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장악한 '시피아' 실체 대해부

"감투 쓰니 NGO 출신이 더 하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이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서울시에서는 이른바 '시피아(시민단체+마피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괴롭혔던 '농약급식' 논란도 근본적인 원인은 시피아에 있었다는 지적이다. <일요시사>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점령한 시피아의 실태를 집중해부 해봤다.

"시피아(시민단체+마피아)가 서울시를 점령했다?"

최근 일부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서울시가 시민들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1년 당선된 이후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서울시 공직에 대거 입성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박 시장은 시민단체(NGO) 출신이다.

시피아 서울 장악
눈치 보는 공무원

인권변호사로 출발한 박 시장은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정치 입문 후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은 그의 든든한 정치기반이 됐다. 박 시장의 최측근인 서왕진 전 비서실장도 4대강개발저지운동을 주요활동으로 했던 환경정의연구소 소장 출신이다. 서 전 실장은 이번에 서울시 정책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시장이 임명한 시피아들 중 가장 최근에 문제가 됐던 인사는 배옥병 전 친환경유통센터 학교급식자문위원장이다. 박 시장은 지난 선거과정에서 '농약급식' 논란으로 큰 곤욕을 치렀는데, 농약급식 논란이 벌어진 근본적인 원인으로 배옥병 전 위원장의 전횡이 지적되고 있다.

박원순 이후 시민단체 입김 강화
전문성 없는 낙하산, 부작용 심각


배 전 위원장은 무상급식네트워크 대표와 나쁜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를 역임했다. 지난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중도 낙마시키고 박 시장을 당선시키는 데 나름의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현재 친환경유통센터는 특정 4개 업체에 총 1500억원에 달하는 납품 계약을 밀어준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 교육청 행정감사에 따르면 일부 직원들이 기준에 미달하는 납품업체를 선정한 것에 대해 항의하자 배 전 위원장은 "서울시의 감사가 나오면 내가 책임지겠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배 전 위원장의 주도로 특정업체에 납품 계약을 밀어주는 과정에서 질 낮은 급식재료가 공급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농약급식 논란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와 배 전 위원장 측은 이에 대해 "최종적인 납품업체 선정은 서울시 산하의 공급업체선정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며 "학교급식자문위원회는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자체 감사를 통해 자문위원회가 자문 역할을 넘어 업체 선정에 개입하는 등 월권을 행사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비리 복마전
커지는 실망감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센터가 배 전 위원장이 속했던 특정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데다 공급하는 농수산물의 가격이 시중보다 비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자 올해부터 친환경급식센터의 이용을 권장하는 정책을 취소하고 각 학교들의 자율권을 확대했다.

그 결과 친환경유통센터에 식자재 위탁을 맡기던 학교 수는 지난해 867개교(전체의 66%)에 달했으나 현재는(지난 5월 기준) 단 한 곳도 없는 상태다. 친환경유통센터의 실패로 건축비 172억원이 투입된 친환경유통센터 시설은 텅텅 비어 쓸모없게 됐고, 150억을 투자해 추가로 건축 중이던 가락센터는 이미 공사가 80%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모든 작업이 중단됐다.

박 시장이 지난해 4월 임명한 안영노 서울대공원장도 문제의 인물로 꼽힌다. 안 원장은 한때 언더그라운드밴드의 보컬로 활동하다 이후에는 클럽문화운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1997년에는 '개클련(개방적인 클럽연대)'이라는 모임 결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후 안 원장은 '기분 좋은 QX 주식회사' 대표를 역임하며 문화기획전문가로 활동했다. 지난 2007년에는 안 원장의 기분 좋은QX 주식회사와 박 시장의 희망제작소가 공동으로 충청남도 문화발전 계획을 세우는 작업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박 시장과 인연을 맺어 서울대공원장으로 발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안 원장이 취임한 이후 서울대공원에서는 우리를 탈출한 호랑이가 사육사를 물어 죽이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자칫 일반 관람객의 인명피해도 발생할 수 있었던 아찔한 대형사고였다.

사고로 사망한 사육사 심모씨는 사고가 발생하기 3개월 전부터 이미 안 원장에게 "호랑이가 탈주할 우려가 있다"고 건의했지만 안 원장은 이를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박 시장이 비전문가를 서울대공원장에 임명한 탓이라는 책임론이 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원장은 여전히 유임 중이다.

서울시에서 연이어 크고 작은 지하철 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박 시장이 지난 2012년 임명한 석치순 도시철도공사 기술본부장도 논란의 대상이다.

석 본부장은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출신으로 지난 1999년 4월 서울메트로의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지하철 파업을 주도하다 업무방해와 폭력행위 등으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해고된 바 있다. 석 본부장은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박 시장의 노동특보를 맡기도 했다.

석 본부장이 기술본부장으로 내정되자 서울시의회 교통위 위원들은 박 시장을 직접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었다. 기술본부장은 전동차·철도·토목 등 지하철 기술분야의 총책임을 지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다. 석 본부장처럼 현직을 떠난 지 13년이나 된 인물이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박 시장은 석 본부장의 임명을 강행했다.

박 시장이 지난 2012년 1월 임명한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세종문화회관 35년 역사상 처음으로 시의회로부터 해임건의안이 제출된 인물이다. 서울시의회 문광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7월 박 사장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게다가 해임건의안을 주도한 인물은 민주당(현 새정치연합) 김태희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건의안을 제출하며 "서울시 행정을 견제해야 할 시의원이 소속 정당이 같다는 이유로 서울시 출자기관의 비효율적 운영과 대표 이사의 무능 경영을 방관한다면 시 의원으로서의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취임 후 세종문화회관이 운영 중인 삼청각이 납품비리 의혹에 휘말렸으며, 이외에도 불공정거래, 인사비리, 경영적자 문제 등이 불거져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다.


무능의 끝
종북 논란까지

박 사장은 서울노동자문화예술단체협의회 대표, 전국민족극운동협의회 부회장,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운영위원장,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민예총) 상임이사 등을 역임한 국내 문화예술계의 대표적 진보성향 인사다.

박 사장은 또 국보법 폐지론자로 80년대부터 북한의 공연물을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민예총 상임이사 시절인 지난 2005년에는 북한에서 들여온 <아리랑> <꽃 파는 처녀 실황녹화> <조선의 무용> 등이 적발돼 세관에 유치 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 시장이 임명한 시피아들이 서울시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박 시장은 지난 3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 산하 기관장으로) 비정부기구(NGO) 출신이 몇 명 있는 건 사실인데,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같은 사람은 정말 살림을 잘하는 사람"이라며 '시민단체 출신을 임명한 것이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서울시 곳곳에 숨어있는 시피아
제도권 행정 진입했지만 '낙제점'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박 시장이 정말 일을 잘 하는 사람으로 지목한 오성규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의 경우 취임 직후부터 시설관리공단의 조직적인 채용 비리가 적발돼 잡음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일부 공단 직원들은 주차관리 기간제 직원으로 취직시켜 주겠다며 구직자들로부터 500만원씩 총 2억5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박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설관리공단의 평가 등급도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지난 2010년에는 '가' 등급을 받았지만 2011년에는 '나' 등급, 2012년에는 '다' 등급으로 한 등급씩 강등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발생한 '상암벌 논바닥 축구장' 논란은 서울시설관리공단의 무능의 끝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당시 서울시관리공단이 관리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기가 벌어졌다. 하지만 그라운드는 국제경기를 치르기에 부끄러운 지경이었다.

곳곳이 맨땅이었고 선수들은 경기를 하면서도 틈만 나면 패인 잔디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경기가 끝난 후엔 국제 망신을 당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왔다. 오 이사장은 환경정의 등에서 환경운동을 해온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사건에 대해 일각에서는 환경운동가 출신인 오 이사장이 환경을 생각해 경기장을 방치해온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들려왔다.

감시 사각지대
관피아와 닮은 꼴

이처럼 박 시장의 정치입문과 함께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대거 제도권 행정에 진입하게 됐지만 아직까지는 시민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성이 결여된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무차별적으로 낙하산 인사되면서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 당초 감시 역할을 해야 할 시민단체 인사들이 사실상 현실정치에 뛰어들면서 본연의 역할이 소홀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관피아 논란의 맥락과 정확하게 일치되는 부분이다. 이는 박 시장이 민선 6기 임기를 시작하며 꼭 한 번 되짚어봐야 할 점이다. 그러나 서울시 측은 이 같은 시피아 논란에 대해 "몇몇 시민단체 출신 인사가 서울시 산하 조직에 임명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을 시피아로 분류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일요시사>에 밝혀왔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원순 시정 2기

호남 출신이 장악 "시피아 이어 호피아?"

서울시 민선6기를 이끌어갈 '박원순호'의 윤곽이 드러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행정1부시장에 정효성 기획조정실장을, 행정2부시장에 이건기 전 주택정책실장을 각각 내정했다.

또 국가직 1급인 기획조정실장에는 류경기 행정국장이 내정됐다. 임종석 정무부시장 내정자에 이어 고위직 인사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후속 인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서울시 고위직이 모두 호남 인사로 채워지면서 '호피아(호남+마피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효성 내정자는 전북 전주, 이건기 내정자는 전남 장성 출생이다. 류경기 국장과 백호 정책관도 각각 전남 담양과 전남 해남이 고향이다. 또 새 정무부시장에 내정된 임종석 전 의원과 김원이 정무수석, 서왕진 정책수석도 모두 호남 출신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역 편중 인사로 비춰질 수 있지만 최대한 능력 위주로 한 인사"라고 해명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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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