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 ①'힘 있는 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시민들이 '변화' 선택, 위대한 인천 만들겠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이제 일제히 민선 6기의 임기를 시작한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유정복 신임 인천시장은 불과 23세의 나이에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뒤 전국 최연소 군수와 최연소 구청장을 지내고 3선 국회의원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안정행정부 장관을 역임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누구보다 어려운 선거를 치렀다. 안정행정부 장관직을 수행하던 중 당의 요청으로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 그는 다소 늦은 출마선언으로 불리함을 떠안고 싸워야했다. 게다가 유 시장의 경쟁자는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있던 송영길 전 인천시장.

설상가상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수도권 사수를 위해 송 전 시장을 총력 지원했고, 유 시장의 출마선언 직후 터진 세월호 참사는 여권에 메가톤급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박근혜정부의 초대 안전행정부 장관 출신인 유 시장에게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었다.

하지만 유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최측근이라는 점과 풍부한 행정경험을 앞세워 시민들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여 나갔다. 각고의 노력 끝에 그가 거둔 승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거둔 가장 값진 승리 중 하나로 손꼽힌다. 친박 핵심인 유 시장의 수도권 승리로 박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겨우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다.

한편 인천시는 현재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13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으며, 실업률과 자살률은 전국 최고수준이다. 때문에 선거기간 '힘 있는 시장론'을 내세우며 인천시 현안 해결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던 그에게 시민들이 거는 기대는 무척 크다.

과연 유 시장은 그동안 쌓아온 행정 노하우를 통해 빚더미에 올라 있는 인천시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유정복 신임 인천시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유 시장과의 일문일답.

- 세월호 사태로 불리했던 선거 판세에도 불구하고 현역 송영길 시장을 꺾고 이변을 연출하셨습니다. 인천시장 취임의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만?
▲ 먼저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다시 한 번 조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인천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인천시민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인천시민들은 ‘변화’를 선택하셨습니다. 시민들의 열망을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시민 여러분에게 약속한 대로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위대한 인천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 선거기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대후보에게 밀렸습니다. 역전승의 비결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 인천시민들께서 저를 선택하신 가장 큰 이유는 인천의 변화와 희망을 원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인천은 13조의 막대한 부채와 전국 최고수준의 실업률과 자살률, 날로 어려워져 가고 있는 지역 경제상황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래서 30여년의 풍부한 행정경험을 가지고 있는 제게 인천시민들이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 인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지원과 협력이 절실합니다. 저는 중앙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는 ‘힘 있는 시장’입니다. 이외에도 오직 인천만을 위해 일하겠다는 다짐으로 장관직과 국회의원직까지 내려놓고 열심히 선거운동에만 매진했던 저의 모습이 인천시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달라지는 인천시 "비리 뿌리 뽑는다"
"경인전철 지하화 불가능하지 않아"


- 김포시장을 지냈고, 김포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3선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안전행정부 장관 재직 중 갑자기 인천시장 출마를 권유 받았을 때 솔직한 심정은 어떠셨는지요?
▲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인천입니다. 제가 과거에 지연, 학연이 전혀 없던 김포에 출마했던 것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모든 것을 바쳐 일하겠다는 다짐 때문이었습니다. 그 다짐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인천시장 출마도 시대의 부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인천시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역시 부채해결입니다. 유 시장께서는 부채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하셨지만 정작 공약들은 부채가 가중될 대형공약들이 많습니다. 부채해결을 위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 현재 인천시의 부채는 약 13조원입니다. 인천시민 1가구당 대략 2천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산술적으로 부채를 줄여나가는 것도 시급하지만, 전체적으로 인천시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 나가는 일도 중요합니다. 공약을 만들면서 이러한 부분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습니다. 부채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첫 번째로 '부채전담 부시장'을 두어 국비, 교부세 등 정부지원 확보를 통해 필요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 시장 직속 투자유치단과 규제개선단을 설치해 대규모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 인천경제의 파이를 키워 나가겠습니다. 인천시의 재정여건을 감안해 기존에 진행되던 사업들의 우선순위도 재조정하겠습니다. 이외에도 지방세제 개편 등을 통해 시민에게 부담되지 않는 신규 세원을 발굴하고, 준설토 투기장과 같이 인천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신규자원을 확보해 인천의 재정건전성을 튼튼히 해 나갈 계획입니다.

- 선거기간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경인전철 지하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등을 공약하셨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 조달 방법이 막막합니다. 사실상 중앙정부의 지원만 바라봐야 하는 실정인데 실현 가능성이 적은 것은 아닌지요?
▲ 제가 시민여러분께 약속했던 주요공약들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대략 24조6천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먼저 GTX와 연계한 경인전철의 지하화는 총 8조8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상부 토지 매각대금 2조3천억원, 국비 1조, 타 지자체 부담금 등을 제하고 나면 인천시 부담금은 총 6천억원 선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GTX 예산도 마찬가지로 민자 50%, 국비 38%, 시비 12% 등으로 마련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순수 인천시의 부담금은 6년 동안 3천억원, 연간 500억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제가 약속드린 사안들은 모두 실무 전문가들의 검토를 마친 사업으로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 전임 송영길 시장의 경우 임기 내내 측근비리에 시달렸습니다. 인천시민들은 그만큼 당선자가 깨끗한 시정을 펼쳐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취임 후 측근비리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을 복안은 없는지요?
▲ 부패는 국가는 물론 도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범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도덕적인 차원을 떠나 도시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부정부패를 반드시 근절해야 합니다. 부패근절을 위한 방안으로 먼저 비리공직자에 대해서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해서 비리공직자가 인천시에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하겠습니다. 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감사 제도를 운영해서 투명한 시정 감시가 이뤄지도록 제도화해 나갈 것입니다.

- 유 시장께서 사실상 인천국제공항의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것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은 상황입니다. 인천공항은 9년 연속 세계 1위 공항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민영화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 세계 최고 서비스를 자랑하는 인천공항이 민간자본의 전문성과 경영효율성을 더한다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천공항이 민영화되면 인천시도 일부 지분을 인수해 공항의 발전을 위해 서로 협력할 수 있게 되고, 이 과정에서 경제적 이익도 추구할 수 있습니다.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인천시의 이익을 견인할 수 있는 일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부 정책이 결정된 이후의 문제이기 때문에 섣불리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인천공항 민영화 마다할 이유 없어"
"수도권매립지 2016년 무조건 종료"

- 인천아시안게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시안게임 성공 개최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까?
▲ 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우리 인천시만의 행사가 아니라, 모든 아시아인들의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성공적인 대회 개최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아시안게임이 인천의 발전과 시민들의 행복으로 이어져야만 진정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대통령 주재로 '2014 인천아시안게임 사전설명회'를 개최해 전반으로 대회를 점검하고 동시에 중앙정부의 대대적인 지원과 협력을 이끌어낼 계획입니다.

또한, 남은 준비 기간 동안 국내외 대기업 후원유치와 IT인프라를 활용한 효율적 운영으로 비용을 최소화하고, 글로벌기업 마케팅 및 후원유치를 통해 흑자대회를 달성할 것입니다.
아울러 경기장 안전 등 철저한 점검과 대비를 통해 한 건의 사건ㆍ사고 없이 300만 인천시민과 아시아인 모두가 함께 즐기는 대회를 만들 것입니다.

- 일각에선 아시안게임과 관련해 전임 송 시장이 추진했던 남북 스포츠협력사업 등이 유 시장의 취임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 저는 북한이 아시안게임 참여를 밝힘으로써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라는 본연의 대회 의의를 제대로 살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남북 간의 관계개선에 물꼬를 틀 수 있도록 남북 스포츠 협력사업에도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백두산 성화채화, 남북선수 동시입장, 일부 종목 단일팀 구성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다만 이 문제는 너무 정치적인 접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수도권매립지 문제도 긴급한 현안입니다. 사용연한이 2016년 종료되지만 수도권매립지를 폐쇄할 경우 대체 매립지 조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당장 서울시와 경기도는 사용 연장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데 매립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요?
▲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러 차례 입장을 밝혔습니다만, 당초 예정된 2016년에 매립을 종료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서울과 경기의 반발은 있겠습니다만, 원칙에 입각해 우리 인천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매립 종료 후에는 매립지에 테마파크, 대형 야외 캠핑장 등 여가 위락시설을 조성해서 그동안 피해를 입으신 시민들에게 이것을 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되면, 생활환경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과 동시에 지역경제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인천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 300만 인천시민들의 위대한 선택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인천시민들께서는 인천의 미래와 인천의 희망을 선택해주셨습니다. 저는 300만 인천시민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구심점이 되겠습니다. 하나 된 인천시민들의 힘으로 정부 관계에 능통한 제가 길을 만들어 인천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인천시민들의 기대와 열망을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행복한 시민이 사는 새로운 인천을 만드는 데 저의 온 역량을 다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인천출신 첫 민선 시장으로 시민들에게 약속한 대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드리고 위대한 인천시대를 만들어 가는 시민의 시장, 희망의 시장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mi737@ilyosisa.co.kr>


<유정복 신임 인천시장 프로필>


▲ 제23회 행정고시 합격
▲ 경기도 기획담당관
▲ 제33대 경기도 김포군수
▲ 제5대 인천광역시 서구청장
▲ 경기도 김포시장
▲ 제17,18,19대 국회의원
▲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 안전행정부 장관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