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 ②'나도 대권주자' 최문순 강원도지사

"대권도전 여부, 알아서 판단해 주세요"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이제 일제히 민선 6기의 임기를 시작한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방선거가 만들어 낸 스타다. 최 지사는 지난 2011년 4·27보궐선거에 깜짝 등장해 불리했던 판세를 단숨에 뒤집고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당시만 해도 정치신인에 불과했던 그의 승리는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후 최 지사는 '변방'으로 취급받던 강원도지사를 역임하면서도 늘 이슈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재선에 성공하면서 단숨에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했다.

최 지사의 재선은 야권의 불모지인 강원도에서 이뤄낸 것이라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현재 강원도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여권세가 강하다. 이렇듯 불리한 지역판세 속에서도 최 지사가 재선에 성공한 것은 그만큼 그의 인물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정치권에서 최 지사의 몸값이 연일 높아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연 민선 6기의 임기를 시작한 최 지사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하루 10개가 넘는 공식일정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펼치고 있는 최 지사를 만나봤다.
다음은 최 지사와의 일문일답.

- 우선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민선6기 강원도정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입니까?
▲ 민선6기의 도정비전은 '소득 2배 행복 2배 하나 된 강원도'입니다. 동계올림픽 및 특구, 양양공항, 레고랜드,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알펜시아, 수도권 연결 교통망 등 강원도의 신성장 동력을 중점 육성하고, 관련 기업들을 유치할 것입니다.

또 도내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관광산업에도 매진해 체류형 관광시설 확충, 글로벌 랜드마크 조성, 문화예술 콘텐츠산업 육성 등을 해내겠습니다. 이외에도 농어업 6차 산업 육성, 지역자본의 역외 유출 방지 시책 등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 강원도는 새정치연합 현역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야권의 불모지입니다.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선거기간 직접 도루묵도 팔고, 감자도 팔며 강원도 현장 곳곳을 누비며 다녔습니다. 그런 진정성을 봐주신 것 같습니다. 처음 도지사에 당선됐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도민들을 섬기는 저의 자세를 좋게 봐주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재선에 성공하셨지만 강원도의회는 새누리당이 총 44석 중 38석이나 차지했습니다. 도정을 추진함에 있어 사사건건 발목을 잡힐 우려가 있는데.
▲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시는데 저는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민선5기 때도 새누리당 도의원 수가 과반이 넘었지만 큰 문제없이 도정을 잘 운영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를 거치며 도의회의 여소야대 현상이 더욱 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어차피 과반이 안 되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오히려 조화와 상생,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보여드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보수색채 강한 강원도서 재선 성공
뛰어난 인물 경쟁력, 높아진 몸값

- 도의회가 여소야대로 구성된 타 광역단체들에서는 '연정'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저는 연정이 그다지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도정을 펼치면서 양당이 크게 부딪힐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게 고등학교 무상급식 정도인데 그거 외에는 서로 갈등을 빚은 적이 없어서 연정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겉보기엔 연정을 하면 크게 무슨 효과가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연정을 하면 실제 할 수 있는 행위는 정무부지사 자리를 상대 당에게 주는 것 정도가 고작입니다. 저는 그보다는 여성부지사를 임명해서 도내 여성 지위를 향상시키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 여성부지사를 임명하시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그동안 도내 여성들은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펼칠 기회가 없었습니다. 훌륭한 여성들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고 봅니다. 앞으로는 모성의 섬세함과 배려라는 새로운 덕목을 도정에 적용해 강원도 내부의 단합을 도모하고 도민들과 활발한 소통을 해나가겠습니다.

- 재선에 성공하시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최 지사를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사실 이번 선거과정에서 지원유세에 나온 제 딸들을 보고 도민 여러분들께서 "손녀가 아니냐"고 하시더군요. (도정을 운영하며 그만큼 건강을 많이 해쳤는데) 대권까지 바라보긴 버겁습니다.(웃음) 그 부분은 언론인 분들께서 쓰시고 싶은 대로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 타 광역단체장들의 경우 이미 몇몇 분은 대권도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습니다. 현역 광역단체장들의 대권도전 러시는 어떻게 보십니까?
▲ 광역단체장들의 대선 출마는 지역정부를 운영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책들을 펼칠 수 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많은 광역단체장들이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국민들이 보시기에 다소 모양새가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당사자들께서 잘 판단해 결정하실 문제라고 봅니다.

- 대표 공약으로 어르신 건강카드 지급, 대학생 등록금·취업지원금 지원 등을 약속하셨습니다. 일각에선 포퓰리즘 공약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 절대 포퓰리즘이 아닙니다. 저는 도민들께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이 같은 공약들을 만들게 됐습니다. 해당 공약들은 예산도 많이 안 들고 파급효과도 높습니다. 직접 지원하는 방식의 복지는 즉시 소비로 이어지고, 소비가 생산으로, 생산이 곧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가장 효율적인 투자방식입니다.


일례로 어르신 건강카드 공약의 경우 1년에 8만원 정도의 의료비를 어르신들에게 지원하게 되는데, 현재 도내 약국, 한의원 같은 곳들이 불경기로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의료비 지원은 어르신들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도내 의료계 종사자들과 연관업체, 그 가족들에게까지 파급효과가 미칠 것입니다. 해당 공약들은 도의회와 합의가 되면 바로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 해당 공약들을 이행하는 데 470억 정도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셨습니다. 현재 강원도가 집행하고 있는 예산의 대부분이 경직성 경비인데,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처럼 어떤 형식으로든 후퇴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요?
▲ 강원도의 한 해 전체 예산이 약 4조원 가량 됩니다. 해당 예산은 겨우 전체 예산의 1퍼센트 남짓입니다. 도의회만 동의해준다면 결코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습니다. 역대 동계올림픽을 살펴보면 개최지가 올림픽 이후 오히려 빚에 허덕이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한 복안은 무엇입니까? 올림픽 이후 시설의 사후활용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저는 우선 올림픽 이후 강원도가 빚에 허덕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과잉투자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올림픽이 끝난 이후 시설들을 유지 관리하는 데 엄청난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시설들을 헐어버릴 각오까지 하고 있습니다. 올림픽이 빚잔치로 끝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 인천 아시안게임의 경우 북한이 참여할 예정인데, 평창 올림픽의 경우는 아직까지 북한의 참여여부가 불투명합니다.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북한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하는 것 아닌지요?
▲ 평창 동계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려면 반드시 북한이 동참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동계종목이 별로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참가하고 싶어도 참가할 선수가 없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 공동훈련을 제안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적자 올림픽 안 돼…시설철거까지 고려"
"연정 실효성 없어" 화합의 정치 약속

- 최근 들어 남북관계가 더욱 얼어붙고 있습니다. 접경지역이 많은 강원도의 특성상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없으십니까?
▲ 강원도 관광산업이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남북관계를 ‘선경후정’의 관점에서 보면 관계개선의 실마리는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접경지역이 많은 강원도 관광산업도 문제지만 대한민국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남북 간 경제협력과 통일준비는 꼭 필요한 일입니다. 모쪼록 정부에서 담대하고 통 큰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최 지사께선 과거 도내에 골프장이 난립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민선5기를 마치며 발표하신 주요 성과들을 보면 도내에 들어선 골프장들을 마치 민자유치의 모범사례처럼 포장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요?
▲ 해당 시설들은 단순한 골프장이 아니라 여러 가지 관광시설들이 합쳐진 종합형 리조트입니다. 저는 도내에 골프장이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취임 후 강원도지사 직속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해왔습니다. 앞으로도 무분별한 골프장 건설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해주십시오.
▲ 먼저 다시 한 번 저를 믿어 주시고, 도정을 맡겨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상대후보를 선택하신 도민들의 뜻도 존중하면서 늘 대화와 타협으로 강원도를 발전시키는 데 ‘올인’하겠습니다.

향후 몇 년은 강원도의 미래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피와 땀을 아끼지 않고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우리 강원 도민들께서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지혜와 열정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대담=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최문순 강원도지사 프로필>


▲MBC 기자
▲MBC 노조위원장
▲전국언론노동조합 초대위원장
▲MBC 대표이사
▲제18대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강원도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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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