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 ①'힘 있는 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시민들이 '변화' 선택, 위대한 인천 만들겠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이제 일제히 민선 6기의 임기를 시작한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유정복 신임 인천시장은 불과 23세의 나이에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뒤 전국 최연소 군수와 최연소 구청장을 지내고 3선 국회의원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안정행정부 장관을 역임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누구보다 어려운 선거를 치렀다. 안정행정부 장관직을 수행하던 중 당의 요청으로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 그는 다소 늦은 출마선언으로 불리함을 떠안고 싸워야했다. 게다가 유 시장의 경쟁자는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있던 송영길 전 인천시장.

설상가상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수도권 사수를 위해 송 전 시장을 총력 지원했고, 유 시장의 출마선언 직후 터진 세월호 참사는 여권에 메가톤급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박근혜정부의 초대 안전행정부 장관 출신인 유 시장에게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었다.

하지만 유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최측근이라는 점과 풍부한 행정경험을 앞세워 시민들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여 나갔다. 각고의 노력 끝에 그가 거둔 승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거둔 가장 값진 승리 중 하나로 손꼽힌다. 친박 핵심인 유 시장의 수도권 승리로 박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겨우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다.

한편 인천시는 현재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13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으며, 실업률과 자살률은 전국 최고수준이다. 때문에 선거기간 '힘 있는 시장론'을 내세우며 인천시 현안 해결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던 그에게 시민들이 거는 기대는 무척 크다.

과연 유 시장은 그동안 쌓아온 행정 노하우를 통해 빚더미에 올라 있는 인천시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유정복 신임 인천시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유 시장과의 일문일답.

- 세월호 사태로 불리했던 선거 판세에도 불구하고 현역 송영길 시장을 꺾고 이변을 연출하셨습니다. 인천시장 취임의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만?
▲ 먼저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다시 한 번 조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인천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인천시민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인천시민들은 ‘변화’를 선택하셨습니다. 시민들의 열망을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시민 여러분에게 약속한 대로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위대한 인천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 선거기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대후보에게 밀렸습니다. 역전승의 비결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 인천시민들께서 저를 선택하신 가장 큰 이유는 인천의 변화와 희망을 원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인천은 13조의 막대한 부채와 전국 최고수준의 실업률과 자살률, 날로 어려워져 가고 있는 지역 경제상황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래서 30여년의 풍부한 행정경험을 가지고 있는 제게 인천시민들이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 인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지원과 협력이 절실합니다. 저는 중앙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는 ‘힘 있는 시장’입니다. 이외에도 오직 인천만을 위해 일하겠다는 다짐으로 장관직과 국회의원직까지 내려놓고 열심히 선거운동에만 매진했던 저의 모습이 인천시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달라지는 인천시 "비리 뿌리 뽑는다"
"경인전철 지하화 불가능하지 않아"


- 김포시장을 지냈고, 김포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3선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안전행정부 장관 재직 중 갑자기 인천시장 출마를 권유 받았을 때 솔직한 심정은 어떠셨는지요?
▲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인천입니다. 제가 과거에 지연, 학연이 전혀 없던 김포에 출마했던 것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모든 것을 바쳐 일하겠다는 다짐 때문이었습니다. 그 다짐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인천시장 출마도 시대의 부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인천시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역시 부채해결입니다. 유 시장께서는 부채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하셨지만 정작 공약들은 부채가 가중될 대형공약들이 많습니다. 부채해결을 위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 현재 인천시의 부채는 약 13조원입니다. 인천시민 1가구당 대략 2천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산술적으로 부채를 줄여나가는 것도 시급하지만, 전체적으로 인천시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 나가는 일도 중요합니다. 공약을 만들면서 이러한 부분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습니다. 부채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첫 번째로 '부채전담 부시장'을 두어 국비, 교부세 등 정부지원 확보를 통해 필요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 시장 직속 투자유치단과 규제개선단을 설치해 대규모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 인천경제의 파이를 키워 나가겠습니다. 인천시의 재정여건을 감안해 기존에 진행되던 사업들의 우선순위도 재조정하겠습니다. 이외에도 지방세제 개편 등을 통해 시민에게 부담되지 않는 신규 세원을 발굴하고, 준설토 투기장과 같이 인천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신규자원을 확보해 인천의 재정건전성을 튼튼히 해 나갈 계획입니다.

- 선거기간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경인전철 지하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등을 공약하셨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 조달 방법이 막막합니다. 사실상 중앙정부의 지원만 바라봐야 하는 실정인데 실현 가능성이 적은 것은 아닌지요?
▲ 제가 시민여러분께 약속했던 주요공약들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대략 24조6천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먼저 GTX와 연계한 경인전철의 지하화는 총 8조8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상부 토지 매각대금 2조3천억원, 국비 1조, 타 지자체 부담금 등을 제하고 나면 인천시 부담금은 총 6천억원 선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GTX 예산도 마찬가지로 민자 50%, 국비 38%, 시비 12% 등으로 마련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순수 인천시의 부담금은 6년 동안 3천억원, 연간 500억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제가 약속드린 사안들은 모두 실무 전문가들의 검토를 마친 사업으로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 전임 송영길 시장의 경우 임기 내내 측근비리에 시달렸습니다. 인천시민들은 그만큼 당선자가 깨끗한 시정을 펼쳐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취임 후 측근비리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을 복안은 없는지요?
▲ 부패는 국가는 물론 도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범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도덕적인 차원을 떠나 도시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부정부패를 반드시 근절해야 합니다. 부패근절을 위한 방안으로 먼저 비리공직자에 대해서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해서 비리공직자가 인천시에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하겠습니다. 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감사 제도를 운영해서 투명한 시정 감시가 이뤄지도록 제도화해 나갈 것입니다.

- 유 시장께서 사실상 인천국제공항의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것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은 상황입니다. 인천공항은 9년 연속 세계 1위 공항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민영화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 세계 최고 서비스를 자랑하는 인천공항이 민간자본의 전문성과 경영효율성을 더한다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천공항이 민영화되면 인천시도 일부 지분을 인수해 공항의 발전을 위해 서로 협력할 수 있게 되고, 이 과정에서 경제적 이익도 추구할 수 있습니다.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인천시의 이익을 견인할 수 있는 일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부 정책이 결정된 이후의 문제이기 때문에 섣불리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인천공항 민영화 마다할 이유 없어"
"수도권매립지 2016년 무조건 종료"

- 인천아시안게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시안게임 성공 개최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까?
▲ 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우리 인천시만의 행사가 아니라, 모든 아시아인들의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성공적인 대회 개최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아시안게임이 인천의 발전과 시민들의 행복으로 이어져야만 진정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대통령 주재로 '2014 인천아시안게임 사전설명회'를 개최해 전반으로 대회를 점검하고 동시에 중앙정부의 대대적인 지원과 협력을 이끌어낼 계획입니다.

또한, 남은 준비 기간 동안 국내외 대기업 후원유치와 IT인프라를 활용한 효율적 운영으로 비용을 최소화하고, 글로벌기업 마케팅 및 후원유치를 통해 흑자대회를 달성할 것입니다.
아울러 경기장 안전 등 철저한 점검과 대비를 통해 한 건의 사건ㆍ사고 없이 300만 인천시민과 아시아인 모두가 함께 즐기는 대회를 만들 것입니다.

- 일각에선 아시안게임과 관련해 전임 송 시장이 추진했던 남북 스포츠협력사업 등이 유 시장의 취임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 저는 북한이 아시안게임 참여를 밝힘으로써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라는 본연의 대회 의의를 제대로 살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남북 간의 관계개선에 물꼬를 틀 수 있도록 남북 스포츠 협력사업에도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백두산 성화채화, 남북선수 동시입장, 일부 종목 단일팀 구성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다만 이 문제는 너무 정치적인 접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수도권매립지 문제도 긴급한 현안입니다. 사용연한이 2016년 종료되지만 수도권매립지를 폐쇄할 경우 대체 매립지 조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당장 서울시와 경기도는 사용 연장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데 매립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요?
▲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러 차례 입장을 밝혔습니다만, 당초 예정된 2016년에 매립을 종료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서울과 경기의 반발은 있겠습니다만, 원칙에 입각해 우리 인천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매립 종료 후에는 매립지에 테마파크, 대형 야외 캠핑장 등 여가 위락시설을 조성해서 그동안 피해를 입으신 시민들에게 이것을 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되면, 생활환경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과 동시에 지역경제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인천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 300만 인천시민들의 위대한 선택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인천시민들께서는 인천의 미래와 인천의 희망을 선택해주셨습니다. 저는 300만 인천시민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구심점이 되겠습니다. 하나 된 인천시민들의 힘으로 정부 관계에 능통한 제가 길을 만들어 인천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인천시민들의 기대와 열망을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행복한 시민이 사는 새로운 인천을 만드는 데 저의 온 역량을 다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인천출신 첫 민선 시장으로 시민들에게 약속한 대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드리고 위대한 인천시대를 만들어 가는 시민의 시장, 희망의 시장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mi737@ilyosisa.co.kr>


<유정복 신임 인천시장 프로필>


▲ 제23회 행정고시 합격
▲ 경기도 기획담당관
▲ 제33대 경기도 김포군수
▲ 제5대 인천광역시 서구청장
▲ 경기도 김포시장
▲ 제17,18,19대 국회의원
▲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 안전행정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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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