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고위공무원 성추문 '파문'

'윤창중 사태' 또 터질 뻔 했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고위공무원이 해외 출장지에서 산하기관 여직원에게 수위 높은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무원 A씨는 박근혜정부의 유력한 차관 후보로 검토됐던 인물로 전해진다. 만약 A씨가 이번 개각에서 차관급으로 영전했다면 제2의 '윤창중 사태'가 재현될 뻔했다.

문체부 고위공무원 A씨가 성희롱 사건에 연루돼 직위 해제됐다. 문체부 산하기관 여직원에게 폭탄주를 강요하고 성적 수치심을 줬다는 것이 이유다. 복수 정치권 관계자 및 <미디어오늘> 등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면 행정고시 출신인 A씨는 해외 출장지에서 여직원을 앉혀 놓고 성희롱 발언을 해 징계를 앞두고 있다.

폭탄주가 문제

A씨는 지난 6월초 제3차 아세안 정보관계장관회의가 열린 미얀마 양곤에 차관 대리 자격으로 참석했다. 당시 미얀마 출장에는 두 명의 문체부 과장급 공무원이 동행했다. 또 산하기관 여직원 B씨도 함께했다. 이들은 4박5일간의 출장단 일정을 소화했다.

4명의 출장단원(A씨 포함) 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B씨는 현지 주최 측과의 연락업무 및 메시지를 담당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B씨는 A씨 등 2명과 가진 술자리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먼저 A씨는 B씨를 향해 "아줌마일 줄 알았는데 얼굴에 프리티가 묻어 있다. 귀여움이 있다. 피부가 달걀껍데기 같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폭탄주를 돌렸는데 B씨가 술을 못 마시자 "너는 왜 이렇게 술을 끊어마시냐, 똥도 끊어싸냐"고 말해 수치심을 줬다.

30대로 알려진 B씨는 이 상황을 견디다 못해 스마트폰으로 녹음을 시작했다. 하지만 A씨는 녹음을 눈치 채지 못하고 막말을 계속했다. A씨는 "남자가 많이 따르겠다"며 B씨의 얼굴을 바라봤다. 또 "피부가 아침이슬처럼 맑고 곱다"면서 "이런 회의라면 여직원과 둘이 왔으면 좋았을 뻔 했는데 되는 일이 없다"고 치근덕댔다.


아울러 A씨는 "첫 날 섹시하게 입고 오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점점 나아져 검은 옷으로 우리를 현혹시켰다"고 말했다. 당시 동석했던 공무원들은 A씨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아무런 제지를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침내 A씨는 B씨에게 "내 옆방에서 자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A씨는 "주최국(미얀마)이 관광지가 아닌 색시집에 안내해야 한다"고 횡설수설했다.

B씨는 A씨의 성추행 발언이 출장 기간 내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B씨는 "숙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었고, 남성 3명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며 한 언론에 심경을 토로했다. B씨의 녹음은 출장 맨 마지막 날에 이뤄졌는데 당시 A씨는 "내가 업어다 줄게. 아니면 요 앞에서 자"라고 하는 등 성희롱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차관 후보 여직원에 성희롱 발언
피해자 성적 수치심 인정해 직위 해제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B씨는 지난 17일 자신의 소속 기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소속 기관은 문체부에 '이 사건과 관련한 진상 조사 및 관련자 처벌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체부는 해당 사건을 가해자가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오늘>은 "이번 성희롱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 A씨와 그의 부인이 B씨의 회사를 찾아와 만남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때 A씨는 "악연으로 남고 싶지 않다"며 B씨를 상대로 새벽까지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를 잘 안다"고 말한 정치권 관계자는 "원래 A씨가 술이 좀 들어가면 말버릇이 나빠 위태위태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보도가 나온 것을 보고 딱 A씨일 것이라고 직감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예전부터 A씨가 그쪽 세계에서 유명했던 것은 맞다"며 "평소 술자리에서는 저 정도 수위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제3자가 봐도) 심했던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당초 A씨가 박근혜정부의 유력한 문체부 차관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개각을 전후로) A씨가 차관 후보로 검토됐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만약 이번 개각에서 A씨가 차관급으로 영전했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제2의 '윤창중 사태'가 재현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다.


어찌됐던 파문이 커지자 A씨는 최근 공식입장을 내고 "일부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내 옆방에서 자라'는 말에 대해 "내 숙소에 좋은 방이 남아 아깝다는 생각에 먼 숙소로 가지 말고 직원 누구든 사용하라고 말한 것이며 직원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차원에서 나온 농담성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농담성 발언?

하지만 A씨의 해명이 설득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문체부는 20일 밤 보도 자료를 내고 "최근 고위간부(1급)가 해외출장 중 성희롱으로 인식될 수 있는 발언으로 직위해제 되었고, 현재 징계요구를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알렸다. 문체부에 따르면 A씨는 19일 직위해제됐고, 23일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 요청됐다. 정식 징계 결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A씨는 언론보도 직후 문체부 측에 사의를 밝혔으나 징계 결과에 따라 사의가 반려될 여지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A씨는 "성실히 조사를 받겠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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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