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원 청부살인 진실 공방

"결정적 물증 없어, 재판 가면 무죄"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믿을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현역 서울시의원이 살인교사 혐의로 긴급 체포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시의원은 친구 팽모씨를 사주해 수천억원대 자산가인 송모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물증은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이 제시하는 정황 증거들엔 허점이 많았다. 진실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형식 서울시의원이 살인교사 혐의로 지난달 24일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친구 팽모씨를 사주해 수천억원대 자산가 송모씨를 살해한 혐의다. 현역 정치인이 살인교사 혐의로 체포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충격적인 사건에 정치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치열한 진실공방

경찰이 밝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김 의원은 지난 2012년 말 경기도 부천의 한 식당에서 10년 지기인 팽모씨에게 자신이 5억원 상당의 빚을 진 송모씨를 죽이고 차용증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당시 팽씨는 김 의원에게 7000만원 가량의 빚을 지고 있었는데 송씨를 살해하면 빚을 모두 탕감해 주겠다는 조건이었다. 이후 두 사람은 송씨의 출·퇴근 시간과 동선을 파악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짰고, 지난 3월3일 팽씨는 김 의원으로부터 건네받은 흉기로 송씨를 살해한 후 중국으로 도주했다.

사건 다음날에는 김 의원이 팽씨에게 300만원 가량을 지급한 정황도 포착됐고, 3월5일에는 김 의원이 중국으로 도주하는 팽씨를 인천공항 인근까지 차로 데려다 준 사실도 확인됐다. 두 사람은 범행을 전후해 대포폰과 공중전화로만 통화를 하는 등 수상한 정황도 이곳저곳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문제는 경찰이 지금까지 결정적인 증거는 단 하나도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제시하고 있는 정황증거들도 곳곳에서 허점이 노출되면서 김 의원 측 변호인은 이를 집요하게 공략하고 있다.

우선 경찰은 김 의원이 살인을 지시한 동기에 대해 당초 송씨에게 빌린 5억원 가량의 빚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일각에선 서울시의회 도시계획위원인 김 의원과 수천억원대 부동산을 소유한 송씨가 로비관계로 얽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경찰은 지난달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 같은 내용은 확인된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랬던 경찰이 이날 오후부터 갑자기 송씨가 근린생활시설로 지정된 자신의 땅을 상업지구로 용도 변경해달라며 김 의원에게 돈을 건넸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고작 빚 때문에 살인교사를 했다고 보기에는 동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낀 경찰이 뒤늦게 동기를 추가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를 방증하듯 한동안 이 같은 주장을 펼치던 경찰은 지난 3일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며 결국 살인교사 혐의로만 김 의원을 검찰에 송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경찰이 주장해온 김 의원의 살인교사 동기를 입증할 수 없게 됐다는 뜻이 된다.

물증 못 찾고도 경찰은 '여유만만'
내놓은 정황증거는 모두 허점투성이


또 경찰의 설명대로 송씨가 김 의원에게 뇌물을 준 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폭로할 경우 송씨 역시 뇌물공여죄로 처벌을 받게 되는데 송씨가 이를 폭로하겠다며 김 의원을 협박했다는 경찰의 주장은 처음부터 의문점이 많다.

경찰은 차용증의 존재를 팽씨가 알고 있다는 점도 결정적인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결정적인 증거로는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팽씨에게 차용증에 대해 언급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의원이 팽씨에게 가져오라고 지시했다던 차용증은 사건현장에서 발견됐다. 경찰의 설명대로 차용증을 회수하기 위해 살인까지 저질렀다면 팽씨가 차용증을 현장에 놔두고 도주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차용증이 금고에 들어있어서 회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차용증이 금고에 들어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금고에 들어있는 차용증을 회수할 방법도 강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살인부터 저질렀다는 설명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대목이다. 팽씨의 증언대로라면 최소한 2년 전부터 준비한 범행이다. 팽씨에게 CCTV동선까지 알려줬다던 김 의원이 왜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을까?

경찰은 팽씨와 송씨가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이기 때문에 살인교사가 아니라면 팽씨가 송씨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이 역시 허점이 있다. 송씨와 김 의원은 오랫동안 스폰서관계를 맺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송씨의 존재를 팽씨가 이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역에서 송씨는 강서구에서 아시아나(강서구에 본사가 위치해 있다) 다음으로 세금을 많이 낸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유명한 갑부였다. 그런 송씨를 입소문을 통해서라도 팽씨가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김 의원의 변호인 측은 김 의원이 팽씨에게 돈을 갚을 것을 독촉하자 팽씨가 돈을 훔치기 위해 송씨를 살해했고,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 김 의원에게 앙심을 품게 된 팽씨가 자신의 형을 감형받기 위해 김 의원을 모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외에도 무시무시한 살인교사 지시를 식당에서 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고, 김 의원이 굳이 사건이 발생한 날 자신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팽씨에게 전달했다는 정황 증거들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이처럼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면 팽씨에게 전달할 돈 정도는 미리 인출해놨어야 한다.

게다가 김 의원은 과거에도 생활이 어려운 팽씨에게 종종 돈을 준 적이 있다. 또 경찰에 붙잡힌 후 이처럼 모든 것을 쉽게 털어놓을 팽씨라면 왜 범행모의과정에서 녹취록 등 결정적인 증거를 남겨놓지 않았는지도 의심스러운 정황이다.

물론 그간 김 의원의 행동이 수상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찰이 제시하고 있는 정황증거들은 설사 김 의원이 진짜범인이라고 하더라도 변호인과 머리를 맞대고 조금만 의논한다면 얼마든지 반박논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실제로 김 의원의 변호인은 경찰이 제시하고 있는 정황증거들에 대해 지금까지 조목조목 반박자료를 내놓고 있다. 이대로라면 김 의원을 기소한 검찰이 공소유지도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일요시사>가 직접 법조계의 자문을 구해본 결과 "살인교사 혐의를 적용시키려면 살해동기, 돈의 흐름, 증인 등이 확실해야 되는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확보된 것이 없다"며 "이대로 재판에 들어간다면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찰이 김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를 특정하지 못하면서 살인교사 동기는 흔들리고 있고, 팽씨에게 지급하기로 한 돈은 그간 채무를 변제해주기로 한 것이라 돈의 흐름이랄 것도 없는 상황이다. 또 이번 사건은 철저히 두 사람이 모의한 일로 이번 사건에 대해 증언해 줄 증인이라고는 살인용의자인 팽씨 단 한 명뿐이다.

진실은 미궁 속으로

비슷한 사례로 지난 2003년 발생했던 '주지승 살인교사 사건'도 직접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양심고백을 했으나 살인교사 용의자에게는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가 사건 발생 8년이 지난 후에야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면서 사건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이미 유명한 '낙지살인사건'의 경우는 이번 사건보다 더 확실한 정황 증거들이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용의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재판부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증거는 차고 넘친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경찰의 태도는 이해할 수가 없다.

특히 이번 사건의 언론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강서경찰서 장성원 형사과장은 이같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건 <일요시사>와의 통화과정에서 불쾌감을 내비치며 답변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기도 했다. 때문에 본지는 이에 대한 경찰 측의 입장을 들을 수가 없었다. 과연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현역 시의원의 청부살인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사건의 진실은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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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