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국회 개혁 예고한 이석현 신임 국회부의장

"마이크만 잡는 부의장이 되진 않겠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세월호 참사로 엄중한 시기, 19대 국회 후반기를 이끌어갈 국회의장단이 새롭게 선출됐다. 새누리당 출신의 정의화 국회의장과 정갑윤 부의장,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석현 부의장이 그 주인공이다. 국회가 본연의 역할인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요즈음, 이들은 후반기 국회를 이끌어갈 책임자로서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는 새롭게 취임한 후반기 국회의장단을 차례로 만나 향후 국회운영에 대한 구상을 직접 들어봤다. 지난 호에서 정의화 의장과 정갑윤 부의장을 만난 데 이어 이번 호에서는 이석현 신임 부의장을 만나봤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석현 의원이 우여곡절 끝에 야당 몫 국회 부의장 자리에 선출됐다. 이석현 부의장은 지난 19대 국회 전반기 부의장 경선에도 도전했으나 박병석 의원에게 패해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그러나 이 부의장은 좌절하기보단 다음 경선을 차근차근 준비한 결과 드디어 야당 몫 부의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 신임 국회부의장은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인물이다. 그 후 40대 초반에 국회의원이 됐고 경기 안양에서만 내리 5선을 했다. 그만큼 이 부의장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신뢰는 두텁다.

이 부의장은 지난 18대 국회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저격수로 활약하며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이 부의장은 4대강사업에 대한 대형 건설사들의 담합의혹, 이 전 대통령의 포항 동지상고 출신들의 낙동강 컨소시엄 공사수주 특혜 의혹,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관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 한나라당의 선관위 디도스 테러 의혹 등 각종 굵직굵직한 의혹들을 연달아 제기하며 대여공세의 전면에 서왔다.

때문에 이 부의장은 당내 경선에서 "저는 '이명박 저격수' 하다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두 번이나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고, 이명박정부의 눈엣가시가 되면서 도청 우려 때문에 단짝한테 전화가 와도 답전조차도 못하는 세월을 겪어야 했다"며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이 부의장은 취임 첫 일성에서 "사회나 매끄럽게 보고 해외 친선이나 하는 부의장으로 남지 않겠다"며 다소 파격적인 선언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부의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다. 과연 이 부의장은 앞으로 국회를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이 부의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이 부의장과의 일문일답.

- 야당 몫 국회 부의장으로 선출되셨습니다. 소감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 저처럼 부족한 사람을 당선시켜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국회의 권위를 높이고 국회에서 정의를 지켜내는 바리케이트가 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우리 두 공동대표님과 박영선 원내대표와 협력해서 차질 없이 대여투쟁도 열심히 하고, 때로는 멋진 협상도 해내겠습니다.

또 한 가지 우리 당내 화합에도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현실적으로 친소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때로는 사안에 따라서 당내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럴 때 저같이 이편저편 안 들어가 있는 사람이 비교적 중재와 화합의 자리를 만드는 데 더 편리할 것입니다. 당내 화합으로 결집된 힘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후반기 국회에서 처리해야 하는 가장 시급한 현안들은 무엇입니까?
▲ 첫 번째는 세월호 참사가 준 교훈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준 이 같은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금 열리고 있는 세월호 국정조사특위를 시작으로 진상규명과 희생자 유가족 지원과 치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 나아가서 나라를 바꿔내는 일까지 국회가 할 일이 많습니다.


관 주도의 시스템이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 이번에 드러난 만큼 국회가 중심을 잡고 관 주도가 아닌 국민 주도의 국가 개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들께서는 세월호 이전의 대한민국과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교훈을 실천하는 것에는 여야도 따로 있을 수 없고 정쟁도 있을 수 없는 만큼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선진화법 폐지? 거수기 국회 하자는 것"
"개헌 논의, 늦어도 차기 총선 전 마무리"

- 부의장 선출 투표 전 정견발표에서 "사회나 매끄럽게 보고 해외 친선이나 하는 부의장으로 남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부의장의 권한이 사실상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자리는 같지만 역할은 다를 것입니다. 국회 부의장으로서 권한과 책임을 다해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민생 최우선 국회를 만들 것입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뤄내기 위해 대화가 필요할 때는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쓴 소리를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회의만 진행하는 부의장은 제 체질에도 맞지 않습니다. 당이든, 국회든 어떤 자리에서도 국회와 정치의 신뢰회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하겠습니다.

- 그렇다면 역대 부의장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역대 부의장 분들도 모두 훌륭하고 존경받으실 만한 분들입니다. 차별화보다는 그 분들의 장점을 본받고 더 발전시켜서 국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계파에 속하지 않았었다는 것과 불의한 권력에는 절대 타협하지 않고 맞서서 싸워왔다는 것입니다. 당내는 물론 여야 관계에서도 중재자인 동시에 감시자로서 적격이 아닌가 합니다.

- 정의화 국회의장이 최근 상시국회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상시국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시는지요?
▲ 상시국회 필요성에 대해 이미 국회 내에서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24시간 일하고, 일 년 열두 달 국민과 소통하는 국회를 만드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당연한 소명입니다. 정의화 국회의장뿐 아니라 우리 당에서도 많은 분들이 상시국회의 필요성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지금 여야 원내대표 간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와 별도로 국회 의장단 차원에서도 논의를 시작할 것입니다.


- 상시국회 추진은 사실 꽤 오래전부터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여야 모두 상시국회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지금까지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상시국회는 야당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상시국회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예산결산특위와 정보위의 일반 상임위화, 상임위별 상시 국정감사 도입 등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여당과 의견이 같아야 되고, 그 다음 행정부와의 조율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당장 새누리당이 이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별 의원들은 상시국회에 찬성하고 있지만 당 차원에서는 아직 상시국회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상시국회를 말하고 있는 만큼 생각보다 빠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저도 상시국회 도입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여권에서는 현재 국회 선진화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회 선진화법이 식물국회를 만든다는 비판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국회 선진화법과 관련해서는 강창희 전임 국회의장의 말씀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진화법이 적용된 후 첫 국회의장을 맡으신 강 전 의장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에 성과가 있었다. 걱정도 있었지만 막상 해보니 통하더라. 평가는 19대 국회가 끝나고 해도 늦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당 출신 국회의장도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지금 바꾸자는 주장은 시기상조입니다.

선진화법은 오랜 시행착오 끝에 여야가 정말 힘들게 만든 법입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불편하다고 바꾸는 건 다시 직권상정을 남발하고 거수기 국회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국민들이 오해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의회정치를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그런 것부터 제대로 안 하면서 선진화법 개정만 말한다면 진정성이 있는 태도라고 보기 어려운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이석현 부의장님을 포함해 국회의장단 모두가 현재 국회 개헌추진의원모임 멤버입니다. 앞으로 의장단 모두가 개헌을 위해 힘을 모을 예정이신지요?
▲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선 이미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폐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국민 모두가 이미 체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헌을 실현하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역대 대통령들도 모두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정작 본인의 취임 초기에는 터부시하다가 임기 말에서야 부랴부랴 개헌을 만지작거리다 보니 실현이 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의장단에서는 국회 차원의 개헌논의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개헌은 국회의 고유 권한입니다. 대통령은 현행 헌법대로 5년 임기 동안 국정운영을 충실히 하고, 국회는 국회차원에서 개헌 논의를 진행시키면 될 것입니다.

- 지금 개헌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내용과 시기적으로 지금이 적기입니다.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어 개헌의 이해관계인이 대통령뿐인 지금 추진해야 합니다. 대통령 집권 2년차인 올해를 넘어서면 차기 대권 주자들이 부각되고, 그들이 개헌을 반대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개헌 논의 진행이 어려워집니다. 올해 논의를 시작해서 늦어도 다음 총선 전에는 개헌논의가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정치 불신의 원인이 되어 왔습니다. 정치 불신이 더 이상 확대되어서는 안 됩니다. 여야의 모 아니면 도식 정치투쟁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권한과 책임을 분산하는 권력제도의 개선이 절실합니다.

"세월호, 국민들께서 '변화' 명령내린 것"
"문창극 후보자, 자진사퇴가 하나님의 뜻"

- 현재 정치권에서는 문창극 총리 지명자와 관련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문 후보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문 후보는 일본의 식민지배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는데 하나님의 뜻은 문 후보자가 국민 속을 그만 썩이고 자진사퇴하라는 것 같습니다. 문 총리 후보 단 한 사람으로 인해 한중일 외교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정국이 경색되고, 박근혜 대통령은 입장이 난처해져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물론 청와대로서는 총리 후보를 3번씩이나 지명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상식선에서 인사를 하면 해결될 일입니다. 검증된 정치인이나 여야가 함께 논의해 인선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 후보자가 자신의 사퇴여부에 대해 야당에게 물어보라고 하셨다는데 문 후보자가 총리가 될 수 없는 것은 야당 때문이 아니라 국민감정 때문입니다. 어쨌든 문 후보는 속히 자진사퇴하는 것이 답입니다.

- 최근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십니까?
▲ 국회는 민생을 위한 선의의 경쟁장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국회가 민생보다 정권을 놓고 싸우는 대결장이 되었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국회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뿌리와 가지를 함께 손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앞서 말한 개헌을 통해 여야 간 무한 정쟁의 근본 원인을 개선한다면 국회가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큰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정당은 정당대로,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대로 모두 품격 있고 생산적인 정치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통해 국회 혁신을 뒷받침해야 할 것입니다.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민생을 돌보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부의장으로서 모든 역량을 다할 것입니다.


<mi737@ilyosisa.co.kr>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전북 익산
▲남성고, 서울대 법학과
▲14, 15, 17∼19대 국회의원
▲민주화추진협의회 기획위원
▲환경관리공단 이사장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민주당 4대강 저지 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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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