더욱 구체화했다. 
 
“설치 작업을 그만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아무래도 작업공간이 한정적이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에 반해 평면 작업, 즉 페인팅은 제약이 덜하고 다양한 미적 시도가 가능했죠. 과거 작품을 보시면 알겠지만 작업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어요. 뭐랄까요. 드로잉 과정에서 거칠었던 터치가 세밀하게 바뀌었고, 모노톤으로 절제했던 컬러도 이전보다는 많이 쓰는 편이죠.”
 
이 작가의 작업은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출발한다. 고등학교 내내 이과 과정을 공부한 그는 인체 단위를 세포로 쪼개 조합하거나 변형하는 방법으로 그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유기체’를 구현한다. 뼈와 피를 포함한 인체를 이루고 있는 각 기관들은 이 작가의 작품 안에서 무한히 분열하고 또 확장한다. 일종의 돌연변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작가는 이것이 ‘의식의 흐름’이라고 했다. 
 

생물학 관점으로 인체 그려…뼈와 피 재구성
꼼꼼한 묘사 특징…시각적 아름다움 극대화
 
“각 신경 조직체가 분해됐다가 다시 하나의 유기체로 변화하는 과정인데요. 먹과 잉크를 활용해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제 작업이 시각적으로 독특하다보니 미디어를 활용한 영상작업으로 풀어낸 경우도 있었는데요. 그때 보신 분들 중에선 ‘이 작업으로 도대체 뭘 보여주려 하느냐’고 묻는 일도 있었어요."
 
"당시만 해도 추상적인 형태였는데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춘 생물의 형상을 하고 있죠. 제 조형의 기본단위는 뼈입니다. 저는 셀(Cell)이라고 부르는데요. 각 셀들이 주변 셀과 네트워킹을 통해 끝없이 확장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어요.”
 
이 작가는 작가 본인이 자신의 작업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 스스로가 그림을 그려놓고 무엇을 그렸는지 설명을 못한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영국으로 유학을 갔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 작가는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이동엽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확고불변한 뿌리였다. 어찌 보면 이 작가의 그림은 인간 이동엽의 몸을 소재로 그리는 자화상이다. 작품 안에 등장하는 형형색색의 곡선은 그의 심리 기저에 자리한 복합적인 감정을 암시한다. 뿐만 아니라 작은 선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 꼼꼼함과 완벽에 가까운 미적 균형은 이 작가의 치열한 삶을 대변한다. 
 
“그림을 그만둘까도 했었어요. 더 그려야 하나. 이런 생각도 많았고. 그런데 그때마다 이상하게 전시를 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그렇게 10년이 지났고. 지금은 또 하반기에 있을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제 작업이 패션 쪽과 잘 매치가 될 거라고 보시나 봐요. 혹은 영상 쪽과 접목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거라고 조언도 해주시고요. 콜라보 기회가 생긴다면 감사하고. 어떤 형태로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해요.”


봐줘야 그림
 
이 작가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미술교육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그림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그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가는 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믿었다. 이 작가의 열정 가득한 마음이 그의 그림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길 바래본다. 
 
 

 
[이동엽 작가는?]
 
▲고려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졸업·미술교육 석사  
▲University of the Arts London, Chelsea College of Art and Design
▲내 오른다리(조형갤러리·2000), Organic Drawing(갤러리 쿤스트독·2012) 등 개인전 10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인간의 숲, 회화의 숲(광주비엔날레·2000), Sweet Fourtune(롯데호텔갤러리·2013)
▲저술 <그림으로 말하는 아이>(3인 공저·2010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전 고려대학교 조형학부 강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