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원 청부살인 진실 공방

"결정적 물증 없어, 재판 가면 무죄"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믿을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현역 서울시의원이 살인교사 혐의로 긴급 체포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시의원은 친구 팽모씨를 사주해 수천억원대 자산가인 송모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물증은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이 제시하는 정황 증거들엔 허점이 많았다. 진실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형식 서울시의원이 살인교사 혐의로 지난달 24일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친구 팽모씨를 사주해 수천억원대 자산가 송모씨를 살해한 혐의다. 현역 정치인이 살인교사 혐의로 체포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충격적인 사건에 정치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치열한 진실공방

경찰이 밝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김 의원은 지난 2012년 말 경기도 부천의 한 식당에서 10년 지기인 팽모씨에게 자신이 5억원 상당의 빚을 진 송모씨를 죽이고 차용증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당시 팽씨는 김 의원에게 7000만원 가량의 빚을 지고 있었는데 송씨를 살해하면 빚을 모두 탕감해 주겠다는 조건이었다. 이후 두 사람은 송씨의 출·퇴근 시간과 동선을 파악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짰고, 지난 3월3일 팽씨는 김 의원으로부터 건네받은 흉기로 송씨를 살해한 후 중국으로 도주했다.

사건 다음날에는 김 의원이 팽씨에게 300만원 가량을 지급한 정황도 포착됐고, 3월5일에는 김 의원이 중국으로 도주하는 팽씨를 인천공항 인근까지 차로 데려다 준 사실도 확인됐다. 두 사람은 범행을 전후해 대포폰과 공중전화로만 통화를 하는 등 수상한 정황도 이곳저곳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문제는 경찰이 지금까지 결정적인 증거는 단 하나도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제시하고 있는 정황증거들도 곳곳에서 허점이 노출되면서 김 의원 측 변호인은 이를 집요하게 공략하고 있다.

우선 경찰은 김 의원이 살인을 지시한 동기에 대해 당초 송씨에게 빌린 5억원 가량의 빚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일각에선 서울시의회 도시계획위원인 김 의원과 수천억원대 부동산을 소유한 송씨가 로비관계로 얽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경찰은 지난달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 같은 내용은 확인된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랬던 경찰이 이날 오후부터 갑자기 송씨가 근린생활시설로 지정된 자신의 땅을 상업지구로 용도 변경해달라며 김 의원에게 돈을 건넸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고작 빚 때문에 살인교사를 했다고 보기에는 동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낀 경찰이 뒤늦게 동기를 추가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를 방증하듯 한동안 이 같은 주장을 펼치던 경찰은 지난 3일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며 결국 살인교사 혐의로만 김 의원을 검찰에 송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경찰이 주장해온 김 의원의 살인교사 동기를 입증할 수 없게 됐다는 뜻이 된다.

물증 못 찾고도 경찰은 '여유만만'
내놓은 정황증거는 모두 허점투성이


또 경찰의 설명대로 송씨가 김 의원에게 뇌물을 준 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폭로할 경우 송씨 역시 뇌물공여죄로 처벌을 받게 되는데 송씨가 이를 폭로하겠다며 김 의원을 협박했다는 경찰의 주장은 처음부터 의문점이 많다.

경찰은 차용증의 존재를 팽씨가 알고 있다는 점도 결정적인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결정적인 증거로는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팽씨에게 차용증에 대해 언급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의원이 팽씨에게 가져오라고 지시했다던 차용증은 사건현장에서 발견됐다. 경찰의 설명대로 차용증을 회수하기 위해 살인까지 저질렀다면 팽씨가 차용증을 현장에 놔두고 도주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차용증이 금고에 들어있어서 회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차용증이 금고에 들어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금고에 들어있는 차용증을 회수할 방법도 강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살인부터 저질렀다는 설명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대목이다. 팽씨의 증언대로라면 최소한 2년 전부터 준비한 범행이다. 팽씨에게 CCTV동선까지 알려줬다던 김 의원이 왜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을까?

경찰은 팽씨와 송씨가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이기 때문에 살인교사가 아니라면 팽씨가 송씨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이 역시 허점이 있다. 송씨와 김 의원은 오랫동안 스폰서관계를 맺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송씨의 존재를 팽씨가 이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역에서 송씨는 강서구에서 아시아나(강서구에 본사가 위치해 있다) 다음으로 세금을 많이 낸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유명한 갑부였다. 그런 송씨를 입소문을 통해서라도 팽씨가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김 의원의 변호인 측은 김 의원이 팽씨에게 돈을 갚을 것을 독촉하자 팽씨가 돈을 훔치기 위해 송씨를 살해했고,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 김 의원에게 앙심을 품게 된 팽씨가 자신의 형을 감형받기 위해 김 의원을 모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외에도 무시무시한 살인교사 지시를 식당에서 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고, 김 의원이 굳이 사건이 발생한 날 자신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팽씨에게 전달했다는 정황 증거들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이처럼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면 팽씨에게 전달할 돈 정도는 미리 인출해놨어야 한다.

게다가 김 의원은 과거에도 생활이 어려운 팽씨에게 종종 돈을 준 적이 있다. 또 경찰에 붙잡힌 후 이처럼 모든 것을 쉽게 털어놓을 팽씨라면 왜 범행모의과정에서 녹취록 등 결정적인 증거를 남겨놓지 않았는지도 의심스러운 정황이다.

물론 그간 김 의원의 행동이 수상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찰이 제시하고 있는 정황증거들은 설사 김 의원이 진짜범인이라고 하더라도 변호인과 머리를 맞대고 조금만 의논한다면 얼마든지 반박논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실제로 김 의원의 변호인은 경찰이 제시하고 있는 정황증거들에 대해 지금까지 조목조목 반박자료를 내놓고 있다. 이대로라면 김 의원을 기소한 검찰이 공소유지도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일요시사>가 직접 법조계의 자문을 구해본 결과 "살인교사 혐의를 적용시키려면 살해동기, 돈의 흐름, 증인 등이 확실해야 되는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확보된 것이 없다"며 "이대로 재판에 들어간다면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찰이 김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를 특정하지 못하면서 살인교사 동기는 흔들리고 있고, 팽씨에게 지급하기로 한 돈은 그간 채무를 변제해주기로 한 것이라 돈의 흐름이랄 것도 없는 상황이다. 또 이번 사건은 철저히 두 사람이 모의한 일로 이번 사건에 대해 증언해 줄 증인이라고는 살인용의자인 팽씨 단 한 명뿐이다.

진실은 미궁 속으로

비슷한 사례로 지난 2003년 발생했던 '주지승 살인교사 사건'도 직접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양심고백을 했으나 살인교사 용의자에게는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가 사건 발생 8년이 지난 후에야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면서 사건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이미 유명한 '낙지살인사건'의 경우는 이번 사건보다 더 확실한 정황 증거들이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용의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재판부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증거는 차고 넘친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경찰의 태도는 이해할 수가 없다.

특히 이번 사건의 언론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강서경찰서 장성원 형사과장은 이같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건 <일요시사>와의 통화과정에서 불쾌감을 내비치며 답변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기도 했다. 때문에 본지는 이에 대한 경찰 측의 입장을 들을 수가 없었다. 과연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현역 시의원의 청부살인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사건의 진실은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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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